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am an aristocrat RAW novel - Chapter (982)
00982 %3C프리시즌 딜러편%3E 대서양의 군주 =========================================================================
균열 활성화에 성공한 것은 겨우 천 분의 1초 남짓.
그러나 그 짧은 시간은 어마어마한 영향을 끼쳤다. 직경 2km에 달하는 대지가 온통 그린 결정체로 변하고 만 것이다.
“만약 천 분의 1초가 아니라, 1초 동안 균열이 열렸더라면…….”
“끔찍한 일이 일어났을 거야.”
질려버린 휘버의 말을 니트로가 받았다. 노회한 그도 표정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 잘 이해가 안 된 유지웅은 갸웃거리며 물었다.
“직경 2,000km가 몽땅 결정체 같은 걸로 변하나요? 어, 확실히 큰일이긴 하네요.”
서울에서 부산까지 직선거리로 300km가 조금 넘으니, 직경 2,000km라면 어마어마한 수치라 할 수 있다.
“잘못하면 한국이 멸망했을 수도 있습니다. 한국뿐만이 아니라 일본, 중국에도 피해가 갔을 겁니다.”
직경 2,000km 내의 모든 것이 결정체로 변한다고 상상하니, 최윤은 소름이 오싹 돋았다. 무슨 마이더스의 저주받은 황금손도 아니고, 모든 것을 결정체로 바꿔버리는 손이라니.
“아, 생각해보니 그렇기도 하겠네요. 사람까지 결정체로 변하면 대참사니까…….”
유지웅은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끄덕였다.
가렌이 물었다.
“회장님은 두렵지도 않습니까?”
“뭐가 두렵나요? 어차피 여러분들이 다 알아서 안전한 방법을 찾아주실 텐데. 이번 테스트도 그것까지 다 계산해서 여기서 실행한 것 아니었나요?”
“…….”
“…….”
휘버, 니트로, 가렌, 최윤, 레지나, 다섯 박사들은 할 말이 없어 입을 다물었다. 믿어주는 것은 좋은데, 어째 무책임하게 모든 것을 떠넘기는 듯한 느낌이…….
“왜요, 못하실 것 같은가요?”
“우리를 어떻게 보고! 아무 염려하지 말고 기다리고 있게나! 우린 결국 방법을 찾을 테니까! 언제나 그랬듯이!”
자존심을 긁힌 휘버가 버럭 화를 내듯이 대답했고, 니트로는 ‘그만해, 이 미친 놈아!’하는 눈으로 째려봤으며, 가렌은 ‘역시 우리 교수님이셔!’라고 존경하는 눈길을 보냈고, 최윤은 ‘역시 내 친구야!’라고 감탄했다. 레지나는 할아버지가 되살아나더니 이상해졌다며 보이지 않게 절망했다.
“해결할 수 있죠?”
“물론이지. 단지 시간과 예산이 소요될 뿐이야.”
“다른 건 몰라도, 예산은 제가 정말 잘해드릴 수 있는 거군요. 하하, 다들 안심하세요.”
* * *
문제는 왼손에 봉인된 균열의 출력이 너무 높다는 것이다.
자연 상태의 균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고출력을 자랑하고 있어, 겨우 천 분의 1초 동안 오픈했음에도 주변 대지를 그린 결정체로 바꿔버릴 정도의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 것이다.
“시뮬레이션 계산 결과, 지구가 멸망하는 데는 딱 5분만 균열을 개방하면 되네.”
휘버는 그렇게 장담했다. 그리고 두려움에 떨었다.
“나의 과오가 이런 업이 되어 돌아올 줄은……. 나는 지구의 멸망 따위를 결코 원한 것이 아니었건만.”
“그러니까 연구 잘해서 잘 수습하면 되는 거잖아요.”
“지구를 멸망시킬 무기가 내 손에서…….”
“박사님, 어차피 지구 멸망시키려면 균열 따위 없어도 제가 마음만 먹으면 가능하거든요? 시간이 좀 걸리는 것뿐이지. 알았으니까 궁상 그만 떨고 열심히 수습이나 해요.”
해답은 인피니티 스톤에 있었다.
균열을 그냥 오픈하면 막대한 결정 에너지가 쏟아져 나온다. 하지만 균열을 오픈하지 않은 상태에서, 왼손에 인피니티 스톤을 접촉하면, 안정적으로 결정 에너지를 뽑아낼 수 있다.
인피니티 스톤은 자체적으로 결정 에너지를 흡수해서, 떨어져 나간 퍼플 조각을 재생하는 것이다. 그리고 재생이 끝나면 더 이상 결정 에너지를 흡수하지 않는다.
즉 인피니티 스톤은 출력과 저장량을 조절하는 ‘안전한 변압기’로서 이용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도 인피니티 스톤이 두 개는 있으니까 세계 경제가 붕괴될 일은 없겠네.”
두 개 정도면 세계 결정체 소비량을 감당하는 데는 충분하다는 계산이 나왔다.
이에 최윤이 약간의 우려를 표시하긴 했다.
“그래도 퍼플 결정체를 일반 기업들이 사용하려면 새로운 희석 기술이 필요합니다. 지금 당장 그대로 갖다 쓰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분야도 많습니다. 지금의 농도로는 연료 시장 정도에나 쓸 수 있지, 소재나 의학 분야에는…….”
“잘 됐네요. 최 박사님이 책임지고 그걸 개발해보시죠.”
“예?”
“문제점을 지적했으니, 그에 적합한 해결책도 가장 잘 찾아내실 것 같아서요. 잘하실 수 있죠?”
“아니, 저는 다만…….”
그냥 걱정돼서 한 마디 했다가 최윤은 혹 하나 더 붙이고 말았다.
* * *
“범석아, 이게 이번 분기 결산 보고서라고?”
“예, 회장님.”
머리가 벗겨진 중년, 김범석이 씩씩하게 대답했다. 유지웅은 A4 1장으로 요약된 보고서를 집어 들었다. 물론 그 옆에는 두꺼운 보고서도 있지만, 그건 자신의 스타일이 아니다. 그는 1장으로 요약된 보고서를 무척 사랑한다.
“이번 분기에 가공 결정체를 팔아서 얻은 수입이 1조 5,301억 달러입니다.”
전 세계 결정체 시장의 50% 이상을 쥐고 있다 보니, 수입이 무지막지하다. 조만간 대기권 결정 에너지가 완전히 사라지면, 경쟁자 없는 절대 독점 체제로 굳어지게 될 것이다.
“그럼 우리나라 돈으로 하면 1,500조 원 쫌 넘냐?”
“예, 그렇습니다.”
“하, 이래서 어느 세월에 경 찍지. 답 없네.”
김범석은 회장님의 투덜거림에 진심으로 감동받은 표정을 했다. 어느 세월에 경을 찍겠느냐니, 이것이야말로 회장님다운 포부이자 클래스 아닌가.
“결정체만 팔아서 돈 모으려니 안 되겠다. 범석아.”
“예, 회장님.”
“다른 산업에도 좀 투자를 하자. 가공 산업도 좋고, 서비스 산업도 좋고, 우주 산업도 괜찮아. 돈이 돌고 돌아야 돈이지, 묵혀두면 그게 어디 돈이냐.”
“역시 회장님이십니다.”
“꼭 당장 수익 안 내도 좋으니까 한 20, 30년 내다보고 먹거리 사업거리 주력해서 쭉쭉 키워 봐. 보고서 작성해서 가져와.”
“알겠습니다, 회장님.”
유지웅의 사업 규모는 의외로 단출하다.
자잘한 것들이 몇 가지 있지만, 그건 수익도 그렇고 규모 면에서는 주력 사업이라고 할 수 없다. 그가 주력으로 하는 것은 바로 가공한 결정체를 세계 시장에 내다 파는 것이다.
말로 하면 간소한 것 같지만, 분기에 1,500조 원 이상의 수익을 올리는 사업이다. 일 년이면 무려 6,000조 원이 넘는다.
허황된 숫자로 보이지만, 결정체는 극단적으로 말해서 먹는 식품을 제외한 모든 산업에 다 들어가기 때문에, 세계적인 규모로 보면 그 수익 규모가 천문학적일 수밖에 없다.
아, 잘못 말한 게 하나 있다. 먹는 식품에는 안 들어가지만, 비료를 만드는 데는 첨가된다.
“너무 다 해먹으려고 하지는 말고, 적당히 해. 어떡하면 돈이 잘 돌게 할 수 있을지를 중점적으로 생각해라.”
“물론입니다.”
유지웅은 여타 재벌과는 다르다. 본인의 개인적 수익을 떠나 전체 경제 흐름이 커지는 것을 원한다. 왜냐하면 본인이 경제 그 자체라고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범석도 그 점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나저나 요새 나라 돌아가는 걸 신경을 못 썼네. 잘 돌아가고 있냐?”
“예, 회장님. 행정부와 입법부, 사법부 가릴 것 없이 청렴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단 티끌만큼의 먼지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잘 관리해. 기업은 정치판에 얼씬도 못하게 하고. 그것들이 정치판에 돈 넣는 순간 끝장나는 거야. 정치든 재계든 경제든 사회든 간에.”
“물론입니다.”
최근 생긴 특별법이 있는데, 특정공단에서 ‘일괄적으로’ 국회의원 등 정치인에게 필요비용을 지급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이다. 공단은 현직 정치인뿐만 아니라, 선거시에 후보자들에게도 필요한 비용을 지급한다. 심지어 정당에도 소속 현직 정치인의 숫자에 맞춰 비용을 지급한다.
당연히 천문학적인 비용이 소모되는데, 그것은 유지웅이 공단에 예치한 500조 원의 예치금으로 충당한다.
이 자세한 사정과 취지는 이미 공개적으로 밝힌 바 있기에, 일반 국민들도 어떻게 사정이 돌아가는지 명확히 볼 수 있다. 유지웅이 예치한 금액이며, 지급 내역이 어떠한지까지 실시간으로 공개하기 때문이다.
‘정치 자금? 필요한 만큼 충분히 투명하게 준다. 돈 없어서 정치 못하는 상황은 안 만든다. 대신 다른 데서 몰래 돈 받았다가는 뒈질 줄 알아라.’
유지웅이 놓은 엄포였다.
정치나 선거 등에 필요한 자금을 일괄적으로 투명하게 지급하고 그 손해는 자신이 떠맡음으로써, 불법 자금을 지급한 특정 이익 단체들이 정책을 좌지우지하려는 것을 원천봉쇄한 것이다. 불법 자금에 억류된 정치인은 정계에서 영원히 퇴출된다. 살벌한 형사처벌도 감내해야 한다.
“기왕 부대 버리고 새 부대에 새 술로 갈았으니까 위생 관리 철저히 해야 해. 일성그룹 돈 받은 정치가가 당연히 일성그룹 위해서 일하지, 국민들을 위해서 일하겠냐고.”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나도 아는 당연한 걸 모르는 사람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어휴.”
유지웅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사비 들여 병 고쳐주겠다는 데도 참견하지 말라고 난리니. 답답하다, 답답해.”
새로 생긴 정치자금충당특별법을 반대하는 사람도 꽤 있었다. 물론 유지웅은 신경도 안 썼다.
============================ 작품 후기 ============================
절대적인 권력자의 투명공정한 통치가 만드는 이상향…을 제가 글에서 소재로 많이 다루긴 합니다. 포식자도 그랬죠. 철인통치에 관해서는 제 나름대로의 해석과 소설적 설정 장치가 있긴 하지만요.
뭐 그렇다고 철인통치가 절대적으로 옳다고 생각하거나, 반드시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건 아닙니다.
그냥 그런 세상이 만약 존재한다면, 하는 마음에서 쓰는 거니까요.ㅋ
다수의 올바른 의사합치로 만들어진 이상향을 소재로 다뤄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만, 전 저런 소재는 떨떠름하고 공감이 안 가서 안 다루는 것뿐이죠…
그냥 제 기호입니다ㅋ
헬조선편 간단히 말씀드리자면.
1. 결정체, 괴수 같은 거 없음. 지금 우리가 현실에서 살고 있는 세상 그대로임.
2. 등장 캐릭터들은 다들 존재하고 있음. 물론 하는 일은 저마다 다름
예시) 범석이는 일성그룹에서 열심히 비자금 관리 중, 안슐은 아랍의 석유 부호, 정효주는 평범한 대학생, 등등…….
3. 유지웅만 혼자 모든 걸 기억하고 있음. 근데 무력은 짱 쎈데 결정체와 괴수가 없는 세상이라 자기 전공을 살릴 길이 없음.
뭐 기본 설정은 저렇습니다만… 혹시 사이다를 기대하시는 분이 있다면 탄산 듬뿍 넣었으니 목 안 막히게 조심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