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1541)
나는 귀족이다 1443화
[헬조선 편]
83장 듬직한 후손(1)
유지웅은 다급히 물었다.
“언제,어디서,어떻게 보셨죠? 왜 보게 되셨나요? 그 뒤는 어떻게 됐 죠?”
“석탄을 캐다가 봤어. 반장한테는
비밀로 하고 내가 슬쩍 챙겼어. 나 중에 비싸게 팔 수 있지 않을까 생 각했지.”
유령은 어깨를 바르르 떨면서 말을 계속했다.
“소중히 간직했어. 그래,그랬어. 왜 조금 전까지는 전혀 기억 못 하 고 있었지?”
“그거야 조상님의 기억이나 인격이 지금 불안정한 상태라서 그렇습니 다. 저와 이야기를 하면서 점점 생 전의 기억을 찾아가시는 거 같은데 요?”
정효주가 옆에서 옆구리를 쿡쿡 찌
르면서 입 모양으로 물었다.
‘정말 유령 맞아?’
‘그렇다니까. 지금까지 대화한 거 못 들었어?’
‘네가 몰래카메라 찍으려고 섭외한 배우일 수도 있잖아.’
‘아니라니까. 계속 지켜봐.’
유지웅은 다시금 유령을 돌아보며 말했다.
“그 뒤는요? 더 없나요?”
“그 보라색 돌…… 보라색 돌……
유령은 두통이 밀려오는지 몸을 숙
인 채 두 손으로 머리를 움켜쥐었 다. 유지웅은 다급히 외쳤다.
“안 돼요! 지금 이대로 사라지시 면!”
하지만 유지웅의 외침은 속절없었 다.
유령은 그의 애타는 마음을 가뿐이 외면이라도 하듯이,형체가 천천히 투명해지기 시작했다.
“아! 조상님! 가지 마요! 제발!”
그러나 유령은 전혀 아랑곳하지 않 고 거듭 투명해지다가 마침내 완전 히 사라져 버렸다.
유지웅은 좌절감에 무릎을 꿇었고,
정효주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설마설마했는데,진짜 유령이 맞 았어?”
다음 날,크루즈 선박이 견학 참가 자들을 태운 채 떠났다.
그리고 지난밤에 긴급 출항한 초대 형 요트가 군함도를 찾았다.
유지응과 정효주의 체류를 위해서 였다. 섬에 머무를 수 있는 곳이 없 기 때문이다.
20개의 객실과 수영장,파티홀까지 갖춘 사치스러운 요트는 거의 유람 선이나 다름없었다.
요트만 온 게 아니었다.
최윤, 휘버,니트로,가텐도 수송기 를 타고 급히 군함도를 찾았다.
네 과학자는 유지웅 커플을 만나자 마자 다짜고짜 물었다.
“정말 유령이 확실합니까?”
“네,확실해요.”
정효주가 굳은 표정으로 대답하자, 과학자들의 얼굴에 떠오른 긴장감이 한껏 짙어졌다.
유지웅은 한쪽에서 처량하게 중얼 거렸다.
까니,내가 주장했을 때는 다들
전혀 믿지 않았으면서 왜 효주가 하 는 말은 한 번에 딱 믿는 거죠? 이 건 차별이에요,차별.”
“죄송합니다. 의장님이 개인방송 몰래카메라 컨텐츠를 위해서 거짓말 을 하는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부의장님이 이런 중대차한 일로 농담을 하시는 분은 아니신지라 대 번에 믿음이 갔습니다.”
네 과학자들은 이런저런 해명을 내 놓았지만, 유지웅의 표정은 좀처럼 풀리지 않았다.
“뭐 어때? 이제라도 네가 몰래카메 라를 준비하거나 잘못 본 게 아니라
는 걸 알게 됐잖아. 빨리 유령부터 찾아서 증명하자.”
정효주가 나서자 겨우 유지웅은 표 정을 풀었다.
“자,우리 빨대져스들도 한 자리에 모였으니 그럼 ‘조상님 넋 포획 작 전’을 본격적으로 실행해 볼까요?”
“작전명이 그게 뭐야.”
“뭐 어때? 직관적이고 오해의 여지 없고 아주 좋잖아.”
네 과학자는 저마다 챙겨온 여러 장비들을 바리바리 꺼내 탐색 준비 를 갖췄다.
최음은 드럼통 세 개는 이어 붙인
듯한 모습의 바퀴 달린 바주카포를 들고 있었다.
휘버는 커다란 백팩을 등에 멘 채, 백팩과 연결된 두 개의 기다란 발사 장비를 양손에 쥐고 있었다.
가랜은 겉보기에도 무거워 보이는, 본체가 등에 장착된 채 어깨너머로 견착 되어 2미터가량 총구처럼 뻗은 기기를 준비했다.
“박사님들? 그게 다 뭐죠?”
“에너지 파동이나 패턴을 측정하고 검출화해서 정보화하는 장비입니다. 유령의 존재를 증명하기에 이보다 더 싼…… 아니,효율적인 장비는
없죠.”
“그럼 니트로 교수님은요?”
참고로 니트로 교수는 아무것도 없 는 맨몸이었다.
그는 어깨를 으쓱하더니 시선으로 가랜을 가리켰다.
“저기 있잖습니까.”
“예?”
“원래 교수의 장비는 대학원생이 드는 겁니다.”
“아하.’’
“교,교수님. 제가 그래도 박사 학 위도 있는데 아직도 대학원생 취급
을 하시면……
“예끼,네놈은 내 앞에서 영원한 대학원생일 뿐이다.”
“음,고통 받는 대학원생은 우리 헬조선뿐만 아니라 범지구적인 유구 한 전통이었어.”
아무튼 그렇게 유령 탐색 작전이 시작되었다.
여섯 명은 쁠쁠이 흩어진 채,GPS 정보로 서로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하며 탐색을 시작했다.
서로 탐색 구역이 겹치지 않도록 정교하게 배정함으로써 동선을 효율 적으로 가져간다는 계획이었다.
참고로 가랜과 니트로는 한 조였 다.
유지웅은 탐색을 하면서도 다중통 신 채널을 통해 다른 이들과 계속 대화를 나눴다.
“아무리 봐도 십대의 얼굴이 아니 었어요. 그렇지,효주야?”
r검댕이 너무 많이 묻고 고생에 찌들어 보여서 잘 모르겠어. 좀 제 대로 씻기고 몇 달 정도 잘 먹이면 십 대 얼굴이 나오지 않을까?」
“그러니까 겉보기에는 몇 살로 보 였는데? 그걸 말해야지.”
「그냥 눈으로만 보면 십 대가 뭐
야,사십 대 아저씨였지.」
“에휴. 일제강점기 시절에 얼마나 호되게 착취당하셨으면 그렇게 늙으 셨을까.”
최윤은 유령이 크루즈 선상 파티를 한참이나 멍하니 바라봤다는 이야기 에 숙연한 반응을 보였다.
나트로는 퍼플 결정체의 존재에 관 심을 보였다.
「퍼플 결정체요?」
“보라색이니까 퍼플 결정체죠. 이 론적으로는 블루 결정체의 상위 등 급 결정체입니다. 적어도 결정도가 10만은 훨씬 넘어야 형성되지 않을
까 생각해요.”
정확히는 12만 5,000이지만,유지 응은 굳이 일부러 숫자를 말하진 않 았다.
「12만 5,000이라. 그렇다면 어째 서 그런 기적이 일어났는지 납득이 갑니다. 그런 결정체가 형성되는 거 자체가 기적이라고 할 수 있죠. 이 미 한 번 기적이 이뤄졌으니,고인 의 인격과 기억이 물리 세계에 정보 구현화가 된 것은 오히려 타당한 전 개였을 수도 있습니다.」
최윤의 말에 휘버가 질문했다.
「그럼 최 소장님은 12만 5,000의
결정체만 있으면 사람이 사망시 인 격과 기억을 유령이라는 정보 형태 로 쉽게 남길 수 있다는 겁니까?」
「쉽게 남길 수 있다고는 하지 않 았습니다. 발동 조건과 환경,상태 등의 제반환경이 조화를 이뤄야겠 죠. 하지만 퍼를 결정체가 아예 없 다면 가능성은 0이라고 생각합니 다.」
“퍼플 결정체가 있으니 0이 아니 죠. 0이 아니니까 100%인 거네요. 참 쉽네.”
“왜요? 제 말이 틀렸다고 반박하고 싶으시면 다음 회차 메가밀리언 번 호 맞추기 해보시던가요?”
「아,아닙니다.」
퍼플 결정체가 지닌 강력한 힘이 특정한 조건과 맞물려,사람의 인격 과 기억을 정보화해서 남겼다.
네 과학자들은 그런 가설에 공감대 를 형성했다.
“근데 혹시 괴수화가 되었을 가능 성은 없을까요?”
「그건 절대 아니라고 봅니다.」
「괴수화가 된 거라면 그렇게 형체 를 유지하지 못하고 사라지거나 하 지 않겠지요. 기억의 혼란 때문에 불안정해지면 오히려 주변에 큰 피 해를 입혔을 겁니다.」
「괴수화는 아닙니다.」
유지웅이 무심코 꺼낸 괴수화설은 그렇게 반박 당했다.
여섯 명이서 1시간을 넘게 돌아다 녔지만,유령의 모습은 좀처럼 보이 지 않았다.
하지만 누구도 지치거나 피곤한 모 습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은 이 탐색 작전 자체를 굉장
히 재미있어하고,또 깊은 흥미를 갖고 있었다.
“조상님,조상님. 대체 어디 있나 요? Do you want to 같이 일본을 언빌드하지 않을래요? 오케이, 고……
통신 채널을 통해 들린 유지웅의 노래는 큰 호응을 끌어내지는 못했 다.
그러던 어느 순간,유지웅은 멈칫 했다.
바로 최초로 유령을 목격했던 낡은
담벼락 앞이었다.
“차,찾았다! 조상님을 찾았어요!”
「위치 확인했어요! 바로 가겠습니 다!」
유지웅은 기쁜 마음에 들떠서 조심 스럽게 유령을 향해 다가갔다.
유령은 처음 봤을 때처럼 지친 표 정으로 담벼락에 등을 기대고 앉은 채 멍하니 허공을 올려다보고 있었 다.
“조상님,저 기억하시나요? 까먹으 신 건 아니죠?”
“기억해. 아니,모든 게 기억났어. 전부 다.”
유령의 눈빛은 이전보다 맑고 선명 했다.
그러고 보니 얼굴에 묻은 검댕도 다소 열어진 것처럼 보였다.
거지 소굴에서 나온 것처럼 남루한 옷차림은 여전히 그대로였지만.
“조상님,이제 곧 전문가들이 달려 올 겁니다. 조상님의 현재 상황을 도와주실 수 있는 분들이죠.”
“날 돕는다고? 어떻게?”
유령은 흐릿하게 웃었다.
“난 이미 죽은 몸인데.”
““….기억하세요?”
“기억났어. 내가 어떻게 죽었는 지……
유령은 쓸쓸한 눈빛으로 유지웅을 주시하며,오래 된 과거의 잔재를 끄집어냈다.
-보석! 그 보석을 내놔!
-절대 못 줘! 이건 내 거야! 내 장 가 자금이라고!
-칙쇼! 더러운 조센징 놈들!
일본 군정부는 군함도를 포기하기 로 결정하고,섬을 삭제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군함도에 강제로 끌려온 징용자들 은 짐짝처럼 수송선에 태워진 채, 다른 노동 장소를 향해 이동했다.
그나마 일꾼으로서 아직 쓸모가 있 었기에 사살당하지 않은 것이 기적 이었다.
하지만 일꾼들을 태운 수송선은 군 함도를 출항하기도 전에 폭발을 일 으켰다.
일본의 석탄 보급 능력을 줄이기 위해 항모에서 발진한 미 폭격기의 습격을 받은 것이다.
보라색 보석을 사이에 놓은 아귀다
툼은 아이러니하게도 배가 격침당하 는 그 순간에 일어났다.
배가 이리저리 기울어지면서 품에 숨겨뒀던 보라색 보석이 땅에 떨어 졌고,목숨이 걸린 와중에서도 조선 인 노동자 동료,일본인 장병, 장교, 승무원 등이 쟁탈전을 벌였던 것이 다.
“아주 큰 폭발이 있었지. 그게 내 마지막 기억이야.”
어느덧 몰려든 네 과학자와 정효주 도 숨을 죽이며 유령의 이야기를 듣 고 있었다.
유령은 초점을 허공에 둔 채 멍하 니 말을 이었다.
“마지막 순간에 이런 생각이 들었 어. 난 언제 집에 갈 수 있지? 왜 집에 갈 수 없는 거지? 하고 말이 야.”
“바보였지. 그게 얼마나 가치 있는 보석인지도 알 수 없고,집에 갈 수 있을지 없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보석을 빼앗기지 말아야 한다는 욕 심 따위에 사로잡혀 있었으니 말이 야.”
지친 듯이 앉아 있는 유령은 천천
히 고개를 돌려 유지웅을 똑바로 바 라보았다.
“말해주게. 나는 언제 집에 갈 수 있지?”
“집에 갈 수 없는 거지? 이제 난 죽은 몸이니까,여기 있는 나는 망 령일 뿐이니까. 그렇지 않나?”
“조상님.”
유지웅은 말을 제대로 잇지 못했 다.
검댕이 가득 묻은 뺨 위로 짙은 눈물이 홀러내리며, 검댕이 조금씩 지워지고 있었다.
검댕이 옅어진 것처럼 보였던 것은 결코 착각이 아니었던 것이다.
정효주는 조용히 눈물을 홈쳤고, 최음은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있었 으며,휘버와 니트로,가랜 역시 숙 연한 표정으로 시선을 피하고 있었 다.
유지응이 단단한 목소리로 말했다.
“조상님,걱정하지 마세요. 집에 가 실 수 있을 겁니다.”
“좋은 방법이 있습니까,의장님?”
“그걸 이제부터 교수님들이 찾아주 셔야지요.”
네?”
잘못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