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181)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181
41. 비현실(5)
상대할 수 없는 괴수가 나타났다고 해서, 풀레임의 일상이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녀는 제 나름의 방식대로 노력하고 또 노력했다.
마법을 더 강하게 키울 수는 없으 니 조합하는 법을 터득하였고, 괴수 의 패턴과 생김새를 분석하여 약점
을 파악하기 위한 과학팀을 꾸렸다.
더 이상 그녀는 일상을 생각하지 않았다. 나의 일상은 바로 이것이다. 끊임없이 출몰하기 시작한 괴수를 죽이고 또 죽여서 세상을 지키는 것.
“……풀레임 양?”
,,아.,,
“잠시 졸았나 보군요. 도착했습니 다. 작전에 들어갈까요?”
“네. 바로 가주세요.”
전 세계를 일주하며 풀레임은 끊임 없이 괴수를 사냥하였다. 나름대로 의 성과는 있었다. 상대하기 버거운
괴수도 과학의 도움을 받아 물리칠 수 있었고, 더 효율적으로 빠르게 사냥하는 게 가능해졌다.
자신의 마법을 과학기관에 일부 제 공하여 연구하도록 돕는 것도 잊지 않았다. 세상의 발전을 위해서는 얼 마든지 마법을 공개하리라.
하지만 마법의 연구는 전혀 진척되 지 않았다. 세계 최고의 과학자들이 안경을 쓰고서 달려들어도 도무지 이해를 할 수 없다는 것이다.
마치 세상이 마법은 오로지 단 한 명, 풀레임의 전유물이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럴수록 그녀는 더욱 노력하였다.
잠자는 시간마저 줄여가며 싸우고 또 싸웠다.
그렇게…… 일 년이 흘렀고.
– 이틀 전, 리투아니아 빌니우스에 괴수가 출현하였습니다.
– 티베트 고원을 점거한 괴물 황소 떼 무리 때문에 생태계가 파괴…….
– 페루 콜카밸리에 등장한 괴물은 기후를 조작하는 능력이 있어 지구 의 기온이 비정상적으로…….
-러시아 모스크바에 등장한 괴수 가 용암을 분출하고 있습니다. 도심
지는 이미 쑥대밭이 됐고…….
아무리 노력해도, 아무리 스스로를 한계까지 몰아붙여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것이었다.
혼자의 몸으로 세상을 전부 지킨다 는 건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이야기 였을까.
자신의 노력이 아무런 소용도 없다 는 사실을 인지하고 말았을 때, 밑 도 끝도 없는 허무함이 들이닥쳤다.
“풀레임 양? 괜찮으십니까?”
“……네. 다음 행선지는 어딘가
요?”
“결정해 주십시오. 현재, 열다섯 군 데에서 괴수가 출몰했습니다.”
이제 두 자릿수의 괴수 동시 출몰 은 일상이다. 그녀의 몸은 하나뿐이 었고 구할 수 있는 장소도 하나뿐.
나머지 장소는 이 자리에서 그녀의 결정에 의해 버려지는 것이다.
그래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선택해 야만 했다.
미사일이라도 쏟아부어서 도시를 쑥대밭으로 만들되 괴수를 물리칠 수는 있는 장소와 그러지도 못하는 장소를 선별해 구해낸다.
점점 지쳐간다.
문득, 그 말이 떠오른 것은 왜일 까.
‘네가 스스로 죽음을 택해야 해.’
황급히 고개를 내저었다.
‘아냐. 그럴 리가 없어.’
이 삶을 포기하고 싶지는 않았다.
나는 여전히 행복하다.
모두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세 상을 구해내는 게 나의 업이다.
이대로 노력하면, 반드시 이 세상 을 평화로 이끌 수 있을 것이다.
……백유설이 찾아온 것은 그날 밤 의 일이었다.
* * *
세계에서 가장 트렌디한 도시라고 하면, 단연코 뉴욕을 꼽을 것이다.
전 세계 인종이 모이며 과거와 현 재의 문화가 공존하고, 언제나 관광 객으로 북적이며 24시간 화려한 네 온사인이 반짝이는 도시.
그러나 오늘의 뉴욕은 죽어 있다.
괴수 출몰 경보 때문이었다.
저벅, 풀레임은 그런 뉴욕에 발을 디뎠다. 인파가 전부 사라지고 싸늘 한 뉴욕의 거리는 퍽 어색했다. 언 제나 시끌벅적했을 거리가 죽어 있 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1년 전 꾸 었던 꿈이 문득 떠오르고 말았다.
‘정신차려.’
이곳에는 괴수가 있으니 괜한 생각 을 하다가 방심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뭐야…?,,
괴수가 죽어 있었다.
마치 개의 형상을 닮은 그 거체가 싸늘하게 식어 있는 것을 본 풀레임 은 저도 모르게 누군가를 찾았다.
“……백유설.”
거리의 반대편에, 그 소년이 있었 다. 그는 오늘따라 착잡한 표정이었 는데, 괴수를 해치웠음에도 빛나는 검을 거두지 않은 채였다.
그녀는 직감적으로 지팡이를 손으 로 꽉 말아쥐었다.
괴수의 에너지 반응이 사라진 것을
눈치챈 헬기 몇 대가 다가오고 있었 다. 혹여나 풀레임이 부상을 입었을 때나 지원을 요청할 때, 그리고 괴 수의 사체를 처리하기 위한 전략팀 이었다.
“가까이 오지 말고, 대기하세요.”
풀레임은 그들에게 짧게 명령한 뒤 백유설에게 다가갔다.
“너무 늦었어, 풀레임. 돌아갈 시간 이야.”
“어디를?”
“원래의 우리가 살던 곳으로.”
“내 고향은 여기야.”
“……맞아. 하지만, 여기는 네가 있 을 곳이 아니야.”
그는 싸늘한 거리를 가리키며 말했 다.
“네가 행복해질수록 세상은 불행해 져. 그래도 너는 이곳에 남을 거 야?”
이번에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풀레임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피가 새어 나왔다.
“나보고…… 어떻게 하라는 거야?”
“네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해.”
“어디로?”
“알잖아.”
표정 변화 없이 말하는 백유설이 원망스러워졌다. 저 소년은 대체 누 구기에, 죽으라는 소리를 저렇게나 쉽게 할 수 있단 말인가.
“너를 위해서야.”
“……믿을 수 없어.”
“그렇겠지. 그래서 기다렸어. 네가 납득할 때까지. 하지만…… 더 이상 은 기다릴 수 없겠어.”
백유설은 여전히 교복을 입고 있었 다. 가슴팍의 명찰에는, [구월고등학
교]라며 모교의 이름이 적혀 있었 다.
“슬슬 한계야. 이 세계를 위해서라 도 너와 내가 떠나는 게 옳아.”
“나는…….”
“그러니까, 얌전히 있어.”
대화는 거기까지였다.
[점멸]
눈 깜짝할 새, 백유설은 자신의 지 척에 도달해 있었다.
‘어……?’
흰색 섬광이 시야를 반으로 갈랐 다.
파캉-!
그러나 본능적으로 펼친 실드에 가 로막혀 검선은 그녀를 베어낼 수 없 었다. 그렇다고 해서 그 충격이 어 디로 가는 건 아니었기에, 마나 실 드가 깨진 충격으로 풀레임은 헛구 역질을 했다.
“이, 망할……
얌전히 죽어줄 생각은 없다.
풀레임은 지팡이를 빙그르르 회전 하여 바닥에 내려쳤다.
투쿵!
빛의 원기둥이 솟구치며 검을 휘두
르던 백유설의 몸을 덮쳤다. 하지만 이 정도에 당할 리가 없다는 사실을 직감하고서 또 다른 마법을 준비하 려고 했으나…….
빠각!
으홋!”
어느 사이엔가 뒤쪽으로 돌아온 백 유설이 검을 휘두르는 바람에, 배리 어가 뭉텅이로 깨져 나갔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아예 자신의 목을 노리 고 날아드는 검을 감각으로 느끼고 서 풀레임은 앞으로 힘껏 굴렀다.
-풀레임 양! 괜찮으십니까!
머리가 어지러운 와중에도 울리는
무전. 그것을 무시한 채로 그녀는 바닥을 굴렀다.
퉁!
빛이 폭발하며 풀레임의 몸이 건물 위쪽으로 날아올랐다. 백유설은 순 간 고속이동으로 그마저도 쫓아왔지 만, 그녀는 허공에 빛의 구체를 마 구잡이로 홑뿌렸다.
콰콰콰쾅!!
그의 동선을 방해할 생각으로 뿌린 것이었으나 생각보다 위력이 강했는 지 건물의 빌딩 한쪽 면이 통째로 날아가 버렸다.
차라리 잘됐다고 생각한 풀레임은
그 건물의 틈새 사이로 쏙 들어가서 숨을 골랐다.
“미친놈… 진짜 사람을 죽이려고
들어?”
당해줄 생각은 없다.
바닥에 손을 짚으니 거대한 넝쿨이 자라나 건물을 뒤덮었다. 백유설이 이곳으로 진입하면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이는 식물을 이용하여 압박할 생각이었다. 제아무리 고속이동이라 도 이런 비좁은 공간에서는 자유롭 지 못하리라.
쾅!!
하지만, 백유설이 그걸 모를 리가 없었다. 건물의 아래층으로 이동한 그는 아예 바닥을 무너뜨렸고, 풀레 임은 저항조차 하지 못한 채 추락하 였다.
‘이런 씨……!,
하는 수 없이 몸에 빛의 보호막을 두른 뒤 폭발의 반동을 이용하여 건 물 바깥으로 서둘러 빠져나갔다.
후두두둑!
건물의 잔해가 무너지며 풀레임이 떨어지던 자리가 폭삭 내려앉았다.
조금이라도 늦었으면, 정말 죽었다.
쐐액!
‘온다!’
허공에서 자유롭지 못한 자신과는 달리 백유설은 날렵하게 기동이 가 능하다. 하지만 그에 대한 준비는 방금 전, 끝냈다.
꾸드드득!
무너지던 빌딩에서 솟아 나온 넝쿨 줄기 수십 다발이 빌딩과 빌딩 사이 를 마치 다리처럼 잇기 시작하였고, 풀레임은 그 위로 착지하였다.
휘잉…!
바람이 흩날리며, 백유설의 모습이
또다시 흐릿해졌다. 감각으로 느낄 수 있다.
‘뒤쪽!’
뒤도 돌아보지 않고서 바닥을 지팡 이로 내려쳐 등쪽에 빛의 기둥을 소 환하였지만…… 타격한 감각이 없 다.
고개를 들어보니, 그마저도 예상하 고서 앞으로 이동한 백유설이 검을 휘두르고 있던 것이다.
파가가각!!
“으읏…….”
실드의 절반이 부서져 내리며 내장 이 심각하게 뒤틀렸다.
울컥, 입에서 피가 새어 나온다.
하지만 그녀는 포기하지 않고서 넝 쿨을 힘껏 뒤집었다.
콰드득!
넝쿨이 강철의 소재로 물질이 변이 되어 백유설의 몸을 조일 듯 뱀처럼 똬리를 틀었다. 어디로 점멸을 사용 해도 빠져나갈 수 없도록.
하지만 그는 강철마저도 검으로 튕 겨내거나 베어내며 자신에게 접근하 였다.
‘근접전은 불리해.’
그녀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넝쿨
을 조작해 반대편 빌딩으로 힘껏 도 약하였다.
파직! 파지직!
마법의 파편이 튀어 네온사인이 터 져 나가며 떨어졌다. 백유설은 그 네온사인을 짓밟고서 점프하여 자신 을 향해 돌진해 왔다.
‘막아야…….’
하지만, 아무리 실드를 펼쳐보아도.
그 어떤 공격을 시도해 보아도.
전혀 먹히지를 않았다.
마치 거대한 벽에 막히는 느낌.
상대방은 그저 빠르게 이동하며 검
을 휘두를 뿐인데, 자신이 사용하는 그 어떤 다채로운 마법으로도 그에 게 대항할 수 없었다.
마법전은 완전히 처음인 탓일까.
압도적인 경험의 차이가 그녀의 눈 앞에 드리웠다.
“이, 개자식아!!”
어떻게 해도, 상대가 될 수 없음을 깨달았다. 하지만 상대가 누구든, 포 기하지 않는다.
풀레임은 넝쿨을 이용하여 빌딩과 빌딩 사이를 활보하며 빛을 쏘아댔 고, 백유설은 그것을들 모조리 쳐내 며 그녀를 추격하였다.
뉴욕 전체에 빛이 발광하였으며 식 물이 자라났고, 폭음이 울렸다.
단 두 명의 싸움에 의하여.
“하아, 하…….”
넝쿨을 힘없이 늘어뜨리며 어느 건 물의 옥상에 착지한 풀레임은 무릎 을 꿇고 주저앉았다.
저 멀리, 도시의 지평선이 보이는 것만 같았다. 이제 보니…… 이 장 소는 그 유명하다는 엠파이어스테이 트 빌딩이었다.
*……뉴욕의 랜드마크를, 이런 식 으로 와볼 줄이야.’
실없는 생각을 하며 풀레임은 힘겹 게 몸을 일으켰다.
탁!
뒤쪽에서 백유설이 착지하는 소리 가 들려와, 그녀는 고개를 돌렸다.
눈이 마주친다.
또렷한 흑색의 눈동자였다.
“왜……
그녀는 더 이상 마법을 캐스팅하지 않았다. 그저 천천히 자신에게 다가 오는 백유설을 향해…… 말했다.
“왜 그렇게까지, 나를 죽이려고 드 는 거야…….”
원망스러웠다.
내가 죽으면 모든 일이 해결된다 니. 이 세상에 그런 법이 어디에 있 단 말인가.
행복했다.
살아 숨 쉬는 나날, 하루하루가 모 두 행복으로 점철되어 있었다.
밥을 먹을 때에도, 길거리를 걸을 때도, 공부를 할 때도, 친구들과 놀 때도, 영화를 볼 때도, 괴수를 사냥 할 때도, 잠을 청할 때도.
순간순간이 모두 행복했다.
그런데 사실, 내가 행복한 이유가
사실은 세상을 불행으로 밀어 넣어 서였다니.
내 존재 때문에 세상이 멸망의 길 로 접어든다니.
“그건, 너무하잖아…….”
풀레임의 눈가에 눈물이 고였다.
현실을 받아들이지 않으려고 해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알고 있다.
진작 눈치는 챘다.
이 세상의 주인공이 된 것만 같은 기분을 누리며 살아오면서도 언제나 의구심을 품지 않았던가.
‘왜 나만 이렇게까지 행복한가.’
어느덧 지척까지 다가온 백유설은 그녀의 목에 검을 겨누었다.
저항하지 않고서, 고개를 숙였다.
눈을 감고, 이를 억세게 깨물고서.
물었다.
“내가 없어지면…… 정말로 이 세 상은 행복해지는 거야?”
“그럼,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참으로 이상한 질문이었다.
어차피 죽을 텐데, 어떻게 되냐니.
하지만 예상외로 백유설은 곧바로 시원스러운 답을 내놓았다.
“너는, 죽어서도 행복할 거야.”
“…하하 웃기는 소리네. 죽는데 어 떻게 행복해져?”
이번에는 바로 답하지 않았다.
백유설은 망설이고 있었다. 그러나, 끝내 이야기하지 않았다. 이제는 그 럴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는 미소를 지었다.
누군가를 죽이면서 웃는다는 건 참 으로 미친 사람처럼 보였으나 백유 설은 비로소 모든 업을 해소한 사람
처럼 홀가분해 보이기까지 했다.
“아니, 너는 정말로 행복할 거야. 내가 그렇게 되도록 노력할 거니 까.”
“뭐? 그게 무슨……
그녀는 말을 끝까지 잇지 못했다.
저 하늘 위에서부터… 새하얀 빛덩 어리가 떨어져 내리고 있었기에.
“예쁘지?”
“아, 아니. 저건, 잠깐…….”
“이번에 사냥한 괴수의 특징이야. 본체 자체는 별거 없는데, 죽으면 자신의 시체 위에 빛기둥을 떨어뜨
리거든. 마치 천사가 강림하는 듯해 서 별칭이 헤븐즈 게이트……
백유설이 무어라 주절거리기 시작 했다. 지금껏 그가 저토록 많은 말 을 한 적이 있던가. 그런데 그는 친 한 사람을 대하는 것처럼 말문을 트 고서, 그저 카페에 앉아 수다를 떠 는 듯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들리지 않았다.
,하하…….’
나는 지금 이렇게 죽는구나.
때가 되었다는 느낌이 들어서, 그 녀는 겸허하게 이 순간을 받아들일 수 있었다.
사아아아아-!
점점 새하얗게 칠해지는 세상 속에 서, 백유설은 그녀의 손을 잡아 일 으켜 세웠다.
그는 무어라 말을 했으나 거대한 소음에 묻혀서 전혀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입 모양만큼은 확실하게 알 아들을 수 있었다.
‘돌아가자.’
그제야, 풀레임은 자신을 잡아 이 끄는 저 소년이 누구인지를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아, 그랬지.’
왜 여태 기억하지 못했을까.
바보같이.
‘나를 데리러, 여기까지 와줬구나.’
완전한 백색 섬광으로 뒤덮이는 도 시의 가장 높은 곳에서, 풀레임은 비 로소 환하게 미소 지을 수 있었다.
이 세상에서 지냈던 그 어떤 시간 보다도, 더…… 행복한 미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