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93)
— —
“198만 달러요?”
장태준의 안색이 대번에 밝아졌다. 원화로 19억 8천만 원이나 되는 거액이 성과급으로 지급된다니.
“네, 세부적인 기여도는 자세히 측정해봐야겠지만 사무장님의 기여도가 80% 이상으로 나올 것 같습니다. 축하드립니다.”
“이야, 축하드립니다. 한턱 쏘셔야 하는 거 아닙니까?”
여기저기서 축하가 쏟아지자 장태준은 머쓱해서 가만히 볼을 긁었다. 거액이 생겼다는 것이 잘 실감나지 않았다.
“사무장님, 유지웅 의장님께서 찾으십니다. 지금 바로 제니스 팰리스로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알았어요. 바로 출발할게요.”
금의환향의 기쁨을 나눌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장태준은 사람들의 축하를 뒤로 한 채 서둘러 자신에게 배정된 전용 헬기를 찾았다.
제니스 팰리스에 도착한 그는 미리 기다리고 있던 유지웅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고생하셨어요, 장 팀장님.”
“모두 염려해주신 덕분입니다.”
“원거리 탱킹이라는 발상을 생각해낼 줄은 정말 꿈에도 몰랐어요. 미리 알려주지도 않, 아니아니, 그런 획기적인 전략을 떠올릴 줄은 상상도 못했어요. 정말 장 팀장님은 레이드 전술의 천재입니다, 천재.”
“의장님.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사실은…….”
장태준은 2차 켈루자 레이드에서 보고 들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이야기가 길어질수록 유지웅의 얼굴이 조금씩 심각해졌다.
“흐음…… 원래는 35짜리 괴수가 두 번째는 100 이상이 나왔고, 핵탄두를 먹은 게 확실하다라……. 역시 핵물질을 흡수해서 더 강해진 게 맞는 것 같군요.”
“하지만 방사능은 검출되지 않았습니다.”
“간단합니다. 결정 에너지가 방사능 물질을 분해해서 완전히 동화시켜버린 거죠.”
“그런 게 정말 가능합니까?”
“물론입니다. 결정체는 만능이에요. 이 세상에서 못하는 게 없습니다. 죽은 사람 살려내는 것만 빼고 말이죠.”
“…….”
“그래도 다행이네요. 이제 미국이 핵 폐기에 더욱 박차를 가하게 될 테니까요. 세계적으로 원자력 발전소도 폐기할 수밖에 없을 테고, 그럼 결정체 산업이 자리 잡는데도 큰 도움이 되겠어요.”
장태준은 그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유지웅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말을 이었다.
“괴수가 그저 핵물질에 끌리는 정도가 아니라, 핵물질을 흡수하고 난 뒤 더욱 강해진다는 게 드러났잖아요? 이제부터는 미국이 적극적으로 핵물질 폐기에 나설 겁니다. 무기뿐만 아니라 연료까지도 말이죠.”
“IAEA(UN 휘하 국제원자력기구)의 역할이 새롭게 달라지겠군요.”
결국에는 범세계적으로 진정한 의미에서의 핵감축이 필요하게 된다. 지금 유지웅은 그걸 말하고 있었다.
장태준은 문득 묘한 의문이 들었다.
괴수의 출현은 과연 인류에게 해악이기만 한 것인가? 이익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가?
‘티라노는 예루살렘 근처에 자리를 잡고 주변을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그 덕분에 팔레스타인―이스라엘 내전은 완전히 중지됐고,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는 더 이상 나오지 않는다.’
티라노의 존재는 과연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에 있어서 해악이기만 한 것일까?
‘미국은 켈루자 덕분에 핵미사일 기지에 큰 위협을 받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핵을 완전히 철폐해야 한다는 압박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었다.’
이런 변화는 범인류적으로는 좋은 현상이 아닌가?
‘괴수의 존재는 분명 생존을 위협하지만, 안정적으로 사냥할 수만 있다면 무결점 자원인 결정체를 얻을 수 있다.’
불현듯 장태준은 얼마 전 유지웅이 세계를 향해 선포했던 것을 떠올렸다.
바로 결정체 비축 물량은 범지구적인 비상 상태를 위해 전략적으로 비축만 할 뿐, 시중에 풀지 않겠다는 선언이었다.
‘혹시?’
장태준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그를 보았다.
설마 레이드 활성화를 위해 일부러 그런 선언을 한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퍼뜩 스쳤다. 재배로 공급되는 결정체 물량이 부족하면 인류는 결국 레이드 활성화에 박차를 가할 수밖에 없으니.
실제로 지금 그런 현상이 벌어지고 있지 않은가?
“그리고 그 무인전투기 말인데요. 제 생각에는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거 같습니다.”
유지웅이 스카이비에 관해서 넌지시 말하자 장태준은 조용히 집중했다.
“브라우, 아니 신수는 인류에게 우호적인 생명체입니다. 제가 보기에는 틀림없어요. 때문에 신수의 영향을 받아 괴수가 된 스카이 가디언이 추락하는 항공기를 구하는데 자기 모든 것을 쏟아 붓고 있는 겁니다.”
“무인전투기도 동일하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렇죠. 아무래도 같은 밭에서 태어났으니까 같은 성향을 지니고 있지 않겠어요? 미국 공격대가 전멸 위기에 처하자 곧바로 나타나서 구해준 게 바로 그 증거입니다.”
장태준은 유지웅의 말에 살짝 납득했다. 한편으로는 묘한 의문이 생겼다.
‘태도가 너무 자신이 넘치시는데…… 추측이 아니라 마치 이미 알고 있는 걸 설명하는 것처럼…….’
에이, 설마. 그건 아니겠지.
장태준은 고개를 흔들어 괜한 의심을 떨쳐냈다.
어쨌든 진정한 핵 감축의 필요성에 대한 비전을 들은 것만으로도 시야가 확 트인 느낌이 들었다.
장태준은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불현듯 생각나서 유지웅에게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 의장님, 감사드립니다.”
“뭐가요?”
“사무국 직원들한테 들었습니다. 연합에 성과급 제도가 있다고요. 덕분에 우리 출장팀이 이번 미국―캐나가 출장에서 198만 달러의 인센티브를 받게 되었습니다.”
“인센티브?”
유지웅이 잘 모른다는 듯이 되물었다. 장태준은 충분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 연합 급여 규정까지 그가 일일이 챙긴 것은 아닐 테니까.
“네, 레이드 지휘 대행 대가로 미국과 캐나다에서 연한에 지급한 돈이 있는데, 그 중에 저희 몫도 있었습니다.”
“그런가요. 미국하고 캐나다가 짜긴 정말 짜네. 성과급이 198만 불 밖에 안 된다니…….”
‘인센티브를 짜게 잡아서 대충 절반 떼어줬다 치면, 그럼 총 400만 불도 안 준 거야? 두 나라 다 너무하네. 그렇게나 돈이 없나?’
유지웅은 인센티브 비율이 한 50% 정도 되는 줄 생각했다.
제니스 팰리스를 나선 장태준은 곧바로 담성그룹 임원이자 실제로는 유지웅의 오른팔인 김범석에게 전화를 걸었다.
“김 이사님. 저, 장태준입니다.”
「아, 장 팀장. 미국은 잘 다녀왔습니까?」
김범석은 생각보다 반갑게 전화를 받았다. 진심 어린 목소리에 장태준은 마음이 편안해졌다.
“염려해주신 덕분에 별 일 없었습니다. 저, 그런데 김 이사님께 여쭙고 진행하고 싶은 게 있어서요.”
「뭔가요? 편하게 말씀하세요.」
“이번에 미국에서 레이드를 하면서 느낀 바가 많았습니다. 정말 좋은 장비를 쓰고 있더군요. 그 장비들을 구매했으면 하는데…….”
「뭐가 문제인가요?」
“장비가 하나같이 너무 고가입니다. 제대로 된 세팅을 맞추려면 몇 백억 정도로는 어림도 없을 듯합니다. 무엇보다 미군의 전략물자라서 구매하려면 아무래도 의장님 선에서 결재를 받아야 될 것 같은데…….”
그 부분에서 김범석은 낮게 웃음을 터트렸고, 장태준은 잠시 말을 멈췄다.
「후후후……. 이거이거, 우리 장 팀장님. 그렇게 순진한 질문을 하시면 제가 자꾸만 놀리고 싶어지잖습니까.」
“김 이사님?”
「걱정 말고 마음껏 지름, 아니 결재의 축복을 누리세요. 그분은 0이 많으면 많을수록 기뻐하실 겁니다. 제가 장담합니다. 부디 우리 고귀한 주인님께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안겨드리시길…….」
통화를 끊고 장태준은 잠시 황당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내려다봤다. 설명하기 힘든 묘한 감정이 가슴을 메운다.
“나…… 제대로 된 길로 가고 있는 게 맞는 건가.”
힘없이 중얼거리던 장태준은 일단 노트북을 꺼냈다.
흔들리는 헬기 안에서 그는 유지웅 앞으로 전달될 구매결재요청서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이동을 위한 장갑차…… 그리고 장갑차를 싣고 장거리 비행을 할 수 있는 수송기도 있어야 하고…… 아! 그 극초고속 카메와 호버링 가능한 무인드론은 꼭 사달라고 해야지.”
구매목록을 작성해나가는 그의 얼굴은 어느덧 그 자신도 지어본 적 없는 뒤틀린 기쁨으로 변질돼 있었다.
정작 그는 모르고 있었지만.
「군사· 비군사적 완전 핵 폐기에 대한 필요성」
「부제 : 괴수 시대에서 핵의 위험」
두툼한 보고서가 앞에 놓이자 트럼프는 가만히 얼굴을 들어서 국방부 에드워드 장관을 바라봤다.
“설마 이걸 나더러 다 읽으라는 것은 아니겠지?”
“물론입니다. 이제부터 직접 말씀드릴 겁니다.”
“다행이군. 요즘 눈이 침침해져서 말이야.”
에드워드는 목청을 가다듬고 브리핑을 시작했다.
“켈루자는 본래 결정도 35 정도의 괴수였습니다. 하지만 핵탄두를 흡수하고 결정도가 100이 넘는 강력한 괴수로 성장했습니다. 현재 결정도 측정장비의 상한선이 100이라서 100 이상이라고만 막연히 추측하는 거지, 실제로는 1,000이나 10,000 그 이상일 수도 있는 겁니다.”
트럼프는 깍지를 낀 채 고개를 가볍게 끄덕였다.
“유지웅 의장은 괴수가 핵물질을 좋아한다고 일전에 밝힌 바 있습니다. 하지만 당시 우리는 크게 심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지금보다는 괴수가 훨씬 더 드물었고,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여기는 문제들이 산재해 있었기 때문입니다.”
에드워드는 표정 가득 열을 올렸다.
“하지만 이번 켈루자 레이드를 통해서 밝혀졌습니다. 진정으로 위험한 상황은 괴수가 핵물질을 찾아내서 흡수하는 것입니다. 신수에 의해 탄생한 드론 괴수가 아니었더라면 지금쯤 우리 미국이 어떤 피해를 겪었을지 감히 상상하기조차 어렵습니다.”
“나도 동의하네.”
“따라서 군사적, 비군사적 목적을 가리지 않고 핵물질의 완전한 폐기를 추진해야 한다고 봅니다. 이 정보를 전 세계와 공유하고, 다른 핵보유국과 손을 잡아 진정으로 완전한 핵 폐기를 밀어붙여야 합니다.”
에드워드는 주먹을 꽉 쥔 채 쐐기를 박았다.
“괴수가 더 강해질 수 있는 먹이를, 이 땅에 남겨둬서는 안 됩니다.”
트럼프는 테이블을 손가락으로 톡톡 두드렸다.
목표는 분명하지만, 그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 해야 할 게 산더미처럼 넘쳐났다.
먼저 다른 나라들에게 사태의 중대성을 알리고 공동 목표 의식을 배양시켜야 했다. 사안이 사안이니만큼 중간에 다른 생각을 하는 나라가 나와서는 안 된다.
핵보유국 간에 벌어질 다양한 이해관계의 충돌, 설득, 회유 등 치열하게 외교 능력을 시험할 때가 되었다.
하지만 그 모든 난관을 넘어서서 무사히 합의에 이르게 되더라도, 여전히 큰 문제가 남아 있게 된다.
‘핵물질을 어떻게 완전히 폐기하지?’
지금까지는 그냥 콘크리트로 두텁게 포장한 뒤 튼튼한 벙커 같은 곳에 보관했다. 반감기를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게 불가능하니, 그저 반영구적으로 보관하는 방법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하면 괴수들 입장에서 탐나는 식량창고가 될 뿐이다. 그렇다고 핵을 완전히 소멸시킬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미국.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핵을 보유한 국가.
트럼프는 벌써부터 골치가 지끈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