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necromancer in a fantasy game RAW novel - Chapter 135
135
도시만큼이나 역병을 배양하기에 좋은 환경도 없다. 높은 인구밀집도, 열악한 기반 시설, 활발한 물자이동까지.
‘가뜩이나 라이히슈타크를 앞두고 온갖 사람들이 몰려들었고.’
격무에 시달리는 경비병들이 작정하고 잠입하는 흑마법들을 솎아내는 건 불가능했다.
게다가 뫼를렌푸르트는 그 규모만큼이나 떳떳하지 못한 놈들이 숨어있을 공간이 많았다.
‘막는 게 쉽진 않겠는걸.’
쉬운 게 아니지,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토드는 즉각 망토를 찢어 입가에 두르곤, 손을 비롯해 외부에 노출된 피부를 최대한 감쌌다.
“이스라, 아까 저자에게 손을 댔었죠?”
【그랬던 것 같네만.】
“그 상태에서 최대한 다른 것들과 접촉하지 마세요.”
토드의 주의에 이스라는 의아해했다.
【자네나 나는 역병으로부터 운신이 자유롭지 않나?】
“우리는 질병에 해를 입지 않지만, 그걸 옮기는 매개가 될 수도 있으니까요.”
그 말에 이스라가 질겁했다.
【그렇군! 본인과 달리, 필멸자들의 나약한 육신을 미처 생각지 못했네.】
“일단 검은 집어넣고, 다른 경비병들을 불러와 주세요.”
【알겠네!】
저 사내는 불과 10분 전까지만 해도 대화할 여력이 있었지만, 그사이 사망했다.
‘진행속도가 지나치게 빠른데.’
보통 치명률은 전염성에 반비례한다. 이 정도면 숙주가 병을 옮기기도 전에 사망한 셈. 뫼를렌푸르트에 역병을 퍼뜨릴 의도였다면 실패한 작품이라 봐도 무방했다.
그러나 토드는 섣불리 단정 짓지 않았다.
‘정말 실패작일까? 여태껏 무수한 질병을 조제해온 놈들인데.’
이걸 퍼뜨린 놈들은 어설픈 초짜가 아니다.
토드는 자세를 굽히고 면밀히 시신을 살폈다.
눈길을 끄는 건 얼굴에 가득한 물집이지만, 토드는 다른 부분에 주목했다.
사내가 죽어가며 뱉은 토사물.
자세히 귀를 기울여보면 살 끓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맹렬한 산성을 띠고 있는 게 분명했다.
슬그머니 단검으로 일부를 긁어보니 점성이 가득해서 내용물이 출렁거렸다.
‘정상적인 인간의 위액이 아냐.’
체내가 변형되었다. 상식의 범주에 속하는 질병이 아닌 것만은 분명했다.
게다가 이런 식으로 육신을 뒤트는 방식은 마법이 개입하더라도 단기간엔 절대 불가능했다.
현재로선 토드도 이 상황에서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이 많진 않았다.
‘일단 이건 담아두자.’
품에서 시약병을 꺼내 조심스레 토사물을 담곤 단단히 봉했다. 혹시라도 유출되는 일이 없도록 아마포까지 덮어 단단히 묶어뒀다.
곧 이스라가 데려온 경비병들이 도착했다.
“여깁니다. 극히 위험한 역병으로 보이니, 조심해서 옮기시길.”
횃불을 치켜든 병사들은 이미 천으로 입가를 동여매고 있었다. 어설픈 방비였지만, 그래도 호흡기를 막아놨다는 점에서 저들이 역병에 완전 무지한 것 같진 않으니 다행이었다.
“당신이 토드 셰우드인가?”
“그렇습니다.”
인상을 찡그린 하사관은 토드를 훑어보며 되물었다.
“이자를 체포해라. 나머진 이쪽 골목의 이동을 통제하고, 시청 쪽에 보고 준비해!”
예상했던 수순이라 그리 놀랍진 않았다.
토드는 그러려니 했는데, 오히려 이스라가 반발했다.
【이보게! 기껏 도시의 안위를 위해 제보를 해줬거늘, 무슨 이유로 구속한단 말인가!】
파멸의 기사가 뿌리는 기운에 접근하던 병사들의 낯빛이 창백해졌다.
즉각 하사관이 허리춤에 손을 올리며 외쳤다.
“무장을 해제해라!”
끼기긱.
섬뜩한 소리가 울리더니, 목을 기울인 이스라가 속삭였다.
【네놈, 그걸 뽑았다간 목이 뽑힐 것이다.】
서슬 퍼런 협박에 하사관조차 몸이 뻣뻣하게 굳었다. 부하들이 지켜보고 있으니 하사관은 애써 혀를 놀리려 했으나 전신이 아득한 곳으로 내려앉는 듯한 기분이었다.
하사관은 뫼를렌푸르트에서 오랫동안 복무한 병사다. 그의 머릿속에서 끊임없이 체포 대상자에 대한 의례적 지침이 되풀이되었다.
무장을 해제하고, 경비대의 지시에 순응을···
그는 검은 갑옷을 뒤집어쓴 거구의 시선을 마주했다. 투구 속에서 번뜩이는 눈동자는 산 자의 것이 아니었다.
“무, 무, 무, 무···”
머저리같이 첫음절만 반복하는 하사관을 보곤 토드가 한숨을 흘렸다.
“이스라, 기운을 거두세요. 자칫 여기서 누가 쓰러지면 상황이 더 복잡해집니다.”
【허나, 토드! 이 괘씸한 놈들의 태도를 보게! 역병은 자칫 도시 전체에 위협이 될 수 있는 중대한 문제거늘, 이를 알린 이를 도리어 겁박하고 있지 않나!】
“아마 저들은 제가 사령술사인 걸 알고 있을 겁니다. 에스터리츠 양이 요주의 인물이라 하지 않았습니까. 가뜩이나 저를 주시하고 있을 텐데, 이런 보고까지 들어왔으니 제 신병을 확보하는 게 우선이겠죠.”
흔히 시체와 역병은 쉬이 떼어놓기 어려운 관계이니만큼, 현장에 있던 토드가 의심받는 것도 합리적이었다.
경비대의 잘못이라면 FM대로 원리원칙에 따른 것뿐이다.
“무! 무! 무!”
그 와중에 하사관은 저 상태로 혀가 얼었는지, 억울하다는 듯 외치고 있었다.
그러게 약간의 융통성을 발휘하지 그랬냐. 무자식아.
이를 간 이스라가 분통을 터뜨렸다.
【자네는 변경백의 가신으로서 당당히 이곳에 입성하지 않았나. 언제까지 이런 부당한 처우를 감내해야 한단 말인가.】
“아무래도 사령술사에 대한 인식이 저변에 깔려있지 않습니까. 앞으로 차차 이걸 고쳐나가는 게 제 몫이겠죠.”
【어차피 자네가 아니었다면 이놈들도 죄다 역병에 걸렸을 텐데, 미리 망자로 만들어 감염을 방지하는 게 어떤가? 그게 저놈들에게 적합한 처방인 것 같네만.】
일단 현재로서 확인된 역병의 매개는 살아있는 인간이니, 유일한 감염원인 인간을 제거하는 것도 그리 나쁜 선택지는 아니리라.
역시 자신의 하수인다운 탁월한 식견이었지만, 안타깝게도 기각해야만 한다.
“썩 괜찮은 발상이지만, 전 뫼를렌푸르트를 적대할 생각이 없습니다. 게다가 라이히슈타크를 앞두고 선제후들의 귀추가 몰려 있는 곳인데, 소동을 일으켜야 쓰겠습니까.”
파멸의 기사는 혀를 차며 대꾸했다.
【쯧, 운 좋은 줄 알아라. 이놈들. 내 주인의 자비가 아니었다면 네놈들은 본인의 수하로 강제 입영했을 것이야!】
이스라가 기운을 거두자, 병사들은 후들후들 다리를 떨며 주저앉거나 바닥을 짚고 신음했다.
정신을 차린 하사관이 악을 썼다.
“저놈들, 감옥에 다 갔다 처넣어!”
쓴웃음을 흘린 토드는 양손을 내보이며 말했다.
“저항할 생각은 없습니다. 현 상황에 대한 내막은 구금실에서 말할 테니, 안내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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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떨결에 토드는 이스라와 더불어 철창신세를 지고 말았다. 감옥에 갇히긴 했어도, 신체 수색이나 포박을 당하진 않았으니 처지가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배은망덕한 놈들! 기껏 선의를 베풀었더니, 우리를 이런 식으로 대해?】
쉽게 분을 가라앉히지 못하는 이스라와 달리, 토드는 바닥에 정좌한 채로 명상에 잠겼다.
‘육신이 액화되는 병이 있던가? 산 채로 엑토플라즘화?’
현재로선 감염 경로, 전염성, 치명률, 어떤 것도 확정 짓기 어렵다.
혹시 몰라 표본을 확보해두긴 했어도 더 많이 필요했고, 시설이나 장비도 마땅치 않다.
어찌 됐든 뫼를렌푸르트 측에서 접촉해올 것이니 느긋한 마음으로 기다렸다.
철컹.
‘양반은 못 되겠네.’
토드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요제핀이 토드를 가리켰다.
“거봐. 내가 뭐랬어. 수상하다고 했지? 돌아서니 바로 일이 터지잖아.”
토드는 빙긋 웃으며 대꾸했다.
“안타깝지만 전 이번 사태의 주모자가 아닌, 목격자입니다.”
“오, 그러셔?”
요제핀은 철창에 얼굴을 들이민 채 뇌까렸다.
“사망자는 뫼를렌푸르트에 연고도 없는 떠돌이 부랑자에, 거리 생활로 쇠약해진 상태였어. 이보다 희생양으로 삼기에 적합한 대상이 따로 없지.”
이미 그녀의 눈빛은 확신으로 차 있었다.
“게다가 주변의 정황을 들어보니 마지막으로 접촉한 건 그쪽인 것 같던데? 이 상황에서 유력한 용의자가 당신 외에 있을까? 어떻게 생각해. 사령술사.”
“그랬다면 제가 사망자를 발견하는 즉시 경비대에 제보할 이유가 있었을까요.”
그녀가 이를 드러내며 속삭였다.
“있고말고. 너희를 비롯해 금지된 술법을 부리는 놈들은 하나같이 기만에 능숙하지. 이렇게 네 쪽으로 이목을 집중시키고, 인력의 공백이 발생한 틈을 타 역병이 퍼져나가게끔 하려는 수작이 아니겠어?”
토드는 차분히 반론에 나섰다.
“라우터바흐 양의 추리는 그럴싸합니다만, 만약 제가 뫼를렌푸르트에 역병을 퍼뜨리고자 했다면 애당초 수행단을 이끌고 정문으로 당당히 들어오지도 않았을 겁니다. 더 비밀스러운 경로를 택해서 도시에 침입했겠죠.”
“하! 지금 범행 경로를 실토하는 거야?”
빈정대는 요제핀을 향해 토드가 읊조렸다.
“아뇨. 라우터바흐 향. 명확히 상기시켜드린 겁니다. 저는 분란을 일으키러 온 것이 아닌, 협력자의 신분으로 왔다는 점을요. 그래서 구금 조치에도 순순히 협력한 겁니다.”
그는 머리를 두들기며 덧붙였다.
“그뿐만 아니라 시신이 그 자리에서 방치되었다면 감염이 퍼질 텐데, 뭐하러 경비대까지 불러들이겠습니까.”
“경비대를 유인해서 감염을 유도하려는 술책은 아니고?”
“그래서 제 기사를 통해 역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있다고 사전에 고지해뒀습니다. 달려오신 경비대원 분들도 간소하지만 대비를 해둔 상태였고요.”
토드는 두 적색 마법사들 너머 대동한 하사관을 바라봤다.
코웃음을 흘린 요제핀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녀의 손바닥에 선명한 불꽃이 맺혔다.
“제법 변명은 그럴싸하게 꾸며내는데, 진실의 불 앞에서도 계속 위증을 지껄일 수 있을까?”
토드는 물러서는 기색 없이 오히려 감탄했다.
“이야, 논리에서 밀리니 고문을 하겠다니. 이게 적색 마탑의 방식인가요? 역시 뫼를렌푸르트 최고의 지성다운 태도입니다.”
요제핀은 입가를 이죽거리며 손끝을 세웠다.
“애초에 너처럼 역겨운 놈과 말을 섞어준 것만으로도 황송해야지. 정말 송장 부리는 놈이 역병과 관계가 없다고? 누구더러 믿으라는 건데?”
“믿고 말고는 당신의 자유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은 알아두세요. 저는 이번 역병 또한 황소대공의 사주라고 확신합니다. 저는 이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온 곳이고, 당신이 저를 이렇게 붙들고 늘어지는 동안, 계속 쓸데없이 시간만 소모되는 겁니다.”
“마치 이 사태를 해결할 사람이 나밖에 없다는 식으로 말한다?”
“그야 당연하지요. 전 그 역병을 퍼뜨리려는 자들이 누구인지, 구체적으로 알고 있으니까요.”
요제핀이 손을 치켜들었다.
“개소리! 네 간교한 혓바닥에 계속 놀아나느니, 차라리─”
그때, 뒤에 있던 이가 나직이 말했다.
“마지스터 라우터바흐.”
줄곧 대화를 경청하던 사내는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며 철창 앞에 섰다.
“일단 그의 증언을 마저 들어보겠소.”
표정을 구긴 마법사는 거칠게 불꽃을 거두며 물러섰다.
“토드 셰우드, 자네는 이번 라이히슈타크에 참관인 자격으로 초청된 켄젤슐리텐 변경백의 가신으로서 왔다고 들었네.”
사내의 말에 토드가 미소로 화답했다.
“그렇습니다. 시장님.”
손에 낀 반지의 문양이나 훌륭한 옷감의 품질만 보더라도 그의 정체를 유추하는 건 어렵지 않았다.
중요한 건 이자가 과시욕이 가득한 성정의 사내라는 것. 모자에 꽂힌 공작 깃이나, 제후들조차 꺼릴 화려한 복색, 구두를 통틀어 금화 한 자루는 넘을 값이었다.
온몸에 주렁주렁 달린 사치품만 아니었다면 이게 광대인지 시장인지 분간이 안 갈 정도였다.
‘잃을 게 많은 사람일수록, 두려움이 많지.’
그는 역병이 퍼지는 걸 누구보다도 두려워하고 있다.
“그럼에도 뫼를렌푸르트 자유시는 어떠한 제후의 통치를 받지 않는 만큼, 자네의 지위가 목숨을 담보해주지 않네. 자네의 언행에 따라 자유시의 법에 의해 처벌될 수 있음을 인지하고 있나?”
“물론입니다. 시장님.”
눈알을 굴리던 시장이 재차 물었다.
“자네는 이 사태의 주모자를 알고 있더랬지. 그들이 누구인가?”
“그들은 ‘살점 도서관의 사서들’이라는 흑마법사 집단입니다. 오래전부터 온갖 악독한 역병을 연마하며 제국의 음지에서 암약해온 놈들이지요.”
토드는 시장에게 황소대공과 흑마법사들의 연계, 그의 의도와 목적을 풀어 설명했다.
자초지종을 전해 들은 시장은 도저히 믿기 어려운 표정이었나, 어렵사리 입을 열었다.
“···그럼, 자네에겐 이 사태에 대응할 방안이 마땅히 있는가?”
“우선 뫼를렌푸르트의 관문을 모두 폐쇄하고, 외부의 왕래를 차단해야 합니다.”
시장이 즉각 반발했다.
“도시를 봉쇄하라고? 그건 안 돼! 이제 라이히슈타크가 고작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는데.”
“그러지 않으면 감염 경로를 파악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도시 내부에 암약하고 있을 흑마법사들을 색출하는 것도 원활하지 않고요.”
“라이히슈타크가 취소되는 것만은 있을 수 없어! 내 모든 사활이 걸린 일이란 말이다.”
토드가 미간을 좁힌 채 속삭였다.
“시장님, 한번 역병이 돌면 걷잡을 수 없이 번져나갈 겁니다. 그땐 라이히슈타크 개최에 문제가 되는 것뿐 아니라, 도시 전체가 위험해집니다.”
“아직 죽은 자는 1명, 그것도 부랑자 아닌가? 역병이라는 것도 순전히 자네의 주장일 뿐이고!”
물러서 있던 요제핀이 교묘하게 끼어들었다.
“아무리 그가 제국 봉신의 신하라곤 하나, 사령술사는 신뢰해서는 안 될 족속이에요. 도시를 봉쇄할 필요 없이, 시체가 발견된 구역을 당분간 폐쇄하면 그만이고요.”
마침 그게 듣고 싶은 말이었던지, 시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스터 라우터바흐의 말이 옳소! 도시를 봉쇄하라니! 얼토당토않은 소릴!”
“더군다나 저자가 도시에 들어오자마자 불길한 일이 터진 걸 생각해보세요. 이게 정말 우연의 일치일까요?”
“그것도 맞는 말이지.”
입술을 깨물고 있던 카리나가 개입했다.
“하지만 시장님. 저는 쾨흘링 분쟁에서 직접 사령술사의 행적을 목격한 바로 조언하자면, 그는 해악을 몰고 다닐 인물이 아니에요. 그라워볼프 공작의 타락을 밝힌 것도 토드였고요.”
헛웃음을 터뜨린 요제핀은 카리나를 쏘아봤다.
“야, 카리나! 너 정말 이 상황에서까지 저놈을 두둔할 생각이야? 저건 섭리를 모독하고, 인간의 영혼을 갖고 노는 외경자라고!”
화륵.
불길이 번뜩이고, 어느새 카리나의 손에 얇은 쇠로 된 봉이 들려 있었다.
7개의 선명한 문양이 춤을 추며 일렁였다.
“난 몇 주 동안 저 사령술사와 더불어 이리공의 폭정으로부터 싸웠어. 저 녀석은 부리는 힘이 껄끄럽긴 해도, 뫼를렌푸르트에 역병을 퍼뜨릴 만한 악인은 아니야.”
육안으로 경지의 우열을 확인한 요제핀이 주춤거렸다.
“···어떻게 확신해. 네 앞에서 저놈이 널 속인 거라면? 네 안목을 장담할 수 있겠어?”
카리나는 봉을 거머쥔 채로 답했다.
“에메랄드 석판과 14개 조항의 밑에 새겨진 내 이름을 걸고 맹세할게. 그럼 됐지?”
마법사의 지위까지 걸겠다는 발언에 요제핀은 쉽사리 대꾸하지 못했다.
카리나는 거침없이 철창을 향해 봉을 내리쳤다.
카앙!!
아무렇지 않게 봉을 거둔 카리나는 퉁명스러운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빨리 나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