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3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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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렇게나 많아?”
「네! 백 개는 됩니다! 헉헉!」
“말도 안 돼.”
유지웅은 혹시 아까 자신이 DB에 올라온 자료를 잘못 봤나 싶어 다시 확인했다. 하지만 틀림이 없었다.
최윤은 백색 구체를 ‘2개’ 찾았다고 밝히고 있었다.
그런데 여기에는 백 개나 된다니.
‘이 좁은 땅에 백 개나 되면 이거 괜찮은 거야? 아마존 우림처럼 그 넓은 땅에도 겨우 두 개 가지고 그 사단이 났는데…… 아니지, 그 두 개가 전부라는 보장은 없잖아?’
유지웅은 최윤이 부연한 설명이 잇달아 기억났다.
‘아, 맞다. 적은 양의 물에 계속 담가놔도 물의 결정 에너지 농도가 일정 이상은 올라가지 않았다고 그랬어. 상한선이 있다는 이야기지. 그럼 개수가 많고 적고, 물의 양이 많고 적고는 크게 상관이 없다는 뜻인가?’
축적된 결정 에너지가 배출되는 데는 물의 양이 관련이 깊지만, 에너지의 축적량 크기 자체에는 물의 양이 상관이 없지 않을까?
그렇게 열심히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브라우니가 폴짝폴짝 뛰어오르며 연신 날개를 파닥거렸다.
「주인님! 주인님! 저 딱 99개만 먹어도 돼요?」
“미친놈아. 언제는 한 개만 처먹는다며?”
「두 개 이상 있으면 한 개 남겨놓고 다 먹어도 되냐는 취지로 여쭤본 건데요?」
“이게 어디서 말장난이야. 딱 5개. 그 이상은 어림도 없어. 몰래 빼돌리다가 걸리기만 해봐.”
「흑흑. 겨우 다섯 개라니, 너무 야박하십니다.」
유지웅은 엄포를 놓은 뒤, 주섬주섬 옷을 벗기 시작했다. 겉옷을 벗자 안에 받쳐 입은 트렁크형 수영복 바지가 나타났다.
혹시 입수를 할지도 몰라서 일부러 처음부터 수영복을 안에 입고 온 것이다.
“자, 가자.”
「넵.」
유지웅은 발바닥 밑에 평평한 보호막 껍질을 만들었다. 광역 보호막을 살짝 잘라낸 듯한 크기였다.
“훌륭한 전천후 서핑 보드로군. 보호막 제어 능력이 나날이 발전하고 있어. 만족스럽다.”
브라우니의 꽁지깃을 한 손으로 잡고, 다른 손에는 방수커버를 입힌 스마트폰을 들었다.
방수커버는 특수재질로 되어 있어 수심 50미터에서도 끄떡없이 버티게 해주며, 물속에서도 제한 없이 섬세한 액정 터치가 가능하도록 해주는 제품이었다.
“가자, 브라우니!”
브라우니는 유지웅을 꽁지깃에 매단 채 수면 위를 빠르게 달렸다. 시원한 물보라가 뒤로 솟구치며 유지웅은 수상보드의 짜릿함을 즐겼다.
“너무 속도를 내지는 마. 시속 200km 정도면 충분해.”
「알겠습니다!」
워낙 큰 물보라를 뒤로 뿌리면서 빠르게 수면 위를 달리다 보니, 주변 도로의 차량들이 놀라서 정지하고 구경을 하기도 했다.
근처에 유람을 나온 관광객들이 멀리서 정신없이 사진을 찍기도 했다. 유지웅은 그들을 향해 여유 있게 손을 흔들며 웃어주기까지 했다.
“잘 찍혔나 모르겠네.”
현재 브라우니는 스텔스 모드였다. 아예 안 보이는 것은 아니고, 빛 입자를 주변에 뿜어내어 자신의 모습이 찍히지 않도록 가리고 있는 것이다.
이 정도 섬세함은 있어야 애완조로 부릴 자격이 되지, 암.
어느덧 유지웅은 남이섬 인근에 도착했다.
남이섬 근처에 다다르자 브라우니는 의도적으로 속력을 줄였다. 시속 30km 이하로 달리자 물보라가 거의 튀지 않았고, 덕분에 남이섬 쪽에서는 유지웅을 발견하지 못했다.
「이쪽입니다. 이제 입수하셔야 해요.」
“좋아, 들어가자.”
유지웅은 서핑 보드 대용으로 쓰던 보호막을 해제했고, 브라우니는 그대로 물 아래로 들어갔다.
꽁지깃을 잡은 채로 유지웅은 브라우니의 인도에 몸을 맡겼다. 자신이 헤엄치는 것보다 녀석한테 몸을 맡기는 게 낫다.
브라우니는 물속에서도 저항을 무시하다시피 한 채 빠르게 이동했다. 대부분의 수중 저항은 유지웅한테 쏟아졌지만, 그는 아무렇지 않았다.
단지 주변 물고기들이 놀라고, 수면 위에 부글부글 거품이 끓어올랐을 뿐이다.
강바닥까지 내려간 브라우니는 계속 헤엄쳐서 이동했다.
‘바위?’
유지웅은 강바닥에 가라앉은 커다란 바위 세 개를 발견했다.
대충 세 개를 합치면 고속버스 한 대 부피 정도는 나올 정도의 크기였다.
브라우니는 세 바위가 모여서 형성된 중심의 입구로 유지웅을 끌고 갔다. 그리고 뒤를 돌아보고는 한쪽 날개로 손을 뻗듯이 앞을 가리켰다.
‘헐!’
그 방향을 본 유지웅은 깜짝 놀랐다.
브라우니의 말대로 100개는 되어 보이는 백색 구체가 옹기종기 모여 있었던 것이다. 그는 급히 스마트폰을 꺼내 사진을 찍었다.
여러 각도에서 잘 나오게끔 수십 장 이상을 찍고, 또 바위가 모인 배경 등 외부 모습도 다양하게 찍었다. 마지막으로는 동영상까지 촬영했다.
그런 뒤 브라우니를 향해 입모양으로 말했다.
‘다 챙겨.’
‘넵.’
브라우니의 발톱 끝에서 푸르스름한 빛이 뿜어져 나와, 무형의 기운이 흰 구체들을 전부 조심스럽게 감쌌다.
마치 그물로 엮어서 들어 올리듯이 가볍게 흰 구체들을 챙긴 뒤, 브라우니는 천천히 수면 위로 상승했다.
“푸하!”
물속에 대체 몇 분이나 있었던 걸까. 유지웅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호흡을 다스린 뒤 브라우니를 돌아봤다.
“잘 챙겼어?”
「넵.」
“그럼 아까 거기로 돌아가자. 옷 챙겨야지.”
올 때와 마찬가지로 유지웅은 브라우니 서핑 보드를 타고 옷을 벗어둔 곳으로 돌아왔다.
대충 물을 털어낸 그는 수영복을 입은 그대로 바닥에 털썩 주저앉았다. 브라우니가 허공에 두둥실 띄운 흰 구슬들을 그의 앞에 천천히 내려놓았다.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유지웅은 흰 구슬들을 유심히 살폈다. 시험 삼아 하나를 들어 결정도 감지기를 갖다 댔다.
「20.」
「19.」
「17.」
하나같이 대동소이한 반응이 나왔다.
16에서 20에 이르는 다양한 결정 에너지 반응이 나왔던 것이다. 만약 색이 흰색만 아니었다면 아마 최하급 그린 결정체로 오해했을지도 모른다.
“이게 대체 뭐지? 감이 안 오네.”
「일단 맛있게 생긴 건 확실합니다. 저의 모든 미각 세포가 지금 기쁨의 비명을 지르고 있어요. 숯불에 구워서 송이버섯을 듬뿍 얹고 초장을 발라 씹어 먹으면 천상의 행복을 누리게 될 거라고 말이죠!」
“이빨도 없는 녀석이 무슨.”
양반다리를 하고 앉은 채 유지웅은 왼손으로 턱을 괴고, 오른손으로는 흰 구슬 하나를 쥔 채 허공으로 던졌다가 다시 받았다가를 반복했다.
손에 잡히는 느낌은 생각보다 단단하다. 적어도 웬만한 금속보다는 단단할 것 같다.
“이게 대체 뭐지?”
유지웅은 아까 촬영한 사진을 정효주에게 보냈다. 그리고 연구소 DB서버에도 올리고, 최윤에게 확인하라고 톡을 보냈다.
정효주가 먼저 전화가 왔다.
「그게 뭐야?」
“브라질에서 DB서버에 올린 건 봤어?”
「응, 봤어. 근데 방금 그 사진은 뭐야? 혹시 네가 찍은 거야?」
“남이섬 근처 강바닥에서 발견했어. 결정 에너지 추적이 끊어진 부분이지. 여기 상류에서는 더 이상 결정 에너지가 감지되지 않았거든.”
「생긴 것만 보면 무슨 결정체 같은데……. 화이트 결정체라니, 그런 건 들어보지도 못했는데.」
“나도 그래. 이게 대체 뭘까?”
「그냥 결정 에너지가 서로 응집된 게 아닐까? 찌꺼기 같은 것처럼 말이야.」
둘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이 물체의 정체를 토론했지만, 시원한 결론을 내리지는 못했다.
“잠깐만, 지금 최윤 소장님한테서 전화 왔어. 내가 나중에 다시 연락할게.”
「응, 알았어.」
유지웅은 잠시 전화를 끊고, 최윤의 전화를 받았다.
전화를 받자마자 폭포처럼 질문이 터져 나왔다.
「의장님! 방금 그 사진은 뭡니까? 대체 어디에서 그런 발견하신 겁니까? 물속은 어떻게 들어가셨죠? 거기는 또 어떻게 찾아내신 거죠? 백 개는 넘어 보이는데 그게 전부입니까? 혹시 더 있지는 않았나요? 주변에 다른 수상한 것은 없었습니까? 의장님이 직접 찾아내신 건가요? 그렇다고 우리 브라질 팀 성과 들먹이면서 수당을 깎지는 않으시겠죠? 방수 커버는 잘 작동하던가요?」
“남이섬 강바닥에서 발견했고, 헤엄쳐서 사진 찍었고, 이게 전부고, 다른 수상한 건 없었고, 수당은 안 깎겠습니다. 근데 소장님이 보기에 이게 정말 뭐인 거 같아요?”
「일단 우리가 발견한 두 개 중 한 개를 가지고 방금 여러 가지 시험을 했습니다. 먼저 내부 투시가 안 됩니다. X-레이를 포함해서 어떤 투과선도 그냥 차단됩니다.」
“납보다 더한 물질인가 보네요. 강도와 경도, 열 저항도 테스트해봤어요?”
「50kg 금속해머로 내리쳐도 안 깨지더군요. 경도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다이아몬드 커터의 날이 완전히 나가버렸습니다. 3,000도가 넘는 열에너지에도 그을음 하나 생기지 않았습니다. 비폭발 방식으로는 파괴하지 못할 거라고 우리 셋이 합의를 본 상태입니다.」
“폭탄으로는 파괴가 가능할까요?”
「그건 시험을 해봐야겠습니다만, 역시 회의적입니다. 웬만한 폭발 에너지는 거뜬히 견딜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전술핵을 써볼 수도 없고…….」
옆에서 니트로의 목소리가 들렸다. 스피커 모드로 통화하는 모양이었다.
「최윤 박사,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이것과 유사한 현상을 우리가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습니까?」
「유사한 현상이요? 어떤 걸 말씀하시는지?」
「아니, 그러니까 3,000도가 넘는 열에너지도 견디고 수십 킬로그램짜리 망치로 내려쳐도 끄떡없고 다이아 커터로도 생채기 하나 안 나는,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파괴가 불가능한 경우가 우리 알기로…….」
「주인님! 저걸 보세요!」
그때 브라우니가 비명처럼 외쳤고, 유지웅은 잠시 귀에서 스마트폰을 떼어냈다. 덕분에 니트로가 마저 이어간 그 다음 설명을 듣지 못했다.
유지웅은 브라우니가 펄쩍 뛰며 가리킨 방향을 주시했다.
방금 전까지 자신이 만지작거리다가 내려놓은 흰 구슬 하나의 표면에 쩌적거리며 금이 가고 있었다.
갈라진 틈으로 약한 광채가 쏟아져 나오고 있었다. 마치 안에서부터 어떤 거대한 에너지가 폭발하는 것처럼 보였다.
“커, 컨텐츠다! 컨텐츠야! 야호!”
메마른 집념과 결합한 본능이란 무서운 것이다.
유지웅은 기겁해서 얼른 스마트폰 카메라 녹화 버튼을 누르고 렌즈를 갖다 댔다. 아무리 긴박하고 갑작스러운 상황에서도 절대 잊지 않는 프로 정신!
마침내 표면이 깨지며, 반투명한 액체가 바닥에 흘렀다. 유지웅은 그 모습을 남김없이 찍어댔다.
안이 단단히 꽉 차 있을 줄 알았는데, 구슬의 표면층은 생각보다 얇았다. 1cm도 채 안 될 듯했다.
표면층이 깨지고 흘러나온 물에서, 첨벙거리는 조그맣고 길쭉한 무언가가 보였다.
“지렁이?”
유지웅은 열심히 찍다 말고 놀라서 탄성처럼 내뱉었다. 브라우니가 그 말을 받았다.
「제가 보기에는 장어 같은데요?」
“야, 저게 어딜 봐서 장어야. 아무리 봐도 지렁이구만.”
「눈이 두 개 달려 있어요. 아가미와 지느러미도 있고요. 아무리 봐도 장어 새끼입니다.」
유지웅은 퍼뜩 생각이 나서 얼른 결정도 측정기를 가져다 댔다. 삑삑거리며 결정도 수치가 나타났다.
「1」
“괴수? 이 구슬들, 설마 괴수들 알이었어?”
「저 분명히 다섯 개 주신다고 하셨습니다. 회쳐서 초장에 소주 한 잔 걸치면 맛있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