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70)
00970 %3C에피소드%3E나는 □수저다. =========================================================================
반동이, 본명 유현무는 무럭무럭 자라 어느덧 유치원에 들어갈 나이가 되었다. 그 동안 유현무는 제한적이지만 이 시대에 관한 중요한 정보를 몇 가지 얻을 수 있었다.
먼저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시대는 자신이 살던 대한민국이 아니라는 것이다.
분명히 이곳이 지구이고 대한민국이고 미국이나 중국 등 자기가 알던 나라가 존재하는 세계는 맞는데, 자신이 살던 그 지구와는 또 다르다는 것이다.
첫 번째로, 이곳은 괴수가 존재한다. 유현무는 처음 브라우니를 봤을 때의 기억이 아직도 선하다.
처음에는 로봇이나 장식, 뭐 그런 건 줄 알았다. 그런 괴물이 버젓이 존재하고, 사람들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것에 기겁했으며, 나아가 그런 괴수들이 세상에 쎄고 쎘다는 것에(브라우니가 얼마나 쎈 괴수인지는 당시 몰랐기에 하는 말) 기겁하고 말았다.
여기 대한민국 맞아? 내가 알던 그 지구가 맞아?
TV를 보고, 엄마 아빠에게 물어봐서 대충 그런 괴수들이 득실거리는 세계라는 것은 알았다. 그리고 역사도 뭔가 미묘하게 달랐다.
대표적인 것이 일제 강점기, 그가 알던 역사에서는 35년이었는데 이곳에서는 36년이었다.(큰형 교과서를 훔쳐보고 알았다) 그리고 중국이 없었다. 중국 지역은 존재하는데, 그곳에는 그가 알던 하나 된 큰 중국 대신 여러 개의 작은 나라들이 존재했다.
듣자하니 아빠가 중국을 여러 개의 나라로 잘게 쪼갰다나?
“아, 원래는 222개 도시 국가로 쪼개야 했는데 이번에도 그러기에는 차마 이 아빠 마음이 약해져서 말이야.”
언젠가 아빠가 무릎에 앉히고 들려준 대답이었다. 무슨 말인지 아리송했지만.
저택 울타리 내에 있는 거대한 활주로를 보고 놀랐던 기억 역시 선명하다. 처음에는 왜 아빠가 공항 옆에 불편하게 집을 지었나 생각했다. 나중에 그게 개인 활주로라는 것을 알았을 때에는 침묵하고 말았지만.
‘도대체 이번 생의 아빠는 얼마나 부자인 거지?’
전생의 아빠와는 너무 갭이 다르니까 영 적응이 안 된다. 이 정도 규모면,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제일가는 부자인 건 확실하지 않을까?
전생에서도 개인 활주로를 집에 두고 있는 국내 부자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땅덩어리가 좁은 한국의 특성상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여기가 미국도 아니고…….
아무튼 유현무는 유치원에 입성했다. 그런데 모두가 자신을 몰라보았다.
‘왜?’
어린 나이지만 그는 당황했다. 보통 가진 자들의 인맥, 그들만의 리그는 어린 시절부터 철저히 쌓아나가는 게 아닌가?
그런데 유치원 친구들은 어려서 그렇다 치고, 교사들도 자신을 평범한 아이로 생각하고 있던 것이었다.
‘이곳은 그런 문화가 없나?’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을 했다. 하지만 이내 그 생각이 틀렸다는 걸 깨달았다.
“제니스가(家) 막내아드님이 다닌다면서요? 누구일까요?”
“글쎄요, 꼭 우리 유치원이란 법도 없죠. 제니스 재단에서 운영하는 유치원만 열 개인데, 설마 우리가 그 안에 들겠어요?”
“10%의 확률이라…… 그냥 속편하게 포기하는 게 낫겠네요.”
“그리고 눈치 채더라도 절대 아는 체 하면 안 돼요. 그거 계약 위반이에요.”
“그렇게나 가진 게 많으신데, 자녀들을 평범하게 키우시겠다니…… 참 요즘 부자같지 않으신 분이세요.”
유현무는 깨달았다. 아버지는 적어도, 힘없는 이들에게 폭력을 행사하고 깽값이라며 수표 던져주는 망나니 재벌 2세로 키울 마음은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는 아빠의 마음에 보답하기로 했다. 착실하게 공부했고, 친구들과도 원활하게 어울렸으며, 겸손한 태도를 몸에 쌓아나갔다. 전생에서도 그는 온순한 성품이었기에 별로 어색하지는 않았다.
‘여기 대한민국은 참 좋은 나라구나.’
아직까지는 아빠 엄마가 인생의 전부였기에, 유현무는 이 나라 분위기가 대체로 그런 줄 알았다. 가진 자들이 잘난 체 하지 않는 게 당연시된 분위기, 그렇다면 유전무죄 무전유죄 같은 것도 덜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그 착각은 초등학교를 거쳐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깨졌다.
“빵셔틀이라니요? 우리 아이가 그런 짓을 할 리가 없어요! 그리고 설령 댁의 아이가 빵셔틀을 했다 해도, 그건 댁의 아이가 못나서 스스로 위축돼서 그런 거 아닌가요!”
“그, 그게 무슨…….”
왕따 피해자와 가해자 부모가 교무실에서 만났는데, 한눈에 보기에도 가해자 부모는 있어 보이는 집안이었다.
숙제 때문에 잠시 교무실 근처를 지나던 유현무는 그것을 보고 오히려 익숙한 신선함을 받았다. 그래, 이래야 내가 살던 대한민국이지!
“저기, 이석한과 정희준 학생과 같은 3반 학생 유현무인데요.”
“아니, 현무야. 어서 교실로 들어가렴.”
“넌 또 뭐니? 왜 어른들 일에 끼어들어?”
“우리 희준이랑 같은 반이라고?”
가해자 어머니는 못마땅한 듯이 한 마디 했고, 피해자 어머니는 뭔가 간절한 눈으로 물었다. 그 눈빛을 보니 유현무는 문득 전생의 아빠가 생각나 가슴이 저렸다.
“석한이가 평소 희준이를 왕따 시키고 괴롭히고 가학적으로 대한 게 맞아요.”
“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이 새끼가 정말!”
“그게 정말이니?”
“네, 제가 다 봤어요. 원하신다면 증언도 해드릴 수 있어요.”
“현무야! 아니, 니가 왜…….”
교사는 쩔쩔 맸다. 보다 못한 교감이 나서서 중재했다.
“현무 군이라고 했지? 학생은 어서 교실로 들어가게. 자기 일도 아닌데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똑같은 건 똑같은 거구나, 하고 유현무는 생각했다.
아버지는 재단을 통해 여러 개의 학교를 묶어서 경영한다. 자식에게 평범한 학교생활을 보낼 수 있도록 취한 조치다. 교사들이 누가 아버지의 자식인지 알 수 없도록 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것이다.
하지만 자기 학생 중에 국내 최고 부자 가문의 아이가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교사들은 조심하는 편이다. 학교 전체가 그런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
이런 분위기의 학교에서도 이런 일이 일어나는데, 다른 학교들은 어떨까? 몇 초만 생각해도 견적이 나온다.
‘역시 이래야 내가 살던 대한민국이지.’
이석한 같은 꼴? 학교 다니면서 많이 봤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그런 꼴은 수도 없이 봤다. 전생보다는 덜하지만, 그래도 이 시대에도 그런 분위기는 남아 있었다. 과연 사람 사는 곳은 다 그렇단 말인가.
“사모님, 부군께서 뭐 하시는 분이세요?”
“어머, 발칙한 것 좀 봐. 그건 니가 왜 처묻니?”
“혀, 현무야!”
“김 선생! 대체 학생 교육을 어떻게 시킨 게야!”
“저, 이 학교 재단 오너 막내아들입니다.”
“어머, 웃겨. 오너 막내아들인 게 뭐 어때서? 재단장이 뭐 별거인 줄 아니? 재단장이래봤자…….”
가해자 어머니는 기도 안 찬다는 듯이 피식 웃으며 힐난하다가 불현듯 입을 다물었다. 뭔가 생각이 미친 것이다.
“혀, 현무야…….”
“현무군…….”
놀란 것은 가해자 어머니뿐만이 아니었다. 담임교사와 교감은 유현무의 발언이 무엇을 뜻하는지를 깨닫고, 충격과 공포에 질린 얼굴이 되었다. 그러고 보니 성이 유씨잖아?
“아주머니.”
“어, 으, 응. 아, 아니…… 너, 정말로 여기 재단장님의 막내아드님이……?”
“최 실장님, 나서주셔야겠는데요.”
유현무는 덤덤히 불렀다. 그러자 교사 한 명이 어쩔 수 없다는 듯이 으쓱하며 일어났다. 그는 공손히 유현무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것을 보고 담임교사와 교감은 확신했다.
‘최 선생이 경호원?’
“도련님. 이러시면 곤란합니다. 회장님의 뜻은…….”
“알아요. 신원을 숨기고 다양한 걸 경험해보라는 뜻이죠. 특히 구름 위에서는 안 보이는 지표면의 생태계를.”
“잘 아시는 분이 이러시면 어떡합니까? 저, 회장님한테 신신당부를 받았다고요.”
“더 볼 필요 없어요.”
이 정도면 충분히 봤다. 이곳은 비록 전에 살던 곳보다는 훨씬 낫지만, 그래도 ‘사람 사는 곳’이라는 것을.
“저, 정말로 재단장님 막내 아드님이세……요?”
가해자 어머니는 그제야 핼쑥해져서 조그맣게 물었다. 유현무는 피식 웃었다.
“이제 제가 사람같아 보이나봐요?”
“그, 그게…….”
“어머니 되시는 분의 인품이 그러시니, 아드님께서 그런 망나니짓을 하고 다니는 거 아닙니까. 긴말 필요 없고, 오천만 원으로 하죠.”
“오, 오천만 원이라뇨?”
“댁의 아드님께서 여기 이 분의 아드님을 수시로 괴롭힌 걸 제가 지켜봤습니다. 위자료 포함해서 피해 배상금 오천만 원으로 하자는 거죠. 지금 이 자리에서 즉시 입금하시길 바랍니다.”
“네, 아니 그게 무슨…….”
“최 실장님.”
“예, 도련님.”
“이석한 학생 부친이 뭐 하시는 분인지 알아내서 가져와요. 10분 드립니다.”
“드, 드릴게요!”
가해자 어머니는 그 자리에서 오천만 원을 토해냈고, 피해자 어머니는 사과와 함께 얼떨떨하게 그것을 받았다.
그리고 유현무는 곧바로 교실로 돌아갔다. 몇 분 되지도 않았는데 그새 소문이 났는지, 급우들이 숨도 쉬지 못하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라…….’
강자에 굴하고, 약자에 큰소리치는.
힘 있는 자는 군림하려 하고, 힘없는 자는 그것을 바꿀 의지가 없는.
그는 이석한을 쳐다봤다. 그리고 정희준을 쳐다봤다. 눈이 마주치자 둘 다 찔끔해서 시선을 피했다. 그는 둘 다 마음에 들지 않았다.
“이미 소문은 난 것 같으니, 그냥 말하겠다. 이석한.”
“으, 응?”
“네 어머니, 네가 한 망나니 짓 때문에 오천만 원 합의금으로 토해내셨다. 내가 방금 받아내서 희준이 어머니께 드렸지.”
오천만 원이라는 소리에 이석한의 표정이 하얗게 질렸다.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유현무는 덤덤히 급우들을 둘러봤다.
“앞으로 망나니짓 하고 싶은 애들, 얼마든지 해라. 인생은 실전이라는 거, 내가 똑똑히 각인시켜 주지.”
역시 이래야 내 대한민국이지!
물론 그날 유현무는 집에 오자마자 어머니와 아버지께 혼이 났다.
“현무야, 우리가 널 평범한 아이처럼 학교에 보내는 것은 전부 다…….”
“아빠, 엄마. 더 볼 필요는 없어요.”
“뭐, 뭐야?”
“사람 사는 곳이 어떻다는 거, 이제 알 만큼 알았다고요. 굳이 더 숨어서 지낼 필요는 없는 것 같아요.”
“현무야.”
“말해 볼래? 네가 알았다는 게 뭔지?”
정효주가 걱정스럽게 말리려는 것을, 유지웅이 제지하고 나섰다. 부자지간에 눈이 마주쳤다.
“아빠의 방침이 틀렸다고 생각해요.”
유현무는 대뜸 그렇게 말을 꺼냈다.
“상하천이 온통 흙탕물이면, 윗물만 맑게 한다고 해서 끝나지 않아요. 아랫물도 함께 맑게 해야 해요. 이 나라는 아직까지 윗물, 아랫물 다 같이 더러워요.”
“충분해. 우리 현무가 많이 컸네. 일 하나 맡겨줄까?”
“제가 알아서 할 수 있어요.”
이번 생은 어차피 덤이니, 피곤하게 살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 작품 후기 ============================
이래야 내 헬조선이지!
ps : 이번 이야기는.. 한 챕터 정도에서 끝나여.
정규시즌이 아니라 프리시즌 딜러편의 유지웅의 아들로 태어난 겁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