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53)
00753 최후의 질문 =========================================================================
균열의 급작스러운 팽창을 확인하기 위해 몇 차례나 탐색 로봇을 보냈지만 결과는 번번이 실패했다. 저출력의 방어장치를 장착한 로봇은 균열 주변의 강력한 EMP 노이즈를 견디지 못하고 부서졌고, 고출력의 로봇은 균열 괴수, 로버가 위협적인 존재로 인식해서 단숨에 부숴 버렸다.
“균열이 이렇게 단시간 내에 커질 수도 있나요? 저대로 두면 어떻게 되는 거죠?”
“현재로서는 알 수가 없습니다. 다만 좋지 않은 것만큼은 틀림없습니다.”
“좋지 않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글쎄요. 곧 뭔가 일이 터지지 않을까요?”
정보가 너무 없기에 최윤 팀도 섣부른 예측을 내놓지는 못했다. 최윤은 균열이 본래 어느 정도 크기였는지, 어느 기간을 거쳐 지금의 크기에 도달했는지도 알지 못했다.
“균열이 팽창하다 보면 언젠가 터지는 것은 틀림없습니다. 다만 그 임계 수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저희는 아직 균열에 접근조차 못했습니다.”
“괜찮겠죠? 설마 갑자기 펑 하고 터지거나 그러지는 않겠죠?”
“분명한 건 저 급작스러운 팽창이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줄 거라는 점입니다.”
불과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 최윤의 예감은 현실이 되었다. 제일 먼저 백악관에서 긴급 연락이 왔다.
「오하이오 주가 괴수의 습격을 받았습니다! 레드 몹입니다!」
“레드 몹이요?”
유지웅은 약간 어리둥절했다. 지금의 미국은 레드 몹 정도는 충분히 커버할 수 있는 힘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큰일이라도 난 것처럼 연락을 하는 게 이상했다.
「결정도가 3만을 웃도는 녀석입니다! 그것도 무려 세 마리나 됩니다!」
“3만이라고요?”
유지웅의 얼굴이 낭패로 일그러졌다. 3만이라면 그에게는 별 거 아니지만 보통 공격대한테는 대단히 힘든 상대다. 하물며 한 마리도 아니고 세 마리나 된다고 한다.
‘어쩌지? 지금 사람을 뺄 순 없는데. 급한 대로…….’
일단 브라우니만이라도 보낼까? 하지만 브라우니는 구체적인 지시는 못 알아듣는다. 조련사로 한 명 따라붙어야 한다.
이쪽도 급하지만 오하이오 주가 습격 받은 것도 빠른 시간에 해결하지 않으면 피해가 클 것이다. 유지웅은 일단 브라우니만이라도 빼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회장님! 제주도 남쪽 바다에 갑자기 대규모 해양 괴수들이 출현했습니다!」
「백두산에 괴수 세 마리가 습격해왔습니다! 레드 개체입니다! 결정도가 무려 3만이나 됩니다!」
「회장님! 조국이 위험합니다!」
우후죽순처럼 위급하다는 연락이 쏟아져 들어왔다. 미국과 한국뿐만이 아니었다. 일본, 옛 중국, 러시아, 유럽 등 세계 각지에서 핫라인으로 지원을 호소했다.
전 세계에서 강력한 괴수들이 산발적으로 습격을 해온 것이다. 개체 수는 불과 백 마리도 안 되지만, 하나하나가 모두 결정도 1만이 훌쩍 넘는 강력한 레드 몹이었다.
유지웅에게는 별 거 아니지만 타국 공격대로서는 감당하기 벅차다. 아니,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봐야 하리라.
“이러다 블랙 몹이라도 나타나면 본진 다 털리겠다. 안 되겠어. 브라우니라도 보내야지.”
한국에는 브라우니의 둥지가 있다. 둥지로 돌아가라는 지시 정도는 브라우니도 알아듣는다. 구체적인 전투 지시는 둥지에 있는 괴수 통제관들이 내려줄 것이다. 따로 브라우니 통제를 위해서 사람을 빼지 않아도 된다.
「미스터 제니스! 그, 그럼 우리 미국은 어떡합니까!」
“유감입니다. 하지만 우리나라도 지금 급해서요.”
당장 한국에도 결정도 3만에 육박하는 레드 몹이 다수 나타난 상태라 미국이 지원을 우선해달라고 요구할 입장이 아니었다. 자기 나라 일이 급한 것은 당연한 것 아닌가.
“최대한 희생을 줄이는 방식으로 버텨보세요. 여유가 나는 대로 바로 돕겠습니다.”
그것이 유지웅이 비시 대통령에게 해줄 수 있는 최대한의 배려이자 약속이었다. 상황이 어쩔 수 없음을 깨달은 비시도 표정이 비장해졌다.
「부탁합니다.」
백악관과 통신을 마친 유지웅은 청와대에 연결해서 곧바로 브라우니를 보내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브라우니에게 둥지로 돌아가라고 막 말을 하려는 참이었다.
“회장님! 제주도 남쪽에 출몰한 괴수들 중에 대단히 거대한 개체가 한 마리 발견되었습니다. 그런데 결정도가 감지되지 않는다고 합니다.”
“뭐라고요?”
유지웅의 얼굴은 흙빛이 되었다. 결정도가 감지가 안 된다면 딱 한 가지 경우다.
“설마 화이트급 괴수인가요?”
“잠깐 확인해볼게요.”
화이트급이라는 말에 나미가 놀라서 나섰다. 입을 벌린 조개에 사뿐히 앉아 있던 나디아도 고개를 살짝 내밀어서 들여다봤다. 화면에는 항공 촬영한 해양 괴수들의 모습이 떠올라 있었다.
“니켈레우스!”
“소첩의 소견으로는 니켈레우스 같사옵니다, 폐하.”
“니켈레우스? 저 놈을 알아요?”
“대서양의 지배자예요.”
“좁디좁은 대서양 한구석을 차지하고 들어선 겁 없는 아이옵니다. 감히 주제 파악도 못하고 폐하의 궁전에……. 소첩에게 명만 하시옵소서. 당장 쫓아내겠사옵니다.”
나디아는 팔을 걷어붙이며 당장이라도 뛰쳐나갈 기세였다. 펄펄 뛰는 게 여간 화가 난 게 아닌 모양이다.
나미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하네요. 니켈레우스는 본래 호전적인 녀석이 아닌데……. 화이트급으로 들어선 것도 최근이라서 비교적 얌전하게 지내고 있었거든요.”
“소첩이 인도양을 비운 틈을 타서 폐하의 궁전 앞까지 밀고 들어온 게 분명하옵니다. 절대로 용서할 수 없는 불경이자 대죄이옵니다. 폐하, 소첩에게 하명만 하시옵소서.”
“나디아, 막을 수 있어? 넌 전투 타입이 아니잖아.”
나디아는 전투가 아닌 생산에 특화되어 있다. 강력한 조개 껍데기를 만들어 탑승하여 싸우는 방식이다. 평소 타고 다니는 저 조그만 조개로 과연 상대가 될까?
그러나 나디아는 자신만만했다.
“남해에 소첩이 준비해둔 전투형 탈것이 하나 있사옵니다. 그것을 타면 소첩은 니켈레우스 같은 천한 계집에게 지지 않을 자신이 있사옵니다.”
“그, 그래?”
슬쩍 나미를 쳐다보니 그녀가 가볍게 끄덕여 보였다. 나디아라면 니켈레우스라는 괴수를 충분히 상대할 수 있는 모양이다.
“좋아. 그럼 나디아, 가서 니켈레우스라는 그 녀석을 막아 줘. 하는 김에 여유가 나는 대로 그 부근에서 난리 피우는 괴수들도 얌전히 시키고.”
“명에 따르겠사옵니다.”
“피즈, 너도 나디아와 같이 한국에 가.”
“왜애, 나도 아빠랑 같이 있을래!”
“엄마 말 들어!”
결국 피즈는 혼이 나서 브라우니의 등에 탔고, 나디아는 유지웅한테 다소곳하게 절을 올리고 조개 방향을 돌렸다.
조개는 네 개의 촉수를 움직여 브라우니의 등에 올라탔다. 촉수가 길게 뻗으며 브라우니의 목을 껴안듯이 칭칭 감았다. 브라우니는 살짝 싫은 듯이 보였으나 어쩔 수 없다는 듯 날갯짓을 하며 날아올 준비를 했다.
그리고 조개 뚜껑이 닫히기 전…….
“니켈레우스, 내 이 썅년을 가만 두지 않으리.”
이게 뭔 소린가 싶어서 놀란 유지웅이 급히 돌아봤으나 이미 조개 뚜껑은 닫힌 뒤였다. 왠지 뚜껑 색이 붉은 듯한 느낌이 들었다. 착각이겠지?
브라우니의 속도라면 2, 30분도 걸리지 않아서 한국에 도착할 수 있다. 지상은 브라우니에게, 해양은 나디아에게 맡기면 본진 방어는 일단 안심이다.
세계 각지에서 결정도 수만의 레드 몹들에게 털리고 있는 나라들은 안 됐지만, 지금은 그들을 지원하러 갈 여유가 없었다.
“대체 이게 어떻게 된 거죠?”
“ZMD망을 통해 전 세계 결정 농도 분포치를 재확인했습니다. 여기 보시면 에너지 농도가 급격히 증가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이 점이 일부 괴수들에게 강력한 영향을 끼친 것입니다.”
“세이프 존은요?”
옐로 몹은 유지웅이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아프리카와 미국의 세이프 존에 대부분 존재한다. 그 외 지역에 존재하는 괴수들은 거의 레드 몹들이다.
“세이프 존은 아직 레드 몹이 출현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습니다만, 어떻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나미 씨와 나디아는 화이트급이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팽창한 균열에서 쏟아져 나온 결정 에너지 때문에 일부 개체들이 급격한 힘을 얻은 것이다. 화이트급 괴수는 그런 사소한 버프가 의미 없을 만큼 강해서 별 영향이 없는 것이고. 최윤 팀은 그렇게 추측했다.
유지웅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아무튼 빨리 로버를 처리해야겠군요.”
“하지만 이대로 다시 싸우면 무조건 져요.”
나미가 우려하고 나섰다. 로버는 지금까지 봐온 어떤 괴수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강력했다. 옐로, 레드, 블랙, 화이트, 그런 등급과 같은 카테고리에 넣는 것이 그릇된 일이라 여겨질 만큼.
유지웅은 물론이고 다른 대원들도 그 점을 느꼈다. 개개인의 능력치를 수십 배 이상 증폭시켜주는 광역 버프를 받고, 나미와 힘을 합쳐 싸워도 로버를 감당하지 못할 것이다. 로버가 보인 힘은 그만큼 강력한 인상으로 머릿속에 남아 있었다.
「사용자의 능력치를 강화할 방법이 있습니다.」
그때 딱딱한 기계음이 정적을 깨뜨렸다. 오리나였다.
유지웅은 반색을 하고 물었다.
“그래? 방법이 있어?”
「북극곰 결정체를 이용한 무기를 만드는 것입니다.」
“레드 결정체로 장비를 만든다고? 하지만 레드 결정체는 가공이 거의 불가능하잖아?”
최윤 팀도 레드 결정체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연구 분석을 하는 수준이지, 아직 자유자재로 다루지는 못한다. 잘못해서 레드 결정체가 폭발이라도 일으키면 엄청난 대참사가 일어난다. 인간이 함부로 다루기에는 너무 조심스럽고, 위험한 물건이었다.
「제가 직접 매개체가 되어 레드 결정체의 출력을 조절하면 안전하게 다룰 수 있습니다.」
“매개체?”
「예. 레드 결정체와 완전히 융합함으로써 제 모든 인지 능력을 레드 결정체의 통제에 할당합니다. 다만 이 경우 융합 상태가 해지되기 전까지는 제가 외부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수 있습니다. 일종의 가사 상태와 비슷합니다.」
“음……. 오리나 네가 없으면 안 돌아가는 게 많은데. 그 융합 상태라는 거 다시 풀 수 있는 거지?”
「물론입니다.」
“좋아. 해보자.”
그렇게 북극곰이 남긴 레드 결정체를 오리나와 융합시키기로 했다. 새로운 무기를 만든다는 말에 최윤과 니트로는 호기심 반 우려 반을 나타냈으나, 지금 상황이 너무 급했다.
구체가 푸른 빛을 강하게 발하기 시작했다. 빛이 내뿜는 인력에 이끌리듯이 레드 결정체가 천천히 떠올랐다. 수백 명이 넘는 대원들은 그 황홀함에 취해 말없이 올려다봤다.
빛은 더욱 빠르고, 강하고, 아름답게 사방으로 퍼져 나갔다. 레드 결정체는 구체의 떨림에 공명하듯이 새하얀 빛을 내뿜으며 천천히 자전하기 시작했다.
오리나의 몸을 구성한 입자가 빛의 가루로 변해 바람에 휘날리듯이 구체로 흡수되기 시작했다. 오리나가 완전히 흡수된 구체는 더욱 강한 빛을 발하며 레드 결정체로 다가갔다. 레드 결정체와 구체는 서로에게 이끌리듯이 거리를 좁히며, 눈이 타버릴 듯한 섬광을 내뿜었다. 사람들은 더 이상 쳐다보지도 못하고 시선을 피하고 말았다.
마침내 빛이 사그라졌다. 떨림도 멎었다. 유지웅은 슬그머니 눈을 떠서 시선을 돌렸다.
구체와 레드 결정체가 있던 곳에는 한 자루의 커다란 망치가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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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르의 망치… 아니, 에고 망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