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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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주 운전도 아니고 음주 레이드라니. 이게 말이나 되는 건가.’
장태준은 끓는 속을 달래며 화면을 주시했다.
서브 탱커와 딜러들을 태운 헬기는 어느덧 전투 현장 인근에 도착했다. 거센 흙바람을 일으키며 헬기가 땅에 착지했고, 썩어가는 얼굴을 한 딜러들이 헬기에서 내렸다.
만취 상태에서 위세척 후 링거를 맞으며 잠들었고, 도중에 강제로 깨워진 데다가 헬기까지 타고 날아왔으니 다들 속이 뒤집어질 것 같았다.
“자, 갑시다!”
딜러 한 명이 억지로 목소리를 쥐어짜내 사기를 북돋웠다.
딜러들이 합류하자 중국 힐러들의 표정이 일순 밝아졌다가, 딜러들의 표정을 보고 눈빛이 묘하게 일그러졌다.
“저 사람들 왜 저래? 표정이 하나같이 다 썩어 있는데?”
“설마 레이드를 싫어하는 거야, 지금?”
“자랑스러운 레이더로 선택받았으면 국가에 헌신할 마음을 품어야지, 이 시간에 출동했다고 저런 표정들이라니……. 내가 다 부끄럽네.”
중국 힐러들은 자기들끼리 그렇게 수군거렸다.
그런 시선을 알지 못하는 서브 탱커와 7명의 딜러들은 각자 자기 자리를 향해 이동하며 위치를 잡았다.
「원딜, 공격 개시하세요.」
“예!”
정수진을 포함한 원거리 딜러들은 곧바로 공격을 개시했다.
여러 개의 불꽃이 눈부신 광채를 뿜으며 밤하늘을 날았다. 마치 폭죽을 쏘아 올리듯이 아름다운 광경이었다.
불꽃들은 마치 작은 로켓탄처럼 날아가 블랙캣의 등이나 배를 노렸다. 한 발이 빗나가며 허공으로 멀리 날아가 버리기는 했지만, 그 외의 다른 공격들은 전부 적중했다.
―캬아아앙!
공격당하자 블랙캣이 일순 몸을 웅크리고 꼬리를 빳빳하게 세운 채 날카롭게 부르짖었다.
「어그로가 아직 불안합니다! 딜 중지! 근딜도 대기하세요!」
「메인 탱커를 장혁으로 전환, 다른 탱커 셋은 보조적으로 전투에 임하세요! 짜이진 탱커는 딜러진, 슈 탱커는 힐러진 보호 위주로 전투하세요!」
「원딜진, 힐러진과 50미터 이상 거리를 벌리세요!」
쉴 새 없이 지시가 들어왔고, 중국 레이더들은 통역된 지시 내용을 두 말 없이 따랐다.
그들은 내심 속으로 놀라워하고 있었다.
‘지시가 매끄럽다. 전투를 읽는 센스가 남달라.’
‘마치 자기가 직접 공격대를 이끌고 싸우고 있는 사람처럼 적절한 지시를 내리고 있어.’
‘한국에 이런 인물이 있었다니…….’
공격과 수비를 전환하고, 개개인의 위치 선정을 수시로 조율하며, 흐름을 읽는 감각이 남달랐다. 수많은 훈련, 그리고 실전도 몇 번 겪어보았기에 중국 레이더들은 누구보다 그 점을 더 정확히 느낄 수 있었다.
인민공화국 장교들의 지시를 받아 움직이면 뭔가 전투나 행동이 꼬이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때에는 자신들이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한국 전술팀의 매끄러운 지시를 받아 손발이 척척 맞는 움직임을 체험해보니, 장교들의 지휘 능력이 부족했다는 것을 또렷이 느낄 수 있었다.
‘만약, 티라노 레이드 때 이 사람이 있었더라면…….’
심지어 그런 생각까지 머릿속을 스쳤다.
티라노의 공격력이 가공할 만큼 강하다는 것은 안다. 한 방만 맞아도 탱커가 정신을 차리지 못하게 돼서 진형 자체가 와해됐었으니까.
장태준이 이끌었다 해도 이기지는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더 적은 피해로 레이드를 종료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나아가서, 애초에 철저한 사전 분석을 통해서 무의미한 희생만 낳을 레이드는 처음부터 피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왜 딜러들 상태가 저런데 투입을 시켰지?’
중국 힐러들은 그 점이 못내 이상했다.
레이드는 비교적 안정적으로 흘러갔다.
장태준은 딜을 최소화하는 방식으로 어그로 및 리스크를 관리했고, 덕분에 무탈하게 전투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지금의 전개에 만족한 것은 아니었다.
유정희는 아까부터 쏟아지는 윗선의 지시에 피가 마르도록 시달리고 있었다.
“장 팀장님, 조금만 저 전투를 빠르게 진행할 수 없나요? 윗선에서 서둘러 블랙캣을 처치하라고 성화이십니다.”
“이건 실전입니다. 빠르게 끝내는 것보다는 안정적이고 피해 없이 끝내는 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괴수는 하나인데 힐러는 9명이나 되잖아요. 힐러만 있으면 문제될 게 아무것도 없지 않나요?”
“그 판단은 제가 합니다. 유정희 씨는 군인이 아니라 조직관리 책임자 아닙니까?”
장태준은 차가운 눈으로 쳐다보며 덧붙였다.
“애초에 상부에 잘 건의해서 공격대원들 회식이나 음주 관리를 좀 더 신경 쓰시지 그랬습니까. 대학교 운동팀만 해도 이런 식으로 관리하지는 않을 겁니다.”
“…….”
유정희는 창피해서 얼굴을 붉혔다.
사실 담성 공격대원들을 일일이 관리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각자가 연봉 수십 억 이상의 고소득자이고, 발언권도 상당히 강력하다. 자국인 중 12명 밖에 되지 않는 레이더라는 희소성도 크고.
자주 먹는 것도 아니고 어쩌다가 한 번씩 다 같이 술을 먹는다고 하는 것을 실무선에서 제지하기는 어렵다.
적어도 오너 일가에서 나서줘야 하는데, 이형원 부회장조차 ‘가끔 자기들끼리 술로 친분 다지는 게 뭐가 어때서?’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있으니.
그 자잘한 삐걱거림이 겹치고 겹쳐서 이 지경이 된 것이다.
‘하필 괴수가 오늘 나타나가지고!’
하루나 이틀만 늦게 출현했어도 이 지경이 되지는 않았을 텐데.
그녀에게는 다행스럽게도 지원자가 나타났다.
“장 팀장, 전투를 서두르는 게 좋겠네.”
육군 참모총장이 나서서 강경하게 입을 열었다.
장태준도 그 앞에서는 어쩔 수가 없었다. 군은 현장 지휘권 자체를 가져갈 수 있는 공권력이 있으니까. 엄밀히 말해서 자신은 퇴역 군인이자 민간인 아닌가.
“총장님, 괴수와의 전투는 아직 인간에게는 미지의 영역입니다. 가능한 보수적이고 안전하게 나가는 게…….”
“유 팀장 말대로 힐러가 아홉 명이나 되는 데 무슨 위험이 있겠나. 탱커도 셋이나 되고. 조금 더 속도를 올린다 해서 위험해질 것은 없을 거 같군.”
“하지만…….”
“자네가 내키지 않는다면 이제부터는 우리가 지휘하지.”
이제는 어쩔 수 없다.
장태준은 보이지 않게 속으로 한숨을 쉬며, 귀에 착용한 통신기의 위치를 조절했다.
“나―3 진형으로 전환합니다.”
「나―3 진형으로 전환합니다.」
새로 떨어진 지시에 한창 탱킹 중이던 장혁은 조금 당황했다.
‘왜 이제 와서 가장 공격적인 진형을?’
이대로만 가면 충분히 문제없이 잡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왜 굳이 진형 변경을?
장혁은 장태준의 스타일을 잘 알고 있다. 상황이 안정되고 큰 변수가 없으면 굳이 전술을 바꾸지 않는다. 기껏 안정된 상황에서 전술을 바꾸면 그것이 오히려 새로운 변수가 되고, 위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압박이 심한가 보군.’
장혁은 속으로 혀를 찼다.
그는 장태준과 유정희의 보이지 않는 알력을 눈치 채고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회사 내에는 담성 공격대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존재한다.
하나는 무력 단체로서, 다른 하나는 수익 창출원으로서 바라보는 시선이다.
여의도에서 공격대가 위험에 처한 것도, 수익 창출원으로서 바라보는 경영진의 시선 때문이었다.
만약 그때 군사적인 면을 조금 더 강하게 고려했다면 그렇게까지 일이 크게 번지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여튼 우리 부회장님은 욕심이 너무 많으셔서. 그러니까 재벌이겠지만.’
장혁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전투에 집중했다.
딜러들이 진형을 변경하는 것이 보인다.
5명의 원딜이 반원을 그리듯이 크고 넓게 퍼지며 위치를 잡았다. 괴수의 위치를 반원의 중앙으로 잡는 진형이다.
가장 바깥쪽의 원딜 두 명이 괴수를 꼭짓점으로 그리는 이등변삼각형, 그 사선 외곽에 2명의 근딜이 위치를 잡았다.
동시에 슈 탱커가 괴수와 원거리 딜러진 중간에, 짜이진 탱커가 괴수와 힐러진 중간에 자리를 잡았다. 그 둘의 역할은 어그로가 튀었을 때 딜러진과 힐러진을 보호하는 것이었다.
「포지셔닝 클리어. 공격하세요. 원1, 2, 3부터 시작. 원4, 5는 대기.」
장태준의 지시가 떨어졌다.
5명의 원딜 중 3명이 힘을 끌어 올리며, 빛의 구체를 발사할 준비를 갖췄다.
근딜 둘이 재빨리 무기를 들고 괴수의 측면을 찔러 넣었다. 파르스름한 불꽃이 튀며 방어막이 요동을 쳤다.
동시에 준비를 마친 3명이 빛의 화살을 발사했고, 근딜들은 재빨리 뒤로 물러났다. 그들이 물러남과 동시에 원딜 3명의 공격이 괴수를 가격했다.
정확히 방금 근딜 둘이 타격한 지점이었다.
―캬아아아!
괴수가 날카로운 포효를 질렀지만, 장혁 탱커가 곧바로 미간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괴수는 고개를 세차게 흔들고는 다시금 장혁을 향해 이빨을 들이댔다.
팔이 물려 피가 철철 흘렀으나 곧바로 힐이 들어오며 상처가 순식간에 회복되었다.
3명의 힐러가 동시에 힐을 퍼부으니 회복되는 속도가 어마어마했다. 늘 한 명의 힐러한테만 힐을 받았던 장혁으로서는 생소한 경험이었다.
‘3배 빠르게 회복되는 게 아니라 9배 이상 빠르게 회복되는 느낌이다.’
1 곱하기 3은 3이 아니라 그 이상일 수도 있는 것인가.
「원4도 합세, 원5는 여전히 대기.」
장태준의 냉정한 음성이 다시금 귀에 울렸다. 언제 들어도 믿음직스러운 목소리다.
4명의 원딜이 다시금 공격 에너지를 모았다.
공격의 딜레이가 거의 없는 근딜에 비해, 원거리 딜러들은 한 번 공격을 할 때마다 일정 시간 힘을 모아야 하는 준비 시간이 있었다.
그 사이 다시금 두 명의 근딜이 번갈아 달려들면서, 최초 타격점에 칼을 꽂았다. 괴수가 또다시 포효를 지르며 머리를 흔들었지만, 장혁은 어그로를 놓치지 않았다.
근딜 둘이 물러나기 무섭게 4명의 원거리 딜러들은 곧바로 공격을 가했다. 요란한 굉음이 울리면서 괴수의 방어막이 선명하게 번쩍거렸다.
「원2, 3, 4, 5 준비. 원1은 대기.」
장태준이 지시를 바꿨다.
5명의 일제 공격이 아니라, 4명씩 번갈아 가면서 공격을 하겠다는 방침이리라. 어그로 관리를 위해서는 원딜 5명의 일제 공격을 지양해야 판단한 것이다.
그렇게 2명의 근딜과 원딜이 4명씩 번갈아가면서 공격하는 전개가 반복되었다.
괴수는 중간중간 타격 지점이 신경 쓰이는지 포효를 내지르며 뛰쳐나가려 했으나, 그때마다 장혁이 부상과 고통을 무릅쓰고 몸을 부딪쳐서 진로를 막아냈다.
“절대로 날 놔두고는 못 간다, 이놈아!”
다른 세 탱커가 중간 지점에서 최후의 보루가 되어주고 있지만, 장혁은 조금도 방심하지 않았다.
그가 장태준이 전술 교육 때 한 말 중 가장 감명 깊게 기억하는 발언이 있었다.
‘최후의 보루는 침범당하지 않을 때 가장 좋은 겁니다.’
최후의 보루마저 당한다는 것은 그만큼 상황이 긴박한 것이며, 그런 위급 상황에서는 대응 불가능한 변수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몇 분 동안이나 장태준으로부터 아무 지시가 없었다.
딜러진은 지시가 없는 게 이상했지만, 지금까지 내려온 지시를 반복 수행하는 것으로서 자신들의 임무에 최선을 다했다.
그때였다.
「원딜 전원, 지금부터 일제 사격 개시한다. 속전으로 전투를 끝낸다.」
장태준의 목소리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