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881)
00881 %3C프리시즌 딜러편%3E 아이돌 라이벌 =========================================================================
“본부장님. 3분기 실적 보고서 메일로 보내드렸습니다.”
“음, 확인했습니다. 만족스럽진 않지만 나쁘진 않아요. 정리하느라 고생했겠어요.”
“아닙니다. 과찬이십니다.”
불룩 튀어나온 배. 벗겨진 이마. 풍채 좋은 체격. 그리고 값비싼 이태리제 양복.
‘저게 한 벌에 몇 억짜리라지?’
설핏 양복 가격을 들은 바 있는 신입사원은 눈이 부셔서 제대로 쳐다볼 수가 없었다. 무엇보다 하늘같은 본부장의 칭찬에 몸 둘 바를 몰랐다. 상대가 존대를 해준다는 점이 어색했다. 다른 기업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문화였다.
“아, 그리고 기획부 임원들은 30분 후까지 제 집무실로 오라고 하세요.”
“예, 알겠습니다!”
신입사원은 싹싹하게 대답하고는 등을 돌렸다. 그러자 본부장이 얼른 불러 세웠다.
“김형주 사원, 안건은 듣고 가야지요?”
“아! 죄송합니다!”
김형주 사원은 얼른 고개를 숙였다. 본부장이 말을 이었다.
“쿤겐 슐제거 딜러 등장으로 우리가 입을 손실과 그 대비책을 논할 겁니다.”
“아, 알겠습니다!”
쿤겐 슐제거. 그 이름에 김형주 신입사원은 바짝 긴장이 들어갔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국가무역위원회는 그 이름 때문에 한껏 술렁이고 있었다.
마침내 상부에서는 칼을 빼들기로 결정한 건가. 김형주 신입사원은 자기와는 먼 나라 일이지만, 그래도 온몸에 힘이 불끈 솟는 게 느껴졌다. 왜냐하면 자신도 자랑스러운 국가무역위원회 직원이기 때문이다.
“틀림없이 전달하겠습니다!”
“그래요. 수고해줘요. 김형주 사원.”
“예! 김범석 본부장님!”
이쯤 되면 눈치 챘겠지만, 국가무역위원회에서 배 나오고, 머리 벗겨지고, 한 벌에 몇 억씩 하는 양복을 입고 다닐 인물은 김범석밖에 없다. 그는 유지웅의 수행비서이면서 국무위 총본부장을 겸임하고 있었다.
김범석은 어깨를 당당히 펴고 복도를 거닐었다. 마주칠 때마다 사원들이 인사를 했다.
“저 분이 그 분이야?”
“그래. 오너한테 블루 결정체 잔뜩 받은 그 분. 총 자산이 10조 원이 넘으신대.”
“와, 대박. 자산 10조라니, 대체 어떤 기분일까?”
“저 양복 한 벌이 몇 억이 넘는다는데?”
“저 분이 수행비서가 본업이라지? 수행비서가 그 정도로 돈을 받으면, 비서실장은 대체 얼마나 받고 있을까?”
“엄청 쩔지 않을까?”
김기영이 이 대화를 들었다가는 매우 슬퍼했으리라. 그의 연봉은 200억 남짓. 김범석이 연간 받는 이자보다 못한 액수다.
“박민주 대리.”
“예, 본부장님.”
“기획재정부 장관 미팅 계획은 잘 진행하고 있습니까?”
“예! 아무 문제 없습니다!”
“좋군요. 그럼 수고해줘요.”
“예, 본부장님.”
김범석은 복도를 걷다가 마침 마주친 직원에게 미팅 진행 사항을 확인했고, 만족스러워하며 걸음을 계속했다. 몰래 훔쳐보던 사원들이 수군거렸다.
“그런데 국무위에서 본부장이면 3인자 아니야? 위원장님, 사무총장님, 그 아래가 바로 본부장님이잖아.”
“맞지. 근데 그게 왜?”
“아니, 그런 높은 분이 평사원한테까지 존대 써주는 게 이상해서.”
“원래 그런 분이라던데? 일성 그룹에 있을 때부터 저렇게 아랫사람한테도 정중하게 예를 갖추는 분이셨대. 그러니 위원장님이 알아보고 스카웃하신 거지. 일성그룹 비자금 폭로에 총대 매고 나선 거 보면 알잖아.”
사실 진실과는 한참이나 거리가 먼 소문이다.
김범석이 평사원에게 존대를 하는 이유? 당연히 유지웅 때문이다. 하늘같은 회장님도 직원에게 존대를 하는데, 어떻게 자기가 함부로 반말을 할 수 있겠는가.
유지웅은 그냥 편해서 존대를 하는 것뿐이다. 아무튼 최고 수장이 존대를 실천하니, 그 아랫사람들도 그를 본받아 부하 직원들에게 존대를 해주었다. 존대가 나가니 자연히 폭언을 하는 비율도 줄어들었고, 국무위는 짧은 시간 안에 상호 존중하는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었다.
“참 아까운 분이 돌아가셨어…….”
누군가가 그리 말하자 분위기가 잠시 숙연해졌다.
* * *
“쿤겐 슐제거가 카네기 가주 지위를 승계했습니다. 전대 가주인 세인 아민 카네기는 지닌 US크리스틸 지분 전부를 쿤겐 슐제거, 아니 테레사 앨지노어 카네기에게 양도했습니다.”
“쿤겐은 가문 주요 인사들을 불러놓고 협박에 가까운 경고를 했습니다. 확인되지 않은 소문이지만, 그에 따른 무력시위도 병행했다고 합니다.”
회의를 들으며 쉴 새 없이 뭔가를 써내려가던 김범석의 손이 순간 멈칫 했다. 그는 고개를 들어 방금 발언을 한 임원에게 눈길을 주었다.
“무력시위? 자세한 설명을 해보세요.”
“자기 말을 듣지 않으면 폭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으름장을 놓은 듯합니다. 아, 물론 확인된 것은 아닙니다. 그 부분에 관해서는 모든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듯이 입을 함구하고 있습니다.”
“함구하는데 어떻게 흘러나왔지요? 혹시 와전된 정보일 가능성은 없습니까?”
“카네기 대저택의 한쪽 벽에 손상된 것을 확인했습니다. 폭탄이라도 터트리지 않은 이상 그렇게 손상되기 어렵습니다. 그리고 비슷한 시기, 아니 거의 동일한 시기에 세인 아민 카네기가 가문 주요 인사들을 소환했습니다. 그 자리에는 쿤겐 슐제거도 있었다는 게 확인되었습니다.”
“흠, 그건 무시할 수 없는 상황이군요.”
김범석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에 잠겼다. 다른 임원이 이어 발언했다.
“현재 미 정부는 쿤겐 슐제거를 미국의, 아니 서양의 영웅으로 만들려 하고 있습니다. 세계에서 유일한 블랙 몹 단독 레이더라며 추켜세우고 있습니다. 다분히 정효주 회장 대리님을 의식한 행동입니다!”
임원들은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치며 분개를 나타냈다. 김범석은 고개를 끄덕이며 들었다. 이런 분노, 아랫사람 된 도리로서 참으로 보기 좋다.
“블랙 몹은 아직 세상에 생소한 등급입니다. 미 정부는 블랙 몹의 자세한 정보를 마구 퍼트리고 있습니다. 이는 쿤겐 슐제거의 이름값과 명예를 높이기 위한 수작입니다.”
“말도 안 되는 짓입니다! 대중의 안정을 위해 엄격히 통제되어야 할 괴수 정보를, 한낱 영웅 메이킹을 위해 무분별하게 퍼트리고 있다니요!”
유지웅이 죽었다고 알려진 직후, 국무위는 한동안 혼란에 빠졌다. 그러나 정효주의 레드 몹 솔로잉 전투가 공개되고 다시금 영향력을 되찾았다. 블루 결정체의 안정적인 공급이 재개되었을 뿐만 아니라, 유일한 레드 몹 단독 레이더로서 입지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한국은 아직까지 국제 사회에서 공식적으로는 고립 상태다. 유지웅이 죽은 것은 그 점에 있어서 뼈아프다. 그러나 정효주가 있으니 다시 일어설 수 있다.
우리에겐 정효주가 있다!
최고의 레이더가 있다!
혼자서 레드 몹을 잡는 레이더가 있다!
국민들은 그런 자부심을 토대로 인내할 수 있었다. 미래의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자존감을 충족할 수 있었다.
그러나 쿤겐의 등장은 그런 분위기에 일순 찬물을 끼얹었다. 쿤겐은 정효주와 달리 레드 몹이 아닌 블랙 몹을 혼자서 잡았다.
알려진 블랙 몹의 결정도는 10만 이상. 정효주가 최고라며 떠받들던 국민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던 것이다.
“회장님만 살아계셨어도…….”
어느 임원이 안타까운 듯이 말했다. 곧 그에 동조하듯 여기저기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심지어 어떤 이는 잠시 눈을 감고 묵념하는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김범석에게는 참으로 마음에 드는 분위기였다. 국무위가 누구의 것인지, 그 시조가 누구인지 잊지 않는 정신. 충견으로서 이런 분위기가 어찌 달갑지 않겠는가.
‘미안합니다. 아직은 진실을 알릴 때가 아닙니다. 그 분께서 거사를 성사하기 전까지는…….’
김범석은 사실대로 말해줄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김기영 실장과 자기만 알고 있어야 한다는 게 미안했다.
그러나 적을 속이려면 아군부터 속여야 하는 법. 김범석은 그들과 마찬가지로 슬프고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연기에 나섰다.
“회장님은 돌아가셨어요. 더는 없습니다. 하지만 우리 등에, 이 가슴에 하나가 되어 계속 살아가십니다.”
김범석은 주먹을 불끈 쥐었다. 눈빛에는 열의가 흘러 넘쳤다. 그 뜨거운 온기에 다른 이들마저 잠식되었다.
“세계가 우리의 시련을 판다면 그조차 뚫어버립시다. 뚫고 빠져나올 수 있다면 우리의 승리입니다!”
“맞습니다! 까짓 거, 이겨내 버립시다!”
“우리는 할 수 있습니다! 그까짓 블랙 몹 레이더가 대수입니까!”
“미국이든 세상이든 비웃어 줍시다! 우리를 누구라고 생각하느냐고!”
환호가 회의실을 뒤덮었다. 저마다 흥분한 얼굴로 필사적인 결의를 토해냈다.
미국이 어떤 영웅을 내세우더라도 지지 않겠다. 우리에게는 정효주라는 여신이 있으니까. 블루 결정체 독점 공급국으로서의 자부심, 자존감을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환호가 가득한 회의실 밖에서 우두커니 망설이고 있는 어떤 인물이 있었다.
“……그냥 다음에 들어갈까요?”
“예? 회장님, 왜 그러시는지요?”
“아니, 저 바보스러운 분위기에 별로 끼고 싶지 않아서요.”
“……그럼 스케줄을 다시 잡을까요?”
“그래야겠어요. 김 비서님한테 따로 저 좀 보자고 전해주세요.”
정효주는 두 손을 쥐었다 폈다 반복하며 뺨을 짝짝 쳤다. 창피함으로 색이 발그레해 있었다. 그녀는 돌아서며 작게 중얼거렸다.
“내가 미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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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3 하고는 있는데 그닥 기대했던 만큼의 재미는 아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