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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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2. 휴가 동안 할 일
재인은 지금 상황이 법에 저촉되진 않더라도 남의 눈에 띄면 한바탕 소동이 벌어질 거라는 걸 확신했다. 그와 매니저만 있었어도 문제가 될 텐데, 감독에 조감독까지 줄줄이 따라와서 눈에 띄기 쉬운 상황이었다.
‘안 바쁘시나? 진짜 이게 뭐라고 네 명이나 와서 이러고 있냐고.’
작가의 작업실 현관 앞에 성인 남자 네 명이 모여서 검은 고양이 한 마리만 보는 상황이 이상하면서 웃겼다.
“걱정하실 것 없어요. 우리 하찬이가 잘 전달할 거예요.”
“아니. 재인 씨 말을 못 믿는 건 아닌데, 하찬이가 너무 작아서 말이죠. 정말 그 보온병을 옮길 수 있습니까?”
“옮길 수 있어요. 늑대일 때는 이거보다 몇 배는 큰 것도 잘 옮기는 걸요.”
“하지만 지금은 작은 고양이 모습인데…….”
“괜찮아요. 고양이일 때도 힘은 세거든요.”
네 사람의 시선을 모으고 있는 하찬의 옆에는 차가 든 주머니가 있었다. 진정 효과가 든 차에 재인이 다시 스킬을 사용해서 효과를 배가시킨 차였다.
주머니 안에 보온병이 깨지지 않게 완충제도 넣어서 옮기다 떨어뜨려도 안심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오랜만에 펫 전용 퀘스트로 보온병 배달을 작성한 터라 실패는 생각하지 않아도 됐다.
“하찬이 출발. 작가님한테 주머니 배달하고 잠깐 같이 놀다가 와.”
“먀앙.”
“형은 저기 카페에 있을게. 재밌게 놀다 와.”
“먀아앙.”
재인의 신호에 주머니를 야무지게 물었지만, 워낙 작은 체구에 질질 끌리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복도 바닥에 주머니를 끄는 시간은 길지 않았다. 곧 작업실 현관을 그림자 이동으로 통과해서 들어갔기 때문이었다.
“이야! 고 녀석 참 대단하네. 제 몸만 한 걸 잘도 끄네.”
“인제 그만 카페로 내려가요, 감독님.”
“그래요. 내려갑시다.”
작업실 건너편 1층의 카페에서 재인과 감독들이 자리를 잡았다. 평소처럼 사람들 눈에 띄지 않게 안쪽에 자리 잡는 대신 하찬이 돌아오는 걸 잘 볼 수 있게 창 쪽으로 자리를 잡았다.
‘골목 안쪽이라 다행이긴 한데. 그래도 금방 사람들 눈에 띌 것 같아.’
일행이 여러 명이니 바로 다가오지는 않을 테지만 신경이 쓰였다. 자신이나 최상호는 이미 익숙해져서 그러려니 했지만, 감독과 조감독이 불편해할 게 마음에 걸렸다.
“오늘은 샌드위치네요?”
“두 분이 식사 못 하셨을 것 같아서 주문했습니다. 재인 씨 것은 이쪽입니다.”
“고마워요. 감독님 어서 드세요. 하찬이가 금방 나올 수도 있거든요.”
“잘 먹을게요, 재인 씨.”
“잘 먹겠습니다.”
오전 촬영 이후 대본이 넘어오지 않아 식사도 못 하고 마음을 졸인 두 사람이었다. 최상호는 그런 두 사람의 상태를 알고 챙겨 주는 중이었다.
‘우리 하찬이가 잘해야 할 텐데. 걱정이네.’
저에게 하듯이 폭주 사고 트라우마를 겪는 작가를 위로해 주는 것은 바라지도 않았다. 그저 퀘스트로 요청한 진정 효과 차를 잘 배달해 주는 정도만 바랐다.
* * *
>환생 연인>의 작가 김주희는 작업실 방에 틀어박혔다. 집중해서 대본을 쓸 때 빼고 거실에서 보조 작가들과 떠들면서 아이디어를 수집하는데 지금은 그럴 수 없었다. 목에서 나는 쇳소리가 거슬려서 나갈 수 없었다.
“오늘은, 켁! 무슨 일이세요?”
“날 위해서 그 사람을, 크흡. 나를 구해 준 사람이 진수 씨, 켁.”
“너는 날 살리려고 그런 건데, 내가 그것도 모르고…….”
대본을 적는 중 몇 번이나 목이 갈라지는 듣기 싫은 소리가 났다. 그게 거슬려 잠시 멈추면 힘겹게 끌어모은 집중력이 모래알처럼 흩어지곤 했다. 썼던 문장을 다시 쓰고, 지우고. 한 페이지 한 페이지 완성하는 게 고역이었다.
대사를 입으로 읊지 않고 쓸 수 있으면 좋겠지만, 입으로 직접 뱉어 보지 않으면 대사의 맛을 살릴 수 없었다. 오랜 시간 그렇게 해 와서 이미 습관이 되어 고치기 힘들었다.
‘피해! 아아악!’
‘막아! 사람들 쪽으로 못 가게 해!’
‘이쪽으로 오세요. 위험합니다.’
그렇다고 책상을 벗어나는 일도 쉽지 않았다. 책상을 벗어나 쉬기 위해서 누우면 탁동훈과 기영이 폭주하던 장면이 떠올랐다.
순식간에 나타난 각성자 일부가 두 사람을 제압하기 위해 달려들었다가 피투성이가 되어 던져진 장면이나 다친 스태프를 겨우겨우 현장에서 꺼내 안전한 장소로 옮기던 장면들이 계속 반복됐다.
‘약을……. 아니야, 지금은 약을 먹을 순 없어.’
병원에서 처방받은 약을 먹으면 쉴 수 있었지만, 그 이후에 드는 죄책감은 너무 괴로웠다.
제대로 쉬지 못해서 머리는 무겁고 어깨는 단단하게 굳었지만, 몇 시간 잠의 대가로 수백의 인원이 손을 놓고 기다리는 상황은 끔찍했다. 차라리 몸이 고단하더라도 책상 앞에 앉아 있는 게 훨씬 나았다.
“먀앙!”
“허억!”
“먀아앙!”
“뭐, 뭐. 어디야?”
감독과 최상호한테 고양이를 보내겠다는 연락을 받았었는데도 김주희는 깜짝 놀랐다. 결과는 좋지 않았지만, 대본을 쓴다고 속을 태우느라 고양이가 올 거라는 얘기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덕분에 온몸에 오스스 소름이 돋을 정도로 놀랐다. 고양이를 좋아하고 오래 키운 것과 별개로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들리는 고양이 울음소리는 공포심을 불러일으키기 딱 알맞았다.
“먕! 먕, 먕먕!”
“아! 여기 있었구나.”
“먀앙!”
“맞다. 고양이가 온다고 했었지.”
발등을 건드리는 온기에 내려다본 자리에 검은 고양이가 있었다. 조그마한 몸에 앞발을 모으고 빤히 올려다보는 모양이 놀란 게 미안할 정도로 사랑스러웠다.
기영의 대타로 드라마에 합류한 이재인이 키우는 검은 고양이였다. 얼굴과 가슴, 네 발에 하얀 털이 난 턱시도 고양이였다.
“먀앙.”
“진짜 눈동자가 십자가 모양이구나. 신기해라. 사료 봉지에 나온 사진은 보정한 건 줄 알았는데.”
“먀앙!”
“주머니 보라고?”
“먀앙.”
옆에 놓인 주머니를 작은 앞발로 탁탁 치는 모양이 심상치 않았다. 귀여운 외모와 다르게 상당히 고집 있어 보였다.
“보온병?”
“먕먕!”
“메모도 보라고?”
“먕! 먕먕! 먕!”
“아! 간식이 같이 들어 있었구나. 이거 달라는 거야?”
주머니 안에 들어 있는 고양이용 스틱 간식을 꺼내고 나서야 울음소리가 멎었다. 성깔이 있겠거니 했지만, 짐작보다 더했다.
“고양이, 너. 주인님 재질이구나.”
“먀앙.”
“맛있어요?”
“먀아아.”
커피 잔 받침에 짜 준 간식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작은 몸과 다르게 간식을 먹어 치우는 속도는 큰 개 못지않았다.
“더 먹고 싶어요? 어떡하지. 작업실에 간식이 하나도 없는데.”
“먀앙!”
“대신 이걸로 놀아 줄까요?”
“먀앙.”
간식이 더 먹고 싶은지 빈 그릇을 몇 번 핥는 모습이 불쌍했다. 어디에 묶여 있던 건지 모를 리본을 꺼내서 흔들자 바로 일어서 앞발을 휘둘렀다.
김주희는 목에서 쇳소리가 나는 것도 잊고 고양이한테 말을 걸었다. 고양이랑 노는 데 정신이 팔려서 대본도 목에서 나는 쇳소리도 잊어버렸다. 그런 걸 떠올리지 못하게끔 하찬이 놀자고 재촉했다.
“헉헉! 고양이야, 조금만 쉬자.”
“먀앙.”
“고마워. 너도 쉬고 있어.”
“먀앙.”
고양이는 아직 놀이가 부족한 듯했지만, 열정적으로 방 안 곳곳을 휘저으며 놀아 준 덕분에 김주희의 체력은 바닥난 상태였다.
방 한구석에 놓인 데이 베드에 몸을 누인 김주희의 눈에 바닥을 뒹구는 주머니가 들어왔다. 하찬이 가져온 것이었는데 간식을 먹이고 같이 노느라 완전히 잊고 있었다.
“끄응! 아이고, 온몸이 다 쑤시네.”
누운 지 일 분도 되지 않아 다시 일어나려니 온몸이 쑤시는 것 같았다. 그래도 기껏 작은 고양이가 챙겨 온 물건인데 바닥에 뒹굴게 놔두는 건 마음에 걸렸다.
“이름이 하찬이였구나.”
“먕.”
“진정 효과가 있는 차네. 마셔 볼까?”
“먀앙.”
메모는 재인이 쓴 것이었다. 메모는 하찬의 이름과 보온병에 담긴 차의 효능만 짧게 적혀 있었다. 대본을 기대한다거나 힘내라는 말 같은 건 적혀 있지 않았다. 사무적으로 보일 정도로 간략한 내용이라 오히려 마음이 편했다.
“맛있다. 나중에 무슨 차인지 이름 물어봐야겠어.”
“먀앙.”
“하암! 고양아, 조금만 기다려. 5분, 5분만 자고 다시 놀아 줄게.”
“먀앙.”
재인이 보낸 차를 마신 김주희는 쏟아지는 잠 때문에 자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랐다. 그냥 아주 잠깐 자고 일어나서 고양이랑 다시 놀아 줘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
* * *
세트 안으로 들어가던 재인의 시선이 촬영장 한쪽으로 향했다. 시선의 끝에는 살짝 열린 입구를 제외하고 사방이 막힌 텐트, 관심을 가지지도 접근하지도 말라는 주의를 받은 텐트가 있었다.
감독을 제외한 출연진, 제작진 누구도 들어갈 수 없는 장소에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당당하게 들어가고 있었다.
‘아침에 차하고 간식을 보내길 잘했지. 안 그랬으면 민망해서 얼굴도 못 들었겠어.’
하찬이 제집인 양 들어가는 곳은 김주희 작가의 텐트였다. 그날 재인이 보낸 차를 마신 그는 거의 한 달 반 만에 푹 잘 수 있었다. 대본에 대한 걱정도 잊고 사고 장면도 떠올리지 않고 다음 날 아침까지 푹 자 버렸다.
그리고 미친 듯한 속도로 한 회분의 대본을 써냈다. 대사를 읽을 때 듣기 싫은 쇳소리가 나도 신경 쓰지 않고 쭉쭉 글을 썼다.
그 이후 촬영장에 텐트가 생겼다. 스튜디오든 야외 섭외 장소든 관계없이 재인과 하찬이 있는 장소에는 항상 김주희 작가의 텐트가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 텐트에는 작은 검은 고양이 손님이 어김없이 찾아갔다.
‘하찬이 애니멀 테라피에 소질이 있는 건가?’
하찬이 찾아갈 때마다 가끔 텐트 밖으로 웃음소리가 흘러나오는 걸 보면 아주 근거 없는 얘기는 아닌 듯했다.
사실 가장 유력한 것은 재인이 매일 빼놓지 않고 보내는 진정 스킬이 들어간 차의 효과였지만, 하찬의 성과를 줄이고 싶지 않았다.
“김 작가. 여기 대사 좀 바꿔야 할 것 같아.”
“어디요?”
“여기. 김진수 오해 풀리는 장면에서 최동훈이 사과하는 부분. 너무 쉽게 사실을 받아들이지 않아?”
“그래요?”
작가가 촬영장에 상주하게 되어 제일 좋은 점은 감독과의 소통이 쉬워진 점이었다. 지금까지는 수정이 필요한 부분이 생기면 보조 작가한테 연락하고 다시 작가에게 말을 전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지금은 몇 미터만 걸어가면 충분했다.
덕분에 대본이 예전처럼 빨리 나오지 않는 상황에서도 현장의 분위기는 그럭저럭 괜찮았다. 촬영 속도도 아주 느리지 않아서 생방송까지 갈 일은 없어 보였다.
“재인 씨 촬영 끝난 뒤 잠시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스케줄 정리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네, 회사로 갈까요?”
“그러시겠습니까?”
촬영이 끝나 갈 무렵 시간을 내 달라는 최상호의 말에 재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스케줄 브리핑은 대부분 촬영장으로 출근하는 길에 하는 편인 최상호가 그를 따로 찾을 때는 광고나 특별한 행사 일정이 생겼을 때뿐이었다. 지금처럼.
“표창이요?”
“예. 대표 선수단을 도와준 일로 생명 존중 문화 조성 모범 시민으로 선정됐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체육회에서도 따로 감사패를 수여하고 싶다고 연락이 왔고요.”
“굳이 안 받아도 되는데요.”
“받으셨으면 합니다. 안 좋은 뉴스가 많은 시기인데 이런 기사가 나오면 팬들이 안심하고 좋아할 겁니다.”
“그럴 수도 있겠네요.”
“그리고 이거는…….”
재인은 팬들이 좋아할 기사라는 얘기에 고민 없이 표창식 참석을 결정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광고 얘기는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다.
“광고요? 우리 혁이한테요? 하찬이 아니라요?”
“혁이 맞습니다.”
“세상에. 세계적인 곡물 회사에서 어떻게 우리 혁이를 알고.”
“로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그 회사 마스코트가 독수리입니다. 지기지기 농장 편에서 혁이 변신한 모습이 마음에 들었나 봅니다.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할게요. 어차피 휴가 기간이니까요. 여행 삼아 다녀오죠. 휘유. 혁이 덕분에 미국 여행을 다 하겠네요.”
혁의 광고 촬영. >환생 연인> 촬영이 끝난 후 휴가 동안 할 일이 한 가지 더 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