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Flashing Genius At The Magic Academy RAW novel - Chapter (86)
마법학교 앞점멸 천재가 되었다 086
23. 예상치 못한 일(1)
풀레임은 조심조심 골목길을 걸었 다. 해원량을 찾겠답시고 허겁지겁 쫓아왔지만, 거리가 너무 멀어지고 말았다.
슬슬 세계수 탄신일이 시작되는지라 사람들이 죄다 세계수 내곽에 몰려서 외곽에는 인기척이 거의 없었다.
쌀쌀한 바람만이 불어오는 골목길 의 한복판에서 그녀는 한숨을 폭 내 쉬었다.
‘얘가 도대체 왜 그런담……
원작 로판에서 해원량은 마유성과 함께 성장해나가는, 소년 만화의 주 인공 같은 타입이었다.
하지만 어째서인지 직접 마주한 해 원량은 분위기가 달랐다.
‘내가, 원인인 걸까……
원작과 다른 점이 있다면, 풀레임 자신이 해원량에게 큰 영향을 미쳤 다는 점이겠지.
그것을 알기에 그녀의 가슴에 죄책 감이 자리하였다. 세상의 멸망을 막 아보겠답시고 호기롭게 원작 스토리 라인에 끼어들긴 했는데, 오히려 악 영향을 미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까지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헤매고 있는 와중.
섬뜩.
*……어?’
갑자기 온몸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 다. 낯익은 기운은 아니다만, 본능적 으로 이게 무엇인지 깨달을 수 있었 다.
‘이건, 설마……
흑마력.
거기까지 생각한 순간, 그녀의 뒤 에서 누군가가 발소리를 내며 걸어 나왔다.
그 소년은 붉은색이 감도는 흑색 머리칼에 자주색 눈동자를 가진, 소 년.
그는 스텔라의 교복을 입고 있었 고, 인상이 차가워 보이는 안경을 콧대에 걸치고 있었다.
그 소년의 정체는, 다름 아닌.
“해원량…?”
그것도…… 흑마 침식이 거의 진행 된 상태의 해원량이었다.
눈이 마주쳤다.
붉게 물든 흰자위는 그의 이성이 거의 날아가기 직전임을 알려주었으 나, 아직까지는 생각을 조금이나마 할 수 있는 듯 두 발로 꼿꼿하게 서서 풀레임을 가만히 바라보기만 하였다.
그녀는 바짝 긴장한 채, 마치 야수 에게 말을 걸 듯 말했다.
“…진정해, 해원량.”
“진정……r
“응. 네가 느끼는 모든 기분과 감 정은 너의 것이 아니야. 남들한테 지는 거 싫어하잖아? 그대로 당하기 는 싫지?”
해원량은 대답하지 않은 채, 천천 히 그녀에게 다가왔다. 그러나 순간 풀레임이 겁먹은 표정으로 뒷걸음질 을 ス】자, 해원량이 멈칫하였다.
고개를 갸우
묻는다.
“왜…… 도망치는 거지?”
“어, 어?”
고작 한 발자국이다.
그 한 발자국의 뒷걸음질이, 해원 량을 자극하였다.
‘아, 미친…….’
그가 지금 어떤 상태인지도 모르는 데, 겁을 지레 먹고 물러나기나 하 다니. 풀레임은 황급히 입을 떼었다.
“도망치지 않았어. 그저, 널-”
*’나를…….”
그는 고통스러운 듯 머리를 좌우로 뒤흔들다가, 힘겹게 말을 내뱉었다.
“싫어하는… 건가……T
“아니, 아니야. 제발 그런 생각은 하지 마!”
어쩐지 평상시 해원량의 상태가 이 상하다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설마 해원량에게 ‘흑마 침식’이 발생할 줄은…… 상상조차 못 했다.
원작 로판에서의 해원량은 누구보 다 감정 절제에 탁월한 대마법사였 으니까
그녀는 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누군가를 떠올렸다. 해원량이 저렇 게 되는 건 예상하지 못했지만, 누 가 범인인지 짐작하는 건 어렵지 않 았다.
‘메이젠 티렌 교수.’
원작에서도 흑마인이 되어버리며 에이젤을 위기에 처하게 했던 초반 부 메인 빌런.
설정상 ‘흑마계약자’는 씨앗을 흘 뿌려 주변의 다른 사람들조차 흑마 에 오염되게 만든다는 게 존재하기 는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원작에서는 그런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원작은 원작일 뿐 현실과 는 다르다는 걸까.
자신의 존재가 어떤 변수로 작용해 서 해원량을 저렇게 만들었을 수도 있는 노릇.
‘어떻게든 되돌려야 해.’
풀레임에게는 흑마를 정화할 수 있 는 마법이 존재하였고, 해원량의 침 식 상태도 위험하긴 하지만 아직은 되돌릴 수 있는 상태였다.
물론, 다짜고짜 정화 마법을 날린 다고 해서 침식을 억제할 수 있는 건 아니다. 그랬다면 모든 마법 전 사들이 신성을 믿으며 광휘 마법을 배웠 겠지.
최대한 상대방을 약화시키는 게 중 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전투는 필 수불가결.
하지만…… 풀레임은 ‘원작 로판’
을 보았기에 잘 알고 있다.
전투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로판의 주인공, 에이젤 모르프.
그녀는 전투를 치르지 않고, 오로 지 대화만으로 수많은 흑마인을 정 화하고 그들의 심금을 울려서 한때 ,고해의 성녀’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내가 먼저 그 방법을 사용하는 건 조 금 미안하긴 하지만 어쩔 수 없어:
가장 중요한 건 대화를 통해 감염된 자의 원래 감정을 되찾아주는 것.
“해원량. 내게 네 속마음을 말해줘. 왜, 도대체, 어쩌다 그렇게 됐는지.”
“이유가 있을 거 아냐. 그렇지? 뭔 가가 너를 압박해서, 스트레스를 받 아서 그런 거잖아.”
학업에 치여서.
경쟁에 지쳐서.
마법이 질려서.
싸움이 두려워서.
그 어떤 이유도 될 수 있다. 그 어 떤 감정이라도, 흑마화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그리고, 그 이유를 알기만 하면… 풀어줄 방법은 얼마든지 생길 것이
다.
비록 자신은 에이젤처럼 따스한 마 음을 가지지도 못했고, 진실된 공감 을 해줄 수도 없지만…… 그래도, 지금껏 보아왔던 게 있으니.
어떻게든 해낼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으나.
휘잉…!
해원량은 순식간에 그녀의 지척까 지 접근하였다.
애당초, 그는 대화를 할 생각조차 없었던 것이다.
‘어, 라……
바람결에 자신의 머리카락이 흩날 리는 감각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해 원량의 손끝에서 자라나는 검은색의 손톱은 자신의 목을 향하였고, 대응 하기 위한 마법은 전혀 준비되지 않 은 채였다.
그러나 해원량의 손톱이 목에 닿기 직전, 하늘에서 강렬한 검은색 벼락 한 줄기가 내리쳤다.
……콰콰쾅!!
순간적으로 이명이 들릴 정도로 어 마어마한 위력의 벼락. 풀레임이 깜 짝 놀란 눈으로 눈을 깜빡거리자, 그 앞으로 스텔라의 생도복을 입은
소년 한 명이 떨어졌다.
‘마, 마유성……?’
그녀가 기겁하여 뒤로 물러나자, 마유성은 고개를 흔들어 앞머리를 옆으로 털며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잔잔하게 미소까지 띤 채로 그리 묻는 그의 모습은 혹마인을 앞에 둔 생도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여유로 웠으나, ……풀레임은 느낄 수 있었 다.
그 안에 내재된, 어떠한 당혹감을.
아마도 자신의 ‘검은 번개’를 노출 한 탓에 그럴 것이다. 풀레임은 저
것의 정체를 안다. 하지만, 그런 티 를 내지 않기 위해 일부러 질문할 수밖에 없었다.
“……방금 그 마법은?”
“미안, 잊어줘. 부탁할게.”
“…어, 그러지 뭐.”
그래. 이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 한 풀레임은 마유성의 옆으로 다가 가, 스태프를 겨누었다. 해원량이 서 서히 자세를 일으키는 모습을 보며 마유성이 곁눈질로 물었다.
“어째서 싸우려고 하지 않았던 거 야? 전혀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아서 많이 위험했어.”
“대화로 풀어보려고 했거든……
“대화?”
마유성의 표정이 조금 오묘하게 변 했다.
“응, 대화.”
풀레임은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어떻게든 대화로 풀어보려고는 했지 만, 말을 들어먹질 않으니 문제였다.
대체 에이젤은 저런 놈들을 상대로 어떻게 대화를 시도해서 설득한 걸 까. 그런 의문이 들었으나.
쾅!!
무언가를 생각할 틈도 없이, 해원
량이 또다시 검은색의 수정 같은 손 톱을 세우고서 돌진해 왔다. 이번에 는 검은 번개를 사용하지 않고서, 평범한 바위 마법을 전개하여 그것 을 막아낸 마유성이 앞으로 나섰다.
“네 계획은 잘 모르겠지만, 일단은 싸워야 돼. 할 수 있지?”
“어, 응. 그래.”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는진 모르겠 지만, 그래도 상황은 긍정적이다. 세 계관의 남자 주인공급 능력치를 지닌 마유성과 함께 싸우게 되었으니까.
그녀는 천사의 피가 흐르는 자신의 새하얀 마력을 끌어올렸다.
전투는 필수불가결.
하지만, 반드시 그를 온전한 상태 로 되돌릴 것이다.
촤악
파워 점프를 사용하여 돌진한 마유 성의 완드 끝에서 빛무리가 맺히더 니 땅에서부터 대지의 채찍이 허공 을 휘감았다.
해원량은 짐승 같은 몸놀림으로 그 것을 이리저리 피하거나 채찍을 잘 라내며, 마유성을 추격하였다.
제아무리 파워 점프를 사용한다고 쳐도, 그것은 한정적인 이동수단일 뿐이다. 방향은 고정적이고 속도도
정해져 있으며, 시전 딜레이가 굉장 히 길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해원량은 흑마화한 신체 스펙으로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며 마 유성을 압박하니, 순수한 기동성 면 에서는 밀릴 수밖에 없었다.
다만, 마유성의 마법은 파괴적으로 상대방을 압박한다.
하늘에서 불꽃의 칼날이 떨어져 내 리더니 해원량의 등을 거칠게 찢어 놓았고, 바위의 가시가 솟아오르며 복부를 꿰뚫기도 했다.
거기에, 후미에서 풀레임이 보조까 지 해주니 전투의 양상은 이쪽이 훨
씬 더 유리했다.
“빛의 속박!”
촤르륵!
해원량의 머리 위에서 사슬 두 줄 기가 떨어지더니, 그의 몸을 순식간 에 옭아매었다. 그 틈에 마유성이 불꽃의 주먹을 소환하여 해원량의 복부를 걷어차자, 힘껏 뒤로 밀려나 고 말았다.
“끄으으……
마치 밥솥에서 김이 새는 듯한 신 음을 내뱉는 해원량. 풀레임은 이 틈을 타 대화를 시도해보려 했지만, 그보다도 먼저 그의 몸에서 변화가
발생하였다.
관절이 기이하게 뒤틀리며, 신체의 구조가 뒤섞이기 시작한 것이다. 슬 슬 흑마 침식의 단계가 높아지고 있 다는 증거. 그럴수록 풀레임의 마음 이 급해졌다.
“침식이 진행되고 있어! 빨리 막아 야 해!”
그녀의 외침에 마유성 또한 고개를 끄덕이고서 마법을 준비하려고 했으나.
콰악!!
“큭!”
정말 짐승처럼 재빠른 몸놀림으로 접근한 해원량이, 그의 목을 한 손
으로 움켜쥐는 바람에 그럴 수 없었 다.
“마, 마유성!”
어떻게든 빠져 나오려고 발버둥치 는 마유성이었지만, 아무래도 순수 완력의 차이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것처럼 보였다.
하는 수 없이 풀레임은 나중에 해 원량의 감정이 돌아오면 사용하려고 했던 마법을 일찍부터 준비할 수밖 에 없었다.
모든 마력을 끌어올리며, 풀레임은 주문 하나를 완성하였다.
거의 4클래스에 육박하여 평상시에
는 사용이 거의 불가능하지만, 이 상황을 대비해 이론만큼은 이미 완 벽하게 머릿속에 꿰차고 있는 마법.
‘흑마 정화 결계술’
하지만, 이 마법을 사용하기 위해 서는 체내의 혈도를 억지로 불태워 모든 마나를 소모해야만 했기 때문 에 기회는 단 한 번밖에 없었다.
거기에, 실력에 맞지 않는 마법을 억지로 행사하려는 것이기에 캐스팅 시간도 상당히 길었다.
웅웅…!
풀레임의 발밑과 스태프의 끝에 금 빛의 마법진이 맺히며, 천천히 캐스
팅이 진행되는 와중.
해원량은 고통으로 일그러진 마유 성의 표정을 바라보며 희미하게 미 소를 지었다.
“마, 유성…….”
눈앞에 마유성이 있다.
그것도, 자신에게 목을 잡힌 채로.
‘이길 수 있다.’
눈앞에 마유성이 등장한 직후부터, 그의 머릿속을 지배하는 단 하나의 생각.
‘마유성을 이긴다.’
힘이 끓어 넘쳤다.
쥐꼬리만 한 마력으로 발버둥 쳐야 했던 과거와는 달리, 지금이라면 마 유성 같은 괴물조차 단 한 번에 죽 여 버릴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 끝없는 도취감에 빠져, 해원량 이 흑마력을 더욱 끌어올리려는 그 때.
“…이건 좀 실망이다. 해원량.”
‘뭐?’
언제부터인가.
마유성은 고통스러운 표정이 아닌, 싸늘한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고 있 었다.
그건…… 여태 단 한 번도 보여준 적이 없었던 시선이었기에.
혹마화가 진행되어 감정의 대부분 이 마모된 해원량이었음에도, 어떠 한 두려움을 느끼고 말았다.
그 두려움은 힘의 차이로 비롯된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힘이라면 지 금의 자신이 더 강력할 테니.
이건, 정말로.
순수하게…….
“너만큼은, 나와 같은 세계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결국 너도 그것밖에 안 되는 놈이었구나.”
……라이벌이라고 생각했던 상대 가, 자신에게 실망을 느끼고 있어서.
‘아.’
그래서, 해원량은 공포를 느끼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