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137
140화. 다시 돌아온 여름방학 (8)
이름 모를 소년의 무대는 적당히 망했다.
아니, 망한 건가?
실수 한 번이 있기는 했지만, 크게 눈에 띄는 수준은 아니었는데.
저 정도면 나름 선방했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그럼 그럼.
그렇고 말고.
“맛이 부족하다 안카나 맛이!”
“그르니까!”
“흐흑….”
나름 전국 장학대회 5등인데.
절대로 무시당할만한 실력은 아닐 텐데.
아재들은 내가 내려가자마자 몇 분 동안이나 연신 불만을 입에 담았다.
그 덕에 일정이 조금 늦어지기도 했지만 …
“갔다 올게!”
대회 진행 자체에 문제는 없었다.
3번 타자는 최유진이었다.
“깁슨 스튜디오의 힘을 보여줘!”
“아 시끄러!”
“스튜디오!”
“아아아악!”
20만 원짜리 저가 멀티이펙터와 깁슨 스튜디오 레스폴.
뭐, 재즈 자체가 다른 장르보다는 이펙팅의 영향을 덜 받긴 하지.
깁슨 스튜디오가 소리가 딸리는 기타도 아니고.
픽업까지 교체했으니…
“오오오오!”
“쟈는 좀 치네!”
소리가 상당히 좋았다.
반응이 꽤 좋았다.
찰리 크리스쳔 곡을 제대로 연습해 왔네.
“와 … 네가 톤 잡아줬냐?”
“오늘은 안 잡아줬어. 혼자 잘 맞췄네.”
역시 기타는 장비빨이 중요하긴 하다니까.
그냥 구매한 대로 쓰는 것도 좋지만, 좋은 소리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하는 것도 중요하다.
‘좋은 기타’를 쥐여줘 봤자 본인한테 안 맞으면 말짱 도루묵일 뿐이다.
“수고했어!”
“열~”
“오, 오늘 역대급이었다아 …”
최유진은 후들거리는 무릎을 붙잡으며 무대에서 내려오자마자 풀썩 주저앉았다.
그리고 …
“바톤터치!”
짝-!
소이와 손뼉을 마주치며 턴을 바꾸었다.
소이랑은 방학 중에 학원에서 매일 같이 살다시피 했다.
스티브 바이의 Tender Surrender를 제일 많이 치던데.
역시 그거구나.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다.
톤을 자기 나름대로 깊게 고안한 게 느껴진다.
내 도움이 아예 안 들어간 건 아니지만 …
진짜 되게 좋다.
나를 제외하고서, 지금까지의 참가자들 중에 가장 톤메이킹 숙련도가 높아 보인다.
‘빡센 톤 만들기’ 경쟁을 벌이던 미국이나 북유럽 쪽 참가자들은 제쳐두더라도,
노브 0.1mm에 공을 들이던 중국, 일본인들보다도 훨씬 나았다.
치이이이잉-!
연주력 또한 상당히 괜찮았다.
“오오~”
“소이 실력 엄청 많이 올랐다 …!”
“그러게. 김태현보다 순위 잘 나오는 거 아님?”
김태현은 도현이가 내뱉은 말에 그저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스티브 바이라 …
나도 카피 상당히 많이 했지.
‘솔로 기타리스트’를 언급하면서 스티브 바이를 빼놓는 건 말이 안 되니까.
거의 전설급 존재니까.
분명 연습을 이번 달부터 시작했을 텐데, 소이의 연주는 딱히 흠잡을 데가 없었다.
암을 사용한 후, 각도를 되돌리는 폼도 묘하게 간지가 난다.
“와 … 뭔가 너랑 자세가 비슷해.”
“… 어?”
“그러게 …?”
“맨날 같이 있어서 그런가?”
“봐봐. 저 누르는 거.”
“흠 ….”
레슨 선생님들을 제외하면 내가 제일 많이 훈수를 두니까 뭐 …
알게 모르게 내 스타일을 받아들이고 있는 건가.
딱히 나쁜 건 아닌데 뭔가 기분이 되게 묘하다.
이게 바로 선생의 기분인가!?
“뿌듯하다 …!”
“김수재 얼굴 기분 나빠.”
“어으 ….”
응 난 기분 좋아.
짝짝짝짝짝-!
함성을 지르던 아재들은 정신을 되찾고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아가 쪼매난데 윽수로 잘 치네!”
“맥아리가 있어 맥아리가!”
소이의 연주도 끝났다.
“수고했어!”
나는 이마에 맺힌 땀을 닦던 소이에게 척, 손바닥을 내밀었다.
소이 또한 부끄러운 듯이 고개를 숙이며…
“고마워!”
짝-!
힘차게 하이파이브를 했다.
“!?%$.”
“$$@.”
일본인 무리들의 대화 볼륨이 점점 커져갔다.
다들 얼이 빠진 듯한 얼굴이었다.
상황 파악이 이제야 좀 되나 보다.
“[한국 애들 엄청 잘 치네 …]”
“[이럴 수가 …]”
다는 못 알아듣겠는데, 대충 실력을 보고 감탄하는 내용인 건 알겠다.
“이제야 알아보나 봐~”
“히힣.”
소이와 최유진이 승리의 미소를 떠올린다.
아직 순위가 확정된 건 아니지만, 딱 들어보면 알긴 알잖아.
누가 잘했는지 말이야.
다음은 김태현 차례다.
“[설마 저 녀석까지 …]”
“[젠장할.]”
일본인들이 연신 탄식을 내뱉는다.
키노시타는 여전히 적대적인 시선을 지우지 않은 채, 김태현을 위에서부터 아래로 쭈욱 훑었다.
“뭘 봐?”
“… Nothing.”
“수재야, 얘네 되게 싱겁다. 그치?”
“그러게 말이야.”
김태현은 이른바 ‘노력하는 천재’다.
키노시타가 자신의 연주에 도취한 바보라면, 김태현은 꾸준히 부족함을 찾으려는 철두철미한 놈이다.
좀 재수 없긴 한데 나쁜 놈은 아니고.
“자작곡이네 …”
“그러게.”
김태현의 무대 반응은 은근 미묘했다.
자작곡을 대회에 가지고 나오는 깡은 인정해줄 만한데.
문제가 있었다.
연주를 이어나감에 따라 느껴지는 ‘구성’ 자체가, 조금 조악했던 것이다.
대중의 취향을 저격할만한 멜로디냐면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나는 김태현의 연주가 끝나자마자 물었다.
“자작곡?”
“아~ 이거~”
김태현은 아주 상큼한 미소를 보이며,
“유명한 분들한테 평가받고 싶었거든. 난 괜찮은 거 같은데 확신이 잘 안 가서.”
“윤대혁 선생님은 뭐라는데?”
“좋대.”
“흠 ….”
마이너 취향의 곡이라는 건가.
은근 괴짜 같은 놈이다.
자기 곡을 ‘평가’받기 위해 국제대회에 내보이다니.
“국제대횐데?”
최유진 또한 의문을 표했다.
“국제대회니까 치는 거지! 외국인들 반응까지 알 수 있잖아.”
“오호.”
“남자네 남자야.”
김태현은 만족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대기실로 뛰어갔다.
‘기타’ 참가자들의 순서가 전부 돌아갔다.
다음은 베이스다.
“긴장?”
“놉.”
“쫄?”
“놉!”
도현이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들어차 있었다.
긴 노랑머리 일본인이 은근 강적이긴 하던데…
두웅-! 두우우우웅!
도현이도 만만치 않았다.
뭐지?
저런 곡이 있었나?
“저거 뭐야?”
“메탈 … 아냐?”
도현이는, 메탈리카 곡의 보컬 멜로디와 베이스라인을 번갈아가면서 치고 있었다.
메탈 조진다는 게 진심이었구나.
원래 메탈을 할 놈은 아닌데 …
어제 밤새워가며 만든 건가?
가슴을 둥둥 때리는 5현 스팅레이 베이스의 소리가, 도현이의 울분을 한껏 토해낸다.
관객석에 앉아있던 혁오가 감동스럽기 그지없는 표정을 짓는다.
쟤들이 사흘 동안 뭔 짓을 했는지는 모르겠는데 …
끝나고 밥이라도 좀 사맥여야겠다.
-쟈 쫌 하네!
-믈대 같은게 믈대같은 걸 치네예!
도현이는, 아재들의 심금을 울리는 데 크게 성공했다.
내 무대 이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환호성’을 받으며 무대에서 내려왔다.
우리 학교 애들의 연주가 전부 끝났다.
제일 참가 인원이 많았던 ‘기타’와 ‘베이스’가 지나가니, 대회의 마지막 순서 또한 빠르게 찾아왔다.
심사 위원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대회장을 벗어났다.
평가를 위해서였다.
40분.
긴장 탓에 기다림의 시간은 순식간에 삭제되었다.
비워져있던 VIP석이 전부 들어찼다.
그리고 마침내,
-자, 지금부터 부산 국제 음악 콩쿠르 실용음악 부문의 수상식을 …
심판의 시간에 도달했다.
– 이번 대회를 대표하여 수상자를 호명해 주실 백세대학 교수 …
사회자가 말하면, 그 옆의 통역가가 통역을 했다.
말을 빙빙 돌려 하는 게 조금 답답하다.
내용을 요약하자면 ‘심사관 각자가 10점 만점으로 점수를 내어 평균치를 구해 순위를 정했다’는 것이었다.
우리 뒤에 있던 일본인들이 꿀꺽, 침을 삼킨다.
키노시타는 아직 얼굴에서 ‘희망’을 지우지 않은 듯했다.
평균평가라서 그런가?
어림도 없지.
– 그럼, 일렉기타 부문부터 …
먹물로 염색한 듯 보이는 50대 교수는, A4용지를 들고서 마이크를 잡았다.
그리고,
거침없이.
주저 없이.
‘1위’의 이름을 불렀다.
“일렉기타 부문 1위, 김수재.”
무대 뒤의 공간이 얼어붙었다.
모든 이들의 시선이, 나에게 내리꽂혔다.
소이를 포함한 다른 애들은 아주 ‘당연하다’라는 표정을,
일본인을 제외한 다른 외국인들은 ‘아쉬운 미소’를,
그리고 일본인들은 …
“[이럴 … 수가…]”
다시 한번,
얼굴에서 넋을 내놓았다.
“마음의 준비가 안 됐나 보네.”
“이제 5단계 거치면 괜찮아짐.”
“5단계?”
“부정 분노 공포 … 또 뭐였지?”
그거 죽음을 받아들이는 단계 아니야 …?
순위 발표가 키노시타에게는 ‘죽음’과도 같다는 소리인가?
표정 보니 진짜 뒤질 거 같은 얼굴이긴 하네.
“[마, 말도 안 돼!]”
“응 돼.”
“[어떻게 이런 일이 …! 그래, 점수! 문제제기를 해야…!]”
“그게 의미가 있냐?”
어찌 되었건 내가 1위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나는 키노시타에게 썩소를 한 번 날려준 뒤,
기타를 들고서 무대 위로 올라갔다.
“와아아아아! 빨기좌 올라왔다아아아아아!”
“이거제! 빨기좌가 1위인 게 당연한 거제!”
“1위 아니면 여기 그냥 다 엎버삘라 했심다!”
“다들 자리에서 인납시다!”
아재들이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서, 손을 머리 위로 번쩍 들며,
-빨기좌! 빨기좌!
나의 이름을, 연창했다.
수 백에 달하는 사람이 목청을 크게 지르고,
크게 지른 목청이 홀에 반사되어 왕왕 울린다.
귀가 아릴 정도였다.
-자, 잠시 정숙을…
달아오른 관객들이 사회자의 말에 따를 리는 없었다.
카메라를 열심히 돌리고 있던 에이트라가 갑자기 척- 엄지를 올린다.
….
내가 나서야 하나?
어쩔 수 없지 뭐.
나는 사회자의 마이크를 뺏어 팬들에게 곧바로 일렀다.
“1위 기념으로 자축 공연을 하겠습니다!”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옥!”
“암! 한곡만 듣고 우리가 순순히 물러나나!”
“그러니, 순위 발표가 끝날 때까지 조금만 기다려 주세요!”
“그렇제에에에에에!”
아재들의 볼륨이 조금 줄어들긴 했다.
나는 후우, 안도의 한숨을 토한 뒤 관객들의 얼굴을 하나하나 훑었다.
흑인이든, 백인이든, 동양인이든.
못마땅한 표정을 띠는 사람은 없었다.
모두가 그저 고개를 연신 끄덕일 뿐이었다.
그리고 …
“빨기좌 너무 멋있어 …”
한초율 또한 같은 표정이었다.
“이, 이어서 발표하겠습니다 2위는 …”
지금까지 내가 겪었던 대회는, 전부 김태현이 2위였다.
근데 이번에는 2위를 할 거 같지가 않다.
연주는 좋았지만, 자작곡이 취향을 탈 게 분명해 보였기 때문이다.
2등 후보는 키 작은 일본 여자애와 소이, 최유진이다.
키 작은 여자애 연주가 손맛이 은근 좋기는 했지만 …
“백소이 학생입니다.”
역시,
이래야지.
이렇게 되는 게 맞는 거지!
“오오오오오!”
“갸가! 스티브바이!”
소이가 손으로 입을 틀어막는다.
그리고서,
최유진의 손에 등을 떠밀려
쪼르르르르 – 내 옆에 다가와 섰다.
아주 가까이 섰다.
“이어서 발표하겠습니다. 3등은 …”
3등, 최유진.
4등, 김태현.
5등…
프리드쇼프인지 프드리쇼프인지 이름이 어려운 북유럽 남자애.
….
키노시타는 5위 안에 들지도 못했다.
순위가 밀려, 7위를 차지했다.
일본은 절대 만만한 나라가 아니다.
세계적인 기타회사와, 기타리스트가 굳건히 자리 잡고 있는 나라다.
뭐, 자국 문화에 취하는 걸 내가 뭐라 할 생각은 없는데 …
취한 상태로 있어봤자 실력이 느는 건 아닌데?
“[제, 제대로 발표한 거 맞습니까!]”
키노시타가 갑자기 무대 위로 뛰어 올라와 소리쳤다.
얼마나 힘을 주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는지, 80대 노인처럼 주름이 잡혀 있었다.
갑작스런 상황에 움찔, 몸을 떨던 심사위원은 큼큼, 목을 가다듬고서.
“이의제기를 하고 싶은 거 같군요. 들어보겠습니다.”
통역사에게 눈짓을 줬다.
나와 키노시타는 백세대학 교수의 얼굴을 마주했다.
놀릴 생각에 신이 나 보이는 아재들도 지금만큼은 입을 다물었다.
키노시타는, 얼굴을 붉게 물들이며 따지듯 물었다.
“[그의 연주에는 ‘정갈함’이 없었습니다! 박자를 저는 부분도 있었고요! 원곡을 너무 비틀어 버리기도 했습니다! 이상한 기술이 신기하긴 하지만…]”
“아, 알겠어요. 천천히 말하세요. 다 들어줄 테니까.”
교수님은 인자한 표정을 띠셨다.
그리고서, 키노시타가 따발총처럼 쏟아내는 이의제기를 진짜 전부 들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대충 알겠네요. 그쪽이 더 정확히 쳤고, 톤메이킹에도 공을 들였고, 완성도가 높다는 거지요?”
“….”
씨익거리는 소리가 정적이 들이닥친 중극장에 울려 퍼졌다.
“완성도 … 뭐, 괜찮았어요. 나빴다면 여기 서 있을 수도 없을 테니까. 그런데 말이에요.”
교수는 관자놀이를 손바닥으로 마사지하며 다른 심사위원에게 눈치를 줬다.
그리고, 숫자가 잔뜩 적힌 종이를 전해받았다.
“어디보자 … 키노시타 료마… 씨. 평가가 괜찮네요. 평균 8점, 점수 간에 큰 폭락도 없고 …”
“[그, 그렇죠!]”
“예. 이 정도면 아주 평탄해요. 무난하고요.”
“[… 그런데 왜 …!]
“무난하다고요. 무난.”
교수는 키노시타의 면상에 종이를 들이밀었다.
나 또한 그것을 보았다.
“맨 위를 보세요.”
한글로 적힌 내 이름과 참가번호.
그 옆에 적힌 심사위원들이 매긴 점수.
내 점수는 ….
10/10/10/10/11
다 두 자릿수였다.
두 자릿수 … 인데.
11점은 뭐야?
“[11… 점?]”
“그건 그냥 장난이에요. 10점 줄게요~ 하고 5초 만에 지나가 버려서 눈치를 못 챘네요.”
교수는 슥슥, 볼펜으로 잘못 적힌 점수를 지웠다.
이젠 전부 10점이 되었다.
“그런 거예요. 기타연주란 게 정밀하고 정확하다고 해서 끝나는 게 아녜요. 모든 악기가 그렇죠.”
“….”
“김수재 기타리스트가 박자를 절었다고 했죠? 똑같은 곡이라 귀에 잘 들어왔겠네요. 근데 그건 박자를 못 맞춰서 절은 게 아니라, 일부러 절은 거예요. 일부러 엇박을 넣어서 맛을 살린 거죠. 이게 상당히 고난이도 테크닉인데 …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연주에 쑤셔 넣었어요.”
“[이, 일부러 …]”
“왜 논의도 안 하고 10점 줬는지 이해가 가요? 키노시타 참가자 잘 쳐요 잘 치는데 … 좀 더 곡을 많이 들어봐요. 분석하려 하지 말고, 청취자의 입장이 돼서요. 김수재씨 연주는 누가 들어도 훌륭하기 그지없는 연주였어요.”
교수는 단 한 번의 삑사리도 내지 않고서 설명을 끝마쳤다.
이런 반응이 나올 거라 이미 예상을 한 건가?
학생이 교수에게 대들면 이렇게 되는구나.
하긴 뭐, 유명 대학 교수직을 할 정도면 기타를 잘 치는 건 기본이고 이론도 그냥 손으로 주물러 버릴 실력일 텐데.
함부로 깝칠 수 있는 상대가 아니지.
“[맛 … 이라니 …]”
“연주에는 자신만의 맛이 있어야 해요. 프로 할 거면요. 힘들겠지만 잘 찾아봐요. 이어서 심사 진행해도 되죠?”
키노시타는 고개를 푹, 숙였다.
그리고서 묵묵히, 무대에서 내려갔다.
만나자마자 시비를 걸고,
자만감에 도취되어 인터넷으로 어리석은 전쟁을 벌인,
패잔병의 뒷모습이었다.
“새 기술 저도 흥미가 많이 가네요.”
“네?”
“후후, 나중에 한 번 보죠. 자, 다음 순서는 베이스 기타 …”
도현이는 이번에도 2위를 했다.
맨날 2위 하네.
난 얘가 1위 한 걸 본 적이 없다.
조금 분한 모습을 보여도 될 거 같은데…
“끄아아아아! 이걸로 기추한다아아앗!”
뭔가, 존나 기뻐 보여서 다행이었다.
나는 멍한 표정을 짓고 있던 소이의 머리를 통통 두들겼다.
두들기자마자,
“아 ….”
소이의 눈망울에 눈물이 차올랐다.
“너, 너너너무 세게 때린 거 아냐!?”
“김수재 미쳤어?!”
여자애들이 빽빽 소리를 지른다.
힘 조절에 실패했나…?
아니야.
그렇게 세게 안 때렸어 …!
“아냐 … 그냥 … 기뻐서….”
다행이었다.
아파서 운 게 아닌 모양이다.
소이는 눈물을 재빨리 훔친 다음 나를 바라보며,
활짝-
“고마워 수재야!”
웃어 보였다.
뭔가 …
뭐랄까.
기쁘다.
내가 잘되는 것도 좋지만,
친구가 잘되는 것도 기쁘다.
같이 고생한 보람이 크게 느껴졌다.
그건 그렇고 웃는 얼굴 진짜 귀엽네.
7월 24일 일요일.
머나먼 도시, 부산에서 쟁취한 ‘승리’는,
손에 들리는 상패와 함께, 우리를 한계까지 고양시켰다.
그리고,
“빨기좌 연주가 인생의 낙이야~ 기다리다 목 빠질 거 같아~”
관객석에서 무대로 뛰어오른 한초율이, 나를 재촉했다.
마무리 연주라 …
좋지.
나뿐만이 아니라,
다 같이 하면 더 좋지!
우리는 악기를 붙잡고서,
몰래 잠입한 윤수빈이 깔아주는 비트에 맞춰,
연주를 시작했다.
“오오오오오오오!”
“밴드 공연이가!”
즉석 밴드의 즉석 연주는,
뜨거운 여름에 어울리는 시원한 선율을 아름답게 그려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