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genius guitarist RAW novel - Chapter 99
폭한과 극열의 사인회(2)
“···”
간단하지만 간단하지 않은 악기.
내구성을 보장하기 어려운 악기.
통기타.
그리고 그런 통기타의 내구적 단점을 완벽하게 개선시킨 ‘카본 기타’
회귀전에도 써보고 싶긴 했다.
하지만 못 샀다.
엄청 비싸니까.
카본 자전거, 카본 낚싯대, 카본 라켓 같은 걸 떠올려 보면 답이 나온다.
카본이 들어간 건 다 그냥 존나 비싸다.
“여기서요 ?”
“예.”
“···.”
“와우.”
“미쳤구만.”
왜, 광고란 게 그렇잖아.
‘우리 제품이 이렇게 좋으니까 사세요.’
라고 주장하기 위해 비싼 돈 들여가면서 대중들한테 노출시키는 거잖아.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것.
그것이, 광고의 핵심이다.
오븐에 넣고, 얼음에 넣고, 못으로 긁어도 사람들은 ‘신기하네’ 라는 반응을 보일 뿐이다.
연주와 직접적으로 연결되지 않는 장면들이니까.
하지만 이곳은 정말···
자연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힘든 ‘극한’의 환경이 즐비해 있었다.
극한의 환경에서 극한의 연주 영상을 찍는 것.
자동차 광고는 막 눈, 사막, 진흙탕에서 굴리는 것도 있던데.
기타로 못 할 게 뭐 있어.
“광고를 ··· 여기서 찍자고요?”
“네.”
“어 ··· 음 ···”
에이트라는 턱을 괴며 고민했다.
약 30초 정도 지났을까, 그는 몸서리를치며 후다닥 밖으로 튀어 나갔다.
“아오 못참겠다!”
“뒤질 거 같네.”
“으아아악!”
“갸아아아악!”
우리는 잽싸게 불가마에서 도망쳤다.
몸이 달궈졌으니, 그다음은 얼음방이다.
우리는 ‘이글루’라고 적힌 곳에 급히 들어갔다.
“어후.”
“어우 살겠다 ···”
“광고 얘기하던 중이였죠?”
“옙.”
겨울에 통기타를 들고 버스를 탔다가, 발밑에서 나오는 히터에 브릿지가 녹아버린 사건.
뮬질을 하다 보면 심심찮게 들려오곤 한다.
하지만 얘는 괜찮더라.
제작에 쓰인 본드가 내열본드라고 하던데.
그 덕인가?
“괜찮지 않나요? 90도까지 버틴다고 하니···”
“저기 온도 몇 도였지?”
“70도던데.”
충분하다.
충분히 버틸 수 있다.
“야, 암만 그래도 불가마에서 찍는 광고가 세상에 어디있 ···”
“너무 좋아요.”
등으로 얼음찜질을 하고 있던 에이트라는 거세게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제품 받아서 실험해 봤는데 ··· 100도까지는 안 녹더라고요 ···”
“그쵸.”
“지, 진짜 불가마에서 찍어요?”
“진짜요!?”
“···옙!”
아이디어가 샘솟는다는 듯이 눈이 반짝이는 에이트라.
이곳은, 내구성 실험을 하기 위한 모든 요소가 갖춰져 있었다.
한기
열기
습기.
모든 게 있다.
유토피아란 소리다.
“잠깐만요. 그러고 보니 지금 여기도··· ”
“불가마에서 찍은 다음에, 얼음방에서도 찍으면 좋지 않을까요?”
“마지막은 욕탕에서 ···”
우리는 척척 광고 기획을 시작했다.
혁오와 도현이는 넋이 나간 듯한 표정을 짓다가도, 금세 원래의 얼굴을 되찾았다.
‘재밌어 보이는’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개재밌겠네.”
“··· 김수재 치사하네.”
“너희도 치면 되지.”
“오.”
“오 ···!”
에이트라가 물고 온 대형 떡밥의 틀이 완벽히 갖춰졌다.
나는 만족스럽게 쫘악-! 기지개를 펴며 얼음방에서 나왔다.
에이트라의 고모께 순대를 받고, 식혜도 한 잔씩 얻어먹고.
Tv 앞에 앉아서 노가리를 까기 시작한다.
보통 TV 앞이 명당이긴 한데, 이곳은 딱히 그렇지도 않았다.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다.
“··· 원래 저녁 되면 원래 손님이 더 늘지 않나요?”
주변을 둘러보던 혁오가 물었다.
“아 ··· 하하.”
에이트라는 멋적게 머리를 긁적였다.
“그게 정상이긴 한데 ··· 요즘 따라 점점 줄어든다더라고요.”
“아 ···.”
“여기 시설 좋은데···”
“맞아. 아래층에 사우나도 있고.”
“하하···”
위치는 그럭저럭 이지만 손님이 아예 없을 정도는 아니다.
하지만, 주변엔 점잖게 대화를 나누고 계시는 할아버지 둘과 양머리의 아줌마 셋뿐.
사람이 적었다.
에이트라는 구석에 놓아둔 백팩에서 태블릿을 꺼내어 우리에게 내밀었다.
화면에 띄워진··· 한 장의 사진.
“··· 어?”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아주 고급스러운 스파의 풍경이었다.
“··· 어디에요?”
“바로 옆이에요.”
“아~”
사람이 엄청 많아서 대기해야 한다는 소리 듣고 도망쳐 나온 지라 내부는 보지 못했다.
시설이 이 정도였구나.
엄청 좋다.
사람이 몰릴만하다.
“여기가 저희랑 딱 천 원 차이 나요···”
“음 ··· 내일 찍을 영상에 이곳 홍보를 끼워넣으면··· 아 안 되겠구나.”
“하하, 그렇죠.”
기업 광고니까.
다른 업체 광고까지 겸하면 안 되니까.
에이트라가 개인적으로 홍보하려고 해도 뜬금없이 올라온 광고영상을 클릭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제 연주 섞어서 추가 영상 하나 더 만들죠.”
“오···! 감사합니다!”
“에이, 아니에요.”
“오우~”
“의리~”
에이트라는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우리는 순대와 계란이 들어갔음에도 출출하기 그지없는 배를 부여잡고 다시 매대로 이동했다.
라면도 하나 먹어야 겠···
“···.”
“···.”
순간, 세 사람의 발걸음이 멈췄다.
아는 얼굴이 보였기 때문이다.
참 우연적인 만남이 많은 날이다.
“어? 김수재.”
“··· 웩.”
“··· 어우 쉣.”
혁오와 도현이가 혀를 찬다.
성예린은, 예고 여자애들 ‘다섯’과 같이 우리를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인싸라 그런가?
찜질방에 왔는데 화장을 하네.
불가마라도 들어가는 순간 얼굴이 녹아내리는 괴악한 장면이 연출될 것만 같았다.
“여기서 만나니까 반갑다야.”
“그러게!”
성예린의 친구들이 나와 에이트라를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속닥거리기 시작한다.
쟤들도 언제 한번 본 것 같긴 하다.
예고 원정 갔을 때였던가.
그때는 완전 굴러 와 박힌 돌멩이 취급이었지.
“수재 안녕!”
“어 그래.”
“나 인스타 팔로우 했어!”
“실물이 훨씬 낫네···”
“고마워.”
근데 뭔가 ···
반응이,
반응이 다르다.
진짜 어색하다.
급격하게 인지 부조화가 일어나는 느낌이 든다.
최근 들어 성예린이 유해진 건 뭐 계속 얼굴보다 보니까 그럴 수 있다고 쳐도.
얘들은 대체 왜 ···
“에이트라님 아니세요?”
“우와 ···”
“반갑습니다.”
에이트라는 쑥스러운 듯 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꾸벅 숙였다.
“ ··· 나 유튜버 처음 봐.”
“나도 ···”
“아 그 저기 ··· 나 팔로우했는데 혹시 괜찮으면 맞팔···”
핸드폰을 내미는 이름 모를 여자애.
인싸들이라 그런지 말 거는데 거리낌이 없구나.
“해주면 안··· 될까?”
“그래.”
“어? 진짜?”
“진짜?!”
여자애들이 호들갑을 떨며 눈을 땡그랗게 뜬다.
나는 묘한 위화감이 다시 들었다.
아까 유튜브 댓글을 염탐하며 확인한 댓글들이나,
지금 눈앞의 반응들이나.
“아이리즈 멤버들만 팔로우 돼 있길래 맞팔 거의 안 해주는 건 줄 알았는데.”
“우와 나도! 핸드폰좀 잠깐 주라!”
내 핸드폰을 낚아챈 여자애들은 서로서로 자신의 계정을 내 계정에 묻히고 있었다.
느낌이 좀 그렇다.
인스타는 그냥 귀찮아서 염탐만 하는 건데.
유튜브 댓글을 안 다는 이유는, 쓸데없이 구독자가 분산될까봐 안 다는 건데.
난,
어느새인가.
‘사인’ 이나 ‘소통’에 인색한 신비주의 뮤지션이 되어가고 있었다.
···.
나는 에이트라를 힐끔 쳐다보았다.
“또래 친구들이니까 괜찮지 않을까요?”
“··· 그렇겠죠?”
뭐 검은 속내가 있는 것도 아닌데.
“대박 ···”
“나 좋아요 좀 눌러주면 안 돼?”
“나도 ···”
성예린이 나에게 턱, 핸드폰을 돌려주었다.
내가 팔로우한 사람의 수가 한 번에 여섯이나 늘었다.
하지만 여전히 1000: 십몇 정도로 극악의 비율이었다.
“김수재 팔로우 다 여자네.”
“그러게.”
“어?”
이건 좀 오바지.
나는 하는김에 도현이와 혁오, 에이트라 채널까지 팔로우했다.
여자밝히는 놈이라고 쓸데없이 오해를 살 생각은 없었다.
“너희 어디가?”
“라면 먹으려고.”
“아 그래? 이따 봐~”
여자애들은 입안에 또 입이 있는 듯이 왁자지껄 떠들며 의자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우리는 라면을 하나씩 들고서 간의 테이블에 앉았다.
“음 ··· 수재씨, 제가 생각해 봤는데요.”
“네.”
“그 ··· 요즘 인지도가 계속 올라가잖아요.”
“그렇죠.”
현실과 인터넷의 온도 차이는 당연히 존재했다.
현실에서는 주변인을 제외하면 가~끔 가다 알아보는 수준이다.
다만, 인터넷은 다르다.
애초에 나한테 관심 있는 사람들만이 에이트라의 채널에 모이니까.
괜히 관심이 뜨겁게 느껴지곤 했다.
“그래서 팬들을 위한 무대··· 같은 것도 슬슬 준비해야 하지 않나 싶어서.”
“동의합니다.”
“김수재 개인 공연이요!?”
“와우.”
과연 어떨까?
‘나’만을 보기 위해 몇 사람이나 올까?
원래 기대가 클수록 실망도 큰 법이다.
나는 부풀어 오르는 기대감을 최대한 억눌렀다.
20명.
일부러 시간을 소모해서, 나를 봐 주러 오는 사람은 20명이 한계일 거다.
유튜브에 공지 하나 툭 띄우고 백 수십 명 모으는 건 라비다나 가능하지 나는 안 된다.
“좋은데요?”
“아 그리고 ··· 수재씨 혹시 사인하는 거 별로 안 좋아하세요?”
“··· 절대 아니에요.”
“그럼 그 소문은 ··· 음.”
“그냥 사인받으러 오는 사람이 없어서 그렇대요.”
“아~”
학교 애들이 내 사인을 받으려 할 리는 없을 테고.
홍대 같은 번화가에 자주 가는 것도 아니고.
사인해줄 기회가 극히 적은 것뿐이다.
“그럼 ··· 이참에 ‘사인회’도 같이 어떨까요?”
“사인회요?”
“네! 인지도가 오르면 그에 맞게 팬과의 소통도 필요하거든요.”
“흠 ··· 전 괜찮은데···”
사인회라.
불러봤자 얼마 오지도 않을 텐데.
휑할거다.
사인회를 어디 노상이나 카페 같은 데서 할 수는 없다.
불확실한 이벤트를 위해 이것저것 준비하기에는 기회비용이 너무 클 듯했다.
나는 주변을 천천히 둘러보았다.
꽤 넓은 공간.
안락한 실내.
즐길거리.
“어디가?”
나는 뚜벅뚜벅, 찜질방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광고도 찍고.
에이트라의 친척 찜질방 홍보도 좀 해주고.
내 사인회도 열고 ···
할 일이 갑자기 많아지긴 했는데 ···
“이거 그냥 다 한 번에 하면 안 되나?”
“···.”
“응?”
“내일 광고도 찍고. 사인회도 하고. 겸사겸사 홍보 영상도 만들고.”
“···.”
그냥 다 몰아버리는 거지.
일도 빨리 끝나고 좋을 거 같은데?
시간 대비 효율 최대치다.
“사, 사인회를 ··· 찜질방에서 ···”
“이참에 아예 그냥 공연까지 하죠.”
“오 ···”
“불가마 지옥 라이브 갑시다. 가능할까요?”
이판 사판이다.
원래 얘기를 하다 보면 아이디어만 잔뜩 쏟아져 나오곤 한다.
대개, 9할은 버려진다.
실현이 가능하더라도 나중에 하자~ 라며 미뤄버리는 것이다.
난 딱히 그러고 싶지는 않았다.
한다.
다 한다.
광고.
사인회.
연주.
약간의 찜질방 홍보까지.
“가죠.”
“예.”
“가죠!”
“예!”
우리는 손을 모으며 굳센 다짐을 했다.
혁오와 도현이도 어느새 옆에서 같이 손을 모으고 있었다.
“빨기좌 불물얼음지옥 사인회 겸 라이브 갑니다.”
“예!”
나는 인스타에 처음으로 ‘공지’를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