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297)
— 프리시즌 헬조선편 난투 —
정효주가 구상하는 보험은 본질적으로 공동체 구성원들이 위험을 분산하는 것이었다.
평소에 조금씩 돈을 각출한 다음, 뜻하지 않게 목돈이 필요한 경우가 생긴 사람을 위해 쓴다는 것이다. 물론 주택이나 차량 구매 같은 이익 실현을 목돈 지출은 제외된다.
어디까지나 수술비나 사고, 사망, 화재 등 예기치 않은 위험을 겪은 이들에 한해서 쓴다는 것이다.
민간 보험사도 물론 그런 역할을 수행한다.
하지만 민간 보험사는 본질적으로 기업. 공동체 위험 분산보다는 보험 판매를 통한 수익 극대화를 우선적인 목적으로 한다.
때문에 정효주는 수익 극대화를 일절 포기한, 위험 분산이라는 보험 순정의 목적으로 돌아가고자 하는 것이다.
수익이라는 목적이 빠지기 때문에 가입자가 내는 보험료는 훨씬 줄어들고, 혜택은 더 늘어난다. 민간 보험사들은 절대로 경쟁에서 이길 수 없게 된다.
“보험뿐만이 아니고 다른 사업들도 우리 제니스 타운에는 발을 못 붙이게 할 생각이야. 종합상사그룹 같은 걸 따로 만들어서 유통부터 통신, 금융, 보험, 교통, 택배 같은 것도 전부 우리 손에 놔둬야겠어.”
“좋은 생각이야. 난 찬성. 그럼 종합상사그룹을 아예 따로 만들려고?”
“제니스 컴퍼니 자회사 그룹으로 만들지, 뭐. 그게 관리하기도 편할 테니까.”
제니스 타운은 앞으로 적어도 삼천만 명 이상의 인구를 수용하게 된다. 국내 최대의 도시로 성장할 예정이니만큼 많은 기업들이 시장 진출을 위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유통, 쇼핑, 마트, 택배, 교통, 통신. 하다못해 영화 극장 같은 분야에서도 군침을 삼키며 지켜보고 있는 중이다.
정효주는 기존 기업한테는 그 어느 분야도 내줄 마음이 없었다.
기껏 제니스 타운이라는 맛있는 죽을 만들어놨는데, 개에게 나눠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럼 보험 진출은 그 시작인 거네?”
“응. 은행 쪽은 이미 자리를 잡은 것 같으니까 그 다음에는 보험 건드리는 게 나을 거 같아서.”
현재 제니스 타운은 이백만 명이 넘는 이들이 거주한다.
여기에 결정체 파편 판매 때문에 너도 나도 할 것 없이 제니스 저축은행에 계좌를 틀었다. 얼마 전 시작한 제니스카드 포인트 혜택 때문에 또 많은 이들이 제니스은행으로 주거래 은행을 갈아타기도 했다.
덕분에 기존 은행들은 많은 우량 고객과 예치금을 잃고 한껏 울상이었다.
유지웅이 문득 한숨을 쉬었다.
“언제 제니스 타운 다 짓고 건물 올리고 거주민 삼천만 이상으로 만들지. 시간이 정말 너무 촉박하네.”
“그러게. 시간을 돈으로 살 수 있다면 좋겠지?”
“지금 가진 모든 돈을 다 써도 좋아.”
물론 지금도 시간을 돈으로 사고 있는 것은 맞다.
제니스 타운은 거의 전 지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공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하루 3교대로 24시간 공사가 끊어지지 않고 진행되는 중이니까.
그 비용도 하나하나가 전부 엄청난 돈이다. 여기에 안전주의까지 고려하다 보니 돈은 곱절 이상으로 들어간다.
그렇게 돈을 많이 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좌에 여유 자금이 별로 남아나지 않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벌면 버는 대로 공사판에 죄다 족족 들어가고 있으니.
“일단 생각나는 대로 정리해서 류이한 사장님한테 보내 봐. 그래야 그 분이 종합상사그룹 자회사 집단을 꾸리시지.”
“알았어. 안 그래도 구상 정리되는 대로 그 분이랑 대면 좀 하려고.”
제니스 타운의 미래에 관한 구상을 도란도란 이야기하고 있을 때였다.
갑자기 박 실장이 서재 문을 열고 벌컥 모습을 나타났다.
“의장님!”
“어, 박 실장님? 왜 집까지 직접 찾아오신 거예요?”
“전화를 안 받으셔서요. 급한 일이 생겨서 뛰어왔습니다.”
“아, 무음을 해놨었네. 무슨 일인데요?”
“지금 북한에 켈루자가 나타났단 말입니다!”
“뭐요?”
유지웅은 그게 뭐 대수냐는 듯이 반응했고, 박 실장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말을 계속했다.
“출현 장소가 결정체 희토류 공장 인근입니다!”
“뭐요?”
이번에는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하지만 박 실장의 말은 아직 끝난 게 아니었다.
“한 개체가 아니라 두 개체입니다! 결정체 희토류 공장에서 2km 떨어진 지역, 서로 1km씩 떨어져 있다고 합니다!”
“아, 그럼 이야기가 다르지.”
북한에 지은 결정체 희토류 공장은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다.
당장 제니스 타운 공사대금 결제 때문에 돈이 없어 죽겠는데, 희토류 공장이 타격을 입으면 골치 아파진다.
“안 그래도 돈 없어서 죽겠는데, 희토류 판매가 끊기면 골치 아파져. 서둘러야겠네.”
유지웅은 툭툭 털고 일어나며 정효주에게 손을 내밀었다.
“효주야, 출동 시간이야.”
“저녁 먹기 전까지는 다 처리하고 돌아올 수 있겠지?”
“너랑 내가 한 마리씩 맡자. 귀찮은데 그냥 10분 컷하고 돌아올까?”
“안 돼. 남들이 보기에 너무 이상하잖아. 좀 귀찮더라도 1시간 컷 끊어.”
“딜러 20체제 공격대로 몇 시간 걸려서 잡는 놈인데, 어차피 1시간이나 10분이나 남들 눈에는 별 차이 없지 않을까?”
“그래도 10분이랑 1시간은 차이가 엄청 커. 그냥 내 말대로 해.”
“알았어. 그렇게 할게.”
박 실장은 둘의 대화를 들으면서 순간 정신이 멍해졌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는 거지?
‘설마 켈루자를 한 마리씩 단독으로 잡으려고?’
말도 안 된다. 미국에서 그 많은 레이더로 구성된 공격대로도 몇 시간씩 힘을 들여 잡은 놈인데?
지금 고용주가 제정신이긴 한 건지, 아니면 자신의 귀가 잘못된 건지, 박 실장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켈루자.
제한적 레이드 금지 괴수.
장태준이 ‘제한적 금지’라는 개념을 처음으로 선보인 바로 그 괴수였다.
국제공격대연합의 전술사무장인 그는 두꺼비 괴수 켈루자에 대한 평가에서 마지막에 이렇게 덧붙였다.
―가능하면 레이드를 피할 것.
―어쩔 수 없이 잡아야 한다면 희생, 혹은 전멸을 각오할 것.
―희생을 내기 싫다면 연합에 정식으로 지원 요청을 할 것.
어떤 이유에서인지 모르지만, 장태준은 일반 공격대가 레이드를 시도했다가는 반드시 피해를 볼 것이라고 단언했다.
그리고 전투 영상을 처음부터 끝까지 확인한 전문가들은 왜 그런 결론이 나왔는지 이해했다.
켈루자는 어그로 관리가 어렵고, 늘어나는 혀를 이용한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빠른 반격 tongue attack은 예측 자체가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장태준이 어떻게 해서 통 어택을 정확히 예측하고 대비를 했는지 제대로 된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장태준 사무장은 일부러 원거리 딜러로 하여금 어그로를 먹게 한 후, 통 어택을 유도했다.
―그 타이밍을 맞추는 것은 천부적인 감으로밖에 설명할 길이 없다. 장태준 사무장 역시 그 점을 이해하기에 레이드 제한적 금지라는 판정을 내린 것이다.
―원래 천재들은 자기가 당연하게 알고 있는 것을 남들에게 설명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자기 입장에서는 너무 쉬운 건데 그것을 이해 못하는 타인을 당혹스럽게 여긴다. 장태준 사무장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 켈루자가 두 개체나, 그것도 북한의 결정체 희토류 생산 공장 근처에 나타났다.
당연히 황백호는 크게 놀라서 급히 유지웅에게 연락을 넣었다.
유지웅은 걱정과 우려에 가득한 그를 안심시켰다.
“걱정하지 마세요, 통령. 지금 저와 효주가 북한으로 열심히 날아가고 있습니다. 한 30분 정도면 도착할 것 같네요.”
「그걸 쓸 겁니까?」
그것. 보호막 능력을 넌지시 돌려 말하는 것이다.
무선 통신은 아무래도 감청의 우려가 있다 보니 보호막 능력이란 단어를 직접 언급하기에는 꺼려졌다.
“아닙니다. 그냥 저와 효주가 한 마리씩 나눠서 잡을 겁니다. ‘그걸’ 쓸 필요조차 없어요.”
「가능합니까?」
“물론이지요. 통령, 제가 누굽니까? 세계 최고의 원거리 딜러인…….”
「바로 유한조, 당신이지요. 총리, 아니 유한조. 저는 당신만 믿겠습니다.」
“아놔. 또 유한조라고 하시면 어떡합니까.”
아무튼 유지웅은 어렵지 않게 황백호를 안심시켰다.
북한의 최고권력자인 황백호는 북한에서 제일 중요한 기간산업인 희토류 생산업이 타격을 입는 것을 극도로 두려워했다.
유지웅과 정효주를 태운 수직이착륙기는 어느덧 켈루자가 출현한 지점 상공에 도착했다.
두 개에는 과연 희토류 공장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를 잡고 있었다. 또 서로 간의 거리가 1km 정도 밖에 되어 보이지 않았다.
“어느 쪽을 맡을래?”
“난 왼쪽.”
“알았어. 그럼 내가 오른쪽을 맡을게.”
“명심해. 한 시간 컷이야. 그보다 더 짧게는 안 돼. 지금부터 시간 잴 거야.”
“알았어, 알았어.”
유지웅과 정효주는 주먹을 쥔 채 가볍게 부딪치며 서로의 건승을 빌었다.
수행을 위해 따라온 박 실장은 도대체 지금 이 상황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설마 정말로 혼자 잡으실 겁니까? 두 분이 각자?”
“담성&중화 연합공격대도 실패한 블랙캣도 혼자 잡았는데 저런 거 한 마리 혼자 못 잡을 것 같나요?”
“하지만 켈루자는 블랙캣보다 월등히 어려운 괴수 아닙니까! 장태준 사무장도 제한적 레이드 금지라고 했습니다!”
“그 제한적이라는 조건 잘 보세요. 연합에 정식으로 지원 요청을 할 것, 이라는 말이 있잖아요.”
“그건 장태준 사무장의 레이드 지휘 대행을 요청하라는 의미 아닌가요?”
“그것도 있죠. 하지만 연합은 바로 저와 효주가 있습니다. 지원 요청을 하라는 의미는 그 사실에도 있는 겁니다.”
그 말을 마치고 유지웅은 훌쩍 뛰어내렸다. 낙하산도 없이 그대로 떨어져 내리자 박 실장은 기겁해서 소리를 지를 뻔했다.
“박 실장님, 레이드 보도 잘 부탁해요.”
정효주도 생긋 웃고는 그대로 뒤로 넘어지듯이 아래로 뛰어내렸다.
「빅브라더가 켈루자 1인 레이드에 도전하신다! 지금 방송 켜졌음!」
「뭐? 그게 정말이야? 얼른 접속해야겠다.」
「이거 1인칭 시점 캠이잖아? 레이드 도중에 캠 박살나면 방송 그대로 꺼지는 거 아님?」
「걱정하지 마셔. 그럴 때를 대비해서 지웅이 형님이 무인 드론으로 항공 촬영하는 3인칭 시점도 있으니까. 채널 2개니까 원하는 대로 골라서 선택하면 됨.」
「아, 난 3인칭 시점으로 봐야겠다. 1인칭은 아무래도 멀미가 나서 안 될 듯.」
무인 드론 3인칭 시점의 진짜 목적은 사실 3D 게임 멀미유발자들을 위한 배려였지만, 그걸 아는 시청자는 전혀 없었다.
다들 1인칭 캠이 부서질 것을 대비한 보험이라고만 생각했다.
「근데 아무리 빅브라더라 하더라도 켈루자 1인 레이드는 너무 무모한 거 아닌가?」
「심지어 정효주 사모님도 같이 도전. 켈루자가 2개체거든.」
「뭐? 그게 정말이야?」
「정말이다. 정효주 사모님 레이드도 빅브라더 채널에서 실시간 송출한다. 방송국 홈페이지 가면 확인할 수 있음.」
시청자들은 기대 반, 걱정 반으로 전투 영상을 시청하기 시작했다.
적당한 거리를 벌린 유지웅이 화살 공격을 날리는 것으로 드디어 전투가 시작되었다.
켈루자는 그 자리에 웅크리고 앉은 채 유지웅을 바라보기만 했다. 단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는 것에 시청자들이 의아하게 여길 무렵이었다.
「으악! 통 어택이다!」
「헐, 저걸 피하셨어!」
「아니, 저게 가능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