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47)
#47. 펫 등록
재인의 신상에 이상이 생긴 걸 제일 먼저 알아차린 것은 김태오였다. 재인의 뒤를 쫓으라고 시킨 해성이 비상 신호기를 울렸기 때문이었다.
김태오는 고객과 면담 중이던 그의 머릿속으로 날카로운 경고성이 울리기 무섭게 태도를 바꿨다. 속상하고 슬픈 걸 토로하는 단계를 지나 자기 연민에 찬 넋두리를 늘어놓는 고객을 진지하게 상대하던 걸 그만두었다.
“위자료는 이만큼 받아 드리면 되겠습니까?”
“네?”
“아이 양육권은 어머니한테, 친권 행사는…….”
“잠, 잠시만요. 변호사님 저는 아직 결정을…….”
“더 고민할 게 있습니까?”
단정적인 말에 눈을 동그랗게 치뜨는 중년 여성을 향해 김태오가 내내 참았던 말을 꺼냈다.
“사모님 남편은 이미 젊은 여자랑 신혼 생활을 시작했는데, 갈라서지 않고 어떻게 할 겁니까?”
“아니! 우리 남편은…….”
“남의 편이죠. 당신 편은 두 아이와 반려견 그리고 사거리에 있는 상가 건물이고요.”
“상가 건물?”
“앞으로 아이를 혼자서 양육해야 할 텐데, 그 정도는 받아야 생활이 유지되지 않겠습니까?”
위자료로 상가 건물을 받아 주겠다는 말에 이혼을 망설이고 있다는 말이 쏙 들어갔다. 두 아이도 그녀가 키우고, 걱정 없이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게 재산을 나눌 수만 있다면 굳이 참고 살 이유가 없었다.
“변호사님. 정말로, 정말로 상가 건물 받아 줄 수 있어요? 우리 남편이…….”
“남의 편이요. 결정만 하신다면 바라시는 대로 이뤄드릴 겁니다.”
“부, 부탁해요. 아니, 아니. 상가 건물은 못 받아도 괜찮아요. 우리 애들하고 살 집을 얻을 수 있는 정도면 충분해요. 나도 아직 젊어요. 애들은 내가 건사하면 되니까.”
“……걱정하지 마십시오. 남부럽지 않게 키울 양육비도 받아 드리겠습니다.”
급한 마음에 빠르게 결정하게 하고 상담을 마치려던 김태오는 반성했다. 너무 성급했다.
아무리 위급한 일이 있더라도 한 사람, 나아가 그녀가 키울 아이 두 명의 인생까지 걸린 일을 지나치게 가볍게 여겼다. 그게 아니더라도 일을 맡기로 한 이상 제대로 해야 했는데 조급한 마음에 배려가 부족했다.
“최대한 바라시는 대로 진행하겠습니다. 사모님께선 돌아가셔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십시오. 많이 불안할 겁니다.”
“네, 그래야겠어요. 부탁드려요.”
“예. 맡겨 두십시오. ”
“가 볼게요.”
“살펴 가십시오.”
이미 깨끗하게 사라진 경고성이 신경 쓰이는 것은 여전했다. 그래도 좀 전과같이 조급하게 행동하지 않고, 정중한 태도로 고객을 배웅했다.
“해성에게 일이 생겼다.”
-……보스. 나 지금 제주돈데요?
“아아. 현장에는 내가 갈 거다. 대신 제주도에서 돌아오면 일 하나만 맡아. 쉬운 일이니 금방 해결할 수 있을 거다.”
-무슨 일인데요?
“바람난 남자 뒤 캐는 일.”
-아하, 용돈벌이! 좋아요.
“그래.”
고객을 돌려보낸 김태오는 걸음을 서둘렀다. 해성이 가진 보호 아이템이라면 미사일 폭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었다. 그리고 살아만 있다면 그곳이 어디든 찾아내서 구조할 생각이었다.
-Trrrrr.
김태오가 긴급 신호 위치를 향해 출발하려던 때였다.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왔다.
“네, 김태오입니다.”
-xx 병원입니다.
교통사고를 당한 사람의 긴급 연락처에 김태오의 이름이 등록되어 있어서 연락했다는 얘기였다. 차량이 반파될 만큼 심각한 사고였지만, 다행히 운전자는 상처를 입지 않았다는 소식이었다.
“필요한 검사, 아니, 병원에서 할 수 있는 검사는 전부 해 주십시오.”
-네?
“피로 누적이라고 하셨습니까?”
-네, 사고로 인한 상처는 전혀 없으시고요. 과로로 인한 수면 중이세요.
“곧 대리인이 갈 겁니다. 입원 수속 부탁드립니다.”
-네, 알겠습니다.
재인을 구하러 가기 전에 해성의 일을 먼저 알아볼 생각이었는데, 그럴 필요 없게 되었다. 그가 재인을 구하는 동안 안전한 병원에 있을 테니.
‘밀린 잠이나 자게 둬야겠군.’
김태오는 너털웃음을 지으며 시동을 걸었다. 교통사고 때문이 아닌 수면 부족 때문에 병원에 실려 간 해성 덕에 한결 어깨가 가벼웠다. 재인을 무사히 구해 낼 거 같은 기분이었다.
* * *
재현은 일 분에 한 번씩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었다. 기다리는 연락이 있는데 너무 늦어지고 있어서였다.
“이재현. 너 연애해?”
“……가라. 귀찮게 굴지 말고.”
“뭔데? 누구 연락 기다리는데? 여자 친구? 애인 생겼어?”
“너는 연애할 시간이 있었냐?”
“없었지. 그래서 누군데?”
김나은은 짐작 가는 바가 있었다. 일을 몰아서 하고 설 전후로 휴가를 붙여서 쓰자고 팀원들을 꾈 때부터 이미 예상했었다. 이재현이 오라버님을 만나러 가려는구나 하고.
“오라버님이지? 이따 보기로 했어?”
“쓰읍! 저리 가라, 좀.”
“아, 왜! 나도 좀 알자. 오라버님이랑 뭐 할 건데?”
“내일 같이 놀러 가기로 했다, 왜.”
“나도 가. 나도 오라버님이랑 같이 놀러 갈래.”
“가족 여행인데 어딜 끼려 그래. 저리 가. 안 그래도 연락 안 돼서 불안한데, 정신 사납게 굴래?”
연락이 안 된다는 소리에 김나은의 눈이 동그래졌다. 동생의 노파심이 지대하단 걸 잘 아는 재인은 외출할 때나 귀가할 때 연락을 잊지 않았다. 그녀가 보기엔 이재현이 일하다 말고 쫓아올까 봐, 걱정해서 그러는 것 같았지만.
“촬영 중이 아니라면 오라버님이 그럴 분이 아니신데…….”
“안 되겠다. 가 봐야겠다.”
“어디 계신 줄 알고 무턱대고 가 보겠다는 거야.”
“그럼 어떡하라고.”
“길드 정보부에 부탁해야지. 가족이 실종됐다고.”
실종? 오전에 봉사활동 간다고 연락을 받은 뒤로 반나절이 흘렀을 뿐이다. 그의 형이 비록 위험할 정도로 잘생기긴 했지만, 건장한 성인 남성이었다. 곁에는 어지간한 보디가드 부럽지 않을 반려 몬스터도 데리고 다니는.
“실종이나 가출은 24시간이 골든 타임이래. 늦기 전에 찾아야지.”
“야, 야. 그건 아닌 거 같아. 넌 맨날 나보고 극성이라더니. 어째 지금은 나보다 네가 더 난리냐.”
“몰라. 연락 안 된다는 말 들으니까, 불안하단 말이야.”
“그렇긴 한데…….”
“정보부에도 오라버님 팬 많아. 부탁하면 들어줄 거야. 만약 별일 없으면, 정보부에 오라버님 사진집 기증하면 될걸? 한 다섯 권? 매번 매진이라서 못 산다고 난리였으니까, 그걸로 충분할걸.”
KH 길드 내에서 재인의 인기는 웬만한 슈퍼스타 저리 가라 할 정도였다. 얼마나 인기가 많던지, 공략 정보를 공유하던 길드 게시판이 언젠가부터 재인의 정보를 나누는 게시판으로 바뀌었다.
“그래. 사진집 정도로 해결된다면 부탁하지 못할 것도 없지.”
다섯 권. 상당히 구체적인 권 수였다. 정보부에 있다는 형의 팬 숫자가 그만큼인 것 같았다. 어쩌면 그보다 많을 수도 있고. 혹시라도 사진집으로 부족할 것 같으면 집에 쌓인 형의 프로필 사진 B컷을 풀면 될 것 같았다.
‘이러다 길드에선 형 사진이 재화 대신이 되는 것 아니야?’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재현은 김나은을 말리지 않았다.
반나절의 연락 두절. 평소라면 길드 정보부에 부탁하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재인이 영화 촬영이나 화보 촬영할 때는 그런 일은 종종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이상하게 불안했다. 당장에라도 찾아 나서야 할 것 같았다.
* * *
김태오와 재현이 재인을 찾기 시작할 때 재인은 하찬과 감격의 상봉을 나누고 있었다.
“하찬아, 괜찮아? 다친 데 없어?”
“먀앙.”
“치유해 줄까?”
“먕!”
“다행이다.”
같이 살게 된 뒤로 몇 달이나 지났지만, 고양이 모습일 때는 한 손바닥 위에 올릴 수 있을 만큼 작은 하찬이었다. 그런 하찬이 같이 납치당했다는 사실에 얼마나 놀랐었는지, 그의 손길에 고롱고롱하는 녀석은 모를 것이다.
[펫 등록 조건이 충족되었습니다.]재인이 꽉 안으면 숨이라도 막힐까 조심스레 안은 하찬의 턱을 긁어 줄 때였다. 오프로 해 두었던 메시지가 허공에 출력되었다. 펫 관련 메시지였는데, 그가 설정한 메시지 오프 항목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이었다.
‘하찬이를 시스템에서 펫으로 인정하는 건가?’
반려 몬스터로 등록하고 몇 달이나 같이 먹고 자고 했는데도 나오지 않았던 메시지였다. 그런 메시지가 갑자기 나온 데에는 이유가 있을 것 같았다. 그가 하찬을 펫으로 인정하는 게 아닌, 하찬이 그를 주인으로 인정했다거나 하는.
“하찬이 오빠 많이 걱정했어?”
“먀앙.”
“오빠 괜찮은데…….”
“먕!”
괜찮다고 말하자 조그만 녀석이 앙칼지게 울었다. 똑똑한 아이라서 걱정할까 봐 그랬는데, 전혀 믿는 것 같지 않았다.
“하찬아. 오빠가 네 주인이 되어도 괜찮을까?”
“먀앙.”
“킥. 그래. 혹시 여기, 이렇게, 네모난 거 보여?”
“먀앙.”
재인은 시스템 메시지 박스를 따라 손가락을 움직였다. 네모반듯한 메시지 박스 안에는 펫으로 등록할 생물의 정보를 입력하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여기 건드려 봐. 앞발로 이렇게, 이렇게.”
“먀앙.”
재인은 하찬이 평소에 냥냥 펀치를 날리는 모습을 흉내 냈다. 펫 정보 등록은 메시지 박스를 건드리는 것으로 충분했다.
[하찬(코리안 숏헤어, 그림자 늑대 혼혈종)의 펫 등록이 완료되었습니다.]하찬의 앞발이 메시지 박스를 건드리자마자 기다리던 결과가 나왔다. 시스템상의 펫 등록. 재인은 이로써 공식적으로 또 비공식적인 시스템으로부터 하찬의 정식 주인이라는 인증을 받았다.
“아! 소환.”
하찬을 펫으로 등록하는 일에는 별다른 과정이 필요하지 않았다. 그러나 등록 결과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진작 이런 기능이 있었다면, 걱정을 덜 했을 텐데.’
등록 후 신성력을 사용해서 다른 장소에 있는 펫을 곁으로 불러들이는 스킬이 생겼다. 그뿐 아니었다. 지금까지 모르고 있던 하찬의 종과 성별을, 성별을 알 수 있었다.
“남, 남자아이였구나?”
코리안 숏헤어와 그림자 늑대라는 몬스터의 혼혈종이라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순간이동이라고만 알았던 기술이, 순간이동 중 그림자를 통해서 이동하는 그림자 이동이라는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히 검사관이 여자아이라고 했는데……. 여자아이 맞는데…….’
재현의 도움으로 KH 길드 연구소에서 검사했을 때 검사해 준 연구원이 여자아이라고 했었다. 고양이에 관해 해박한 사람이라고, 하찬이 같은 외양의 고양이를 턱시도라고 부른다는 것도 알려 줬었다. 그래서 계속, 처음 봤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오빠라고 했는데, 아니었다.
“혀, 형이랑 같이 나갈까?”
“먀앙.”
“여기서 나가면 무기로 쓸 만한 걸 찾아보자.”
“먀앙.”
“먼저 문을 찾, 어?”
재인은 하찬의 정보를 보고 놀라서 시스템 창을 미처 닫지 않았었다. 그게 행운으로 작용했다.
‘지도가……. 내가 가 보지 않은 곳까지.’
시스템의 지도는 지도 앱 혹은 내비게이션보다 편한 구석이 많았다. 표기되는 항목이나 확대 비율을 자유롭게 설정할 수 있고, 목적지까지 타이머를 설정하거나 메모를 적어 놓을 수도 있었다.
‘혹시 하찬이가 지나온 통로인가?’
그러나 건물 안이나 빈번하게 상점이 바뀌는 번화가는 실제로 다녀 보지 않으면 확대해서 볼 수 없었다. 그런 곳은 지도보다는 건물 안에 설치된 안내도가 더 자세했다. 마치 게임의 미니 맵처럼 확대했을 때 가 보지 못한 곳은 어둡게 표시되어 있기 일쑤였다.
“우리 하찬이가 보물단지네, 보물단지야.”
“먀아앙.”
시스템 지도에는 하얀 방 한쪽 벽면 바깥에 통로가 있다고 나와 있었다. 하찬이가 지나온 통로였다. 그는 찾아내지 못했지만, 분명히 그쪽 벽에 밖으로 통하는 문이 있을 것이다.
“하찬아. 혀, 형이랑 문 찾아보자.”
“먀앙.”
입에 붙지 않아 어색한 말투로 형이라고 칭한 재인이 호기롭게 벽으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