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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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 있다.
브라우니는 선선히 대답해주었다.
트럼프는 수행원들이 일제히 긴장하는 것을 느꼈다.
스카이가디언, 본래 B-747 기종의 민항기였다가 이제는 전 세계의 항공 구조기가 된 전무후무한 존재.
일단 괴수로 분류되고 있긴 하지만 어느 누구도 스카이가디언을 해로운 존재라 여기지 않는다.
이미 헐리우드에서는 스카이가디언을 테마로 한 블록버스터 영화가 제작되고 있는 중이었다. 제작비가 무려 5억 달러나 된다고 한다.
또, 스카이가디언과 연관이 없어도 작중에 스카이가디언을 카메오처럼 등장시키는 것이 현재 헐리우드의 추세다.
그만큼 스카이가디언은 전 세계인, 특히 미국인들의 뇌리에 강렬한 감동과 인상을 남겼다.
심지어 지금 이 순간에도 스카이가디언은 위기에 처한 항공기를 구하기 위해 쉬지 않고 날아다니고 있는 중이다.
―그놈은 내 힘에 노출되었다. 그 덕분에 전혀 다른 존재로 거듭날 수 있었지.
트럼프는 바짝 긴장한 채 브라우니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를 비롯한 참모들이 가장 궁금하게 여겼던 것.
스카이가디언의 탄생은 의도적인가, 우연인가.
지금 이 순간 그 비밀이 한꺼풀 벗겨질지도 모른다.
―그놈을 구조할 때, 나는 느낄 수 있었다. 그놈은 비록 기계지만 그 순간만큼은 생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강한 의지를 품고 있었다.
“의지?”
―바로 자기가 태우고 있는 사람들을 구출하고 싶다는 강렬한 의지였다.
“아……!”
트럼프는 순간 가슴이 떨렸다. 비록 오랜 연륜에 닳고닳은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벅차오르는 감동을 억누르기 힘들었다.
아마 인간이라면 누구나 비슷한 감정을 품지 않을까. 만찬을 보조하는 다른 이들도 전부 비슷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기계가 그런 의지를 지니게 되는 것 자체가 대견한 것이지. 그래서 나는 놈에게 내 힘의 일부를 조금 나눠 주었다. 그 덕분에 놈은 새로운 존재로 거듭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래서 항상 추락 위기에 처한 항공기를 구하러 다니는군요.”
―그렇다. 아마 놈은 비행기 추락 사고에 관해서만큼은 30분 전에 미리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을 얻은 것 같다. 대단한 일이지. 생명을 살리고 싶다는 의지만으로 일부지만 예견의 권능마저 얻게 된다는 것은…….
“스카이가디언은 얼마나 더 활동할 수 있을까요?”
―파괴되기 전까지는 무한히. 놈은 활동에 필요한 에너지를 스스로 합성할 수 있고, 파괴된 신체를 수복할 수도 있다. 그리고 노화라는 개념도 없지.
다들 소리 없는 탄성을 터트렸다.
그렇다면 스카이가디언은 이론상 반영구적으로 활동할 수 있다는 말이지 않은가.
그 뒤로도 참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특히 트럼프는 브라우니가 살아온 연혁, 인간을 바라보는 시점, 그리고 평화에 대한 관점을 듣는 귀중한 경험을 누렸다.
다른 이들에게도 오늘 이 만찬은 두고두고 잊지 못하는, 영원한 추억이 될 것이다.
―내게 있어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다르다. 인간은 나에 비할 정도는 아니지만 지성이라 할 만한 능력이 있고, 그것을 집단화할 수 있는 유일한 종이다. 때문에 나는 오랫동안 인간의 생태를 관찰해왔다.
―지금의 문명이 이만큼까지 발달하기 전, 나는 몇 번 인간사에 모습을 드러낸 적이 있었다. 지금도 그 흔적이 전 세계에 신화나 종교, 역사로 변질되어 남아 있다. 나는 신으로 추앙받기도 했고, 신의 대리인이나 사자로 숭상받기도 했다.
―언제인지 기억이 나지 않으나, 더 이상 인간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1만 년 전인지 2만 년 전인지 세어보진 않았다.
너무 긴 시간이라서 잊어버린 줄 알았다. 하지만 전혀 그런 게 아니었다.
―너희 인간들은 물을 무심코 마신 게 1분 전인지 2분 전인지 일일이 측정하고 있나?
“…….”
―나는 지구가 태어난지 얼마 안 되는 시절부터 존재해왔다. 그에 비하면 인류가 지구를 차지한 것은 시기적으로 얼마 되지 않는다.
“혹시 지금의 문명 이전에도 이만큼 발달한 문명이 존재했었습니까?”
―몇 번 있었지. 마지막에는 서로 싸우다가 문명이 멸망하곤 했다. 이번에도 너희 인류는 문명을 망가뜨린 무기를 결국 개발하고 말았더군.
트럼프는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뉴클리어 웨픈…….”
―이번에는 언제 그 시기가 닥쳐올 것인지 지켜보고 있다.
“우리 인류가 결국 핵전쟁으로 문명을 잃어버린다는 뜻입니까?”
―지금까지 계속 그랬었으니, 이번에도 그러지 않겠나?
“…….”
트럼프는 일순 말문이 막혔다. 아마 다른 이들도 심정적으로는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이전에도 여러 문명이 존재했었다는 언급. 그 자체는 크게 놀랍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의 인류 문명이 언젠가는 핵 전쟁으로 붕괴한다고 단정 짓는 것이 숨을 막히게 했다.
그것은 예측이나 예언이 아니었다.
몇 번이고 반복된 과정을 지켜봐온 존재의, 지루함이 담긴 권태로운 스포일러였던 것이다.
이미 몇 번이고 정주행한 영화 시리즈의 결말을 미리 알고 있는 것처럼. 저 신수에게는 핵 전쟁으로 인한 인류 문명의 붕괴가 그러했던 것이다.
“인류가 그것을 피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합니까?”
그 질문에 브라우니는 잠시 큭큭 소리를 내며 웃었다.
묘한 울림이 담긴 듯한 웃음소리에 트럼프는 물론이고 어느 누구도 제대로 숨을 쉬지 못했다.
아득한 시간의 흐름을 지나온 존재가 풍기는 냉소는, 너무나 가볍게 마음을 얼어붙게 만들어버린다.
―벌써 몇 번째인가. 그 질문을 듣는 것이.
“…….”
―너희 인류는 정말이지 똑같은 반복을 좋아하는 것 같구나. 서글프면서도, 가련하도다.
어느덧 브라우니는 퍼플 결정체의 모든 에너지를 섭취했고, 퍼플 결정체는 희미한 잔상만을 남긴 채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그것은 마치 이제 헤어질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말해주는 듯해, 묘한 서글픈 느낌을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그때마다 나는 몇 번이고 같은 말을 했었다. 너희가 쥐고 있는 그 무기를 버리라고. 왜 너희를 멸망으로 몰아넣을 무기를 만드는 것이냐고.
“……신수시여.”
트럼프는 신음처럼 브라우니를 불렀고, 브라우니는 애처롭다는 듯이 머리를 가볍게 흔들었다.
―그 무기는 언젠가 반드시 너희 인류를 멸망시킨다. 다만 아직 때가 되지 않았을 뿐이다. 너희가 너희 스스로를 향해 발사하지 않더라도 그 무기 자체가 알아서 결국 파멸시킬 것이다.
“말해주십시오! 대체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트럼프는 강한 예감을 느꼈다. 신수는 지금 괜한 소리를 하는 게 아니었다. 분명히 무언가를 지켜보고, 그에 기반해서 한탄하듯 경고를 던지는 것이었다.
―쓰고 남은 찌꺼기를 땅에 묻었지. 영원히 새어나올 일 없는 봉인을 두른 채. 하지만 이 세상에 영원한 것이 어디에 있겠는가. 저 태양조차도 결국 영원하지 못하고 언젠가는 소멸하고 말지언데…….
“대체, 과거에 무슨 일이…….”
―천 년이었나. 이천 년이었나. 세월이 흘렀고, 그렇게 묻은 찌꺼기가 지각 활동으로 지하 깊숙이 들어갔다. 허나 지하의 압력을 이기지 못해서 마침내 봉인이 부서지고 말았지.
“그 봉인은 어느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습니까?”
미국 또한 핵 폐기물은 콘크리트와 납덩어리로 두껍게 감싼 뒤 핵 폐기장에 보관한다. 아마 과거 인류도 처리 방식 자체는 크게 다르지 않았으리라. 콘크리트와 납 대신 다른 것을 썼을 수는 있겠지만.
―1cm의 두께만으로도 포탄을 견뎌내는 금속이었지. 그런 금속으로 3미터 이상의 두께로 쌓아서 밀봉했다. 하지만 지하의 압력에서 그런 밀봉 따위는 종잇장에도 미치지 못한다.
모두가 눈을 크게 치켜 떴다.
지금 신수가 말한 대로라면, 현 인류가 만들어낸 그 어떤 금속과도 비교되지 않는 강력한 것이다.
―찌꺼기는 결국 새어나왔고, 지하 토양과 지하수를 오염시켰다. 찌꺼기가 품은 해로운 힘은 너희 인류는 물론이고 많은 생명을 파괴했다. 그 해로운 힘은 바다와 비를 통해 지구 어느 곳도 빠뜨리지 않고 퍼져 나갔지.
“…….”
―그 인류 문명은 알지 못했다. 자기들 조상이 오래 전에 파묻은 찌꺼기가 천년, 이천년 만에 자기들을 멸망시키고 있음을.
“그럴 수가…….”
―너희 인류가 그 무기를 완전히 버렸을 때, 나는 기뻤다.
―숨 한 번 쉴 만큼 짧은 시간 만에 다시 그 무기가 너희 인류를 망가뜨렸을 때, 나는 슬펐다.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 채 운명을 저주하며 죽어가던 너희 인류의 모습에, 나는 아팠다.
분위기가 숙연해졌다.
―일만 년이었나, 이만 년이었나. 내 기억으로 가장 오래 된 단일 문명이었지. 온 지구로 생활권을 넓혔고, 한때지만 가장 평화로운 시대를 구축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1, 2천 년 전에 봉인하고 잊어버린 핵 폐기물은 자신의 창조주와 그 후손들을 잊지 않았던 것이다. 연어가 폭포를 오르듯이 기어이 자신을 만들어낸 이들에게 되돌아왔다.
―그것이 섭리일지도 모르지.
“…….”
―내가 무슨 말을 한들 의미가 있을까. 너희는 그 무기를 완전히 버리지 않을 것이고, 설령 버린다 하더라도 언젠가는 너희의 후손을 멸망시킬 것이다. 그리고 극소수의 인류만이 살아남아 그전의 역사를 잊은 채 맥을 잇다가, 후에 다시 번성할 것이다. 그리고 또다시 너희는 그 무기에 손을 댈 것이고.
꾸짖는 것이 아니다. 강요도 아니다. 체념도 아니다.
그것은 한심함이기도 했고, 애처로움이기도 했으며, 권태이기도 했다.
―지금 문명 직전의 문명 역시 결국에는 동일한 무기로 멸망했었지. 그리고 살아남은 소수가 번성하여 다시 번성하고 쌓아올린 게 지금 바로 너희 문명이다.
트럼프는 입술을 깨물었다.
핵이라는 것이 그렇게 위험한 것이었다니.
철저히 관리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 존재하는 그 자체만으로도, 아니 세상에 존재하게 된 그 시점부터 이미 인류 멸망의 카운트다운은 시작되었던 것이다.
아직 떨어지지 않은 모래알이 남아 있고, 언제 완전히 비게 되는지 모를 뿐이다.
실제로 눈으로 지켜본 존재의 증언은, 트럼프는 물론이고 백악관 인사들의 머릿속에 이루 말할 수 없는 충격을 남겼다.
―……각하, 이걸 한 번 물어봐주십시오.
보좌관 중 한 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트럼프는 그의 부전공이 세계사라는 것을 기억해냈다. 그가 제시한 질문은 왠지 그것과 깊은 연관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귀공, 그렇다면 혹시 지금 수준 이상으로 발전한 문명이 핵무기가 아닌 다른 원인으로 멸망한 적도 있었습니까? 하나도 예외 없이, 결국에는 모든 문명이 핵으로 멸망했습니가?”
―단 하나, 예외가 있었다. 그 문명은 아마…… 지금 문명과 비슷한 수준으로 발전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비행기를 만들고 달까지 진출했으며, 위험한 무기에 손을 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지.
“그런데 어째서 멸망했습니까?”
트럼프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지금과 비슷한 수준에서 멸망했다면, 심지어 핵이 원인이 아니라면, 대체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지금 너희가 그 이유를 겪고 있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