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8)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48
35. 학교 대항전(6)
백유설과 젤리엘은 자리를 옮겼다. 인적이 드물고, 조용하여 집중할 수 있는 개인 공간으로.
그들의 사이에는 고급 원목으로 만 들어진 테이블이 있었는데, 그 위에 값비싼 수정으로 세공된 소울 체스 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소울 체스는 마법계 최고의 두뇌 스포츠인 만큼 많은 던전에서 기믹 으로 등장하기도 했고, 다양한 상황 에서 내기의 용도로서 서로 실력을 겨루기도 했다.
그래, 그러니까 내기를 하겠답시며 소울 체스를 거는 건 별문제가 되지 않는다지만…….
‘나한테 소울 체스를?’
젤리엘은 아까보다 조금 풀어진 표 정으로 체스말을 만지작거렸다.
물론 풀어졌다고는 해도 여전히 무 표정이지만.
‘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나?’
별구름 상회장의 딸, 10대의 나이 에 하이 엘프의 자격을 수여 받았으 며 별꽃나무 마법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한 천재 소녀 젤리엘.
그리고…….
‘소울 체스의 그랜드 마스터.’
그야말로 소울 체스에서 최고 정점 을 달성했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의 등급이었다.
물론 그랜드 마스터 사이에서도 승 률과 경험에 따라 등급이 나뉘었고, 젤리엘은 아직 어린 탓에 하위권이 라고는 해도 고작 학생의 실력으로 덤빌 만한 수준이 아니란 것이다.
평범하게 생각하면, 이긴다.
반드시 이길 수밖에 없다.
나는 그랜드 마스터니까.
하지만, 확신하지 않았다.
0.1 %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다.
‘어째서 내게 소울 체스로 내기를 신청했는가.’
아무리 생각해도 백유설이 자신의 체스 실력을 모른다는 건 말이 되지 않았다.
우연히 백유설이 ‘그랜드 마스터 젤리엘’의 명성을 듣지 못하였고, 거기에 또 우연찮게 내기로 소울 체
스를 건다?
그것도 이렇게 큰 건수를 걸고서?
‘아니, 절대 아니야.’
뭔가 꿍꿍이가 있다.
그럼에도 이 내기를 받아들인 것은… 이길 자신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력의 서약서는 절대적이다.
그리고 이 서약서에는 소울 체스를 제외한 그 어떠한 룰도 없었다.
말장난은 불가능.
소울 체스는 순수하게 실력으로만 겨룰 수 있었기에, 다른 꼼수를 사 용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남은 가능성은 단 하나.
‘백유설이 나보다 체스를 더 잘 둘 가능성.’
그의 체스 실력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들어서 알고 있다. 일전에 ‘애 드먼 아탈렉’이라는 스텔라 최고의 소울 체스 선수를 상대로 승리했다 는 소식 정도는 들었으니까.
스텔라 교내 1등이라는 명예로운 자리에 있던 애드먼 아탈렉인 만큼, 그 실력은 아무리 못해도 준프로급.
그런 그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승리 하였다고 했으니…… 백유설의 실력 은 틀림없이 프로 선수급이다.
‘나와 동급, 혹은 그 이상.’
숨을 깊게 들이마신 뒤, 내뱉는다.
결코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상대방이 아무리 체스 실력에 자신 있어도, 나는 진짜 프로의 세계에서 도 압도적인 실력으로 모든 경쟁자 를 짓밟으며 그랜드 마스터의 칭호 까지 따냈다.
고대 카르멘세트의 영혼과 소울 체 스를 두기 위해 지금까지 갈고 닦았 던 그 실력 그대로, 평소대로만 하 면…… 반드시 이길 수 있다.
“생각이 많아 보이네. 쫄리냐?”
백유설은 영혼의 보주를 손가락으 로 굴리며 장난스레 말했다.
펜던트 안에 들어 있던 이 영혼의 보주는 그녀가 여태 부렸던 개수작 을 증명하는 물건이기도 했다.
“…아뇨. 괜찮아요.”
경기는 단판제.
단 한 판으로, 운명이 결정된다.
“그럼, 바로 시작할까?”
* * *
“휴우…….”
백유설과 젤리엘이 소울 체스를 시 작하자, 아넬라는 밖으로 나와서 벽 에 등을 기대었다. 발 빠르게 움직 이며 그의 뒷바라지를 하느라 온몸 에 땀이 흥건하다.
‘끄응, 소울 체스 준비까지 나한테 시키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구….’
최근, 아넬라는 백유설에게 정체를 들킨 이후로 그의 말에 최대한 복종 을 하고 있었다.
그건 그가 자신의 능력을 파훼했으 며 심지어 죽일 수 있는 능력을 가 지고 있어서가 아니었다.
‘능력은… 여전히 발동되질 않네.,
백유설에게 [악몽의 재림]을 걸었 다가 실패한 이후로, 어째서인지 능 력이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 그건 꽤 이상한 기분이었다.
마치 ‘나’라는 존재가 절반쯤 없어 져 버린 것만 같았다.
‘이 능력이 나한테 그렇게나 중요 했던 걸까…….)
하긴.
여태까지 수행했던 대부분의 임무 에서 이 능력이 없었다면 상당히 골 치가 아팠을 것이다. 상대방의 마음 을 파고들 수 있다는, 아이테르 월
드에서도 몇 없는 사기적인 특성 덕 분에 부족한 능력으로도 어떻게든 연명하고 있었으니까.
‘끄응,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능력이 완전히 사라져 버린 지금, 어차피 돌아가 봐야 찬밥 신세일 것 이다. 아니 ス1. 원래도 찬밥이었는더1, 이제는 아예 퇴출당하려나……?
소속을 잃은 흑마인이 거리를 방황 하다가 어떤 꼴이 되는지를 잘 알았 기에 끔찍한 생각을 서둘러 버렸다.
‘쫓겨나면… 식인을 해야 흐卜는 걸까.,
흑마인은 마법사의 피를 흡수하여 살아간다. 하지만 아넬라는 직접적
으로 사람을 죽이거나 시체를 섭취 하는 등의 행위를 여태까지 단 한 번도 제대로 한 적이 없다.
그저 임무를 완수한 뒤 지급되는 수혈팩으로 연명해왔을 뿐.
수중에는 돈 한 푼 없고, 보급되는 수혈팩으로 하루 한 끼 간신히 영양 을 보충하고, 폐허나 다름없는 건물 더미에서 매일 밤을 버텨내던 삶.
그런 삶이 벌써 20년 째인데, 남은 게 아무것도 없다. 쫓겨나면…… 사 냥당할 날만을 기다리며 황야를 떠 돌아야 할 것이다.
“에휴. 그렇게 될 바에 여기서 진
짜 빵셔틀이나 하면서 사는 것도 나 쁘진 않겠네…….”
물론, 그 이유 때문에 백유설의 곁 에 남은 것은 아니다.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아?’
일전에 그가 해주었던 아주 매혹적 인 말.
다른 사람이 했다면, 코웃음 쳤을 것이다. 흑마인을 사람으로 되돌리 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기에.
다른 흑마인이 들었다면, 그저 비 웃었을 것이다. 인간으로 돌아가고 싶은 흑마인은 없었기에.
그러나 이 경우는 굉장히 특별했다.
백유설은 정말로 뭐든 할 줄 아는 존재였고, 아넬라 역시…… 정말 인 간으로 되돌아가고 싶었으니까.
‘쉽지는 않을 거야. 너는 완전한 흑마인이고, 그것을 되돌리기 위해 서는 상당한 노력과 고통을 대가로 바쳐야만 해..
하지만.
그렇게만 한다면.
‘너는 돌아갈 수 있어 그 외모 그대 로, 10대의 청춘부터… 네 삶을 처음 부터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거야’
매혹적인 한마디였다.
백유설은 마땅히 증거를 제시하지 않았다. 일전에 자신이 흑마인을 인 간으로 되돌려본 적이 있다는, 그런 손쉬운 말조차 내뱉지 않았다.
그저, 가능하다고.
나는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대신…… 너는 내 눈과 귀가 되어 주는 거야. 받아들이겠어?’
아넬라는 저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 였던 것 같다.
왜 그랬는지는, 잘 모르겠다.
어차피 그의 곁을 떠나봐야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서 그런 걸까.
‘차라리, 여기서 정말로 새 삶을 시작한다면……
그러면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하아.”
아넬라는 뻐근한 어깨를 통통 두드 렸다. 흑마인이 되었음에도, 선천적 으로 약했던 신체는 고쳐지지를 않 았다.
하긴, 조금은 나아졌으려나. 병에 걸려서 죽어가던 인간 시절에는 걷 는 것조차도 할 수 없었으니까.
마법도 제대로 못쓰고 신체 능력도 유약하기 그지없는 아넬라. 거기에 심지어 능력마저 봉인당했으니, 지
나가던 스텔라 학생에게 잘못 걸려 도 개죽음을 당할 것이다.
‘뭐…… 내 정체를 파악할 수 있는 사람은 없겠지만.’
그리 생각하며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하기 위해 몸을 돌리려는 순간.
덥석!
“너.,,
누군가가, 그녀의 어깨를 짚었다.
“읏……!”
이곳에 말을 걸어올 만한 사람은 거의 없다. 아넬라는 본능적으로 뒤 로 폴짝 뛰어서, 주먹을 움켜쥐었다.
여차하면 흑마력의 봉인을 해제….
*……생각해 보니, 할 줄 모르잖아?’
봉인된 흑마력을 어떻게 풀더라?
“이봐, 그렇게 경계할 필요 없다 고”
“…뭐?,,
아넬라가 경계 어린 표정을 짓자, 상대방은 양손을 들어 항복의 제스 처를 장난스레 취하며 뒤로 두 발자 국 물러났다.
상대방은 올백머리에 붉은색 눈동 자를 가진 사내였는데, 그 동공 속 에서 넘실거리는 기운이 익숙했다.
‘흑마인……
“그래. 우린 동종이잖아? 늦게 알아 봐서 섭했다구. 넌 어디 소속이야? 스 텔라에 들어왔을 정도면, 너도 한자리 정도는 꿰차고 있겠지만.”
아넬라는 잠시 고민하다가, 이내 입을 열었다.
**……흑기사 블랙킹던 님의 명령으 로 잠입해 있다. 임무를 방해하지 말도록 해. 흑마도왕의 영역을 침범 하고 싶은 게 아니라면.”
”워워, 진정해. 그럴 생각은 없어. 나도 너와 비슷한 처지라고.”
그는 자신의 목에 걸려 있는 명찰
목걸이를 툭툭 쳤다. 그곳에는 ‘카 바렌’이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진명일ス 1, 가명일지는 의문이지만.
“이거 보여? 난 무려 학교 대항전 의 관리 스태프라고. 이곳저곳 갈 수 있는 장소가 많지. 아, 보고 싶 은 장소라도 있어? 나는 구경시켜 줄 수 있다고?”
“됐어. 나는 바쁘니까.”
“그래? 아쉽게 됐네……. 정말 재 미있는 걸 보여주려고 했는데.”
“재미있는… 거……?”
“그래! 동종이니까 특별히 보여주 는 거라구. 매직 서바이벌에서 아
주아주아주 즐거운 일이 벌어질 예 정이니까〜!”
아넬라는 다문 입술을 비틀었다.
솔직히, 전혀 흥미가 가지 않는다.
흑마인이라고 해서 다 같은 흑마인 인 것은 아니니까. 소속이 다른 흑 마인들이 저지르는 행위 따위…… 그저 머나먼 이야기에 불과했다.
하지만.
스텔라 아카데미에서 흑마인이 저 지를 만한 일이라면, 뻔하지 않는가.
‘테러’
어떤 종류의 테러인가.
흑마인들의 테러 사건은 더 이상 옛날 같지 않다. 조금 더 지능적으 로, 마법계를 한 번에 혼란으로 집 어삼킬 만한, 그런 테러를 벌인다.
’……이건, 백유설도 모르겠지.’
기회다.
백유설의 신뢰를 얻을 기회.
여기서 저 흑마인이 저지르려는 짓 을 알아내, 그에게 알리는 것이다.
하루하루 살아가기 위해 누군가의 고통을 뒤집어쓰고 피를 섭취하며 역겨운 짓을 반복해야만 하는 흑마
인의 삶은 이제 지쳤다.
그녀는 굳게 결심하고서 카바렌의 눈을 똑바로 마주 보았다. 최대한 악동스럽게 입술을 비틀어 올린다.
“안내해 보卜. 재미있는 일이라, 상당 히 기대되는걸?”
“좋지, 좋아! 나도 이걸 꼭 누군가 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구! 크흐, 바 로 가자! 가자가자!”
신난 듯 괴상한 걸음걸이로 앞장서 는 카바렌을 뒤따르며, 아넬라는 속 으로 다짐했다.
‘반드시, 돌아가는 거야.’
작지만 소소한 것에 행복을 느꼈던
그때 그 시절로.
* * *
“아……
젤리엘은 멍한 눈으로 체스판을 바 라보았다. 믿을 수 없는 결과가, 눈 앞에 펼쳐져 있었다.
‘킹이 쓰러졌다.’
백유설의 말에 의해, 나의 킹이.
무너져 내리고 말았다.
‘어떻…게……?’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힘들었다.
나는 분명히 최선을 다했고, 여태 까지 쌓아왔던 모든 경험과 전략을 총동원하여 상대방을 철저하게 공략 해나갔다.
그러나…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마치 발가벗겨진 채 내동댕이쳐진 느낌이었다. 상대방은 나의 모든 수 와 약점과 비밀까지도 모조리 적나 라하게 꿰차고 있었다.
차라리 옷이 발가벗겨진 것보다 이 것이 더욱 수치스러웠다.
성적 관념이 거의 거세된 채, 지적 관념에 충실한 젤리엘이었기에 자신
의 모든 생각이 읽혔다는 것은 그야 말로 혀를 깨물고 싶을 정도로 창피 한 일이었다.
인정해야만 했다.
그가 나보다 더욱 훌륭한 수와 전 략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하지만…….
여태 자신이 가장 똑똑하다고, 모 두의 머리 위에 서서 장기말을 조종 하는 존재라고 믿어왔던 젤리엘에게 있어서 그것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사실이었다.
‘…고작 체스 한 판일 뿐이야. 진 정해, 젤리엘.’
최대한 침착함을 가정하여 표정을 바로잡았으나 동공이 떨리는 것은 도저히 막을 수 없었다.
“내가 이겼네.”
방금까지 치열한 체스를 뒀다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차분하고 여유 로운 표정의 백유설이 말했다.
“그럼, 약속은 이행하는 거다? 뭐… 나도 비밀은 지키도록 할게. 그 약속 만 들어준다면야, 이런 개수작질 부린 것쯤은 얼마든지 봐줄 수 있거든. 아, 그리고 이건 선물로 내가 가지고 있을 게?”
그는 펜던트에 영혼의 보주를 다시
집어넣으며 일어났다. 이건 언제든 써먹을 구석이 많은 물건이다. 하다 못해 나중에 엘프의 왕을 만나는 입 장권 용도로 써도 좋고.
“나는 이만 가 볼게. 곧 매직 서바 이벌이 시작되거든. 너도 참가자였던 가? 부담 가지지 말고 힘내봐. 거기 서는 터치 안 할 테니까. 아, 그리고 이건 선물이다.”
백유설은 테이블 위에 웬 수상쩍은 비석의 조각 같은 것을 하나 올려두 었다.
“너한테 소중한 물건이 될 수도 있 으니, 참고하라고.”
백유설이 마침내 퇴장하자, 가슴이 공허해진 젤리엘은 의자에 천천히 몸을 기대었다.
패배했다.
대가로 마력의 서약서에 작성한 조 항을 이행해야만 한다.
다소 황당하지만, 젤리엘에게는 가 장 큰 상처나 다름없는 약속.
[첫째, 아버지를 사랑하지 말것.] [둘째, 만약 첫째 조항이 불가능하 다면 아버지를 3년 동안 마주하지 않을 것.] [셋째, 만약 둘째 조항조차 불가능 하다면…… 다른 사람을 사랑할 것.]사람의 감정은 쉽사리 바꿀 수 있는 게 아니다.
특히나, 사랑은 더욱 더.
즉, 첫 번째 조항은 불가능하니 두 번째 조항을 이행해야만 하는데…….
아버지를, 3년 동안이나…?’
젤리엘은 떨리는 손으로 마력의 서 약서를 쓰다듬었다.
첫째와 둘째 모두, 불가능하다.
그렇다고 해서 셋째 조항 역시……
가능할 리가 없지 않은가.
아버지만을 위해 살아왔던 인생이거 늘 이제 와서 그 자리에 다른 누군가 를 채워 넣을 수 있을 리 없다.
‘나는 대체 어떻게 해야…….’
그녀는 입술을 꽉 깨물고서, 어쩐 지 쏟아져 내릴 것만 같은 눈물을 참았다. 애초에 감정이 없는 그녀였 거늘, 어째서인지 오늘따라 머리가 복잡하고 심장이 쿵쾅대며 뛰었다.
백유설.
그는 자신에게… 가장 가혹한 형벌 을 내리고 떠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