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53)
#153. 무슨 생각이지?
작가의 컨디션이 조금 회복되는 것이 좋은 소식의 발단이었던 듯 >환생 연인>의 시청자 평가는 회를 거듭할수록 좋아졌다. 이미지에서 오는 괴리감에 김현민과 재인을 깎아내리던 사람들의 평도 서서히 바뀌었다.
-전생에 진수 죽인 거 혹시 부원장 아님? 진수가 살해당한 시기와 세미나 때문에 한국에 귀국했던 시기가 같잖아. 인터뷰 기사가 복선 같은데.
-범인 경찰 서장 아님? 사건 파일도 없애고 최동훈한테 다른 사건 조사하라고 하고.
-그런데 이재인 표정 진짜 좋지 않음? 솔직히 얼굴 때문에 집중 안 될 줄 알았는데 집중하다 화면에 빨려 들어갈 뻔…
-김진수가 범인인 척하다가 갑자기 분위기 바꿔서 안 죽였다고 말할 때 소름 ㄷㄷ
-ㅇㅈ 이재인 김현민 둘 다 연기 너무 잘해서 소름 돋음
-환생 연인 최동훈이랑 김진수가 같이 연쇄 살인범 추적할 때부턴 진짜 시간 순삭 장난 아님
-연기, 대사, 표정, 목소리, 진짜 다 최고다!! 완벽하뮤ㅠㅠㅠㅠ
-내용도 재밌지만, 이재인 딕션이 ASMR 같아서 자꾸만 보게 된다는
-그런데 이거 로맨스 아니었어? 아무도 로맨스 얘기는 안 해ㅋㅋㅋ
재인은 하찬을 찾으러 김주희 작가의 텐트로 들어왔다가 우연히 보게 된 모니터에 민망한 듯 고개를 돌렸다. 드라마 클립 영상 아래 달린 댓글에 그의 연기를 평가한 내용이 나와 있었기 때문이었다.
‘최동훈이 사건 파일을 찾아내기 직전에 서장이 없애는 장면이네.’
재생이 끝난 동영상은 김진수를 범인으로 오해한 최동훈이 몰아붙이는 장면과 최동훈이 김진수에게서 얻은 연쇄 살인범에 관한 힌트를 따라 미제 사건 파일을 찾는 장면이었다.
과거의 연쇄 살인 사건의 파일과 증거 등을 찾으려는 최동훈과 당시 사건 담당 형사였던 경찰 서장이 간발의 차로 엇갈리는 장면은 꽤 긴장감 있었다.
‘그나저나 작가님은 이대로 둬도 괜찮은가?’
잠들어 있으면 깨우지 말고 그대로 두라는 감독의 얘기를 듣기 했지만, 이대로 하찬만 데리고 가도 될지 알 수 없었다.
하찬을 품에 안고 주변을 둘러보던 재인이 빈 보온병을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진정 효과가 있는 차를 마신 김주희 작가는 한동안은 깨지 않고 잘 것이다. 감독 말대로 그대로 두는 게 최선이었다.
“치유. 안녕히 주무세요, 작가님. 하찬아 가자.”
“먀아앙.”
짧은 휴식을 취하는 작가의 피로를 풀어 준 재인이 하찬을 데리고 텐트를 벗어났다.
“매니저님 이제 가요. 하찬이 데려왔어요.”
“작가님은 같이 안 나오셨습니까?”
“잠드셨어요. 식어도 괜찮은 메뉴가 있으면 챙겨 놓고 아니면 요깃거리를 따로 보내 드려야 할 것 같아요.”
“그러는 게 낫겠습니다.”
“네. 가자, 하찬아. 오늘은 네 것도 준비해 뒀다고 했어. 맛있는 거로 준비했대.”
“먀아앙.”
재인은 하찬을 추슬러 안으며 걸음을 서둘렀다. 아직 늦진 않았지만, 기다리는 사람이 있는 터라 김주희 작가의 텐트에서 시간이 조금 지체된 게 신경 쓰였다.
‘곧 실전 연수를 받으러 가야 해서 바쁘다더니 서포트할 시간을 다 내고. 정말이지.’
>환생 연인> 촬영을 시작한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엔딩 부분 촬영에 가까웠다. 뒤늦게 투입되어서 마지막 회 방영 전 주까지 촬영해야 할 테지만, 그것도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서포트는 생각도 못 했는데, 신화 팬 카페에서 서포트를 하고 싶다는 소식을 전해 왔다. 박원영 등의 바쁜 사정을 잘 아는 재인이 거절할까 봐 서포트 소식을 그에게는 당일까지 알리지도 않았다.
“이럴 때 실화냐고 물어야 하는 거 맞죠?”
“아마도요. 저도 이 정도일 거라고는 생각 못 했습니다만…….”
“날이 갈수록 서포트 규모가 커지는 거 같아요.”
“…….”
이번 서포트는 뷔페를 차려 줬던 첫 번째 서포트나 호텔 도시락이었던 두 번째 서포트보다 규모가 더 컸다. 식사 장소로 정해진 구역의 넓이도 메뉴나 테이블 세팅도 이전과 비교가 어려울 정도였다.
‘대체 셰프를 몇 명이나 초빙한 거야?’
바비큐 그릴 앞에 한 명, 파스타 팬 앞에 한 명, 음료와 디저트 섹션에 한 명, 얼핏 보이는 것만 해도 세 명이었다. 사람들에 가려서 보이지 않는 숫자까지 더하면 못해도 대여섯은 될 것 같았다.
“재인 씨!”
“네, 감독님. 식사하셨어요?”
“이제 먹어야죠. 그 전에 고맙다고 말해야 할 것 같아서 기다렸어요.”
“뭘요. 제가 준비한 것도 아닌데요.”
“재인 씨 생각해서 팬들이 준비해 준 거니까, 너무 빼지 말아요. 고마운 건 고마운 거예요. 상황이 이래서 종방연은커녕 회식 자리 한 번 갖기도 쉽지 않은데 진짜 고마워요.”
입구에 서서 구경하는 재인에게 감독이 다가왔다. 그는 한눈에 봐도 서포트에 감격한 얼굴이었다.
결방과 배우 교체로 주춤했던 시청률이 기존 시청률과 비슷한 정도로 오른 상황이었다. 충분히 기뻐하고 축하해도 되는데 현장에서 그런 분위기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성적에 불만이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니었다. 그런 곳에 신경 쓰지 못할 만큼 촬영 스케줄이 빠듯하기도 했고, 무엇보다 탁동훈과 기영이 여전히 입원 중이라서 마음 편히 기뻐할 수도 없었다.
“두 사람 때문에 벌어진 일이긴 해도 반년이 훌쩍 넘게 같이 일한 사람들이라서 말이죠. 솔직히 사고를 친 건 밉지만, 마냥 미워하기도 어려워서요. 그전까지 같이 촬영하는 동안 힘든 촬영도 군말 없이 다 해 주던 사람들이라.”
“당연한 일이에요. 걱정이 안 될 수 없죠.”
“이해해 줘서 고마워요. 오늘 식사도 고마워요. 촬영 막바지에 다들 지쳐 있었는데 이런 대접을 받아서 오늘은 힘 좀 나겠어요. 준비해 주신 팬들한테 감사하다고 대신 전해 줘요.”
“네, 전해 드릴게요.”
재인은 >황태자비 스캔들>을 촬영하는 동안 스트레스를 받기도 하고 어서 끝났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었다. 그러나 막상 촬영이 끝나자 탈력감과 동시에 짙은 아쉬움을 느꼈었다. 처음부터 아주 내키는 촬영이 아니었는데도 그랬다.
그가 그럴 정도이니 폭주 사건을 빼면 원활하게 촬영하던 >환생 연인>의 스태프와 제작진의 심정은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런 아쉬움과 미련이 남았을 스태프들을 위로할 자리를 만들면 좋을 텐데 상황이 여의찮았다. 두 명의 배우가 지금도 병상에 누워 있는 상황이라서 소란스럽게 종방을 축하할 상황이 아니었다.
‘매 서포트가 다 고마웠지만, 이번에는 특히 더 고맙네.’
바쁜 와중에 챙겨 준 것도 고맙고 종방연도 하지 못하는 스태프와 제작진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어 준 것도 고마웠다. 고마움을 느끼는 만큼 친구들과 한곳에 모여 있는 박원영을 향하는 재인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재인 님!”
“오랜만이에요. 잘 지냈어요?”
“네, 잘 지냈어요.”
“오늘 이런 자리 마련해 줘서 고마워요. 요사이 조금 지친 감이 있었는데 덕분에 저도 동료들도 힘을 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히히. 칭찬받았다. 재인 님 이리 오세요. 팬 카페 회원들 소개해 드릴게요.”
첫 번째 서포트에서 다섯 명이 대표로 왔던 것과 다르게 이번에는 열 명 넘게 늘어난 인원으로 서포트 현장을 방문했다. 서포트 인원에는 박원영 또래도 있었고 그보다 어려 보이는 팬, 회사원처럼 슈트를 입은 팬도 있었다.
‘어? 어라? 저 사람은…….’
박원영 일행과 같이 다른 팬들을 만나러 가던 걸음이 순간 멎었다. 팬들 사이에 섞인 한 인물 때문이었다.
장소와 그다지 어울리지 않는 슈트 차림의 >완벽한 파트너> 해외 프로모션 마지막 도시의 병원에서 봤던 빌런 빌리 브라운, 그가 팬들 사이에 있었다.
“신혜영 데이지님이세요. 웨이브에서 블로거로 되게 유명하세요. 블로그에 재인 님 작품 리뷰도 많아요.”
“아이, 참. 민망하네요. 신혜영이에요.”
“이재인이에요. 오늘 와 주셔서 고마워요. 블로그 주소 알려 주세요. 나중에 꼭 방문할게요.”
“여기, 이분은 한성훈 데이지님이세요. 팬 카페에서…….”
재인은 빌리 브라운에게로 시선이 향하는 것을 애써 참았다. 빌리 브라운이라는 악명 높은 빌런이 이곳에 있는 사실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 그저 박원영이 소개해 주는, 이곳까지 찾아온 팬이 고마워서였다.
‘게다가 이 호의적인 기운은 대체…….’
베이징 외곽 대학 부속 병원의 허름한 병실에서 봤을 때와 다르게 빌리 브라운에게서는 무척이나 호의적인 기운만 느껴졌다.
빌리 브라운은 하급 신관이 될 정도로 신뢰하는 박원영과 친구들한테는 못 미치지만, 다른 팬들과 비슷한 정도로 호의적이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으나 덕분에 당장은 위험할 것 같진 않았다.
“그리고 이분은 빌리엇 블랙우드 아저씨세요. 이번 서포트를 많이 도와주셨어요.”
“블랙우드 씨 반가워요, 이재인이에요. 서포트에 도움을 주셔서 고마워요. 덕분에 더 기운차게 촬영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크흠! 그거면 충분합니다.”
박원영의 마지막 소개는 빌리 브라운이었다. 재인은 그가 아는 이름과 다른 이름을 소개받았지만, 내색하지 않았다. 숨기고 있는 정체를 굳이 밝혀서 다른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싶지 않았다.
‘놀라기만 할까. 세계적으로 악명을 떨치는 빌런이 촬영 현장에 같이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 다 도망가겠지.’
촬영이고 뭐고 내팽개쳐 버리고 현장에서 벗어나려는 사람들로 소동이 벌어질 것이다. 키퍼도 출동하고 키퍼의 백업을 위해서 스트라이커들도 다수 현장으로 올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는 다시 결방하겠지.’
3주 결방의 여파를 이제 겨우 회복한 참인데 또다시 결방하면 이번에야말로 회복하지 못할 것이다. 겨우겨우 유지되는 작가의 멘탈이 바사삭 부서질 수도 있었고, 방송사에서 문제가 많은 작품이라고 판단해서 조기 종영을 결정할 수도 있었다.
“블랙우드 씨는…….”
“성씨로 부르니 차갑게 느껴집니다. 괜찮으시다면 비비라고 불러 주시겠습니까?”
“비, 비요?”
“네. 재인 씨만 부르실 수 있는 애칭입니다.”
무슨 일로 촬영 현장에 왔는지 물으려던 재인의 입이 닫혔다. 눈까지 빛내며 기대하는 빌리 브라운에게는 미안했지만 비비라는 애칭을 바로 부를 정도로 그의 낯은 두껍지 않았다.
‘빌리도 아니고 비비라니! 그걸 어떻게 부르라고.’
빌리 브라운의 성과 이름의 이니셜을 딴 애칭을 부르지 못하는 재인 대신 하찬이 나섰다. 작은 고양이 모습이라서 그다지 위협적이진 않았지만, 나름 매섭게, 앙칼지게 경고했다.
“카오옹!”
“…….”
“카오오옹!”
“와아. 무섭다.”
전혀 무섭지 않아 하는 표정과 말투로 엄살을 부리는 빌리 브라운의 모습에 만족했는지 하찬이 금방 경고를 끝냈다.
“아하하하. 하찬이 엄청 무섭다.”
“카오옹!”
“응, 응. 알았어, 하찬이 무서워. 무서운 하찬아 밥 먹자.”
“먀앙.”
반응 못 하는 재인 대신 박원영이 나서서 상황을 중재했다. 팬을 소개하는 사이 친구가 챙겨 온 고기 접시를 하찬의 앞에 놓아 주면서 어색한 분위기를 수습했다.
“재인 님 다음 달에 미국 가시는 거 맞아요?”
“어떻게 알았어요? 공식 스케줄이 아니라서 공지에 없었을 텐데요.”
“매니저님하고 서포트 일정 짜다가 들었어요. 취소된 종방연 대신 극장 빌려서 다 같이 볼까 했었거든요.”
“아! 그래서 알았구나.”
“네. 그때 출국하셔야 해서 어렵다고 들었어요.”
“매니저님 얘기가 맞아요. 혁이 광고 찍으러 출국해요.”
하찬이 고기를 먹어 치우는 사이 박원영은 재인에게 스케줄에 관해 물었다. 신화에서는 종방연 대신 팬 카페 인원을 모아서 극장에서 마지막 회를 시청할 생각이었다. 그 자리에 재인이 잠깐이라도 참석할 수 있는지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출국 때문에 불가하다는 것이었다.
“미안해요.”
“헉! 아니에요, 아니에요.”
“GPP라는 곡물회사 광고예요. 혁을 모델로 광고를 찍고 싶다고 해서요. 좋은 기회라서 하기로 했어요. 하찬의 경우처럼 출연료를 기부할 계획이거든요.”
“아! 그래서…….”
하찬의 광고 출연료를 기부했던 것처럼 혁이 찍을 광고의 출연료도 기부할 계획이었다. 유기 동물과 국내외 아동 복지를 위해서 도움이 필요한 기관을 지원할 계획이었다.
‘GPP에서 재인을? 무슨 생각이지?’
재인의 설명을 들은 빌리 브라운의 눈이 매섭게 번뜩였다.
혁의 광고 출연에 관한 사정을 듣고 재인의 뜻에 순수하게 감탄하는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는 GPP라는 기업에 대해서 잘 알고 있었다. 세계적인 곡물회사의 탈을 쓰고 있는 GPP가 뒤에서 어떤 일을 벌이고 있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