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488)
나는 귀족이다 1390화
[헬조선 편]
76장 자본가 of 자본가(10)
“너라면 믿고 맡길 수 있을 거 같 구나,범석아.”
“결코 실망을 끼치지 않겠습니다. 흡족하실 수 있도록 몸이 부서져라 일하겠습니다.”
“그래,난 그런 태도가 참 마음에 들어.”
빈말로라도 몸 부서지지 않게 조심 하라는 덧붙임은 없다.
하지만 김범석은 오히려 그런 태도 에서 더욱 몸이 떨리는 감동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하는 김에 앞으로 국내 기 업들의 대북 투자도 네가 알아서 관 리해라.”
“제가 그래도 되겠습니까? 하지만 제가 무슨 권한으로……
“이놈,내가 북한의 2인자이고 경 제투자개발을 관리하는데 무슨 상관
이냐?”
“이 미천한 것의 어리석음을 용서 해주십시오!”
“어차피 내가 해야 하는 일을 너한 테 일부 맡기는 거다. 이해했어?”
“알겠습니다!”
유지웅은 안색을 조금 누그러뜨린 후 말했다.
“어떤 것을 중요시해야 하는지는 알지?”
“물론입니다. 대기업들의 자본이 북한을 착취하지 못하도록 철저히 견제하겠습니다.”
“그래. 국내 기업들은 자본 제공을, 북한 주민들은 노동력 제공을,그런 식으로 상부상조하면서 같이 잘 먹 고 잘살면 얼마나 좋아. 근데 기업 이라는 것들은 그게 잘 안 돼요. 꼭 도를 넘어서 자기 혼자만 다 처먹으 려고 한다니까.”
“명심하겠습니다.”
김범석은 결연한 눈빛으로 각오를 다졌다.
제니스 컴퍼니는 중대한 발표가 있 다며 기자회견을 열었다.
기자들은 부서를 가리지 않고 앞을
다투어 제니스 타운으로 내려왔다.
“이 시기에 제니스 컴퍼니가 갑자 기 무슨 기자회견이지?”
“혹시 아프리카 투자 프로젝트 관 련 내용인가?”
“그건 이미 중요한 것들은 발표했 잖아?”
“그럼 결정체 산업?”
“대북 투자 건수일 수도 있지.”
“아니야. 에그파우더 관련 주제일 수도 있어.”
제니스 컴퍼니가 공식적인 기자회 견을 열어 경영 방침을 발표하는 경
우는 잘 없다 보니,몰려든 기자들 의 궁금증은 한껏 위로 치솟았다.
그리고 마침내 시간이 되어 류이한 사장이 단상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제니스 컴퍼니 대표이사 류이한입 니다. 물론 대표이사이지만 주식은 단 1주도 없습니다.”
가벼운 농담을 곁들이자 여기저기 서 작게 실소가 터졌다.
제니스 컴퍼니는 본래 법인이 아니 라 개인사업체였다가,지금은 주식 회사가 아닌 유한회사 구조를 띠게 되었다.
유지응은 끝까지 개인사업체 형태
로 남겨두려 했으나,사업 규모가 워낙 커지고 자회사도 이리저리 늘 어남에 따라 결국 정식 법인 형태를 취하게 된 것이다.
지분은 유지웅이 99%, 정효주가
1%.
이렇게 큰 회사의 대표이사가 지분 한 톨 없다는 사실은 기업계에서 찾 아보기 힘든 특이한 경우였다.
“여기 모이신 분들은 잘 아시겠지 만,우리 제니스 컴퍼니는 자회사나 사업 구조가 좀 복잡합니다. 출자순 환처럼 꼬아놨다는 의미가 아니라, 정리가 안 돼서 너저분해 보인다는 뜻이죠.”
대부분의 기자들이 공감한다는 듯 이 끄덕였다.
류이한의 말은 틀린 게 아닌,현실 을 제대로 짚은 것이었다.
“제니스 컴퍼니가 지주회사 역할을 하면서 동시에 결정체 관련 산업을 직접 맡아서 추진합니다. 동시에 제 니스 타운의 모든 부동산 소유권을 행사하죠.”
류이한은 느긋하게 연설을 이어나 갔다.
“철강 산업을 맡고 있는 (주)아이 언제니스는 제니스 컴퍼니가 100% 지분을 출자한 독립 법인입니다. 김
순관 사장님,박신순 사장님의 공동 대표 체제로 경영되고 있죠. 물론 사내에서 두 분이 맡은 역할은 서로 나뉩니다만.”
아이언제니스는 자회사 중에서 유 일하게 제니스라는 단어가 뒤에 붙 은 회사였다.
“제니스저축은행,참 골칫덩어리입 니다. 원래는 금산분리법 때문에 우 리 회사가 설립을 할 수 없어야 하 는데,회사 설립 당시 공식적으로 보장받은 혜택 덕분에 우리 임원들 일거리만 더 늘어나 버렸습니다.”
여기저기서 피식거리는 실소가 터 져 나왔다.
기자들은 그래도 증시가 폭락,폭 등하는 충격적인 발표는 없을 것이 라며 마음을 내려놓았다.
“기업 가치가 몇조 달러를 오락가 락하는 초대형 기업이 이런 주먹구 구식으로 사업을 꾸려나가고 있었다 는 걸 아시면 크게 놀라실 겁니다. 그래서 이번에 회사 체계를 대대적 으로 개편하기로 했습니다.”
발표를 읽어나가는 류이한의 목소 리에 힘이 넘쳤다.
“제니스 컴퍼니는 모든 산업에서 손을 떼고,소유권과 경영권만을 행 사하는 지주회사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습니다. 그리고 (주)제니스결정체 라는 별도 자회사를 설립하여,기존 의 결정체 관련 산업을 모두 이전할 것입니다.”
‘그냥 사업 구조 개편이구나.’
‘하긴,너무 이리저리 복잡하긴 했 어.’
‘지주 관계를 정리해야 사업이 아 무래도 깔끔해지긴 하겠지. 제니스 컴퍼니가 지금까지 규모에 비해서 너무 주먹구구식으로 경영하긴 했 어.,
‘자회사 중에서는 (주)제니스결정체 가 가장 압도적인 규모가 되겠는
데.’
“제니스 타운의 부동산 소유권은 제니스 컴퍼니가 그대로 이행하지 만,도시관리위원회는 (주)제니스시 티라는 별개의 법인으로 분리됨니 다.”
대형 화면에 떠오른 조직 개편도를 보니, 회사의 규조가 한결 깔끔해진 걸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류이한은 (주)아이언제니스 등 기 존의 다른 자회사들도 차례차례 언 급했다.
큰 맥락으로 정리하면 이렇다.
제니스 컴퍼니는 모든 소유권을 행
사하면서, 사내에서 주요 사업부서 를 여럿 운영해 왔다.
그 사업들은 제니스 컴퍼니가 직접 관할하던 영역도 있고, 철강 산업처 럼 별도의 자회사로 운영하던 것도 있었다.
류이한은 이참에 그 모든 사업들을 전부 자회사로 만들어서 일임하고, 제니스 컴퍼니는 지주회사로서 오릇 이 소유만을 행사하게 만든 것이다.
“마지막 발표입니다. 바로 오늘 이 자리를 만들게 된 원인이죠.”
류이한이 의미심장하게 말하자,다 소 늘어져 있던 기자들은 정신이 번
쩍 들었다.
곧이어 한 중년 남자가 단상 위로 올라왔다.
풍성한 흑발을 자랑하는,적당히 배가 나왔지만 살짝 귀여운 돼지라 는 느낌이 드는 중년 남자였다.
“어? 김범석 이사다!”
“맞네. 담성그룹 김범석 이사잖 아?”
“저 사람이 왜 여기에 있지? 여기 는 제니스 컴퍼니 기자회견인데?”
“이 친구,아직도 몰랐어? 김범석 이사가 오래 전에 유지응 의장한테 백기 들고 투항했잖아. 자기가 알고
있는 오너 일가 비리 자료 싹 다 불고,담성그룹 실권을 쥐었다고.”
“아, 그래? 난 왜 몰랐지?”
“모르는 사람이 없는 유명한 이야 기인데,왜 그걸 아직까지 모르고 있어?”
기자들의 안색에 긴장감이 어렸다.
주인을 버리고 제니스 컴퍼니에 투 신한 김범석,배를 바꿔서 갈아탄 남자.
그의 등장이 예사롭지 않은 충격을 터트릴 것만 같았다.
류이한이 김범석을 대신 소개했다.
“소개합니다. (주)제니스투자를 맡 게 될 김범석 사장입니다. (주)제니 스투자는 제니스 컴퍼니가 보유했던 모든 국내외 지분을 운용하게 될 것 이며,제니스 그룹의 대외적 투자를 담당하게 될 겁니다.”
기자들은 류이한이 처음으로 ‘그 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을 놓치 지 않았다.
지금까지 제니스 컴퍼니는 하나의 단일기업이었다. 그룹이라는 개념을 사용하지 않았다.
국민들이나 재계에서는 제니스 그 룹이라고 종종 표현하곤 했지만,류
이한 입에서 자사를 그룹 개념으로 취급한 적은 여태껏 없었다.
그런데 지금 처음으로 그룹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이다.
“잠깐,지금 제니스 컴퍼니,아니 제니스 그룹이 보유한 국내 증시가 얼마쯤 되지?”
“못해도 3,000억 달러는 될걸. 아 니,그 이상일 수도.”
“히익! 그렇게나 많아?”
“예전 증시대란 때 한 번 싹 쓸어 담았잖아. 지금 제니스 그룹이 국내 증시에서 가장 큰손이라고.”
제니스 컴퍼니는 그동안 국내에 이
렇다 할 투자를 하지는 않았다.
제니스 타운에 대대적인 투자를 했 지만,그건 투자라기보다는 본진 구 축 작업에 가까웠다.
제니스 타운 외의 다른 곳에 특별 히 부동산 투자를 하거나, 기술 및 기업 투자 같은 것을 하지도 않았 다.
국내 여러 대학에서 학술지원협력 요청을 했지만,그것도 모두 무시했 다.
증시대란 때 주식을 긁어모으기는 했지만 그 역시 투자라기보다는 쇼 핑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
이었다.
주식 매입으로 인해 제니스 컴퍼니 가 특별한 차익 실현을 본 것은 없 기 때문이다.
-제니스 컴퍼니는 굳이 국내 시장 에 투자를 할 이유가 없다. 결정체 산업을 중심으로 지금 하고 있는 사 업들이 본전만 쳐도 그만이다,
-제니스 컴퍼니가 국내 시장에 투 자하는 것은 빌게이츠가 땅에 떨어 진 만 원짜리를 주울지 말지 고민하 는 것과 마찬가지로 비효율적이다.
그랬던 제니스 컴퍼니가 투자사업 자회사를 따로 설립하고,담성그룹 의 김범석을 사장으로 앉힌다? 기자들의 눈동자에 힘이 실렸다.
어쩌면 국내 경제계에서 좋아할 만 한 기삿거리가 나올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들었다.
“반갑습니다. (주)제니스투자 초대 사장 김범석입니다. 아시겠지만 한 때 국내 재계 1위였던 담성그룹에서 오랫동안 임원으로 일을 했었습니 다.”
“그럼 담성그룹은 이제 그만두시는 겁니까?”
“일단은 그렇습니다. 하지만 완전 히 손을 떼는 것은 아닙니다. 왜냐 하면 (주)제니스투자는 담성그룹 지 배지분 20%를 보유한 대주주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은 기자들의 귀에 담성그룹의 인사권을 쥐고 흔들겠다는 소리로 들렸다.
“뿐만 아니라 제니스투자는 국내 재계 30위권 기업들의 인사권에 영 향을 끼칠 만한 지분을 보유하고 있 습니다. 얼추 3,000억 달러가 훨씬 넘죠. 앞으로 저는 제니스투자가 가 진 주주로서의 권리를 적극 활용할 예정입니다.”
여기저기서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 가 들렸다.
김범석의 발언은 국내 증시에 대한 선전포고였다.
앞으로 내가 공룡의 고삐를 들고 뛰어들어 난동을 부릴 테니,너희 모두 단단히 각오를 하라는.
“물론 잘 굴러가는 국내 증시 지분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할 정도로 한가하게 일할 생각은 없습니다. 그 이야기를 하려고 이 자리에 여러분 들을 어렵게 모신 것도 아닙니다.”
기자들은 김범석이 뿜어내는 자신 감에 살짝 압도당했다.
“앞으로 제니스투자가 맡아서 하게 될 가장 중요한 사업은…… 바로 국 내 자본의 대북 투자 총괄입니다.”
기자들은 처음에 이게 무슨 뜻인가 하고 어리둥절했다.
하지만 곧이어 그 말에 담긴 진의 를 깨닫고 하나둘씩 탄성을 질렀다.
“유지웅 의장님께서는 이제 국내 기업의 대북 진출을 허락해도 문제 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셨습니 다. 다만 무분별한 진출 덕분에 북 한 시장이 어지러워지는 것을 염려 하십니다. 동시에 자본주의에 단련 된 기업들이 북한 시장을 무작정 포
식하는 것을 걱정하십니다.”
손이 빠른 기자들은 이미 속보를 내걸고 정신없이 기사를 타이핑해서 내보내고 있었다.
“앞으로 대북 투자만이 살길이라며 돈 좀 쌓아둔 기업들이 있을 겁니 다. 그 돈 싸들고 오셔서 줄을 서십 시오. 심사숙고해서 검토해드리겠습 니다.”
줄 안 서면 아무것도 없다.
김범석은 그 말을 우아하고 길게 늘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