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27
131화. 김치 기타의 매운맛 (5)
이 곡은 인기가 아주 많다.
아마 오프스프링 곡 중에 가장 많이 알려져 있지 않을까 싶다.
프리티 플라이가 조롱과 ‘신남’에 흥이 겨운 느낌이라면,
이건 육중하게 몸이 떨리면서 흥이 ‘솟아오르는’ 느낌이라고 할까.
같은 밴드의 곡이지만, 분위기는 정반대였다.
쥬우우웅-!
혁오의 칼날같이 날카로운 백킹 사운드가 메인 스피커에서 뿜어져 나온다.
동시에, 내가 만들어낸 ‘바위 굴러가는 듯한’ 기타 톤이 관중들의 이목을 집중시킨다.
소리 그대로, 표현 그대로.
락앤롤이다.
이 곡은, 리프가 그리 길지 않다.
화려하지도, 어렵지도 않다.
원래 명곡이란 게 그렇다.
간단한데 좋다.
그리고 그런 명곡을…
밥 먹고, 학교 끝나고, 심심할 때마다 쳐댄 우리는 …
‘락’과 연이 없어 보였던 학생들의 관심을 순식간에 끌어모을 수 있었다.
지이이잉-!
우리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마이크에 입을 가져다 대었다.
그리고 목에 힘을 잔뜩 주고서, 자극적인 가사를 입에 담았다.
“When we were young the future…”
우리 중에 제일 나은 도현이의 노랫소리를 감싸듯이,
나는 한껏 저음을 깔았다.
여느 때처럼 그렇듯,
‘어두움’ 속에서, 흥이 끓어올랐다.
-우리 어렸을 때는 미래가 존나 밝아 보였고
낡은 동네엔 활기가 넘쳤지.
애들 전부 이 좆같은 길바닥 위에서
좌절따윈 없이 그냥 다 성공할 줄 알았는데.
이제는 금이 가고 갈라졌네.
애들이 몸은 컸는데 삶은 닳아빠졌어.
어떻게 이 좆만 한 동네가,
그 많은 인생을 집어삼킬 수가 있는 거지!?
-어둡고 충격적인 가사 때문인지, 임화 홀의 내부는 순식간에 경악으로 물들어갔다.
이건 사랑을 갈구하고, 아름다움을 퍼뜨리고, 이별의 아픔을 그려내는 노래가 아니다.
클래식은 뭔가 좀 고차원적인 걸 표현하려는 경향이 있지 않은가.
설명하기가 어렵긴 한데.
복잡하게 얽히고설킨, ‘풍부한’ 감정을 전하려는 인상을 많이 받지 않는가.
이 노랜 그렇지 않다.
세상에는 고차원적인 감정만 존재하는 게 아니다.
우리가 살면서 자주 느끼는 감정은 딱히 고차원적이지가 않다.
중2병 감성이 섞여 있으면서도,
삶이 좆같아서 부르는 노래.
힘들어서 부르는 노래가 아니다.
이것은,
‘좆같아서’ 부르는 노래다!
“Chances thrown~!”
“Nothing’s free!”
힘차게 팜뮤트를 하면서 코러스를 넣는다.
반복되는 훅에서 인생의 좆같음이 한껏 묻어 나왔다.
과연 예고, 예중생들은 이런 노래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을까?
요즘 힙합이 뜨고 있던데.
가사가 비슷한 노래가 있을진 몰라도, 힙합이랑 락은 분위기의 결이 다르다.
표현 방식이 다르다.
이것은, 있는 힘껏 발산하는 ‘절규’에 가까웠다.
‘신나는’ 절규 말이다!
나는 줄을 끊어버릴 듯이 리프를 조지면서, 아까 내 이름을 불렀던 남학생을 가리키며, 일어나라고 손짓했다.
그는 주저 없이 의자를 박찼다.
뿐만 아니라,
나를 ‘알고 있던’ 관중들까지, 모두 하나같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정적인 좌석이 스탠딩무대로,
락에 어울리는 무대로.
순식간에 변화해 나갔다.
“우와아아아아아아!”
김상철 강사가 목소리를 내지르며 우뚝 선다.
둥글둥글한 인상의 아재 또한 어깨동무하며 따라 일어난다.
여선생님들은 여전히 어리둥절한 표정을 떠올릴 뿐이었지만, 뭐.
내 공연에 호응하라고 강요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일어나고 싶은데 ‘참는’ 것은, 절대로 못 보고 있겠다!
자리에서 일어난 학생들은 몸과 팔을 들고 흔들기 시작했다.
카아앙-!
원곡보다는 조금 더 긴 기타리프.
드럼라인을 몇 마디 덧붙인 것뿐인데 상당히 괜찮네.
내 색깔을 ‘욱여넣을’ 수 있을 정도의 길이가 맞춰졌다.
도현이가 베이스로 슬랩을 치면서 마이크에서 빠진다.
2절은 그냥 부르기엔 가사가 좀 그러니까.
나는 ‘개사’했다.
– 제이미는 기회가 많이 있었어, 있었는데.
나는, 윤서에게 연신 시비를 걸던 검은 머리 외국 여자애를 가리켰다.
– 평생 질투만 하느라 인생이 날아가 버렸어.
쟤 이름이 뭔지 모르겠다.
그래서 그냥 제이미라고 불렀다.
남한테 기분 나쁜 말 찍찍 내뱉고 다니는데 자기는 듣기가 싫은 건가.
표정이 확 굳어진다.
그렇지만.
“오오오오오오오오!”
외국인 30총사를 제외한 다른 학생들은, 오히려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러댔다.
– 마크는 계속 집에 틀어박혀 있어. 직업이 없거든.
그녀의 옆에 따라다니던 갈색 머리 남자애도 가리켰다.
– 쟨 그냥 방구석에서 혼자 목소리 깔고 노래만 불러.
무거운 가사 내용을 조금 더 가볍게, 지금 상황에 끼워 맞춰서.
영단어가 제대로 조합되기는 했을 거다.
다른 과목은 거의 다 까먹었어도, 영어는 쓸 일이 많으니까 안 까먹더라.
-Jay는 가운뎃손가락이 부러졌어.
금곱슬 장발.
나한테 뻐큐를 날린 외국인도 같이 깐다.
남한테 함부로 엿을 못 날리게.
– Brandon은 그냥 망했어!
“What the hell going is on!”
– 이게 대체 무슨 일일까?
– 잔인한 꿈, 그것은 현실!
“Chances thrown!”
도현이와 혁오의 절규의 샤우팅이 들어온다.
육중하게 귀를 때리는 베이스의 소리와, 맛깔나기 그지없는 백킹 기타에 맞춰 관중들이 연신 몸을 흔든다.
무대를 장악하는 방법이 딱히 특별한 게 있는 건 아니다.
열심히 치고, 잘 치고, 맛깔나게 치면 된다.
어렵지만,
아주 어렵지만.
이곳에 있던 나의 ‘팬’들 덕에,
이 공간에는 점점 ‘맛이’ 채워지고 있었다.
“리드기타!”
훅이 끝났다.
또다시 나의 차례가 돌아왔다.
익숙한 프렛에 손가락을 가져다 대니, 데자뷰 가 느껴졌다.
그렇구나.
이 곡 …
내가 회귀하고 처음 친 곡이구나.
그때는 그냥 자조하는 기분을 담아서 친 거였는데.
지금은 아니다.
나는 지금, 그때와는 정반대의 ‘흥’을 느끼고 있다!
쥬우우웅-!
바위 굴러가는 듯한 소리가 스피커에서 터져 나온다.
곡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기타 솔로.
나는 기타를 세로로 들었다.
동시에, sd-1 페달을 밟아 게인 양을 단번에 부스트시켰다.
-카아아앙!
힘껏 기타줄을 잡아당기며 강하게 피킹을 넣자, 그야말로 ‘울부짖는’듯한 소리가 쏟아져 나왔다.
원곡보다 길이가 몇 마디 더 늘어나고,
원곡보다 구성이 조금 더 복잡해진,
나만의 즉흥 솔로.
치이이잉-!
귀를 시원하게 후벼 파는 듯한 느낌이다.
쌓여있던 귀지가 모조리 날아가는 거 같다.
“우와아아아아아!”
팬들의 외침이, 기타 소리와 함께 어우러졌다.
목구멍에 틀어막혀 있던 감정을, 나를 포함한 ‘모두’가, 힘껏 토해냈다.
대성공이었다.
무수히 쏟아지는 시선들.
잔뜩 ‘흥분된’ 표정들.
뭔진 잘 모르겠지만, 주변 반응에 덩달아 신난 학생들.
나는 흥분에 찬 얼굴들을 하나하나 눈에 새겼다.
멋진 풍경이었다.
“Chances thrown~”
우리는 마지막 훅을 내지르면서 연주에 힘을 서서히 뺐다.
외국인 애들의 표정은, 똥이라도 씹은 듯 장관 그 자체였다.
뭐, 쟤들 무대의 반응도 그리 나쁘지는 않았다만,
우리에 비할 바는 아니다.
아름다움을 노래하는 성악, 클래식, 좋지.
복잡한 감정? 좋지.
기타리스트들 중에 클래식에 영향을 받아 곡을 쓰는 사람은 아주 많으니까.
나는 다른 장르를 무시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근데 만든 사람은 묫자리에 누워있는데 자기들이 괜히 부심 부리는 건 대체 무슨 경우야.
나는 나를 존중하는 사람은 무조건 존중한다.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
응징한다.
좌아아앙-!
곡이 끝났다.
하지만, 사람들의 환호성은 끝나지 않았다.
– 빨기좌! 빨기좌!
– 이도현 잘생겼다아!
도현이와 혁오가 부끄러운 듯이 미소를 감춘다.
3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몸에 땀이 정말 왕창 쏟아져 나왔다.
에어컨 덕에 실내 온도는 그리 높지 않았지만,
관객들의 열기가 공기를 데웠다.
– 앵콜! 앵콜!
– 앵코오오오올!
그나저나 김상철 강사 목소리 진짜 엄청 크네.
몇백 명이 목청을 지르고 있는데 유독 귀에 들어온다.
“….”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확인했다.
앵콜 … 이라.
하고 싶다.
하고 싶은데,
할 순 있는데.
하면 안 된다.
우리는 이곳에 ‘백윤서’를 위해 온 것이니까.
한껏 달아올랐을 때, 아직 관객들이 성에 안 찼을 때.
내려가는 게 맞는 거 같다.
“앵콜이요!?”
나는 마이크를 잡고 관객들에게 되물었다.
-예에에에에에에!
“더 듣고 싶나요?”
-네에에에에에에!
“안 되겠는데요.”
순식간에 관중들의 얼굴에 실망감이 떠올랐다.
바라던 바였다.
실망을 기대로, 위기는 기회로 바꾸는 게 뮤지션이다.
그리고 그 기대는, 우리가 아니라 …
“저희 말고, 다음 차례를 더더욱 기대해 주시면 되겠습니다! 3학년 백윤서와 유산고 1학년 백소이의 ‘higher and higher’ 입니다!”
원래 이곳에 설 예정이었던 두 사람에게 돌아가야 한다.
-와아아아아아!
쪽문 쪽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던 백윤서가 눈을 땡그랗게 뜬다.
학기말 발표회라는 게 원래 수행평가 비슷한 거라던데.
분위기란 게 있지 않은가.
몸이 달아오른 상태에서 연주를 듣는 것이, 적적하고 차분하게 듣는 것보다 좋게 들리는 법이다.
음대를 졸업하고, 업계에서 한가닥 하는 실력을 갖춘 강사들이라도 별반 다를 바 없을 것이다.
소이와 윤서가 후다닥 무대로 뛰어 올라왔다.
우리는 벌여 놨던 바닥을 정리하면서 두 사람의 세팅을 도왔다.
쥬우우웅-!
사운드 체크 완료.
소이가 만들어온 톤은, 날카로우면서도 짜릿했다.
곡과 잘 어우러질 것 같다.
실력이 점점 늘고 있네.
이젠, 두 사람의 역량에 달렸다.
“… 수재 너무 고마워 ….”
소이가 고개를 푹 숙이면서 중얼거렸다.
“기대해!”
백윤서는 싱긋 웃으며 피아노 앞에 앉았다.
“가랏!”
무대의 주인이 바뀌었다.
관객의 시선이, 우리에게서 소이와 윤서에게 옮겨갔다.
우리는 벗어두었던 상의를 걸치고, 무대에서 내려와 두 사람을 흐뭇하게 지켜보았다.
Neil zaza의 higher and higher.
멜로디의 스타트는 윤서가 끊었다.
소이는 세컨 기타의 포지션이었다.
백윤서의 발표회니까 당연하다면 당연했다.
근데,
-와아아아아아!
두 사람의 존재감은, 놀랍게도 서로 비등했다.
서로가 서로의 멜로디를 감싸며 넓디넓은 홀의 저 끝까지 뻗어나간다.
정적인 곡을 선택했더라면 절대로 받을 수 없었을 함성이, 그녀들을 맞는다.
높게, 더 높게.
닐 자자 종특인, 제목과 찰떡궁합의 멜로디였다.
“… 편곡 진짜 잘했는데?”
“그러게 …”
원재선이 기타곡을 피아노로 편곡한 건 뭐
일류 피아니스트니까 대충 이해가 갔는데.
윤서가 편곡한 것도 나름 어색한 부분도 없고 상당히 괜찮다.
유튜브에 업로드하면 조회수 왕창 뽑을 수 있겠는데?
나는 실실 웃으며 관객석을 둘러보았다.
우리에게 한 방 먹었던 외국인 학생들은,
그저 멍한 표정만을 지으며 무대를 흘깃거리고 있었다.
힘의 차이가 느껴지십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