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2)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42
34. 여름방학(6)
그건 꽤 생생한 경험이었으나, 긴 시간 잠에 빠져 있었다고 착각할 정 도로 꿈만 같은 이야기였다.
사실, 꿈이 아니었을까.
수만 번이나 시간을 되돌려 가며 세계를 구원하기 위해 달려온 사람 이 있다는 것 자체가 소설 속에서나
등장할 법한 이야기지 않던가.
한 번의 시간을 되돌릴 때마다 추 억을 대가로 바쳐야만 한다.
여태까지 쌓아 올린 모든 삶과 추 억이 모래성처럼 허무하게 무너져 내리는데, 그 과정을 어떻게 한두 번도 아니고 수만 번이나 반복한단 말인가.
과연 나라면, 할 수 있을까?
‘불가능해.’
이번 한 번의 삶조차 소중하고 필 사적인데, 그것을 두 번이고 열 번 이고 백 번이고 천 번이고 만 번이 고 반복한다니.
그랬다가는… 나의 모든 감정과 영 혼이 마모되어 사라지고 말 것이다.
“……아.”
에이젤은 부스스한 눈을 떴다.
시야에 한가득 들어오는 붉은 하 늘. 노을에 물든 수평선이 참으로 아름답다.
하늘에 걸린 세 개의 달은 모두 만월이 아니었다.
하룻밤이 지나고 다시 저녁이 찾아 왔다는 의미이기도 했다.
힘겹게 상체를 일으킨 에이젤은 몸 살 기운에 몸을 떨다가, 바로 옆에
쓰러져 있는 홍비연을 발견하였다.
하루 동안 영양 보충을 하지 못해 잔뜩 수척해진 그녀였으나, 기절해 있는 모습조차 고상하고 우아했다.
“으음……
한 박자 늦게 눈썹을 파르르 떤 홍비연은 정신을 차린 듯 애써 눈꺼 풀을 들어 올렸다.
눈을 마주친 그녀는 잠시 멍하니 누워 있다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 났다.
에이젤은 고개를 돌려 제단의 끄트 머리를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진작 일어난 풀레임이 자신의 무릎을 끌
어안은 채 쪼그려 앉아 있었다.
“……일어났냐.”
얼굴의 절반쯤 드리운 암영 때문에 표정이 잘 보이지는 않았으나, 굉장 히 어두운 표정이라는 것쯤은 짐작 할 수 있었다.
에이젤은 후들거리는 다리에 억지 로 힘을 줘 그녀의 곁으로 가 주저 앉았다. 그러고선 애써 웃으며 농담 조로 물었다.
“왜 그렇게…… 죽상이세요.”
・コ냥, 좀… 그렇잖아.”
잠시 머뭇거리던 그녀는 입술을 달 싹였다.
“……그런 걸 봐버렸으니까.”
풀레임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별의 서고에서 백유설의 과거를 본 탓에 심장이 턱 막혀 버린 것만 같 은 괴로움을 느꼈지만, 동시에 여태 품어왔던 대부분의 의문이 풀려서 속이 시원하다는 오묘한 감정이 동 시에 느껴졌다.
왜 그의 기억과 지식이 그토록이나 단단히 꼬여 있던 건 スI.
뭐든 아는 것 같으면서도 잘 알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그건, 너무나도 오랜 세월 같은 시간 을 반복해가며 살아왔기 때문이었다.
처음에는 백유설을 두고 ‘에이젤을 위해 회귀했다’고 생각하였고, 두 번째로는 ‘나를 위해 회귀한 게 아 닐까,라는 생각을 하였다.
어쩌면, 모두 정답일지도 모르겠다.
수만 번의 회귀 속에서, 백유설은 정말 많은 사람들과 사랑을 나누고 정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했을 테니 까.
하지만 모두 오답이기도 했다.
그는…… 그것들을 전부 포함한, 모든 것들을 위해 움직이고 있었을 테니까.
얼마나 깊은 사명감을 가지고 있어
야만, 스스로를 지옥 끝으로 내몰아 가며 홀로 외로운 싸움을 할 수 있 는 걸까
“……너네, 그거 아냐?”
풀레임이 입을 열자 에이젤과 홍비 연이 말없이 그녀를 바라보았다.
항상 장난스럽고 생기발랄한 여느 때와는 달리 축 가라앉고 무거운 분 위기를 가지고 있었기에, 누구도 중 간에 말을 가로채지 않았다.
“예전에……. 그 아저씨한테 진지 하게 물어본 적 있거든. 소원이 뭐 냐고. 목적이 뭐냐고.”
그때, 그는 말했다.
‘그¹ポ 살고 싶네. 평범하게.’
그때, 풀레임은 백유설의 회귀에 대해 확신을 가졌던 것 같다. 하지 만 지금까지는 그 무게에 대해 실감 하지 못했다.
살고 싶다는 말은 누구라도 할 수 있는 줄 알았으니까.
하지만…….
이런 가혹한 운명을 짊어진 자의 입에서 나오는 ‘살고 싶다’는, 대체
얼마만큼의 무게를 가지고 있단 말 인가.
도저히 감응조차 되지 않을 정도로 멀고 아득하게만 느껴졌다.
“그렇게 궁상맞게 굴 필요는 없 어.”
이번에 입을 연 사람은 홍비연이었 다. 그녀는 기둥에 등을 기댄 채, 노을빛을 정면으로 받으며 말했다.
“이제는 그에 대해 알았으니…… 다시는 백유설이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도록 막으면 그만이야.”
“……어떻게, 그런 게 가능한가
요?”
“간단해.”
그녀의 말투는 퍽 무덤덤하였다.
“세상의 끝을 보았잖아. 그렇게 되 지 않도록 두면 되는 거야.”
“아…….”
다시는 모든 것을 잃은 슬픔에 젖 지 못하도록.
다시는 모두가 자신을 기억하지 못 하는 세상 속에서 억지로 추억을 잊 어버리려고 애쓰지 않도록.
다시는…… 시간을 되돌리지 못하 도록.
그저, 현재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
계가 멸망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또 노력하여 모든 것을 구해내면 되는 것이다.
지금의 백유설은 혼자가 아니다.
수만 번의 삶을 혼자서 살아오며 발버둥을 쳤다면, 이제는 세상에서 가장 뛰어난 재능을 가졌다고 자부 하는 세 명의 소녀 마법사들에 그에 대한 진실을 알아버렸으니까.
홍비연은 풀레임과 에이젤의 눈을 하나하나 천천히 맞춘 뒤, 말했다.
“그때까지는 유감이지만…… 고양 이 발로도 쓰지 못할 너희들의 도움 이 조금은 필요할지도 모르겠어.”
그 말에 풀레임과 에이젤의 표정이 어느 정도 부드럽게 풀어졌다.
“그냥 도와달란 말을 꼭 그렇게 재 수 없게 해야 되냐?”
“맞아요. 밥맛 떨어져요.”
“……뭐라고?”
그 붉은색 눈동자를 무섭게 부라리 며 홍비연이 표정을 찡그렸지만, 풀 레임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허리 를 쭉 폈다.
“뭐, 그럼. 할 일도 정해졌겠다, 하 루 종일 쫄쫄 굶어가며 퍼질러 자느 라 피곤한데 밥이나 먹으러 가지?”
“좋아요!”
에이젤도 따라서 일어나자, 하는 수 없이 홍비연은 그들을 뒤따랐다.
그러면서도 그런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이 세 명의 조합으로, 과연 어디까지 백유설을 도울 수 있을까.
그건…… 아마 백유설도 모르겠지.
여태 그 어떤 역사 속에서도, 이런 조합이 맞춰진 일은 없었을 테니까.
* * *
솔직히, 처음에 웬 중학생 느낌의 여자애가 다가와서 사인을 해달라고 했을 땐 당황스러웠지만 못내 기분 이 좋기도 했다.
전생의 내가 어쨌든, 현생에서 인 기가 그럭저럭 생겼다는 건데 나쁜 징조는 아니지 않을까? 하는 그런 단순하면서도 멍청한 생각이 스멀스 멀 피어올랐기 때문이다.
바보 같은 생각이 맞았다.
‘아넬라’라는 이름을 가진 소녀와 눈을 정면으로 마주친 순간, 스킬이 발동되었기 때문이다.
[특성 ‘연홍춘삼월의 가호’가 발동 되어 특성 ‘악몽의 재림’을 감지하 였습니다」
[당신의 정신 속으로 악몽의 재림 이 파고듭니다. 거부하시겠습니까?]
처음에는 이게 뭔가 싶었다.
허공에 웬 방화벽 백신 프로그램처 럼 연홍춘삼월이 떠오르더니 Yes 〇 r No의 선택지를 고르라고 하니까.
당연히 ‘N。’를 골랐어야만 정상일 것이다. 하지만 특이사항이 마음에
걸렸다.
[거부하지 않더라도, 대상이 당신 의 정신을 침투할 가능성은 0%입니 다.]즉, 악몽의 재림인지 뭔지 원작 게 임을 알고 있는 나조차도 처음 들어 보는 특성으로 내 정신을 파고들어 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의미인 데…….
거기서 나는 호기심이 발동하였고, 정신을 차렸을 땐 ‘No’를 눌러 버 린 뒤였다.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 이른다.
‘꺄아아아악! 살려줘, 살려줘! 살려 어어어어줘어어어 !!’
머릿속으로 시끄럽게 울려 퍼지는 소녀의 비명. 나는 바닥에 주저앉아 절규하는 아넬라의 모습을 생생하게 감상하고 있었다.
‘여기가 내 정신 속……?,
나의 심상 세계는 마치 바다를 닮 은 듯하였다. 그곳에서, 아넬라는 특 성을 통해 내가 겪은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를 유발하였다.
하지만 현대에서 평탄하게 살아온 내게 있어서 가장 끔찍한 트라우마 라고 해봐야 사흘간 재도전을 하며 보스 몬스터 하나를 처치하려는 순 간, 갑작스레 전기가 끊어져 버린 일 말고는 없다.
솔직히 이 세계에 와서도 그다지 끔찍한 일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겪 지 못했으니까.
그런데.
신기하게도.
내게도 트라우마가 있었다.
하지만, 그것들은…….
‘컥!’
푸욱!
으윽!,
까드득!
수많은, 정말 셀 수도 없이 수많은 죽음들이 바로 나의 트라우마였다.
지켜보는 나조차도 정신이 아득해 지고 구역질이 쏠릴 정도로 끔찍한 죽음들. 아넬라는 저곳에서 그 고통 을 실감 나게 겪고 있었다.
‘저게, 뭐냐고 미친…….,
나는 저런 트라우마를 겪은 적이 없다. 저건 내 트라우마가 아니다.
그리 생각하며 고개를 돌려 외면하 였지만, 이곳은 틀림없는 나의 심상 세계. 연홍춘삼월의 가호가 그것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렇기에…….
나는 다시금, ‘나의 트라우마’와 마 주할 수밖에 없었다.
꽈드드득!!
새빨간 이빨을 가진 거대 괴수의 입에 산 채로 잡아 뜯기는 나’.
쿵!!
점멸의 제어에 실패하여 벽에 부딪 혀 죽어버리는 ‘나’.
화르륵!
화염에 휩싸여 죽어버리는 ‘나.’
퍼엉!!
도깨비의 방망이질에 그대로 몸이 터져서 죽어버리는 ‘나’.
그러나 그 어떤 죽음의 순간에서조 차, ‘나’는 비명을 지르지도 살려달 라는 외침을 내뱉지도 않았다.
그저 감정 없는 얼굴로, 겸허히 죽 음을 받아들일 뿐.
그제야 나는 저 죽음들이 익숙하다 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이테르 월드 온라인.’
그곳에서는 한 번 죽더라도 약간의 페널티를 받은 뒤 부활하거나, 혹은 지정 세이브 포인트로 돌아가서 다 시금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었다.
저 무수히 많은 죽음들은…….
바로 현대를 살아가던 나 백유설이 플레이하던 ‘캐릭터 백유설’의 죽음 이었던 것이다.
‘그런데, 저게 어째서 트라우마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이었 다.
그 죽음들은 그저 게임 속 세계에 서의 죽음이 아니었던가? 심지어 전 체 연령가 게임답게 핏자국조차 제
대로 묘사된 적 없단 말이다.
그런데, 마주하는 것조차 두려울 정도로 생생한 저 죽음들은…… 대 체 뭐냔 말이다.
‘사, 살려, 살려줘……
아넬라는 비명을 지르다가 결국 기 절해 버렸고, 나 또한 머리가 지끈 지끈 아파와서 더 이상 버티기가 버 거웠다.
‘•••이제 그만 보여줘.’
그러자 거짓말처럼 연기로 화해 사 라지는 모든 트라우마들. 그제야 간 신히 가슴을 진정시킬 수 있던 나는 심상 세계 바깥으로 나가는 법에 대
해 고민하려고 했는데.
*……어.’
누군가와 눈을 마주쳤다.
그건 ‘나’였다.
지구의 나와도 다르고, 아이테르의 나와도 미묘하게 다른 분위기의 나.
……지금의 내가 10년 정도 고생 하면 저런 모습이 아닐까 싶은 그런 모습의, ‘나’.
그는 나를 가만히 바라보다가 몸을 돌려 어딘가로 걸어가기 시작하였 다.
‘야, 뭐야 너. 잠깐, 너 나 맞지?’
그러나 내 부름에도 그는 멈출 생 각조차 하지 않고 어디론가 계속 걸 어 갔다.
이곳은 망망대해였고, 아무리 달려 도 달려도 제자리에서 뜀박질하는 느낌밖에는 없었는데 그는 신기하게 도 아주 빠른 속도로 내게서 멀어졌 다.
‘잠깐만, 너 뭐야! 야! 대답해!’
나는 그를 향해 전력으로 질주하였 고, ‘나’는 들은 체조차 하지 않은 채 멀리.
더 멀리.
신기루처럼.
흘연히 사라져 버렸다.
“야! ……어?”
그리고 정신을 차리니.
나는 카페로 돌아와 있었다.
人己 ヨ…터썩]
그리고 정신을 잃은 채 내쪽으로 넘어지는 소녀, 아넬라. 나는 얼떨결 에 그녀를 받아 든 채 멍한 눈으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대체… 뭐야……?’
아무것도 알 수 있는 게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