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72)
— 프리시즌 헬조선편 성체를 찾아서 —
“혼란하구나, 혼란해.”
유지웅은 꿈틀거리는 새끼 지렁이or장어 괴수와 100여 개의 흰 알을 번갈아가며 멍하니 주시했다.
괴수가 번식을 하는 것 자체는 그리 놀랍지 않았다.
대부분의 괴수는 자연적으로 결정 에너지가 농축되어 탄생하긴 하지만, 간혹 스스로 번식을 하는 개체들도 있었으니까.
물을 결정 에너지로 오염시키는 원인을 기껏 찾아냈더니, 그게 괴수 알이었을 줄이야.
“근데 이건 어떤 괴수가 낳은 알이지?”
일단 남이섬과 아마존에서 동일한 알이 발견되었다. 그 말은 한국과 남미에 동시에 존재하는 괴수라는 뜻이다.
서로 멀리 떨어진 대륙들에서 동일한 괴수가 발견되는 것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남극에 사는 북극곰 괴수가 아프리카 오지에서 발견되는 일도 허다하다.
괴수의 생태계는 일반적인 환경 상식에 빗대어 생각해선 안 된다. 결정 에너지는 그 어떤 것이라도 가능하게 해준다.
일개 멸치였던 브라우니가 지금은 날개 길이만 2km에 달하는 거대한 맹금 괴수로 진화할 수 있었던 것도, 모두 결정 에너지 덕분이니.
“알이 부화하면서 결정 에너지가 흘러나와 물에 흡수되는 건데…… 뭐 그럼 납득이 가는구나.”
내핵과 이어진 균열에서 흘러나온 결정 에너지는 보통 대기권에 희미하게 존재한다.
그러다가 어떤 계기를 통해 생명체에 흡수되면서 점차적으로 농축된다. 대표적인 게 바로 괴수다.
물에 낳은 괴수의 알이 물을 결정 에너지로 물들게 한다는 것, 유지웅의 관점에서는 오히려 명확한 메커니즘이었다.
해결 방법도 크게 어렵지 않을 것 같다. 바로 이 알을 낳은 괴수를 찾아서 섬멸하면 된다. 그리고 해당 괴수가 생겨날 때마다 바로 족족 잡아서 족치면 된다.
그럼 시간이 지나면 물은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원래 뭐든지 간에 이론이야 쉽지.”
문제는 이 장어or지렁이 괴수의 성체가 뭔지 짐작이 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강바닥에 알을 낳아두긴 했지만 서식지가 강이 아닐 수도 있다.
당장 아마존에서는 늪지에서 알이 발견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일단 보내자.”
유지웅은 장어 새끼인지 지렁이 새끼인지 모를 놈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해서 DB서버에 올린 후, 세 박사들에게 단체로 확인하라는 톡을 보냈다.
「주인님, 지금 부화한 이 장어 새끼는 제가 기념으로 회쳐먹어도…….」
“안 돼. 다른 알들이 언제 부화할지 가늠할 수 없으니까 일단 이 놈은 잘 보관해야겠어.”
유지웅은 항공기를 지키고 있을 수행원에게 연락해서 양동이와 수레를 가져오라고 주문했다.
수행원이 가져온 양동이에 물을 담고, 수레에는 알을 실었다. 지시대로 이행한 수행원은 100여 개에 달하는 흰 알과 꿈틀거리는 어류 새끼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의장님, 이게 다 무엇입니까?”
“나도 몰라요. 이제부터 조사해봐야죠. 한 가지 확실한 건, 바로 이놈들이 팔당호를 오염시키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허어…….”
팔당호 오염의 원인이라는 말에 수행원은 더욱 심각한 표정으로 알과 어류 새끼를 이리저리 살폈다.
“맛있어 보이는군요. 숯불에 구워서 초장 찍어 소주 한 잔 하면 딱이겠습니다.”
“아, 진짜! 내 주변은 다들 왜 이래요!”
“죄, 죄송합니다. 저도 모르게 그만.”
“이래 보여도 괴수입니다. 먹으면 죽는다구요, 죽어요.”
엄밀히 말해서 죽는다기보다는 괴수 고기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옐로 몹의 사체는 정제해서 결정체로 만들고, 레드 몹 이상은 죽으면서 신체를 구성한 물질이 흩어지거나 결정체로 흡수되기 때문이다.
수직이착륙기를 타고 제니스 타운으로 돌아가는 길에, 브라질에서 급히 연락이 왔다.
얼마나 다급했으면 세 과학자가 한 번에 모여서 영상통화를 시도했다. 셋이 스마트폰 앞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있는 모습을 보니 뭔가 웃기다.
「의장님, 이게 어떻게 된 겁니까?」
「그게 괴수 알이었어요? 세상에, 지저스!」
「최 소장, 내가 뭐랬어요. 고열과 고질량 충격, 다이아 커터도 견뎌내는 경우는 우리가 알기로 괴수 방어막이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다. 저게 혹시 괴수의 방어막이 적용한 게 아닐까 하고 처음부터 의심한 건, 나만 그랬던 건가요?」
「새끼 모습 좀 보여주십시오. 아, 지금 그 양동이에 담겨 있는 건가요?」
「물지는 않습니까?」
「아, 이럴 때가 아니라 우리가 확보한 알 두 개도 언제 새끼가 부화할지 모르니 감시의 눈을 떼어선 안 되겠군. 24시간 동작 감지 센서로 지켜봐야겠어.」
“아, 좀 한 분씩 천천히 말하면 안 되나요? 정신없어 죽겠습니다. 방송하는 것보다 더 힘드네요.”
「…….」
「…….」
유지웅이 가볍게 힐난하자 조금 조용해졌다. 이제야 좀 분위기가 차분해졌다.
“일단 제 가설을 먼저 말씀드릴게요. 세 분은 제 가설을 토대로 검증 작업을 하셔도 되고, 아니면 제 가설을 부정하기 위한 다른 가설을 내세우셔도 됩니다.”
「가설이요?」
“네, 그래도 세계 최고의 괴수 전문가인 제가 최초 방향만큼은 잡아드리는 게 아무래도 수월할 것 같아서요.”
세 박사들의 눈빛이 진지해졌다. 그들은 한 마디도 놓치지 않으려고 귀를 쫑긋 세운 채 집중했다.
“먼저, 알에서 태어난 새끼가 지렁이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해서 성체도 반드시 비슷하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지렁이가 아니고 장어 새끼 같습니다만…….」
「맛있어 보이네요.」
“아오, 이거 먹는 게 아니라니까요! 결정도가 1이나 되는 엄연한 괴수 새끼인데 잘못 먹으면 죽습니다!”
정말 죽을까? 유지웅은 한 번 그 부분을 시험해봐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사람을 대상으로 그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무튼, 성체가 어떤 모습인지는 새끼 때 모습만 보고 미리 제한을 해서는 안 됩니다. 알고 보니 네 발 달린 들짐승으로 성장할 수도 있고, 아니면 날개 달린 맹금이 될 수도 있어요. 혹은 거북이 같은 모습이 될 수도 있죠.”
「유체와 성체의 모습에 일관성이 전혀 없어도 이상하지 않다는 뜻이군요.」
“네, 맞습니다. 그러니 제한을 둬선 안 됩니다. 그리고 다른 가설은…….”
세 박사들의 눈빛이 더욱 진지해졌다.
“물이 결정 에너지에 오염된 것은 번식을 원활하게 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겁니다.”
「물을 오염시킨 게 수단이다?」
「흐음, 결정 에너지가 일부러 빠져 나오게끔 할 이유는 사실 없지. 에너지는 생존에 필요한 자원이니까. 우리가 땀구멍을 통해 물을 배출하는 것도 열과 노폐물을 배출하기 위한 작용이지, 이유 없이 물을 내다버리는 게 아닌 것처럼. 결정 에너지를 굳이 내다버릴 이유는 없지.」
「알겠습니다. 무슨 말씀인지 잘 알았습니다.」
「좋은 가설을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가설이 옳든 그르든 앞으로 연구조사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네, 그럼 수고하세요. 퇴근할 생각은 마시고요.”
「네? 의장님, 그게 무슨…….」
유지웅은 통화를 종료했다.
수직이착륙기 한쪽에 고정한 수레 끄트머리에 앉은 브라우니가 조심스럽게 발 하나를 뻗어 알을 움켜쥐었다.
수탉만 한 몸집을 한 주제에 발 하나에 사과만 한 알 다섯 개를 모두 쥐었다. 참으로 대단한 집념이 아닐 수 없다.
흘끗 본 유지웅은 피식거리며 끄덕였다.
“그래, 처먹어라.”
브라우니는 강돈집을 향해 날아갔다. 오늘도 강돈집은 장사가 잘 돼서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상가빌딩 맞은편 가로수 꼭대기에 착지한 브라우니는 알을 허공에 둥실 띄웠다.
브라우니는 부리를 벌렸다. 곧 입안에서 푸른 불꽃이 뿜어져 나오며 알을 달구기 시작했다.
알 표면이 빠르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열을 견디지 못하고 바싹 구워지고 있는 것이다.
3,000도의 열과 다이아 커터도 견뎌내는 괴수 방어막이 흐르고 있지만, 화이트 등급 괴수의 불꽃 공격은 견딜 수 없다. 결국 결정도 20짜리 알 아닌가.
어느새 알은 바짝 구워졌다.
브라우니는 그렇게 알 두 개는 바짝 굽고, 알 세 개는 날 것으로 한 채 다시 발로 움켜쥐었다. 그리고 푸드득 날아서 가게 입구로 향했다.
“응? 브라우니 아니야?”
구이용 숯불을 바쁘게 운반하던 사장 강서우가 브라우니를 보고 멈칫 했다.
“왜 혼자야? 네 주인, 아니 의장님은 어디 가고?”
그런다고 말을 알아들을 리가 없지만, 강서우는 마치 사람을 대하듯이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그래도 이 가게 최고의 VIP 아닌가.
브라우니는 허공에서 파드득거리며 고개를 흔들었다. 강서우는 갸웃거리다가 물었다.
“혹시 가게에 들어가려고 그러는 거니? 의장님이 먼저 가서 자리 잡으라고 시키셨어?”
끄덕끄덕.
마치 말을 알아듣는 것처럼 고개를 위아래로 흔들자 강서우는 조금 당황했다.
‘브라우니가 정말 영물이기는 한가 보구나.’
유지웅이 애지중지 키우는 반려조이니 그만큼 영특한 동물인 게 맞겠지?
강서우는 문을 열어주었고, 브라우니는 푸드득 날아 들어가 빈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다.
“브라우니! 거기는 단체석이야!”
강서우가 놀라서 뒤따라 들어가며 말렸지만, 이미 브라우니는 12인 단체석 테이블의 모든 뚜껑을 열어젖힌 뒤였다. 마치 얼른 모두 숯불을 넣으라는 듯이.
‘단체손님이 오는 건가?’
그렇게 생각하자 브라우니의 행동이 이해가 되었다. 한편으로는 새가 저렇게까지 똑똑할 수 있는가 신기했다.
‘보더콜리도 저 정도는 아닐 텐데.’
수백 개 이상의 단어를 알아듣고 기억하고, 명사와 동사까지 구분한다는 똑똑한 견종, 보더콜리. 브라우니의 지능은 설마 그 이상이란 말인가?
“어, 그럼 일단 주문은…….”
휘리릭! 날아오른 브라우니가 빌지를 발톱으로 낚아챘다.
볼펜까지 낚아챈 브라우니는 볼펜을 잡고, ‘양념돼지갈비’에 正자를 20개, 그리고 소주에 正자를 2개 슥슥 적어나갔다.
빌지를 돌려주자 강서우는 설마 하고 내용을 확인하고는 깜짝 놀라서 브라우니를 돌아봤다.
“서, 설마 양념갈비 100인분, 소주 10병을 주문한 거야?”
끄덕끄덕.
“브라우니, 너 글자를 읽을 줄 아는 거니?”
끄덕끄덕.
강서우는 하마터면 뒤로 넘어질 뻔했다. 아니, 새가 글자를 읽고 사람 말을 알아듣고, 볼펜으로 주문까지 적어 넣다니.
正으로 주문 수량을 표기한 걸 봐서는 수에 대한 개념, 그리고 한자에 대한 개념마저 있는 게 분명했다.
‘어, 엄청나! 대단해!’
“브라우니, 잠시만 기다리거라. 내가 곧바로 숯불부터 가져오마!”
강서우는 재빨리 숯불을 가져왔다. 12인승 단체석 3개의 화로에 숯불을 넣고 불판을 올렸다. 그 사이 주방에서 주문한 양념갈비와 밑반찬, 소주를 가져왔다.
브라우니는 집게를 들고 테이블 위를 날아다니며 능숙하게 고기를 굽기 시작했다.
사장 및 직원들은 물론이고, 다른 테이블의 손님들까지 넋을 잃고 그 광경을 바라봤다. 심지어 어떤 이는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기도 했다.
브라우니는 바싹 구워진 알껍질을 벗기고 내용물을 꺼낸 뒤, 그 위에 초장을 듬뿍 발랐다.
큰 철제 대야에 소주 10병을 몽땅 콸콸 부은 뒤, 부리를 담근 뒤 머리를 하늘 높이 쳐들었다.
그 한 번의 동작으로 대야에 담긴 소주(10병 양이다)가 1/3이 줄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