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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앳된 목소리가 뒤에서 들리자 콜론은 물론이고 남루한 옷의 남자, 하보리자도 깜짝 놀라서 돌아봤다.
한눈에 보기에도 10대 중반처럼 보이는 토종 소년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깔끔하고 서구적인 옷을 걸친 소년은 한눈에 보기에도 부유층 집안 아이처럼 보였다.
특히 앳된 얼굴과 달리 날렵한 근육이 균형 있게 제대로 잡힌 몸이 인상적이었다.
“도련님은 누구십니까?”
“그 짐승, 나한테 100만 달러에 팔아요.”
“배, 백만 달러요?”
하보리자는 슬그머니 콜론의 눈치를 살폈다.
1,000달러 vs 100만 달러.
생각해볼 가치도 없이 후자의 압승이다.
콜론은 어이가 없다는 표정을 한껏 지어 보이며 소년을 향해 호통을 쳤다.
“넌 누군데 여기서 그런 헛소리를 하는 거냐? 100만 달러가 얼마나 큰돈인지 알기나 하냐? 그럴 돈도 없으면서 무슨 말도 안 되는 헛소리를 하는 거냐?”
“저 짐승이 100만 달러 가치가 없다는 말은 지금 안 하시네요. 그렇죠?”
“뭐, 뭐야?”
허를 찔린 콜론은 당황했고, 그제야 하보리자도 정신이 번쩍 들었는지 둘을 번갈아 가면서 살폈다.
하보리자 일행들도 돌아가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깨닫고 침묵했다. 기초 교육도 받지 못한 이들이지만 분위기 파악 정도는 할 줄 알았다.
소년은 지루하다는 듯이 표정을 찌푸리며 말을 이었다.
“내가 지금 당장은 돈이 없는데.”
“거봐. 역시 헛소리나 하는……!”
“좀 있으면 100만 달러 들고 올 거예요. 30분이면 되니까 기다려요.”
“뭐, 뭐야?”
콜론은 화들짝 놀랐고, 괴수를 사냥한 빈민 일행들도 정신이 번쩍 들어서 웅성거리며 서로를 쳐다봤다. 아무리 봐도 소년이 말도 안 되는 객기를 부리는 것 같지는 않았다.
만약 소년의 옷차림이 비렁뱅이였다면 들은 체도 안 했겠지만, 한눈에 보기에도 깔끔하고 좋은 옷이었다.
이 지역에서 저런 옷을 입고 다니는 것 자체가 상당히 부유한 집안이라는 것을 뜻한다. 워낙 빈곤한 지역이라서 그렇다.
“30분만 기다려요, 아저씨들. 기다릴 수 있죠?”
“그, 그럼요!”
하보리자는 대번에 고개를 숙이며 굽실거렸다. 나이 차이가 까마득하지만 그는 주저 없이 깍듯하게 대했다. 빈민으로 평생을 살아온 습관이 몸에 배인 탓이다.
‘이 새끼 봐라?’
순간 콜론은 확신했다.
저 녀석은 지금 자신처럼 괴수 사체 연구에 목말라 있는 국가에 팔 생각이 분명했다. 적어도 500만 달러는 받을 수 있을 테니, 400만 달러 이상은 남겨 먹을 수 있으리라.
“좋다! 그럼 나는 200만 달러를 주지!”
콜론은 바로 결정을 내리고 그렇게 딜을 올렸다. 하보리자와 빈민들의 눈도 휘둥그레졌다.
1,000달러에서 100만 달러, 그리고 거기서 다시 200만 달러로 훌쩍 뛰어오르다니!
못 배워먹은 빈민들이지만,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차릴 정도의 눈치는 있었다.
‘이것 보게…….’
‘이 짐승, 생각보다 엄청 비싼 짐승 아니야?’
‘100만 달러, 200만 달러라니…….’
하루 1달러도 벌기 힘든 그들에게 100만, 200만 달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늠조차 안 되는 천문학적인 수치였다.
하보리자 일행들은 서로 눈치를 살폈다. 그래도 100만 달러보다는 200만 달러에 파는 게 더 낫지 않을까.
그들은 슬그머니 소년을 살폈고, 그 시선을 알아차린 소년이 피식 웃었다. 마치 그럴 줄 알았다는 듯한 냉소가 담긴 웃음에, 남자들은 가슴을 쿡 찔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난 100만 달러 이상 못 줘요. 대신에 30분 안으로 이 자리에서 바로 현찰로 줄 수 있는데. 아, 이제 25분 남았네. 돈 가지고 오려면.”
“들었나? 자네들, 저 짐승을 나한테 200만 달러에 넘기게. 더 생각할 것도 없어.”
그들의 마음이 슬그머니 돌아서려는 순간, 소년이 다시 한 번 찌르고 들어왔다.
“근데 아저씨, 이 자리에서 200만 달러 바로 현찰로 준비해서 줄 수 있어요?”
“뭐, 뭣?”
“없잖아요. 지금 돈. 한 며칠 뒤에 주려던 거 아니에요?”
콜론은 순간 당황했다. 소년의 말이 사실이었기 때문이었다. 어떤 바보가 200만 달러씩이나 집에 쌓아두고 살겠는가. 돈에 눈먼 강도를 불러들이기 딱 좋은데.
소년의 말과 콜론의 당황한 태도에 빈민들의 표정이 다시금 달라졌다.
소년은 비웃음을 머금고 말했다.
“처음부터 1,000달러로 후려쳐, 내가 100만 달러 준다니까 이제 와서 부랴부랴 200만 달러로 올려, 지금 이 자리에서 줄 수 있냐니까 그것도 안 돼. 이런 사기는 어린아이도 안 당하겠네.”
“도련님한테 팔겠습니다!”
“잘 생각했어요. 이제 20분 정도만 기다리면 돼요.”
콜론은 질 수 없단 마음에 뭐라고 입을 열려고 했지만, 이번에는 하보리자가 가만있지 않았다.
“저분 말대로, 지금 이 자리에서 200만 달러 줄 수 있나요?”
“…….”
그렇게 콜론은 격침당하고 말았다.
약속한 시간이 채 지나기 전, 멀리서 거친 헬기 로터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바라보니 이중 로터를 단 군용 헬기 3기가 날아오고 있었다.
그걸 보고 빈민들은 소년한테 더욱 믿음을 품었다.
적당한 곳에 착륙한 헬기에서 방탄복을 입은 군인들이 우르르 내렸고, 마지막으로 정장을 입은 흑인 남자가 내렸다.
소년은 그 남자를 향해 거침없이 다가갔고, 흑인 남자가 소년을 보고 입을 열었다.
“혹시 네가 괴수를 팔겠다고 한 사람이니?”
“네, 맞아요.”
“한 번 확인해보마.”
남자가 괴수 사체로 다가왔다. 빈민들은 멀찌감치 물러서서 어떻게 되나 하고 조마조마해서 지켜봤다.
괴수 사체를 유심히 살핀 남자가 손에 쥐고 있던 서류 가방을 열어 소년에게 내용물을 보여 주었다.
“200만 달러다. 이건 이제 우리가 가져가마.”
“고맙습니다.”
“근데 이 괴수, 아무래도 네가 잡은 것 같지는 않구나.”
“지역 유지한테 1,000달러에 후려치기 당하는 것보다는 중개수수료 100만 달러 물고 200만 달러에 파는 게 낫지 않나요?”
소년의 당돌한 말에 남자는 묘한 표정을 짓고 바라보다가 가방을 닫고 내밀었다.
“자, 이제 이건 우리 것이다.”
“네.”
거래를 마친 소년은 기대감에 찬 빈민들에게 돌아왔다.
소년은 그들 앞에 보란 듯이 가방을 열어 가득 담긴 고액 달러 지폐 뭉치를 보여 주었다. 빈민들은 엄청난 액수의 달러 현찰을 보고 환호를 내질렀다.
“약속한 대로 여기 100만 달러.”
소년은 가방에서 정확히 100만 달러를 꺼내 빈민들에게 건넸다. 돈을 받아든 하보리자는 그제야 정신이 들어서 외치듯이 물었다.
“도련님은 대체 누굽니까? 이게 어떻게 된 거죠? 혹시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이봐요, 아저씨. 돈 생겼다고 물 쓰듯이 마구 쓰지 말고, 인터넷 되는 핸드폰부터 사요.”
소년은 핸드폰을 꺼내 영상 하나를 틀어 주었다.
제니스 컴퍼니 류이한 사장이 괴수 사체 공개 매입 발표를 하는 장면이었다. 화면 하단에는 자막이 재생되고 있었다.
옹기종기 모여서 영상을 보고 난 빈민들은 그제야 방금 헬기를 타고 온 이들이 누구인지 어렴풋이 깨달았다. 바로 이 영상에서 나오는 사람이 보낸 것이리라.
“근데 이 사람은 누구인데 왜 그런 죽은 짐승을 그렇게 큰돈을 주고 사는 건가요?”
누가 궁금하다는 듯이 물었지만, 소년은 대답 대신 옅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더 이상은 볼일이 없다는 듯이 등을 돌렸다.
100만 달러가 든 가방을 쥔 소년이 터덜터덜 멀어지는 모습을 멍하니 바라보던 하보리자가 큰 소리로 외치며 뛰어갔다.
“사장님! 사장님! 잠시만요!”
소년은 우뚝 멈춰서 하보리자를 돌아봤다. 하보리자는 숨을 헐떡이며 소년 앞에 고개를 숙였다.
“저희 마을을 이끌어 주세요. 부탁드립니다!”
“…….”
“사장님은 어린 나이인데도 아는 것도 많으시고, 똑똑하시고, 또 베풀 줄도 아는 분입니다. 부탁합니다! 부디 저희를 이끌어주세요!”
소년은 잠시 입을 다물고, 하보리자 뒤의 일행들한테 시선을 던졌다. 그들도 하보리자의 뜻에 공감하는지 땅에 털썩 엎드리고 두 손을 머리 위로 들어 올린 채 빌기 시작했다.
한참 후에 소년이 드디어 입을 열었다.
“좋아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저어…… 전 하보리자라고 합니다. 사장님은 이름이 어떻게 되시나요?”
“쿠알이라고 불러줘요.”
“호오, 결정체 발전기를 만들었다고요?”
“그렇습니다.”
지모의 보고에 유지웅은 한껏 흥미를 보였고, 지모는 더욱 신이 나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결정체의 입자 붕괴 반응을 통해 열에너지를 발생시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방식입니다.”
“입자 붕괴 방식? 그거 잘못 하면 결정체가 큰 폭발을 일으킬지도 모르는데, 괜찮은 건가요?”
유지웅의 지적에 지모는 속으로 ‘역시!’라고 저도 모르게 감탄했다.
“발명자의 설명에 따르면 결정체는 이런 반응 속도가 급격히 일어날 수가 없는 입자 구조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적어도 이 발전 방식으로 큰 폭발이 일어나지는 않는다고 장담했습니다. 일정한 양의 열을 지속적인 속도로 천천히 뿜어내는 반응이죠.”
“흐음.”
유지웅은 턱을 쓰다듬으며 생각했다.
‘원래 그랬었나?’
그가 알기로 결정체는 얼마든지 무기로 이용할 수 있다.
큰 에너지를 지녔다는 것은 달리 말하면 위험한 폭발물로 활용할 수도 있다는 뜻이므로.
다만 결정체는 고도로 안정화된 물질이라서 급격한 폭발 반응을 유도하는 게 매우 까다롭고 어려웠다.
개발도상국에서 어쩌다가 일어나는 결정체 폭발은 일부러 유도한 게 아니라, 천문학적인 불운이 어쩌다가 맞아떨어져서 일어난 사고가 대부분이었다.
쉽게 말하자면 원하는 수준의 고효율 폭발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최첨단 제어 기술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아직 그 정도 기술은 안 되는 건가? 하긴, 지금은 결정체 제어 기술이 막 개발되기 시작한 초기니까.’
“때문에 이 장치는 기존의 화력, 원자력 발전소 등 물을 끓여 터빈을 회전하는 방식의 모든 발전소에 즉각 적용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반응이 끝난 후에는 아무것도 남지 않습니다. 결정체는 순수한 열에너지로 돌아갑니다.”
“친환경 전기에너지군요. 하긴, 그게 바로 결정체의 가장 큰 장점이지요.”
유지웅이 기억하기로, 초기에 발전 시스템은 결정체를 이용해 물을 끓이는 방식이었다.
나중에는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과정을 생략하고, 결정체가 곧바로 전기로 전환되는 방식이 개발된다.
‘그게 얼마나 걸렸지? 한 40년 걸렸나? 50년? 잘 기억이 안 나네.’
결정체로 물을 끓여 터빈을 돌리는 1세대 방식이기는 하지만, 환경오염이 전혀 없다는 점에서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은 전혀 명함을 내밀지 못한다.
“발전 단가는 어떻게 되죠?”
“놀라지 마십시오. 화력이나 원자력 발전과는 비교도 안 될 만큼 쌉니다. 1kWh의 전력을 원화로 겨우 20~25원에 생산할 수 있습니다. 참고로 현재 한국 원자력 발전의 생산 단가가 53원입니다.”
“오, 좋은데요. 누가 발명한 기술인가요? 언제 한 번 만나서 빨대, 아니 밥 한 번 사고 싶군요.”
“캘리포니아 공과대학의 휘버 교수라는 분입니다.”
“딸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