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53)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53
15. 별구름 상회(1)
“결국 꽝이었네에〜”
혜이진의 말에 카엔은 고개를 끄덕 였다. 저 정도로 감정이 격정적으로 치닫게 된다면 분명 ‘낌새’가 있어 야만 할 터였는데, 혹마 침식에 반 응하는 센서는 묵묵부답이었다.
“하긴〜 삭월탑의 사이코매트리도
완벽하진 않잖아~? 여태 꽝을 몇 번이나 뽑았는데! 아우~ 지루해서 죽는 줄 알았네! 뭐, 단장은 재미있 던 것 같지만?”
혜이진의 말에 카엔은 말없이 고개 를 끄덕였다.
재미있었다. 연금술사 석사 과정을 밟았을 정도로 이쪽 분야에서는 깊 은 지식을 가진 그였기에, 저 알테 리샤라는 여인이 얼마나 대단한지 감히 가늠하는 게 가능했다.
임무는 허탕으로 끝났지만, 여전히 여운이 가시지 않았는지 카엔은 멀 리서도 알테리샤라는 여인을 한참이 나 지켜보았다.
“그나저나, 저 꼬맹이가 공동저자 라던 그 고딩인가? 저어기, 꽤 귀엽 게 생겼는데? 그치?”
카엔은 시선을 돌려 백유설이라는 소년을 바라보았다. 확실히 고등학 생이 300년 미해결 난제를 해결하 는 데에 도움을 줬다는 점은 대단했 고, 연금술에 관심이 많은 카엔으로 서도 조금의 관심이 가기는 했지만 주목할 만한 정도는 아니었다.
그런데, 그다음의 행동이 수상했다.
‘기사에 제 이름은 빼주세요.’
논문 발표 직후 어수선한 학회장에
서 백유설은 유명세를 원하지 않는 다고 밝혔고, 그 덕에 기사에는 ‘알 테리샤 외 신원 비공개의 연금술사 1인이라고만 알려질 예정이었다.
물론 기사에 나지만 않을 뿐, 어지 간히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게 될 것이다. 하지만 세간의 주목은 알테 리샤가 죄다 받게 될 것이며, 신원 을 밝히지 않았으니 마탑이나 기업 의 후원 또한 알테리샤 혼자서 독차 지할 것이다.
어째서 일까.
카엔은 그 이유가 퍽 궁금해졌다.
“조사해 봤나?”
혜이진에게 묻자 그녀는 손바닥을 빤히 쳐다보며 말했다.
“응. 방금 연락 왔는데, 별거 없다 는데? 입학 직전에 흑마인들에게 고 향이 무너진 것 빼고는 특이사항도 없어. 평민이고, 성적은 최하위. 근 데 특이하게 S반이라네? 난 아카데 미 안 다녀서 모르는데 그거 엄청 들어가기 힘든 거 아냐?”
“……그렇지.”
“게다가 세계 최고의 명문 마법 학 교에 다니면서 마법을 안 쓴다더라 고 여러모로 특이해.”
특이하다. 그 단어로는 저 소년을
표현하기에 부족해 보였다.
“근데 이거 외에는 진짜 별거 없 어. ‘매트러’가 말한 거니까 틀림없 을걸?”
“그래. 알겠다.”
그의 속내가 어쨌든, 고작 고등학 생 한 명에게 신경 쓸 정도로 삭월 탑의 멸암단은 한가롭지 않다.
그런 생각으로 백유설을 노려보고 있는데, 갑작스레 그가 고개를 돌려 이쪽을 바라보았다.
…
찰나, 정말 1초도 안 되는 순간.
눈이 마주쳤다.
그러나 그것이 착각이라는 듯 고개 를 돌리는 백유설. 카엔은 순간 눈 썹을 찌푸렸으나, 자신의 ‘인지 저 하’ 마법과 혜이진의 ‘그림자 장막’ 결계는 틀림없이 작동 증이다.
고작 고등학생이 꿰뚫어 볼 수는 없다.
‘착각이겠지.’
그리 생각한 카엔은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가자. 볼일은 끝났다.”
“응응! 나도 이런 지루한 곳은 질
렸다구!”
그들은 바람처럼 자리를 벗어났고, 그 자리에는 어떠한 흔적도 남지 않 았다.
* * *
한편, 알테리샤가 기자 및 기업인 들의 공세를 받고 있을 때 메이젠 교수는 뒷문으로 몰래 빠져나왔다.
참으로 야속한 일이었다.
들어올 땐 메이젠 교수가 정문이었 고, 알테리샤가 뒷문이었을 터였는
데.
나올 땐 알테리샤가 앞문이었고, 메이젠 교수가 뒷문이었으니까.
‘젠장, 젠장……
자신의 자동마차에 탑승한 메이젠 은 손톱을 물어뜯었다. 가지런히 정 돈되어 있던 머리칼은 거지꼴이 되 어 헝클어져 있었다.
“〇 •を。〇…
쿵, 쿵! 유리창에 머리를 찧으며 메이젠이 소리 없이 분노를 표출하 자, 옆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진정해라, 메이젠.”
“……너, 너는!”
그곳에는 외안경을 쓴 사내가 앉아 있었다. 녹색 빛이 감도는 혹색 머 리칼을 올백으로 넘긴 그자는 마치 아까부터 이 자리에 있던 것처럼 한 쪽 다리를 꼰 채로 수첩을 읽고 있 었다.
스텔라 아카데미 신월학과의 교수, 레이딘. 그는 날카로운 어투로 메이 젠을 쏘아붙였다.
“사고를 쳤더군.”
“이, 이건 사고가 아니라……
메이젠은 당황하여 식은땀을 흘렸 다. 설마 이 광경을, 보고 있었단
말인가?
“하마터면 폭주할 뻔했다. ‘억제’가 걸려 있었기에 망정이 ス 1, 조금만 더 감정이 증폭되어 폭주라도 했으면 우 리의 모든 계획을 망칠 수도 있었다.”
“……죄송합니다.”
“하, 죄송?”
레이딘은 헛웃음을 쳤다.
“사과 하나로 넘길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교주님의 실망이 매우 크 다. 너는 네가 가진 두 개의 가치를 모조리 잃어버렸으니까.”
첫 번째 가치, 그녀가 스텔라 아카 데미의 교수라는 것.
두 번째 가치, 그녀가 연금술사로 서 ‘연공난수 교차 술식’을 풀어낼 가능성을 가졌다는 것.
그런데, 첫 번째 가치는 조수의 논 문을 표절함으로써 곧 상실될 예정 이며 두 번째 가치는 다른 사람이 먼저 술식을 완성하여서 더 이상 의 미가 없어졌다.
“아, 아니야! 아직이다, 아직이야. 표절 논의회에 내 인맥이 많아. 이 번 사건은, 추, 충분히 무마할 수 있어. 나는…… 아직 쫓겨나지 않을 거라고!”
그러スト, 레이딘은 수첩을 턱! 덮고
서 고개를 돌려 시선을 맞췄다. 사 람을 사람이 아닌 벌레로 보는 듯한 그 싸늘한 시선에 메이젠은 침을 꿀 꺽 삼켰다.
“닥치고, 가만히 있어. 고개 처박고 다니는 게 네가 할 수 있는 가장 도움 되는 행동이다. 알겠나?”
그 모욕적인 언사에도 할 수 있는 말은 단 하나도 없었다.
“교주님의 지시가 내려오기 전까지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있도록.”
레이딘은 그 말을 남긴 채 마치 안개처럼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메이젠은 홀로 남아 손톱으로 머리
를 쥐어뜯었다.
‘백유설, 백유설……!’
당장에라도 폭주할 것 같은 감정을 최대한 억눌렀다. 손톱을 씹고, 머리 카락을 쥐어짜고, 피부를 뜯어내면 서, 있는 힘껏 억눌렀다.
‘아직이야, 아직!’
이 분노를 지금 표출해서는 안 된 다. 놈을 궁지로 몰아넣을 기회가 생겼을 때, 한꺼번에 폭발시켜야만 한다.
그러기 위해서 메이젠은 참고, 또 참았다.
‘조금만 기다려라, 백유설……!)
* * *
[흑마 침식 진행도 : 49%]발표회가 진행되는 시시각각 백유 설은 안경을 통해 메이젠 교수의 진 행도를 확인하였다. 50%를 넘는 순 간 마법적으로 증명이 가능해지거 늘, 저 아슬아슬한 순간에 멈추고 말았다.
‘•••결국, 원래 폭주할 예정이었던 에피소드 때까지는 얌전히 있을 운
명인 건가.’
내가 아무리 애쓰고 노력해도, 결 국 정해진 에피소드는 바뀌지 않았 다. 메이젠의 침식도를 억지로 50% 까지 끌어올리기만 하면 어떻게든 여덟 번째 에피소드의 그 끔찍한 대 재앙을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거늘.
‘그래도, 준비는 꾸준히 잘되고 있 어.’
상황도 긍정적으로 마무리되었고, 원한서린 나뭇가지까지 발동하는 데에 성공하였다.
이 치트나 다름없는 아이템은 여덟
번째 에피소드를 아주 손쉽게 클리 어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또한, 이제 미래의 연금성은 알테 리샤를 중심으로 움직일 것이다. 그 녀의 안위는 걱정할 필요가 없다.
이만큼이나 커다란 사건을 빵 터뜨 린 이상, 스텔라 아카데미 측에서도 그녀는 아주 귀한 존재가 되어버렸 다. 호위가 조용히 붙어서 그녀를 지켜주겠지.
어쩐지 마음이 놓이는 기분이 백유 설은 숨을 크게 내쉬었다.
예정대로였다면 마법사들이 ‘아이 템’이라는 존재를 얻게 되는 것은
지금으로부터 1년 뒤였을 것이다.
그런데 알테리샤가 게임에서보다 훨씬 더 빨리 각성한 덕분에, 백유 설이 성장할 가능성이 활짝 열리게 되었다.
물론 흑마인들 역시 연공난수 교차 술식의 정보를 얻기는 할 것이다.
하지만, 그들의 기술은 알테리샤의 기술을 따라잡을 수 없다. 원작 게 임에서도 이미 1년이나 앞서나가 확 연히 멀어졌던 흑마인의 기술력을 가볍게 따라잡았던 그녀였으니까.
게다가, 성과가 그것만 있는 게 아 니었다.
[메인 에피소드의 갈래가 크게 변 화하였습니다.] [당신의 서사력이 충만해집니다.] [하향된 아이템의 기능을 되찾거 나, ‘캐릭터 백유설이 갖추고 있던 일부 능력치와 스킬을 계승받을 수 있습니다.]에피소드를 진행하지도 않았는데 무려 에피소드를 하나 완료한 급의 보상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비록 경험치는 정산받지 못했지만,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아직 보상은 보류 중이지만, 사실 무엇을 받을지는 마음속으로 정해둔 채였다.
“흐아아아……
알테리샤가 열차의 좌석에 몸을 눕 히며 앓는 소리를 냈다. 모든 열차 의 특등석, VIP석이 존재했는데 그 들은 난생처음으로 대우를 받으며 그 값비싼 좌석을 공짜로 얻어탈 수 있었다.
“뭔가, 꿈만 같아…….”
“앞으로는 더 꿈같은 일들이 일어 날 거예요. 아니, 어쩌면 꿈으로만
가능했던 일을 실현하는 것도 가능 하겠죠.”
아직까지는 이론만 발표했을 뿐이 라 그런ス], 생각보다 많은 후원과 관심이 오지는 않았다. 일반인들은 이 난제를 해결한 게 대단한 걸 알 면서도 뭐가 대단한지 인지하지 못 하는 것이다.
조만간, 최초의 발명품이 탄생하여 발표하는 순간 알테리샤에게는 정말 수도 없이 많은 러브콜이 쏟아지겠 지. 어지간한 국가 이상급의 힘을 구사할 수 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알테리샤는 배시시 웃으며 행복한 상상을 했는지 발을 동동 굴렀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며, 백유설은 창 문에 머리를 기대어 방금 전에 마주 쳤던 누군가를 생각했다.
‘그건, 틀림없이 카엔이었지.’
세계관 내에는 최고의 ‘마탑’이 두 개 있다.
양지에서는 만월의 거탑.
음지에서는 삭월의 거탑.
만월탑은 세계에서 가장 높고 유명 한 마탑으로서 ‘거탑’의 칭호를 하 사받은 유일한 마탑이라고 세상에 알려져 있다.
그리고 그런 만월탑과 마법원로회 의 압도적인 세력을 견제하는 존재
들이 바로 삭월탑이었다.
극소수의 정예로 이루어진 마법사 부대이자 최고의 대흑마부대, 삭월 의 거탑.
흑마인과 마법사를 사냥하는 데에 는 도가 튼 귀신같은 놈들이 모여 있는 삭월탑에서도 가장 최정예라는 ’13번 멸암단의 단장이 바로 카엔 이었다.
어찌나 은신술이 뛰어난지, 바로 지척에 있었음에도 어떤 ‘통신’ 마 법이 육감에 감지되지 않았더라면 끝까지 모를 뻔했다.
그 위험한 놈들이 왜 여기에?’
설마, 메이젠 티렌의 흑마 침식을 눈치챘다는 걸까? 하지만 백유설이 알기로 그 어떤 분기에서도 저들이 간섭한 적은 없는 것으로 알고 있 다.
‘……긍정적으로 엮일 수만 있다면 좋을 텐데.’
세상의 모든 정보와 동태를 꿰뚫고 있는 데다가 최강의 병력을 갖춘 그 들이 나의 사람이 되어준다면 그 무 엇보다도 든든한 우군이겠지만, 척 을 질 경우에는 그 무엇보다도 무서 운 적으로 돌변한다.
물론 그들을 아군으로 삼거나 적으
로 돌리는 분기는 극히 희박하다.
거기까지 도달하기 위해서는 수많 은 호감도작이나 파생된 다양한 서 브 퀘스트를 진행해야만 해서, 실제 로 아주 일부의 플레이어만이 멸암 단과 접촉하는 데에 성공했다고 들 었다.
‘어쨌든, 조심해야겠어.’
똑똑!
백유설이 생각을 정리하는 와중, 누군가가 문을 두드렸다. VIP석은 칸막이 형식이었기에 내부에서 문을 열어주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한다.
“누구…….”
누구냐고, 물어보려고.
백유설은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 보는 순간 깜짝 놀라서 눈을 동그랗 게 뜨고 말았다.
덜컹덜컹!
흔들리는 열차 속에서도 그 사람을 알아보는 건 어렵지 않았다.
‘저 사람은 설마……
중절모에 갈색의 머리칼, 뾰족하게 솟아오른 엘프의 구], 세련된 정장에 금테 안경 속 금색 눈동자.
미소를 짓고 있으나 그 속내를 알 수 없는 온화한 인상의 사내가 창문
에서 살짝 거리를 둔 채 서 있었다.
,……별구름 상회 회장, 멜리안.’
게임의 에피소드가 차차 진행되면 서 세계관이 학교 바깥으로 확장되 고 주인공 풀레임이 완전히 성인이 되면, 자연스레 공략할 수 있는 등 장인물이 늘어나고는 했다.
그때가 되면 세계관 내에 존재하는 모든 남녀노소를 분기에 따라서 마 음껏 공략할 수 있다고는 했지만, 그럼에도 플레이어들이 유난히 집착 했던 가장 매력적인 4인방이 있었
북극 빙백산맥의 수호자, ‘설파람, 대공.
남쪽 하월평야의 심장, 별구름 회 장 ‘멜리안’.
동해 용오름파도 함대의 사령관, ‘할리스베일’ 제독.
서부 사막의 기둥, 만월의 거탑주 ‘해성 월’.
그중에서도 남쪽 하월평야의 심장 이라고도 불리는 별구름 상회의 회 장 멜리안은 특성 [황금률의 운명] 을 가진 덕분에 ‘세계관 내에서 가 장 부자’라는 설정이 있었다.
“서, 서, 설마……!”
알테리샤 역시도 그를 알아보고서 입을 쩌억 벌리スト, 멜리안은 빙그레 웃었다.
“죄송합니다만, 잠시 시간 좀 내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예에! 무, 무슨 일이시죠?”
“여러분께 볼일이 있어서, 이렇게 실례를 무릅쓰고 찾아왔습니다.”
백유설은 최대한 침착하게 문을 열 어주었다.
“들어오세요.”
“감사합니다.”
190cm를 넘는 장신을 가진 그는 고개를 살짝 숙이지 않으면 천장에 머리를 부딪칠 것만 같았다.
“반갑습니다. 알테리샤 연금술사, 그리고…… 신원을 공개하지 않으셨 다던 연금술사님 맞으십니까? 두 분 모두 선남선녀로군요. 제 눈이 다 정화되는 느낌입니다. 아, 실례가 되 지 않는다면 성함을 여쭤봐도 되겠 습니까?”
“스텔라 아카데미 전투학과 1학년 S반 백유설이라고 합니다.”
“오, 스텔라의 학생이셨군요? 반갑 습니다.”
이미 다 알고 있을 게 뻔했으면서 도 멜리안은 굳이 백유설에게 이름 을 물었고 또 모른 척 리액션까지 취해주었다.
“무, 무…슨 일로 찾아오셨죠?”
알테리샤는 기대 반 놀람 반으로 물었다. 사실 그녀도 예상하고는 있 었다.
자신의 발견이, 세상 사람들을 뒤 집어놓을 거라고.
하지만 무려 멜리안이라는 거물이 곧바로 찾아올 줄은 몰랐다.
거대 기업이나 대마탑에서는 성과 가 나올 때까지 알테리샤와의 접촉
을 살짝 미루고 있는 느낌이었기 때 문이다.
그런데, 별구름이라니.
멜리안이라니!
그녀는 긴장된 가슴을 가라앉히기 가 영 쉽지 않은 듯 심호흡을 했다.
“아마도, 알고 계시겠지만…… 알 테리샤 연금술사님. 당신의 기술을 별구름에서 ‘독점’으로 계약을 맺고 싶습니다.”
올 게 왔구나! 그런 생각에 알테리 샤는 배시시 흘러나오려는 미소를 최대한 감추었다.
“물론, 저를 알고 계신다면 익히
들었겠지만 조건은 후하게 쳐드립니 다. スト, 계약서를 읽어보시겠습니 까?”
끄덕끄덕. 알테리샤가 긍정하자 멜 리안은 품에서 계약서 몇 장을 꺼내 서 넘겨주었다. 그녀는 떨리는 손으 로 그것을 읽어 내려갔다.
‘허으어어어억!!’
가난하게 살아왔던 그녀로서는 상 상조차 할 수 없는 어마어마한 조건 들. 과연, 왜 ‘쿨거래’라는 별명이 있는지 이해가 갈 정도로, 고민 따 위는 순식간에 날아가게 만드는 액 수였다.
알테리샤는 두근거리는 심장을 간 신히 진정시키며 계약서를 완독했 다.
무제한으로 재료와 기술자를 후원 해주겠다는 내용도 있었고, 천문학 적인 금액을 계약금으로 지불하겠다 는 내용도 있었다. 물론, 그에 따른 제약도 있긴 있었지만…….
‘이 조건이면, 재료로 내가 꿈에 그리던 발명품들을 잔뜩 만들 수 있 어!’
황금으로 이루어진 방석? 다이아몬 드가 쏟아지는 폭포? 보석으로 꾸며 진 집? 더 이상 꿈이 아닐 것이다.
어쩌면, 그보다도 더한 것도 가능할 지도 모른다.
‘유설 학생도 틀림없이 좋아할 거 야!’
당장에라도 지장을 찍을 기세로 싱 글벙글 웃으며 백유설을 바라보았는 데.
‘어……?’
어째서인ス], 백유설이 웃고 있지 않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건가?’
별구름 상회와의 독점 계약은 분명 경사스러운 일일 텐데, 그는 왜 저 렇게까지 심각한 표정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가?
,……뭔가, 이유가 있어.’
저 소년이 저토록이나 심각한 표정 을 지은 건 처음 보았다. 연공난수 의 술식을 해결할 때도, 그 메이젠 교수의 앞에서 당당히 선포할 때도 웃던 백유설이다.
‘흥분하지 말자.’
알테리샤는 심호흡을 한 뒤, 조심 스레 계약서를 내려놓고서 멜리안에 게 말했다.
“죄송해요. 생각할 시간을 조금 주 시겠어요?”
“…음, 그렇습니까?”
그녀의 말에 멜리안은 적잖게 당황 하였다.
“조건이 부족하십니까? 원하는 게 있으시다면 얼마든지 말씀해 주십시 오.”
“그건, 그런 건 아니에요! 조건은 충분하다 못해, 과분할 정도예요. 다 만…….”
그녀는 백유설을 바라보며 말했다.
“이 기술의 공동저자와 상의할 시 간이 필요해요.”
“아, 그랬지요……
공동저자라. 그저 허울뿐인 말이라
고 생각했는데, 그건 또 아닌 걸까. 멜리안은 그런 의문을 뒤로한 채 백 유설에게 접대용 미소를 환하게 지 으며 말했다.
“계약서를 한번 살펴보시겠습니 까?”
그래, 분명 10대의 나이에 300년 미해결 문제 풀이에 도움을 준 것만 으로도 범상치 않은 천재임이 분명 하다.
그러나 그래 봐야 고등학생이다.
경험으로 알고 있다. 제아무리 마 법을 잘 부리고, 연금술에 일가견이 있는 천재라도 거래에 있어서는 어
리숙할 뿐이다.
게다가, 미리 조사해 본 결과 백유 설은 평민. 이만한 조건은 결코 거 절할 수 없으리라.
그렇게, 생각했으나.
,……음?’
백유설의 얼굴을 마주한 멜리안은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그는 무언가를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자신의 제안 앞에서는 감히 함부로 하기 힘든 것 이기도 했다.
이만한 돈덩어리를 통째로 넘기겠 다는데. 후손의 후손까지 떵떵거리 면서 살 수 있을 정도의 금액을 지 원하겠다는데.
그는 그것을 앞에 두고서 여전히 무언가를 고민하였다.
,이거…….’
멜리안은 생각을 바꾸었다.
그는 사람을 많이 만나보았고, 대 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의 재력 앞에 서 생각하기를 그만두는 경우를 굉 장히 많이 봤다.
하지만 아주 간혹.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었다.
그리고 대개, 그들은 자신에게 제 안을 역으로 돌려주고는 했다.
속이 쓰리기도 하고, 입맛이 씁쓸 하기도 했지만, 아주 가끔은 눈이 번쩍 뜨일 만한…… 그런 제안들.
이윽고, 백유설의 입이 열렸고.
“거절하겠습니다.”
“으아앗, 저, 정말로?”
자신이 예상했던 그 단어가 나오 자, 멜리안은 입꼬리를 씨익 올렸다.
“그렇군요. 그럼……
그는 계약서를 거둬들인 뒤, 양손
으로 깍지를 끼며 말했다.
“다시 협상을 시작해 봐야겠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