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80
뭔가 대단한 생일파티 (4)
쟝 쟝쟝~ 쟝쟝~
누구나 아는 멜로디다.
한국사람이든 미국사람이든 브라질사람이든.
누구나 아는 멜로디다.
태어날 때부터 원시생활을 하지 않는 이상에야, 이걸 모를 순 없다.
쟝쟝쟝~ 쟝 쟝~ 쟝쟝~
나는 소이의 얼굴을 살폈다.
소이는 고개를 살짝 숙이며 필사적으로 웃음을 참고 있었다.
뭐랄까,
옆에서 쫑알대는 듯한 느낌과,
살짝 밟은 와우 페달이 가공해내는 밉살스러운 소리.
특유의 뉘앙스 때문에 나도 같이 웃음을 터뜨려 버릴 것만 같다.
“이야~”
“진짜 앙증맞네.”
“흐흐흐흐.”
“하하하! 뭐냐 저게!”
개쩔죠?
기타가 개그를 내뱉고 있었다.
경직되어 있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풀어졌다.
나는 손을 하이프렛으로 옮겨 갔다.
동시에, 픽업 셀렉터를 리어로 재꼈다.
40w 트랜지스터 앰프에서 울려 퍼지는 날카로운 오버드라이브 음이, 공간을 메웠다.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키이잉-! 킹!
비록 내가 노래는 못 부르지만, 기타는 좀 친다.
성대 대신 기타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해내는 것.
그것이 기타리스트이다.
디잉-
나는 픽업 셀렉터를 휙휙 바꿔댔다.
중간에 박힌 던컨 픽업이, 원래 있던 3세대 노이즈리스 픽업과는 사뭇 다른 소리를 만들어내었다.
‘좋긴 한데 ···’
애매하다.
큰 볼륨으로 들으니 더더욱.
다만 ··· 픽업 성향의 차이이라고 하기에는 이상하게 울림이 좋다.
비를 맞아서 그런가?
비에 섞인 중금속을 기타가 흡수해 버린 건가?
원리를 모르겠네.
미들픽업만 내 취향으로 개조하면 좀 더 나을 것 같은데 ···
나는 피크를 손가락 가운데에 붙여버리고 태핑을 시작했다.
디리리리링-!
-오오오~
고난도 테크닉에, 작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곡의 테마는 ‘화려한’ 축하다.
기껏 락버전으로 편곡했는데, 화려해야지 암.
나는 빙그르, 제자리에 한 바퀴 돌며, 사람들의 얼굴을 확인했다.
살짝 무릎을 굽히고, 싱그럽기 그지없게 스케일을 짚어 나간다.
지이이잉-!
단조로우며, 어려운 프레이즈가 있지도 않은 곡.
그렇기에 커다란 가능성을 내포한 곡.
단조로운 멜로디를 단조롭지 않게, 그러면서도 다음 음이 기대되게.
남들 다 하길래 나도 한 번 만들어보자 싶어서 만든 곡이지만, 그렇다고 대충 만들지는 않았다.
회귀 전.
생일 맞이로 파리바게트 기프티콘을 바꿔 집에 오다가, 현관 앞 에서 케익을 엎질렀다.
열어보니 생크림이랑 빵이랑 완전 개작살이 나 있더라.
배는 고프지, 단 건 먹고 싶지, 벤드 멤버들은 옆에서 한숨 토하지.
결국 나무젓가락 가져다가 대충 범벅 케이크를 뭉쳐 먹었다.
몇입 먹다 보니 들려오는 ‘생일 축하 합니다.’
드럼 잡던 사람이 기타로 뚱땅뚱땅 거리며 만들어 왔는데 그게 얼마나 웃기던지.
그때 그 느낌.
야 줘봐. 하고 뺏어서 더더욱 웃기고 즐겁게 만든 곡.
초를 남의 기타에 꽂고, 불붙이고 흔들 때의 그 기분.
이건, 나의 지난 추억이 녹아 있는 곡이었다.
디리리리링~
지판을 하나하나 짚어 나가는 고난도 태핑.
매끄러운 새 줄의 느낌이 아주 좋다.
2분 20초 정도의 짧은 곡이지만, 나는 만족스레 축하를 전할 수 있었다.
이건, ‘친한 친구’로서의 축하였다.
지잉-!
짧은 연주가 끝났다.
사람들의 얼굴에, 원래는 없던 ‘호기심’이라는 감정이 떠올랐다.
“백소이 생일 축하해!”
나는 부끄럼 한 점 없이 꽥, 소리를 질렀다.
경직된 분위기는 나중에 천천히 느껴도 된다.
생일 파티를 할 때 만큼은, 즐겁고 재밌어야 한다.
짝짝짝짝짝-!
관중들의 경쾌한 박수 소리가 들려왔다.
박수에 인색하지는 않구만.
딴따라 기타맨이라 무시받을 줄 알았는데.
되게 의외다.
“···.”
하지만, 모두가 소이에게 축복을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
몇 명은 박수를 치지 않았다.
소이 사촌은 여전히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인정을 못 하겠는 건가.
나는 후다닥, 케이블을 빼버린 다음 중앙에서 살짝 비켜섰다.
서병훈이 내가 있던 자리로 걸어나왔다.
“이야~ 잘 치네. 직접 편곡한 거지?”
“넵.”
“숙호랑 삘이 비슷해. 구성도 잘했고.”
“감사합니다!”
“너 곡은 안 내냐?”
“곡이요 ···?”
“이따 얘기하자.”
자기가 물어놓고 자기가 말 끊네.
그래도 뭐, 기분은 좋았다.
일류 피아니스트에게 직접 칭찬을 듣다니.
‘비슷하다라···’
존경하는 사람은 닮을 수밖에 없다.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나숙호 선생님과 비슷하다는 말이, 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아··· 정말 좋은 연주였습니다. 이어서 서병훈 피아니스트의 축하곡 연주가···
딩-!
서병훈은 지배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피아노를 두들기며 음을 확인했다.
둥둥둥-!
“관리를 안 할 거면 그냥 디지털이 나아.”
“그런 거예요?”
“소리가 둔탁하잖아. 튜닝은 잘 돼 있는데.”
진짜 피아노를 쳐본 적이 별로 없어서 잘 모르겠네.
피아노는 로직 피아노가 있어요.
“돌아가면서 치는 건가?”
“재밌네.”
“참 저 양반도 웃겨~”
슬슬 눈치를 살피던 사람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살살 피었다.
싸우는 건 싸우는 거고, 재밌는 건 재밌는 거다.
음악은 냉랭한 분위기를 훌륭하게 중화시켰다.
딩- 딩딩- 딩딩-
마치 초등학생이 치는 것 같은 어색한 소리가 업라이트 피아노에서 흘러나왔다.
“흡!”
청중 한 명이 웃음을 터뜨린다.
이 사람 개그 쫌 하네.
“뭐야~ 똑같은 곡이야?”
“후흐흐흐~”
디리리리링-!
화려한 도입부와 함께, 피아노 연주가 시작되었다.
··· 대단하다.
가까이서 듣고 있기에, 더더욱 잘 느껴진다.
역시 장인은 도구에 구애를 받지 않는구나.
내가 20만 원도 안 하는 입문자용 기타로 콩쿠르 1등을 먹은 것처럼,
이 사람도 400만 원이 안 하는 피아노로 감미로운 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장비의 총합을 계산한다면, 아마 내 쪽이 더 비쌀 거다.
···.
몰아치던 연주가 끝났다.
방금전보다 우렁찬 박수소리가 울려 퍼진다.
곡의 분위기는 나랑 좀 비슷했지만 ··· 뭐랄까.
내가 ‘친구로서’ 축하를 보내는 거라면, 이 사람은 ‘선배’로서 축하를 보내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곡이 향하는 대상은, 소이가 아닌 윤서였다.
“이어서 칠게요~”
뭐, 그렇다.
전 국민에게 이름이 알려져 있는 양반인데.
몇 번 얼굴 본 사이라 잠시 친근감이 들긴 했지만 ···
그의 연주는, 내가 범접할 수준이 아니었다.
야매 피아노와는 아예 다르다.
클래식의 정통, 베토벤의 곡.
피아노 지식이 얕으니 자세히는 모르겠다.
그럼에도··· 대단하다.
아까 부터 ‘뭔가 일어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는데.
그 직감은, 지금 이 상황을 예견한 것이리라.
– 오오오 ···.
수 십 명의 입에서 감탄이 터져 나왔다.
관절에 기름칠이라도 한 듯, 쭉쭉 건반을 짚어 나가는 손가락들.
음악에 있어서 악센트는 처음이자 끝이다.
기타나, 피아노나, 바이올린이나, 첼로나, 베이스나.
다 똑같다.
‘넓다 ···’
가장 먼저 든 감상이었다.
소리의 다이나믹 레인지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난 대체 누구랑 싸우고 있는 걸까.
손에서 땀이 왕창 쏟아져 나왔다.
가만히 고개를 숙인다.
조용히, 베토벤의 운명을 감상한다.
관객들도 숨을 죽였다.
저 연주를, 대화 소리로 방해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저 연주를, 대화 소리에 방해받고 싶지 않기 때문에.
숨 쉬는 것조차 조심스러워졌다.
드우웅-!
사람의 마음을 뒤흔드는 듯한 손놀림.
클래식에서 방귀 좀 뀐 수준이 아니라, 클래식 판에 아예 드러누워 버린 남자.
나는 쩍 입을 벌리며, 그의 피날레를 지켜보았다.
척-!
서병훈은, 가느다랗고 거대한 손을 멋들어지게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곡이 마무리되었다.
그는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나 소이 사촌과 부모님이 있는 쪽으로 아주 살짝, 고개를 숙였다.
짝짝짝짝짝짝짝짝 –
우렁찬 박수소리가, 나 때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음량이, 귀를 때린다.
“역시 서병훈이야.”
“··· 오길 잘했어요 대부님.”
“···그러게.”
서병훈은 나에게 찡긋 윙크를 보냈다.
내가 첫 연주를 하고, 이 사람이 연달아 연주를 했다.
다시, 내 차례다.
“닐 ··· 자자? 그건 어떤 곡이냐? 빨리 들려줘.”
그는 아주 작게 물었다.
어떤 곡이냐니…
“잠깐 물 좀 마시고 올게요.”
– 서병훈 피아니스트의 연주는 이걸로 마무리되었습니다.
곧이어 김수재군의 마지막 연주가 시작되오니 ···
나는 기타를 내려두고 복도로 나가 일부러 정수기 앞에서 목을 축였다.
역시 정수기 물이 최고다.
레스토랑에서 내오는 물은 뭔가 맛이 이상하다.
이질적인 고급스러움 때문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느낌이 든다.
뚜벅뚜벅,
나는 인기척에 고개를 돌렸다.
소이도, 도현이도 아닌···
소이 사촌이 나를 마중 나왔다.
아니, 마중이 아니라···
“그만하면 됐지 않아?”
시비를 걸러 나온 듯했다.
“뭐?”
“기타 잘 치네~ 여자애들이 좋아 할만해. 근데 그쯤하면 됐잖아? 안 쪽팔려?”
“내가?”
“···.”
감성이 풍부한 중3 여자애.
감정으로 연주하는 음악인.
나는, 그녀의 얼굴에 떠올라 있는 감정을 단번에 간파했다.
아주 심술이 나 있다.
독기도 올라 있다.
하지만 ··· 내가 알던 ‘독기’와는 종류가 조금 달랐다.
남을 질투하고 배 아픈 심보를 품는 사람을, 나는 수없이 만나 왔다.
그렇기에 잘 안다.
이 아이는, 소이가 이유 없이 미운 게 아니었다.
그냥,
서병훈 피아니스트의 말대로, 삐진 거다.
“너 소이 안 싫어하는구나.”
“··· 뭐!?”
“아니 그냥.”
난 호르륵- 다시 한 번 물을 머금었다.
짠걸 먹어서 그런지 무한으로 들어가네.
인체의 신비다.
“언니 창피할까봐 나한테 그런 말 하는 거 아니야.”
“··· 재수 없어. 일렉기타도 ···.”
“기타는 왜.”
“그냥 빠르게만 치면 되는 악기니까.”
존나 많이 들어본 소리다.
클래식 악기 쪽 사람이 저 소리를 진짜 많이 한다.
일렉기타리스트로서, 노이로제가 걸릴 것만 같다.
“아니. 그건 아니지.”
“두르루룽~ 하면 잘 치는 거잖아.”
찹.
나는 물 종이컵을 구겨서 쓰레기 통에 쑤셔 박았다.
“음악은 감정 표현을 잘 해야 한다, 곡이 만들어진 배경을 이해하고 분석하면서 연주해야 한다. 무엇보다 악보를 잘 읽어야 한다.”
“··· 피아노 알아?”
잘 몰라.
“다 그렇게 말하잖나.”
안 그런 악기가 어디 있으랴.
근데 ··· 기타는.
일렉기타는.
그런 ‘작곡가’의 의도에서, 훨씬 자유로운 편이었다.
“그거 아냐?”
“뭐?”
“지미 헨드릭스도 자기 곡 지멋대로 쳤어.”
유명한 기타리스트들도, 자신이 쓴 곡을 라이브 때 멋대로 바꾼다.
기분에 따라.
기분에 맞춰.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려, 왜곡 아닌 왜곡을 한다.
기타키드들은 악보를 보며 곡을 카피한다.
그리고, 연주에 능숙해 짐과 동시에 원작자를 이해한다.
이해한 뒤에는, ‘자신’을 녹여낼 수 있게 된다.
그 과정에서 리프가 바뀌는 일은 아주 허다하다.
이해하면서도, 얽매이지 않는 것.
그것이 기타리스트다.
“무슨 소리야 그게 ···”
“잠자코 들어보기나 해.”
나는 레스토랑의 중앙으로 돌아가 쭈그려 앉아 톤을 만들었다.
소이가 나에게 불안한 시선을 보낸다.
소이를 위한 곡.
그리고, 소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곡.
-자, 지금부터 ···
딩딩딩~
서병훈의 연주와는 확연히 비교되는, 피아노 인트로가 들려왔다.
“소리가 참~”
비웃는 관객들도 있었다.
다만 ···
-지이잉~
이번에는 조금 다를 것이다.
Neil zaza의 ‘go!’
나는, 한껏 감정을 담아 줄을 튕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