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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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은 평범한데요…?”
“내려보세요.”
“…!”
푸흡!
소이가 가장 먼저 웃음을 터뜨렸다.
“이, 이건 … 흐흐흡. 아니, 수재씨답다고나 해야 할까…!”
“완전히 맥여버렸구만! 하하하하하!”
박부장도 같이 통쾌하다는 듯이 웃어 재꼈다.
“뭔데요!? 무슨 일인데요?!”
에이트라만이 유일하게, 다른 직원을 붙잡고 상황을 캐물을 뿐이었다.
나의 답장 :
ㅗ고의가 아니다.
실수였다.
H 쓰다가 전송 버튼 잘못 누른 것뿐이다!
도저히 수습할 방법이 보이질 않아서, 방치한 것뿐이다!
“역시 빨기좌!”
“….”
11월 17일 오전 8시.
드디어 고대하고 또 고대하던 날이 찾아왔다.
잠이 잘 올까 싶었는데, 나름 꽤 잘 잔 것 같다.
자는 동안에 스톤 스토어 직원들이 퍼포먼스 준비를 마쳐두었을 테니, 이제 내가 따로 할 일은 남아있지 않았다.
그냥, 기타를 치는 것.
단지 그것뿐.
우리는 식사를 서두른 다음, 일찍 o2 아레나로 향했다.
장비도 잘 챙겼고.
소이도 컨디션 되게 좋아 보이고.
차가 존나게 막혀서 시간을 좀 까먹긴 했는데,
여튼 도착하긴 도착했다.
오늘도 런던은, 옅은 비를 한없이 흩뿌리고 있었다.
그리고 그 비를 맞으며, 관객들은 아레나 앞에 줄을 서고 있었다.
참가자들이 스태프 전용 입구로 들어갈 때마다 막 환호를 내지르고 사진도 찍어대고 난리가 아니더라.
내가 가니까 더하더라.
아직 무대에 오르지도 않았는데 이 정도라니.
나는 관객들이 더더욱 기대감을 가지도록, 의도해서 입을 털었다.
아주 살짝, 무대에 관한 정보도 풀어버렸다.
“[자, 잠시만 시간을!]”
“[인터뷰 부탁드립니다!]”
물론 기자들의 인터뷰 요청에는 전혀 응하지 않았다.
그러자 기름이 불에 부어진 듯, 더더욱 관중들은 열기를 올렸다.
“수재 대단해 ….”
“에헴.”
무대에 오르면, 지금과 같은 환호가 또다시 닥쳐올 것이다.
우리는 기타 가방의 끈을 부여잡고서, 당당히 스태프 전용 입구로 들어갔다.
“으아 … 트럭을 보니까 더더욱 실감이 가네요….”
“100기타 빨리 보고 싶다! 흐흐흐.”
에이트라랑 최주임도 기대 만발인 눈치다.
“갑시다!”
들어가자마자 진행요원이 우리를 맞아주었다.
나, 소이, 최주임, 에이트라는 곧바로 무대 확인을 위해 이동했다.
박부장과 인재관리부 직원들은 다른 비지니스 때문에 동행하지는 않았다.
아마 보이지 않는 곳에서 열심히 뭔가를 하고 있을 것이다.
“[리허설은 없습니다. 다만, 차례 직전에 짧은 테스트 기회가 있습니다.]”
“[이해했습니다.]”
어두컴컴한 통로를 지나 문을 여니, 마침내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와아 …!”
“헉…!”
그곳은, 넓었다.
그곳은, 밝았다.
무대 곳곳에 장식된 형형색색의 led.
타원형의 관중석을 가로지르는 네온사인 써클.
초 거대 스크린.
엄청난 수의 좌석을 둘러싼 수백 대의 스피커.
찬란하고 권위적인 심사위원석 근처에는 목적에 맞게끔 수십 대의 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었다.
“이게 우리 무대구나 ….”
지미 헨드릭스 지금까지 살아 있었다면, 분명 이런 무대에서 연주했을 것이다.
뜬구름 잡는 생각이지만, 나는 순간 그리 생각하고 말았다.
그 정도의 임펙트였다.
그 정도로, 완벽한 환경이었다.
“[대기실에 계시던, 무대를 둘러보시던 자유롭게 하시면 됩니다. 다만, 시작 40분에 발송되는 ‘메시지’는 꼭 확인해 주세요. 그때 각 참가자에게 순번이 부여되니까요. 저희는 이미 완벽히 루틴 준비를 마쳤습니다.]”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시길.]”
따로 니들이 할 일은 없다는 듯, 직원은 자신만만한 표정을 내비치며 자리를 비켰다.
그리고 동시에,
“수재씨.”
분위기가 급격히 변화하기 시작했다.
“예.”
“… 괜찮으세요?”
“뭐가요?”
“아니 ….”
최주임은 불안한 듯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에이트라도 얼굴에 표는 안 내는데,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안태식이랑 김태현은 아직 안 왔나 보네.”
“그러게… 늦잠 자는 거 아니야?”
“여유 부리는구만~”
나랑 소이는 태연하게 잡담을 나눴다.
하지만 우리 둘 다 자연스레 느끼고 있었다.
그것은, 시선이었다.
전방위에서 내리꽂히는 수십 개의 시선.
작열하는 시선.
압도적 적대감.
어찌 보면 당연했다.
모두가 경쟁상대고, 모두가 적이다.
그리고 가장 경계 받을 대상은, 나임이 틀림없었다.
“수재씨….”
“문제없습니다.”
“네, 넵!”
나는,
터벅 터벅-
입맛을 다시며 무대로 걸어갔다.
저기 위에 올라가면 어떤 느낌일지, 어떤 각도에서 연주를 해야 좀 더 간지나게 보일지 연구하기 위해서 말이다.
다만,
“[드디어 왔군요. 미스터 빨.]”
나 혼자 무대를 독점할 수는 없는 법.
무대 정중앙을 제집처럼 자리 잡은 놈이야 한 명쯤은 있어도 이상하지 않다.
이놈은, 우리보다 더 빨리 이곳에 도착해 있었다.
“[잘 지냈냐.]”
“[오~ 제 걱정도 해주시는 겁니까?]”
미국 1위.
결선 진출 후보로 최선단에서 거론되는 참가자.
아이작 웨스트우드였다.
“[나중에 컨디션 핑계 대면 안 되잖냐.]”
“[그럴 일은 없습니다!]”
“[그런가?]”
“[제 컨디션은 최상입니다. 최고의 곡과, 그에 가장 잘 어울리는 톤!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아이작은 나를 바라보며 비릿하게 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나도 준비 잘했다.]”
나 또한 같이 웃음을 지었다.
“[오~ 그것참 궁금하군요. 어떤 곡을 연주하실 겁니까?]”
“[당연히 자작곡.]”
“[기타는 따로 대여를 안 하셨나 봅니다?]”
“[했어.]”
“[어떤 겁니까!?]”
“[먼저 대답하면 나도 대답해 줄게.]”
“[오! 저는 …]”
아이작은 새삼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리고, 주절주절 자기가 빌린 장비를 흥분하며 읊기 시작했다.
이렇게 간단하게 전략을 노출해도 되나? 싶을 정도로 상세하게 말이다.
“[대단하네.]”
“[하하 그렇죠?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제 무대도, 빨기좌 무대도.]”
모던 성향의 연주로만 따지자면, 아이작은 영 기타리스트 중에는 탑급이다.
특별한 상황이 아닌 이상에야, 결선에 진출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해가 안 됐다.
“[기대되네.]”
“….”
“….”
나는 아이작의 얼굴을 지긋이 쳐다보았다.
그 또한, 나를 지긋이 쳐다보았다.
먼저 입을 뗀 건 내 쪽이었다.
“[아이작.]”
“[왜 그러시죠?]”
“[… 내가 눈치 못 챌 거라 생각했냐?]”
“[예?]”
나는 후우, 크게 한숨을 쉰 뒤 주변을 둘러보았다.
곳곳에 흩어져있는 다른 참가자들은 아닌 척, 우리의 대화를 엿듣고 있었다.
“[아이작.]”
“[왜 그러십니까.]”
“[이 시발넘아! 네가 말한 거 다 합쳐도 50000달러가 안 되잖아!]”
나는, 목청껏 그에게 소리쳤다.
소이와 최주임이 움찔, 하고 몸을 떨 정도로.
아이작은 나의 괴성에 순간 어벙한 표정을 지었지만 이내,
“[… 흐흐흐흐흐.]”
웃음을 흘렸다.
“….”
또다시 비릿한 웃음을 말이다.
“[하하하하하하하!]”
“….”
“[맞아요. 맞습니다! 이야, 유도신문에 홀랑 넘어간 느낌인데요? 대단합니다!]”
“[대단할 것까지야. 넌 나랑 처음 만났을 때 ‘어울리는’ 소리를 만든다고 안 했어. 최고의 소리를 만든다고 했지. 그리고 또 존나 자신 있게 50000달러를 때려 박는다고 했잖아?]”
“….”
“[20000달러도 안 돼. 네가 말한 것들.]”
“[하하하하하!]”
아이작은 아무래도 ‘세력’에 넘어간 듯 보였다.
영이 내게 조심하라고 말한 그 세력에 말이다.
“쳇.”
설마 했는데.
설마가 사람 잡는구만.
진짜, 사람 하나를 잡으려고 작정을 한 놈들이구만.
조금 화가 나기도 했다.
미국 1위까지 끌어들이다니, 대체 뭐 하는 놈들이야?
아니, 가만 생각해보면 미국 1위가 합류할 수밖에 없을 정도의 장대하고 위대한 계획을 가진 놈들이란 건가?
“…”
나는 날 쳐다보는 놈들에게 고개를 돌렸다.
정확히 말하면, 참가자들의 ‘무리’에게 말이다.
“저 사람들….”
“응.”
“그 … 맞지?”
“느낌이 빡 온다야.”
“역시…!”
본인들 딴에는 흩어져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내려다보니까 대략 각이 보인다.
약 스무 명 정도, 같이 움직이는 놈들이 있다.
틀림없다.
저놈들이다.
저놈들이, 사운드 엔지니어를 끼고 대회를 홀랑 집어삼키려는 놈들이다.
“[뭐, 선택은 네 몫이야. 그리고 네 녀석들 몫이지.]”
“[세력이 생겼다는 걸 알고 계셨군요.]”
“[운 좋게 말이야.]”
웅성웅성-!
참가자들 사이에서,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상황 파악이 안 되는 이들부터,
내가 세력에 대해 ‘알고 있다’는 사실에 당황감을 표출하는 이들까지.
반응은 참 가지각색이었다.
“[당신을 싫어하는 사람이 꽤 많더라고요. 오만하다면서.]”
“[이해를 못 할 정도는 아니구만.]”
“[… 흐흐흐. 기대됩니다. 저기 있는 사람들은, 당신이 본선에서 떨어지는 걸 간절히 바라고 있어요. 힘을 합치려고 하고 있어요.]”
“[근데?]”
“[두렵지 않나요?]”
“[내가 왜?]”
“[역시 오만하네요. 여긴 당신만의 무대가 아닙니다.]”
아이작은 일부러라도 나를 자극하려는 듯했다.
“[그런다고 내 역량이 떨어지진 않을 거야.]”
“[후후, 그런가요?]”
“[전혀. 아, 그리고 너희들 지금 뭔가 착각하는 게 있는데….]”
탁- 탁-
무리에 둘러싸여 있던, 금발백인의 여자가 나에게 다가온다.
구둣발 소리가, 적막 속에 울려 퍼진다.
눈빛을 보아하니 뭔가 심상치가 않은 녀석 같다.
하지만 이내,
타타타타탓-!
힘차게 땅을 박차는 운동화 소리가,
구둣발 소리를 덮었다.
그리고 곧장, 백인 여자를 앞질렀다.
“오.”
그는, 나랑 같은 아시아인이었다.
딱 일본 사람들이 좋아할 만한 헤어스타일의, 남자애였다.
안태식이었다!
“기, 김수재! 너… 너!”
그는 한껏 당황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소리쳤다.
“어이 안태식이 잘 지냈…”
“너 … 그 트럭…!”
“너도 거기 있었냐?”
“어… 응! 아, 여기에 옮겨놨었구나…! 어쩐지 한참 찾아도 안 보이더라고!”
안태식이는 납득했다는 듯, 강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중얼거렸다.
“[트럭 …?]”
“[밖에 있던 그거 말하는 거 아니에요?]”
“[그게 저 녀석 거였다고?]”
“[50000달러로 대체 무슨 짓을…!]”
나를 경계하던 녀석들 또한 ‘트럭’이라는 단어는 잘 알아들었나 보다.
“넌 참 대단한 놈이야.”
“에이 뭘.”
“이미 무대를 장악해 두었구나.”
안태식이는 입꼬리를 올리며 고개를 치켜들었다.
그리고 ‘한국어’를 이해하지 못한 다른 참가자들 또한, 그의 행동을 따라 했다.
조명.
철근 구조물.
평범한 천정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그렇지만.
유독 ‘무대 위’만은,
아주 약간, 이질적인 모습이었다.
“[… 천?]”
무대의 상부에는, 조명을 위한 철근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 철근 구조물은 온전히 철근을 내비치고 있지 않았다.
천으로 지붕이 만들어져 있었다.
신경 쓰지 않는다면 딱히 신경 쓰일 일 없는, 그냥 그렇구나, 납득할 만한 모습이었다.
다만.
만약 누군가가 지적한다면,
얘기가 달라지겠지.
“[저게 대체 왜 검은 천으로 싸여 있는 건데?]”
“[몰라! 모르겠어!]”
“[장비… 아니야?]”
“[설마. 아니, 그래도…!]”
“[저기에 장비를? 왜? 대체 왜!?]”
모든 이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혼란스러워했다.
나를 에워싸고 있던 적대감은, 불안감으로 서서히 바뀌어 갔다.
그리고 나는 그 기회를 절대 놓칠 생각이 없었다.
“[네 말이 맞아 아이작. 여긴 나만을 위한 무대가 아니야.]”
“[….]”
“[근데 주최 측은 너희들이 세력을 만드는 걸 내버려 두듯이, 나만의 무대를 만드는 것도 허락하더라고.]”
“[…!]”
나는 오늘도 입을 열었다.
말 한마디가 천 냥 빚을 갚듯이,
“[내가 무대에 오르면, 그곳은 곧 나만을 위한 무대가 된다.]”
말 한마디로,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
“[준비한 거 다 써봐라. 온 힘을 다해라.]”
저 녀석들은 내가 오만해서 싫어한다고 한다.
하지만, 가까이서 표정을 보니 알겠다.
그건 거짓말이다.
저 녀석들은, 내가.
‘무서워서’ 싫은 것이다.
“[물론, 그래도 안 될 거다.]”
거대한 무언가를 인지한 참가자들의 얼굴이, 공포로 물들어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