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791)
00791 %3C프리시즌 딜러편%3E 테러리스트? 아니죠 =========================================================================
“그냥 여행인데요.”
“믿을 수 없습니다. 정확한 목적을 제시해주세요.”
“그냥 관광이라니까요.”
“믿을 수 없어요!”
“맞다니까 그러네. 평생 속고만 사셨나.”
“그럴 리가 없어요!”
남기철은 거의 울 듯한 표정이었다. 유지웅은 그런 반응이 몹시 재미있었다.
“아, 진짜 그냥 단순 관광이라니까 그러네. 왜 그렇게 사람을 못 믿으세요.”
“그럼 팬카페에는 티켓 사진 인증을 왜 올리신 겁니까!”
“여행 갈 거라서 티켓 끊은 거 올리는 것도 무슨 죄인가요?”
“티켓 인증이 죄는 아니죠. 하지만 올린 장소가 문제란 말입니다!”
사실 그렇다. 여행가려고 티켓을 끊었고, 그것을 자랑하려고 인증을 한 것 자체가 죄는 아니다. 그런 식으로 따지면 이 세상에 죄인 아닌 사람은 없을 것이고, 모두가 테러리스트라는 신나는 세상이 될 것이다.
문제는 유지웅이 티켓 사진 인증을 올린 게시판 이름이었다.
「말안듣는놈은힘으로때려부수자는사람들모여라 게시판」
이제 감이 잡히지? 다른 인터넷 포탈, 아니 팬카페였어도 다른 게시판에 올렸으면, 위에서도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하필이면 다른 곳도 아닌, 바로 저 게시판에 올렸다는 게 문제다.
일반 회원들이야 잉글랜드가 무슨 상관인지 몰라서 그냥 여행 가는구나, 뭐 볼일 있어서 가는구나, 혹은 사업차 가는구나 하고 넘어갈 수 있다.
그러나 정부는 유지웅이 언급한 P은행이 잉글랜드의 Pental 은행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전후 사정을 알고 있으니 유지웅이 무슨 의도로 영국을 방문하는지 알아차린 것이다.
최소한 협박, 혹은 무력시위다. 하물며 다른 나라도 아닌, 강대국으로 손꼽히는 영국이다. 그것도 세계 최강대국인 미국이랑 호형호제 하는 나라다.
“아, 진짜 단순한 관광이라니까요. 이렇게 자국민을 못 믿어서 어쩌시려고 그래요?”
“믿을 수 없습니다. 믿지 않아요.”
“이것 참, 가슴을 열어서 내 속을 보여줄 수도 없고…….”
“영국 정부에서도 비공개 라인을 통해 항의 의사를 전달해 왔습니다. 유지웅 씨가 영국에 오는 것은 테러리즘으로 간주하겠다고요.”
“뭐라고요? 테러리즘?”
유지웅은 쌍심지를 켰다. 순간 남기철은 괜한 말을 한 것은 아닌지 걱정이 들었다. 그러나 이왕 꺼낸 말은 끝까지 해야 했다.
“영국은 이번 일을 통해 유지웅 씨를 매우 위험한 인물로 간주하고 있습니다. 사실 미국이 환태평양 함대 훈련을 대대적으로 시행하는 것도 그 일환입니다.”
“미국이 그래요? 흠…….”
사실 유지웅은 미국이나 영국에 별 유감이 없다. 이번에 영국을 방문하는 것도 실은 에버튼의 경기를 보기 위해서다.
‘머지사이드 더비 매치가 있는데…….’
도착 다음 날 머지사이드 더비 매치가 있다. 바로 머지사이드를 연고지로 하는 리버풀과 에버튼의 경기다. 양쪽 다 강등권에 머물러 있는 만큼 이번 더비 매치는 훌리건의 폭동에서 팀이 살아남느냐 마느냐가 걸린 중요한 경기다.
유지웅은 단지 그 경기를 보러 가려고 표를 끊었다. 그리고 경기 보러 간다고 자랑하려고 올렸다.
그런데 왜 테러리스트 취급을 받아야 하지? 축구 경기를 사랑하는 것도 테러리즘인가?
「제목 : 뭔가 대단한 오해가 있는 것 같다.」
「난 이번 머지사이드 더비 매치가 있어서 그걸 보려고 티켓을 끊은 것뿐이다. 그런데 영국 정부는 내가 영국에서 무슨 나쁜 짓이라도 벌이려고 한다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그 점이 매우 아쉽다. 나 그냥 경기 보러 가는 거니까 너무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말고 놔뒀으면 좋겠다.」
유지웅은 그렇게 솔직한 심경을 올렸다. 이 정도면 충분히 믿어주겠지, 하는 태평함도 있었다.
그러나…….
―뭔가 이상하다. 유지웅 딜러가 축구 팬이라는 이야기는 나 처음 듣는다.
―내가 과거 학력 기록을 봤는데 축구부에 들 거나 축구를 좋아하거나 한 기록은 일절 없다.
―내가 여기 찾음.
―어? 뭐 찾음? 축구 팬 맞음?
―아니, 체육 실기 점수 찾음. 와, 이렇게 점수가 처참할 수도 있구나. 진짜 근딜 안 됐으면 완전 허약체 그 자체네.
―정말?
―여기 초등학교 때 작성한 장래희망 계획서도 있네. 운동이 너무 싫어서 운동선수는커녕 그쪽 관련 일은 절대로 하고 싶지 않다는 빡침이 느껴진다. 아마 체육 실기 망친 듯.
―뭐야, 그럼 리버풀 에버튼 매치 보러 간다는 것도 백퍼센트 구라잖아.
―역시 이상해.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기어이 영국을 가려는 것을 보면 분명히 뭔가 있어.
사실 영국을 기어이 가고 싶었다면 다르게 나오는 게 더 효율적이지만, 네티즌은 이미 거기까지는 생각이 닿지 않았다. 아니,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무의식중에 외면하고 있다고 봐야 할까.
―혹시 전에 말한 그 P은행, 영국의 Pental 은행 아니냐?
―일성그룹 비자금 관리하는 은행 후보 중 하나?
―어, 그러네. 정말 그 은행이 Pental 은행이라서 본보기로 손봐주러 가는 그런 거 아닌가?
―그러고 보니 저번에 유지웅 딜러가 왜 아직도 은행들이 비자금 자기 계좌에 입금 안 하는 거냐고 채팅방에서 투덜거린 거 기억난다.
―뭐? 유지웅 딜러가 채팅방에 왔어?
―ㅇㅇ. 한 번 왔었음. 그때 채팅방 난리 났다. 방이 꽉 찼는데 들어오지도 못한 사람들 발만 동동 굴렀지. 대기 번호가 10만 번 대까지 떴다던데.
당연히 영국 정부로 유지웅 팬카페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는 중이다. 유지웅 지지자들이 실없이 해대는 토의, 토론 내용은 즉각 검토 및 분석되어 영국 총리실에 보고되고 있었다.
“역시 우리 짐작이 맞았습니다! 그 자는 P은행에 협박이나 위해를 가하려고 영국을 방문하려는 겁니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그자의 입국을 막아야 합니다!”
“국제 사회의 동조를 얻어 그를 테러리스트로 지목하는 게 어 떻겠소?”
“그건 어렵습니다. 그리 되면 한국과 외교적으로 척을 져야 하는데……. 자칫 수교 단절까지 이어질 수 있습니다.”
“아니, 그 자가 뭐라고 외교 분쟁이 일어난단 말이오?”
“모르시는군요. 현 한국 정부가 지금 그 자를 은밀히 감싸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미 한국 정부와 그 자가 손을 잡고 국내를 장악하려고 한다는 분석까지 나왔습니다.”
“테러리스트와 손을 잡다니, 그 무슨 야만스러운 정치인들이란 말인가! 이래서 미개한 동양 원숭이들은!”
영국 정부는 역시 미국과 손을 잡기를 잘했다고 생각했다. 이제껏 없던 대규모 환태평양 함대 훈련을 보고 한국 정부는 여러 모로 압박받는 게 많을 것이다. 어쨌든 간에 미국은 세계 최대의 결정체 소비국이자, 한국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동맹국이니까.
괴수의 등장이 전쟁을 사라지게 했다지만 그것은 소모전식 국지전 이야기다. 압도적인 차이가 나는 상황에서 강자가 약자를 미사일로 멀리서 때려 박는다면 전쟁이고 자시고 없이 몰살시킬 수 있다. 국제사회의 엄청난 비난이 예상돼서 못할 뿐이지, 물리적으로 실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 * *
함대 합동 훈련이 시작되었다.
미국은 한국을 제외하고, 필리핀, 일본 등과 함께 태평양 함대 훈련을 시작했다. 바다에는 괴수가 없어(사실 존재하지만 심해 깊은 곳에 주로 있어 해상은 안전하다) 함대 훈련을 하는데 아무 지장이 없다.
전쟁이 사라졌다지만 강대국일수록 군사력 유지는 소홀히 하지 않는다. 그리고 해상 전력이야말로 현대 사회에서는 군사력의 꽃으로 손꼽힌다. 육지와 하늘에는 조금만 소음을 내도 득달같이 덮쳐 오는 괴수들이 득실거리니까.
“이번 훈련에 왜 한국군은 빠진 겁니까?”
“백악관의 뜻이다. 아마 이참에 한국을 단단히 길을 들일 셈이겠지.”
“무적 근딜이라는 그 자, 참으로 대단하군요. 일개 개인이 국제 정세에 이렇게까지 즉각적인 영향을 끼칠 줄이야.”
“저번에 올린 그 무력시위 동영상이 사실 좀 컸네. 그거 때문에 백악관의 심기가 적지 않게 불편했다는 풍문이 있어.”
“저라도 그러겠습니다. 파괴력 좀 낸다고 해서 자기가 무슨 항모 군단이라도 된 마냥 으스대는 꼴, 별로였거든요.”
유지웅이 무력시위로 올린 동영상은 확실히 대단하다. 그러나 장거리 전투가 주가 되는 현대전에서는 무의미한 힘이다. 아무리 폭탄이 막강해도 목적지까지 실어 나르지 못하면 무슨 소용인가?
유지웅이 TNT 500kg에 달하는 파괴력을 냈다 해도 그뿐이다. 결국 파괴력을 행사하려면 그가 찾아와야 하는데, 어느 나라 정보부에서 그걸 가만히 놓고 보겠는가?
그는 이미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는 세계 최고의 위험인물이었다. 내로라하는 미국 첩보 기관의 눈을 피해 미국에 들어올 수 있는 가능성은 절대 없다.
그때였다.
“으악! 비상 상황! 비상 상황!”
“무슨 일인가! 보고하라!”
“괴수가, 괴수가 나타났습니다! 이쪽으로 똑바로 다가오고 있습니다! 공격합니다! 레드 몹입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레드 몹은 결정도가 아닌 선공 습성이 있는지 여부로 판별하고 있었다. 선공을 하면 레드 몹이고 아니면 옐로 몹으로 본다. 그리고 레드 몹은 최소 결정도가 5,000 이상이라는 게 정설이었다. 그러니까 이때만 해도.
“아, 안 돼! 전 함대, 산개해서 회피하라! 회피하라!”
함대는 난리가 났다. 각 함선은 진형도 흐트러뜨린 채 죽을힘을 다해 달아났다. 어차피 괴수는 핵이 아니면 통하지 않는데, 이런 곳에서 핵을 썼다가는 자살 공격 밖에는 안 된다. 즉 죽을힘을 다해 달아나는 것만이 하책이요, 중책이요, 상책이었다.
그랬는데…….
“저, 저게 뭔가?”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저 먼 하늘에서 커다란 포물선을 그리며 흰 빛이 떨어진 것이다. 빛은 막 기함 뉴캠프 호를 덮치려던 괴수를 그대로 강타했다.
―꾸에에에에에엑!
* * *
‘맞았나?’
유지웅은 오른손으로 단단히 붙잡은 왼손을 천천히 아래로 내렸다. 욱신거리는 느낌이 아직도 왼손에 미약하게 남아 있었다.
사실 그는 이게 어떻게 된 건지 몰랐다.
그저 씩씩거리며 주한 영국 대사관을 찾아가려다가 불현듯 저 먼 곳에서 익숙한 기척을 느꼈다. 설명할 수는 없지만 그것이 브라우니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그 자리에 멈췄고, 시즈 모드를 하고, 왼손을 들어 하늘을 조준했다. 오른손으로 왼손을 받치고, 그대로 있는 힘껏 섬광을 발사했다.
그 모든 것은 마치 계산된 하나의 명령처럼 일사분란하게 이뤄졌고, 흘러갔고, 실행되었다. 어찌 된 영문인지는 알 수 없지만, 누가 그랬는지는 두 말할 필요도 없었다.
‘오리나. 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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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모드로 부팅 중이지만 사거리 3,000km 내 포탄 자동 유도 계산쯤은 오토 앱으로도 실행 가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