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124)
1124
독일제 1,200톤 크레인카.
도로 위의 폭군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흉악하기 그지없는 건설장비. 차체와 크레인, 무게추 등을 합한 무게가 거의 400톤에 육박하며, 그 가격은 무려 140억 원에 달한다.
차량 주제에 단독으로 움직이지 않고 보조웨이트(무게추) 등을 싣고 운반해줄 보조 차량들이 항상 따른다.
1,200톤 크레인 급이면 그런 보조 차량만 10대 가까이 붙는다.
고가 도로나 타워 철거, 교량 및 철교 건설, 초대형 보일러 설치 작업 등 엄청난 힘이 필요한 대형건설현장에 투입된다. 웬만한 사람들은 구경 한 번 하기조차 힘들 정도다.
빌리는 비용만 해도 한 달 기준으로 억 단위로 임대료가 산정되는 흉악한 물건이다.
그런 크레인을 주겠다니.
죽다 살아난 40대 크레인 기술자, 한민택은 그저 입만 쩍 벌어졌다.
「저거 우리나라에 원래 딱 두 대 밖에 없는 건데. 이제 세 대로 늘어난 건가?」
「지웅이 형님, 언제 저 크레인은 또 사셨대?」
「두 대 아님. 이번에 제니스 타운 짓는다고 1,200톤 크레인 무려 추가로 15대나 들여왔대잖아. 구매한 것도 있고 빌린 것도 있고 그렇다더라.」
「그런데 저 기술자 분한테는 쓸모없지 않아? 타워 크레인 조정하시던 분이 어느 세월에 조종법 배워서 저거 써 먹냐?」
「저거 빌리려면 하루 빌리는 데도 천만 원이 넘음. 한 달 빌리려면 1, 2억은 줘야 함. 근데 보통 하루 정도 쓰자고 빌리는 경우가 잘 없지.」
「대박, 그럼 이제 저 아저씨 건물주 되는 거야?」
「건물주는 아니지만 대충 비슷하지. 회사 하나 차려서 크레인 임대 사업 하시면 남은 인생 순탄하실 듯. 이제 위험한 일은 안 하셔도 되겠네.」
한민택은 자신에게 찾아온 행운을 가늠하지 못해 멍하니 있다가 눈물을 글썽거렸다. 그는 유지웅에게 단단히 붙잡힌 채 고개를 푹 숙이며 외쳤다.
“고맙습니다, 형님! 잘 쓰겠습니다!”
마흔이 넘은 남자가 이십대 초반의 앳된 청년에게 목청이 터져라 형님이라 외치는 광경이 이렇게 자연스럽기도 힘들 것이다.
유지웅은 한민택을 가뿐히 내려주었다. 마침 구급대원들이 온 터라 그들의 도움을 받아 안전하게 내려줄 수 있었다.
그가 직접 안고 내려와도 되지만, 크레인 상층부가 불안정해서 손을 놓을 수가 없었다. 만약 자신이 손을 놓으면 그 순간 상층부가 떨어져서 추락할 것이다.
“균형이 뒤틀린 거니 무게추 몇 개만 빼면 일단 될 겁니다.”
급히 달려온 전문가들이 그렇게 진단을 내렸고, 현장 책임자의 지휘 아래 무게추가 안전하게 분리되었다.
그제야 유지웅은 크레인의 턴테이블을 고정하던 것을 멈추고 내려왔다.
현장 전문가, 기술자들이 그의 주변으로 우르르 몰려들었다. 특히 한민택이 가장 먼저, 가장 앞으로 달려왔다.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일단 타워 크레인 뼈대에 큰 문제도 없고 균형도 되찾았으니 안심입니다. 하지만 이대로 계속 쓰는 건 위험합니다. 해체하고 다시 올려야 합니다.”
“의장님, 정말 대단하십니다! 크레인이 기울었을 때 저는 한민택이 이 친구가 꼼짝없이 죽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그걸 살려내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
우르르 몰려들어 축하하는 사이, 현장소장이 다 죽어가는 안색으로 다가왔다. 그를 본 순간 유지웅의 눈빛이 놀라우리만큼 차갑게 가라앉았다.
“소장님.”
“예, 예. 의, 의장님.”
“저는 오늘 화가 났습니다. 어떻게 타워 크레인 같은 중요한 장비 관리를 이런 식으로 할 수 있죠?”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클라이밍 도중 턴테이블이 균형을 조금 잃은 모양입니다. 무게추 위치 배정에 착오가 있어…….”
“이런 중장비는 단 하나의 실수도 없어야죠. 그러라고 현장책임자와 감리들이 있는 거 아닙니까.”
유지웅의 표정은 험악했다.
“제가 공사기간을 앞당겨달라는 것은 돈으로 시간을 사란 의미였지, 안전을 팔아서 시간을 사란 의미가 아니었습니다. 이거이거, 안 되겠는데요.”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절대 이런 일이 없기를 바랍니다. 저는 제니스 타운을 짓는 동안 단 한 명의 사망자, 중상자도 나오지 않기를 바랍니다. 아시겠어요?”
앳된 청년이지만 꾸짖는 박력이 장난 아니었다.
산전수전 다 겪은 현장소장은 물론이고, 모든 이들이 입이 달라붙은 채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그저 돈만 많은 사람이면 은근히 무시하는 마음이 들 수도 있겠지만, 맨손으로 벽을 타고 올라가서 타워 크레인이 무너지는 것을 막아낸 초인이니, 잔뼈가 굵은 현장직들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앞으로도 돈은 아무리 들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안전이나 품질은 절대로 용납할 수 없습니다. 아시겠어요?”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다음부터 주의하세요.”
일침을 놓은 유지웅은 곧바로 스마트폰을 꺼내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박 실장님, 접니다. 오늘 저녁 도시건설부 임원들 소집해주세요. 간만에 회식 좀 ‘달려야’겠습니다. 아아, 오늘 큰일이 하나 있어서 제가 훈계할 것도 좀 있고요. 다들 미리 귀에다가 마데카솔 잔뜩 바르고 오는 게 좋을 거라고 하세요.”
「네? 아, 알겠습니다.」
전파 너머로 새파랗게 질린 박 실장의 목소리가 넘어왔다.
전화를 끊은 유지웅은 주머니를 주섬주섬 뒤져서 목캔디를 꺼냈다. 그리고 세 개를 꺼내서 한 번에 삼켰다.
“간만에 잔소리 잠깐 해야겠어.”
다음 날, 제니스 컴퍼니 도시건설부는 임원들이 하나같이 파리해진 채로 출근하는 것을 보고 의아하게 여겼다. 안색을 보니 술을 많이 먹은 것 같지는 않은데, 다들 표정이 하나같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들었어? 어제 제니스 문화의 거리에서 타워 크레인이 무너질 뻔했었대.”
“정말?”
“근데 다행히 마침 근처에 있던 지웅이 형님, 아니 의장님께서 맨몸으로 크레인 붕괴를 막아냈대. 기술자 한 명이 죽을 뻔했는데 그 사람도 살려냈고.”
“아하, 그래서 이사님들 표정이 저리 썩어 있구나.”
“회식 열고 대판 뭐라고 하셨나 봐. 돈을 팔아 시간을 사려 한 거지 안전을 팔아서 시간을 사려 한 건 아니라고.”
임원들이 지난밤에 어떤 고충을 겪었는지 알 길이 없는 평사원들은 무지막지하게 혼났구나 하고만 생각했다.
“그러고 보면 의장님 참 카리스마 넘치신단 말이야. 웬만한 호통으로는 우리 이사님을 저렇게 환자처럼 만들 수 없을 텐데 말이야.”
“아, 맞다. 어제 사고 날 뻔한 크레인 기사, 의장님 스트리밍 방송 경품 이벤트에 당첨됐대.”
“와, 정말? 그럼 차 받았겠네? 뭐 받았대?”
“크레인 받았다는데?”
크레인이라는 말에 여직원의 표정이 오묘하게 변했다. ‘왜 하필 그런 걸?’이라는 눈빛이 강했다.
말을 꺼낸 남직원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말을 이었다.
“크레인이긴 한데 보통 크레인이 아니야. 제니스 타운 짓기 전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는 딱 2대 밖에 없는, 1,200톤의 무게를 들어 올릴 수 있는 140억 원짜리 크레인이래.”
“뭐? 크레인 한 대가 140억이라고? 그게 말이 돼?”
“원래 고성능 중장비들은 가격이 장난 아니야. 수퍼카 따위는 감히 갖다 비비지도 못해. 그 크레인 빌리는 돈이 달에 1, 2억 원이라고 하더라.”
“와. 그 기술자분은 이제 인생 핀 거네, 그럼.”
“안 그래도 오늘 크레인 인도 행사 한다고 하더라고.”
“크레인 인도 행사?”
여직원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차체 길이만 수십 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크레인 차가 위풍당당하게 들어오고 있었다. 크레인 뒤에는 보조웨이트를 나눠 실은 화물차 다수가 함께 뒤를 따르고 있었다.
행사장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1,200톤 크레인의 실제 위용을 보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
“세상에, 저렇게 큰 차가 있었다니.”
“저게 굴러다니는 것 자체가 믿어지지 않는다. 진짜 육지 위의 항공모함 같다.”
“항공모함은 좀 오버 아니냐? 그래도 사이즈 차이가 얼만데.”
“새끼 차량 줄줄이 달고 다니는 모습이 꼭 호위함 거느린 항모 같아서 그래.”
“아, 그건 인정.”
행사의 주인공인 한민택은 1,200톤 크레인의 위용을 보며 그저 가슴이 벅찼다.
유지웅은 그저 크레인만 던져준 게 아니었다. 소유권 이전에 필요한 모든 제반을 마련해주었고, 한민택 명의의 1인 법인 설립 절차까지 도와주었다.
뿐만 아니라 크레인을 유지보수하기 쉽도록 제니스 저축은행에 법인 대출 계좌까지 틀어서 당장 필요한 자금 조달까지 저리로 쉽게 조달할 수 있게 해주었다.
“초기 운용 자금 따위야 내가 그냥 직접 줘도 되지만, 자고로 물고기를 잡아주는 것보다는 물고기 낚는 법을 가르쳐 주라고 했다. 그렇지, 동생들?”
「물론입니다, 형님!」
「형님의 배포, 그리고 씀씀이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그저 감동적이어서 눈물이 납니다.」
넓은 공터에 크레인과 보조 화물차들이 들어와서 위풍당당하게 자리를 잡았다.
유지웅은 마이크를 들고 크레인을 가리키며, 한민택을 향해 말했다.
“자, 한민택 동생. 이제부터 저 크레인은 동생 거야.”
“지, 지웅이 형님…….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롤스로이스가 갖고 싶다고 그랬었나? 저 크레인을 몇 달에서 일 년만 잘 운용하면 롤스로이스는 충분히 뽑고도 남을 테니까 본인의 드림카는 본인의 힘으로 이루도록 해.”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많은 이들이 지켜보는, 심지어 생방송 시청자들까지 바라보는 가운데 크레인 소유권을 넘겨받은 한민택은 왈칵 눈물까지 흘렸다.
원래 많은 사람들을 초청해서 연 행사는 아니었다. 그저 간단한 경품 증정식이었기 때문이다.
여기 모인 이 많은 사람들은 증정식을 구경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몰려든 이들이었다.
그들은 140억 원짜리 크레인과 8대에 달하는 화물차들이 세트로 넘어가는 것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봤다. 저 대형 화물차들만 해도 2억은 훌쩍 넘을 텐데.
“한민택 동생은 이제부터 뭐할 거야? 타워 크레인 기사를 계속할 거야?”
“아닙니다. 저번에 죽을 뻔하다가 살아난 뒤로 공포증이 생겨서 이제 타워 크레인은 절대 못 오를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형님이 주신 크레인 임대료나 받아먹으면서 한량처럼 살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럼 뭘 하고 싶은데?”
“중장비 설계 쪽을 공부하고 싶습니다. 이제부터는 크레인을 조종하지 않고 더 안전한 크레인을 설계하거나 설치하는 방법 같은 것을 공부해서, 먼 훗날에는 형님께서 지으시는 건물에 제가 만든 크레인이 사용됐으면 좋겠습니다.”
유지웅은 진심으로 감동해서 천천히 박수를 쳤다. 절제된 동작에는 평소의 장난기는 조금도 묻어 있지 않은 채, 그저 엄숙함만이 가득했다.
한동안 말없이 박수만 치던 유지웅은 한민택의 두 손을 조용히 잡았다. 딱딱한 굳은살이 가득 박힌 거친 손이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 어떤 섬섬옥수보다 부드럽게 느껴졌다.
“차가 올바른 주인을 만나서 기쁘다. 나…… 이렇게 뿌듯해도 되는 거니?”
“형님!”
“브라더!”
둘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서로 얼싸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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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레인! 수퍼 모드! 얍얍!
크레인! 주행 모드! 얍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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