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448)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448
72. 피의 마녀 이야기(9)
회색 신월교의 신관들이 죄다 흑마 인이라는 사실은 이제 백유설에게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범죄를 저지른 흑마인은 다른 흑마 인이고, 저 혹마인들은 그저 신관으 로서 살아왔을 뿐일 테니까.
흑마인 신관?
이상한 일은 아니다.
이 세계의 종교는 그 종류가 참으 로 다양하여 교리와 신념에 공통점 이 거의 없기로 유명했다.
어떤 종교는 살인을 허락하기도 했 으니 사실상 지구의 종교와는 완전 히 다르다고 봐도 무방하다.
신월교의 경우에는 그 방식이 조금 특이했는데, 십이신월을 숭배하여 신비로운 힘을 얻는 게 신월교의 목 적인지라 힘과 명성을 추구하는 이 들이 대거 몰려드는 일이 잦았다.
원작 게임에서도 혹마인이 신월교 의 신관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고, 심지어 스텔라의 대표 흑마 인 첩자라고도 할 수 있는 레이딘 교수는 아예 신월학 과목이 전공이 지 않던가?
“너는 스텔라의 마법사라면서 편견 도 없는 모양이군.”
“흑마인 도살자라는 말과는 달리 생각보다 얌전한데.”
“저는 죄지은 흑마인을 죽일 뿐, 죄 없는 흑마인을 공격할 이유는 없 습니다.”
“뭐어…… 우리를 믿어주는 건 고 맙지만 회색 신월교의 신관이라고 해서 다 믿지는 않는 게 좋아.”
“..여기 말고도 회색 신월교가
더 있습니까?”
“당연하지. 그 뭐냐, 요즘 혹마교주 니 뭐니 하면서 설치는 놈 알지? 걔가 회색 신월교의 성황이나 다름 없는 존재였어.”
전혀 몰랐다.
아니, 애당초 흑마신교주에 대한 미스테리는 원작 게임에서도 전부 풀리지 않았으니까 당연한 걸까.
“우리야 뭐 손 털고 나와서 이러고 산다지만, 아무튼 조심하라고.”
흑마인들과 회색 신월교에 대한 이 야기를 나누면서 백유설은 신전을 천천히 관찰하였다.
‘이런 데가 대체 왜 있는 거지?’
도저히 교회라고 볼 수 없는 내부 구조. 인간 교인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고, 대부분이 흑마인으 로 이루어져 있다.
물론 그들의 신앙심이 얼마나 대단 한지는 모르겠지만, 굳이 교회의 형 태를 유지해가면서 이 지역 근방의 마피아 역할을 자처하는 이유를 모 르겠다.
교회인 척 신분을 숨기고서 활동한
다기엔, 애당초 이 신전으로 접근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상해.’
백유설은 눈을 가늘게 떴다.
이곳은 단순히 평범하게 회공시월 을 숭배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전이 아니다.
근거는 없지만, 그런 생각에 이상 하리만치 확신이 들었다.
‘느낌이 꼭…….,
“아, 다 왔군요.”
신관의 말에 백유설은 전방을 바라 보았다. 음침하리만치 기괴한 문양
이 잔뜩 새겨진 거대한 문 하나가 시야에 한가득 들어온다.
“여기에…… 마녀왕을 추격했었던 신관이 있다는 건가요?”
“그래. 우리도 이곳에는 오랜만에 오는군.”
“오랜만..?”
“기도를 해야 하니, 잠시만 비켜 있게나.”
신관 두 명이 대문 앞에 나란히 서자 백유설은 뒤로 한 발자국 물러 났다. 피날렛은 뭔가 느낌이 좋지 않다며 시클렌의 뒤에 숨었다.
기기기기긱……!
신관들의 입에서 마치 나무를 긁는 듯한 기괴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잘은 모르겠지만, 아마 기도문 비스 무리한 것이리라.
우우웅!!
기도문이 진행될 때마다 대문에 새 겨진 마법진에 회색빛이 들어오더 니, 잠시 뒤에는 문 전체가 일렁이 기 시작했다.
“들어가지.”
“엣? 문이 안 열렸는걸?”
뒤에 숨어 있던 피날렛이 대뜸 그 리 말했으나 백유설은 여전히 굳건 하게 닫혀 있는 문으로 성큼 걸어갔
다. 시클렌도 따라서 걷자 피날렛은 당황하는 와중에도 뒤따랐다.
물컹!
앞장서서 걷던 백유설이 문에 닫 자, 마치 벽을 통과하듯 사라졌다.
“오오..
피날렛은 감탄사를 내뱉으며 시클 렌의 뒤를 바짝 쫓았다.
이윽고 시클렌의 몸이 문을 통과했 으나, 피날렛은 그러지 못했다.
쿵!
“ 으 악!”
이마를 제대로 찧어버린 피날렛이
바닥에 주저앉자, 신관 두 명이 그 녀를 내려다보며 말했다.
“……이 문을 통과하지 못한다는 건, 마녀라는 뜻인가?”
“백유설이 우리에게 호의를 가지고 있으니 굳이 공격할 생각은 없다만 이번 일이 끝나면 즉시 돌아가도 록.”
신관들이 살벌하고 단호한 목소리 로 경고한 뒤 문으로 들어가자 피날 렛은 허겁지겁 그들의 옷자락을 부 여 잡았다.
쑤욱!
그러자 놀랍게도, 신관들과 함께
문 내부로 들어와진 피날렛.
신관이 당황한 표정을 짓자 피날렛 은 가운데 손가락을 그들에게 날린 뒤 시클렌에게 붙었다.
“여긴…….”
내부로 먼저 들어온 백유설은 좀 오묘하게 느껴지는 분위기에 표정을 찡그렸다.
‘뭐야 이건?’
어둡고 칙칙한 공간.
회색이 아닌 붉은색 마법진.
마법진 위에 놓인 촛불 수십 개.
“이건…… 마녀 의식이라도 펼쳐질
것 같군.”
뒤따라 들어온 시클렌은 그리 말하 며 턱짓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아니, 실제로 마녀 의식이 확실하 군. 저주의 진이다.”
“저주의 진……?”
“인형에 못을 박아서 저주를 거는 옛날 괴담은 알고 있지? 그게 발전 된 형태다. 요새의 마녀들은 똑똑하 고 첨단화되어 있어서 확실하고 높 은 확률로 저주를 걸거든.”
상당히 찝찝한 이야기를 들으며 백 유설은 마법진의 끄트머리에 앉아
있는 누군가를 바라보았다.
남색 로브로 온몸을 가린 그 누군 가는 고개를 푹 숙인 채, 백유설과 시클렌 쪽을 쳐다도 보지 않고 있었 는데 마치 죽은 사람처럼 보이기도 했다.
“세상에 사연 많은 자들은 참 많은 법이지. 특히나, ‘마녀,와 관련된 이 들은 유독 자신의 운명을 벗어나려 는 경향이 있다.”
“마녀라고?”
시클렌이 표정을 찡그리자 신관이 고개를 끄덕이고서 말을 이었다.
“너희도 모두 특이하다면 특이하겠
지. 마녀를 사랑하게 된 마녀 사냥 꾼. 마녀 사냥꾼에게 호감을 품게 된 마녀. 마녀를 사랑하여 마녀 사 냥꾼을 자처하는 인간까지.”
그렇게 듣고 보니, 하나같이 평범 하지 않은 멤버가 없었다.
“저 예언가 또한 마찬가지. 그녀 는…… 본디 마녀였다고 하더군.”
“마녀라고?!”
피날렛이 소리를 지르자 신관들이 눈치를 주었다.
“마녀가 마녀 사냥꾼의 일을 겸하 고 있는 겁니까?”
“그런 셈이ス]. 쉽지 않은 선택이었
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곳에 숨어 사는 것일 테고
“쉽지 않다기엔……
주변에 그런 케이스가 너무 많았기 에 백유설이 별로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을 짓자 신관은 눈을 감고서 고 개를 저었다.
“자신의 운명을 거스르는 것은 너 희가 생각하는 만큼 쉬운 일이 아니 다. 거기에는 아주 강력한 의지가 필요하다.”
“혹은…… 강력한 의지가 개입한다 거나.”
시클렌의 경우에는 스스로 강력한
의지를 가지고서 운명을 벗어던졌 다.
그렇다면 백유설과 피날멧은?
“너희는 어떻지?”
“어, 음……T
백유설과 피날렛은 쉽사리 대답하 지 못했다.
과연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였다고 말할 수 있는가.
“난, 잘 모르겠는데……
“그렇다면 너 또한 누군가에 의해 그렇게 변한 것이겠군. 그게 과연
행운일ス】, 불행일지는 아무도 모르 지만.”
“나는……
백유설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천천 히 입술을 떼었다.
“내가 운명을 만들고자 노력하지 만…… 잘 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합 니다.”
“……그렇다면 넌 강력한 의지를 스스로 가지고 있으면서도, 동시에 더욱 강력한 의지에 의해 개입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더욱 강력한 의지……r
백유설은 그 강력한 의지라는 게
무엇인ス】, 언뜻 알 것만 같았다.
이제는 자신이 무엇을 해야하는지 어떤 길을 가야만 하는지, 노선이 어렴풋이 보이는 느낌이었다.
“끌끌끌…… 재미있군.”
흠칫.
신관과 대화를 나누던 백유설은 전 방에서 목소리가 들려오자 자세를 낮췄다.
“죽은 건 아니었던 모양이네.”
시클렌의 농담에 백유설은 굳은 표 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남색 로브를 뒤집어쓴 누군가가 천
천히 고개를 들어 올리더니, 백유설 과 눈을 마주쳤다.
,뭐야……?,
소년인지 소녀인지 구분가지 않는 맑은 눈동자였다. 코와 입은 면사포 로 가리고 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굉장히 어린 나이라고 추정하기란 쉬웠다.
하지만 저 눈빛.
눈빛만큼은 수백 년 이상을 살아온 연배가 확실했다.
외모에 비해 나이를 월등히 많이 먹은 자들을 무수히 상대해왔기에 쉽게 알 수 있었다.
“별의 사랑을 받는 아이가 이곳까 지 찾아올 줄이야. 역시 세상은 알 다가도 모를 일이지.”
“……제가 별의 사랑을 받고 있다 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너는 모르고 있나? 저 밤하 늘의 모든 별들이 너를 주시하고 있 는데…… 그 따가운 시선이 부담스 럽지도 않느냔 말이다.”
백유설은 고개를 들었다.
“무슨……r
어둡코 컴컴한 공간이었기에 당연 히 밀폐된 장소라고 생각했거늘, 놀 랍게도 천장이 뻥 뚫려 있었다.
밤하늘에 별이 가득하다.
어째서 저 별빛들이 이곳까지 스며 들지 못하는지 의문일 정도로 찬란 하고 밝은 하늘이었다.
“이곳은 별의 시선이 닿지 못한다. 예언가로서 오래 살기 위해서는 ‘천 기누설’의 죄로부터 도망쳐야만 하 거든.”
“천기누설이라면…….”
“그래.”
백유설이 마른 침을 삼키 スト, 예언 가라고 자칭하는 마녀가 눈꼬리를 올리며 즐겁다는 듯, 말했다.
별의 서고’다.”
별의 서고, 달리 말해서.
……콘스텔라티오 프로젝트.
“우리 예언가들은 그곳에서 과거와 미래, 현재를 읽는다. 너의 과거와 미래 역人】, 마찬가지로……
“제 과거에 대해…… 무언가 아는 게 있습니까?”
백유설은 마른 침을 삼키고서 물었 다.
과거의 백유설.
그러니까, 아이테르 월드에 도착하
기 이전에 존재했던 ‘또다른 백유설’ 에 대해서 너무나 궁금했기 때문.
하지만 예언가는 고개를 저었다.
“끌끌, 내가 너의 모든 것을 열람 했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다.”
**……그러면 무엇을 알고 있다는 거죠?”
“네가 간절히 찾고자 하는 여인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여인의 위치까지. 모두 알고 있지.”
그에 백유설의 동공이 크게 떠졌 다. 예언가는 즐겁다는 듯 낄낄거리 며 웃더니 손을 홱 뻗어서 마법진의 가운데를 가리켰다.
“그래서, 무얼 꾸물대고 있는 게 지? 네가 올 것에 대비하여 미리 마법진까지 준비해뒀거늘,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셈이냐!”
백유설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고개 를 끄덕이고서 마법진으로 다가갔 다. 그러자 예언가가 소리를 떽 질 렀다.
“신발 벗고!”
“……예.”
참으로 까다로운 예언가다.
하지만 예언가의 도움 없이는 스칼 렛을 찾을 수 없기에 고분고분 그녀 의 말을 따랐다.
“스칼렛, 오오! 스칼렛. 하필이면 네가 사랑하게 된 여인이 피로 물든 마녀의 왕이라니! 그것 참 흥미롭고 안타깝고 역겹군!”
예언가가 양팔을 치켜들자, 촛불에 불이 화륵! 붙으며 마법진에서 불길 한 붉은 빛이 새어 나오기 시작했다.
“너! 알고 있을 것이다. 그녀를 찾 기 위해서는 대가가 필요하다!”
몰랐다.
“준비해 왔겠지?”
그런 건 없다.
“저기, 뭘 준비하라는…….”
“좋아. 그럼 바로 시작하겠다!”
“예? 잠깐……!”
백유설의 대답도 듣지 않은 채, 밑 도 끝도 없이 의식을 시작한 예언가 는 곧바로 손뼉을 쳐서 마법진을 완 성시 켰다.
,으윽?!,
그 직후 온몸이 뭉개지는 듯한 울 렁거리는 감각에 백유설은 눈을 질 끈 감고서 이마를 부여잡았다.
“떠올려라! 네가 사랑하는, 그리고 사랑받았던 그녀를 떠올려!”
‘크으으으윽……
아파 죽겠는데 자꾸만 뭘 하라고 시키는 그녀가 원망스러웠으나 백유 설은 초인적인 인내력으로 스칼렛의 얼굴을 떠올렸다.
‘제발, 제발……!,
눈을 질끈 감고서 필사적으로 스칼 렛을 생각하던 백유설은 어느 순간 갑작스레 몸이 가벼워지는 감각에 눈을 번뜩 떴다.
“허억!”
본능적으로 상체를 일으킨 백유설 은 표정을 기괴하게 일그러뜨렸다.
?,,
짹짹! 짹!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려온다.
휘이잉……
시원한 바람.
푸르른 하늘.
저 멀리까지 펼쳐진 초록색 들판.
“여긴, 대체 뭐야? 여기에 스칼렛 이 갇혀 있다고……?”
아무래도, 예언가의 주문이 무언가 잘못된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