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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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8. 구출 작전
“그런데 사람을 납치해 놓고 너무 무관심한 거 아니야?”
의심스러운 벽 쪽으로 다가가던 중 든 생각에 재인이 미심쩍다는 표정을 지었다. 사방이 온통 흰색이라 구분하지 못했을 뿐이지 분명히 감시 카메라가 있을 것 같은데, 왜 아무도 와 보지 않는지 이상했다.
‘깨어났으니 와 보라는 말은 아니지만, 기껏 납치한 사람을 방치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하찬이를 어깨에 걸친 그가 통로가 있는 벽을 이곳저곳 만지면서 확인하는데도 아무 반응이 없는 게 이해되지 않았다. 만약 자신이 감시자라면 문 바로 앞에 누군가를 대기시키거나 안으로 들어와서 확인할 텐데, 그러지 않는 게 황당했다.
“하찬아 혹시 벽 너머에 누가 있는지 알 수 있어?”
“먀앙.”
재인은 자신보다 감각이 뛰어날 게 분명한 하찬에게 인기척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한 뼘만 한 고양이한테 도움을 청하는 게 조금 부끄러웠지만, 지금은 그런 걸 가릴 때가 아니었다.
“먕!”
“없다고?”
“먀앙.”
“알았어. 잘했어.”
울음소리로도 대화가 되는 느낌에 재인은 다시 한번 하찬의 지능이 높다는 걸 느꼈다. 손가락으로 하찬의 머리를 긁어 준 뒤 다시 벽을 살피려던 때였다. 어깨에 얌전히 매달려 있던 하찬이 바닥으로 뛰어내렸다.
-킁킁!
그리고 벽 한곳으로 가서 킁킁 냄새를 맡았다.
“아! 거기에서 바깥 냄새가 나?”
“먀앙.”
“하찬이, 너. 진짜 천재 고양이구나.”
“먀앙.”
똑똑하다 똑똑하다 말했지만, 이 정도로 똑똑할 줄은 몰랐다. 방 전체에 낯선 냄새가 가득할 텐데, 그 안에서 바깥 냄새를 구분하다니.
“이제 여기서 어떻게 나가냐가 문젠데…….”
꽉 맞물린 벽은 작은 실금 하나 보이지 않았다. 하찬이의 능력을 의심하지 않는 재인은 문이 있을 법한 곳 앞에 서서 나갈 방법을 고민했다.
공헌도 상점을 이용하는 방법은 탈락이었다. 파는 물품 대부분이 약초나 약초병 같은 물약 제조에 필요한 것이었다.
그나마 파는 것 중 쓸 만한 건 막대뿐인데, 그 막대조차도 그다지 튼튼하지 않았다. 동생 재현과 다르게 남들보다 약간 뛰어난 정도로 신체 능력을 강화할 수 있는 각성자는 수두룩했다.
‘오지수 씨도 그런 각성자니까. 아마 여기에도 더 있겠지.’
보통 사람보다 조금 더 힘이 세지거나 약간 빨리 움직이는 정도라도 허술한 나무 막대로 하는 공격을 쉽게 막아 낼 수 있을 것이다. 게다가 납치범이 갈아입힌 복장은 빠르게 움직이기 아주 불편했다.
‘망사 셔츠는 대체 누구 취향이냐고. 빌어먹을.’
치렁치렁한 겉옷을 벗고 탈출하고 싶었지만, 도저히 벗고 탈출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안쪽에 입은 옷이 속이 훤히 비치는 시스루 셔츠라서였다.
“에이, 진짜 이건 어떻게 여는 거야.”
퍽! 재인은 옷에 대한 분노를 담아 짜증스레 벽을 향해 발을 내질렀다. 그 발길질에 문이 열릴 리는 없었지만, 전체적인 상황이 답답했다.
“크릉.”
“헛! 오빠, 아니, 형 하찬이한테 화낸 거 아니야.”
“크헝.”
“왜? 벽 너머에 누군가 있어?”
재인이 성질을 부린 즉시 하찬이 늑대 형태로 바뀌었다. 자신 때문에 놀라서 변했다 지레짐작하고 달래려 했지만, 아니었다. 벽 너머로 누군가가 온 것도 아니었다. 그저…….
-쾅! 쾅! 쾅!
변한 하찬은 재인이 발로 찼던 위치를 앞발로 후려치고 있었다. 순간이동을 할 줄 아는 자신과 다르게 하얀 방에서 나가지 못하는 재인을 돕기 위해서였다.
“하찬아…….”
문을 부수는 게 쉽지 않은지 하찬의 펀치가 여러 번 이어졌다. 그런 하찬의 뒤에서 재인은 손가락 키스와 윙크를 보냈다.
‘아이, 진짜! 보호막이랑 격려 액션 좀 어떻게 안 되냐고.’
몬스터 믹스인 하찬에게 기술을 걸 때는 사람한테 걸 때보다 신성력의 소모가 컸다. 대신 그 이상으로 효과가 좋았다.
-콰앙! 콰앙! 콰앙!
격려 스킬로 신체 능력이 올라간 하찬의 앞발이 문을 칠 때마다 커다란 소리가 났다. 흰색 칠이 벗겨져 드러난 금속 문이 금방이라도 부서질 것 같이 움푹움푹 패였다.
“와아! 우리 하찬이 힘 진짜 세다.”
“커헝!”
슬라이드 방식인지, 수직으로 내리닫는 방식의 문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문이 어떤 방식이든 하찬의 앞발에 남아나질 못할 것 같았다.
‘민첩한 게 특징인 줄 알았더니, 힘도 세네. 그런데 진짜 왜 아무도 안 오지?’
이 정도로 소란을 피웠으면 누군가 올 법도 했는데 아무도 오지 않았다. 무슨 이윤지 몰라도 자신을 신경 쓰지 못하는 동안에 탈출하면 될 것 같았다.
* * *
영신교 교단은 재인이 하찬과 하얀 방에서 벗어나려고 문을 부수는 동안 신경 쓸 수 없는 상황에 빠져 있었다. 사설 문화 센터로 감쪽같이 속였다고 생각한 교단의 지부로 스트라이커들이 쳐들어왔기 때문이었다.
“멈춰!”
교단의 경비를 맡은 신도들이 막아섰지만.
-콰아아앙!
돌아온 대답은 굉음을 동반한 발길질이었다.
“납치범 주제에 어디서 명령질이야!”
“커헉! 납, 납치범이라니!”
지부 건물 정문으로 당당하게 쳐들어온 스트라이커들의 제일 앞에 선 사내는 특히 과격했다. 멈추라는 당연한 말 한마디를 했을 뿐인데, 건물 바닥에 금이 갔다.
“어디서 헛소리를! 우리가 사람을 납치했다고? 책임지지도 못 할 말을 하는 게 아니지.”
“당신! 여기가 어딘 줄 알고 그런 헛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어디긴, 사이비 소굴이지.”
“도대체 누군데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납치 피해자 가족이다.”
“그러니까 납치라니 무슨 말을…….”
경비의 말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재현이 다시 한번 발을 구르자 창에 쓰인 안전유리들이 쩌적 소리를 내며 갈라졌다.
“팀장. 이재현 안 말려도 괜찮아요?”
“어. 저거라도 해야지. 참다간 병나.”
“그건 그렇지만.”
“그냥 둬. 사이비 몇 때려잡는다고 문제 될 정도로 우리 길드가 약하진 않아.”
“그건 걱정 안 해요.”
정보부에 재인의 행방을 알아봐 달라 부탁하고 결과를 받았을 때부터 재현은 폭발하기 직전의 폭탄 같은 상태였다. 누군가 뭐라도 하나 거슬리게 행동하면 당장에라도 달려들어 목을 비틀 것처럼 살벌했다.
‘사이비나 빌런이나 매한가진데, 뭐. 몇 놈 패 주는 것 정도를 신경 쓸 리가. 난폭한 이재현이야, 따지고 보면 일상이고.’
김나은이 걱정하는 건 평소보다 더 난폭한 재현의 상태가 아니었다. 형을 지켜 주겠다고 다짐하고 그렇게 행동했는데 일 때문에 잠시 눈을 뗀 사이 사이비 단체에 납치당했다. 납치는 그의 탓이 아닌데도 제대로 지키지 못해서라고 자책할 게 걱정이었다.
“쟤 진짜로 길드 나갈까요?”
“아까 오면서 한 말은 신경 쓰지 마. 길드를 나간다고? 재현이 그렇게 머리가 나쁘진 않아.”
“그렇죠?”
“그래. 그러는 걸 재인 씨가 그냥 두고 볼 리도 없고.”
스트라이커 의무 때문에 잠깐 눈을 뗀 사이 일이 벌어졌지만, 그런 사고를 방지하겠다는 목적으로 길드를 그만두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었다. 지금도 재현이 길드 소속이어서 쉽게 힘을 빌릴 수 있지 않았나. 이런 이점을 포기하기엔 재현은 너무 똑똑했다.
“이재현! 언제까지 시간을 끌 거야! 빨리 해결 안 해?”
“알았어. 금방 해결할게.”
그냥 밀고 들어가도 상관없는데 굳이 경비들과 멱살잡이를 하는 꼴에 김나은이 고개를 저었다. 저리 느려터져서 어떻게 오라버님을 안전하게 구할 수 있을까.
“민규 오빠한테 전격이나 한 방 쏴 달라고 할까?”
“나은.”
“크흠. 농담이에요.”
“전격 같은 건 사람을 구한 뒤에 쏴야지.”
전기 장치로 산소를 공급하는 곳에 갇혀 있을 수도 있었다. 사람을 구하려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쓰면서 구해야 했다. 원래라면 지금 이렇게 정문으로 치고 들어오는 것도 지양해야 했다.
‘길드에서 스카우터에 전술 팀까지 보내 줄 줄은 몰랐는데 말이지.’
그런 내용을 숙지하고 있으면서도 이렇게 대놓고 정문으로 들어가는 것엔 이유가 있었다. 길드에서 적의 정보를 분석할 스카우터와 특별한 무기들을 장비한 전술 팀을 구조에 지원해주었기 때문이었다.
실질적인 구조 임무는 그들이 맡았다고 볼 수 있었다. 나아가 피해자의 가족이 속한 박연화의 팀의 역할은 마음껏 깽판을 치는 것이었다.
‘실제로 우리 팀은 은밀하게 움직이는 것에 어울리지도 않고.’
대인 작전을 못 할 건 없지만, 박연화 팀이 움직이면 누굴 구하기도 전에 이런 건물이 무너져 내릴지도 몰랐다. 그만큼 파괴력이 큰 공격 스킬을 가진 팀원들만 모여 있었다.
“사이비라더니 정확히 뭘 믿는 거래요? 지네 교주가 신의 화신이라고 믿는 그런 건가?”
“아니. 악이 가득 찬 세상을 정화해서 새로운 세상을 만들 거라던데.”
“빌런 집단에서나 할 법한 소릴 하고 있네.”
“테러 단체나 여기나 별 차이 없으니까.”
정보부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교 단체는 얼굴마담이나 다름없었다. 재현이 화를 내면서도 얌전히 길드의 작전에 따를 만큼, 영신교는 어떻게 보면 별 볼 일 없는 상대였다.
문제는 영신교를 지원하는 건지, 영신교에서 지원을 받는 건지 알 수 없는 연구소였다. 연구소에서 오래전에 금지된 신인류 프로젝트를 암암리에 진행 중이라는 의심 정황이 포착됐다.
“숀. 재현이랑 현장 좀 정리해 줘. 정리 다 하면 행정실로 오고.”
“응.”
“나은. 우린 먼저 교단 행정실로 가 보자. 찾아볼 게 있어.”
“알았어요.”
“줄, 민규. 둘은 대기.”
건물 옥상에서 대기 중인 줄리아와 박민규에게도 연락한 박연화가 발걸음을 돌렸다. 정보부에서 모든 자료를 챙겨 가기 전에 궁금증을 풀 생각이었다.
“신인류 프로젝트라니 대체 누구 머리에서 나온 미친 발상인지…….”
박연화가 김나은을 데리고 행정실 방향으로 뛰기 직전이었다.
-콰아아앙!
-퍼어엉!
-촤촤촤창!
-삐삐삐삐!
폭음에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 마지막으로 경보기의 요란한 경고음까지 사방에 소음이 가득했다.
“미, 미쳤네. 팀장, 전술 팀이 원래 이렇게 과격해요?”
“……아니. 이건 우리 길드가 벌인 일이 아니야.”
“그럼 누가…….”
“팀장!”
김나은의 질문은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교단 지부 경비들을 가지고 놀면서 늦장을 부리던 이재현이 단숨에 그들을 쓰러뜨리고 달려왔기 때문이었다. 폭음을 듣고 일이 계획과 다르게 진행되고 있는 걸 알아차린 모양이었다.
“이거 전술 팀 아니죠?”
“아니야. 기다려 봐. 커맨더한테 연락 중이야.”
박연화는 폭음이 들리자마자 바로 작전을 지휘하는 커멘더에게 연락을 보내고 있었다.
“뭐래요?”
“……연락이 안 돼. 이 일대의 전파를 누군가가 장악했어. 장비가 먹통이야.”
“씁. 이제 어떻게 해요?”
“주 무장을 꺼낸다. 숀. 줄, 민규랑 합류 해. 퇴로 확인, 이상 현상 보고.”
“OK.”
대인 작전이라서 박연화의 팀은 전원 가벼운 무장을 한 상태였다. 물론 무력이 필요한 순간이 생길지도 몰라서 주 무장 역시 챙겨 왔다. 그 준비가 유효했다. 커맨드 센터와 연락이 끊기는 일이 벌어졌으니까.
“어떤 새끼가 그랬는지 모르지만, 형한테 무슨 일이 생기면 다 죽여 버릴 거야.”
“안 말릴게. 이럴 때는 알렉사가 좀 부럽네. 싹 다 태워 버리면 증거 인멸하고 좋은데.”
“……증거 인멸은 무슨.”
“말이 그렇다는 거지, 말이.”
초능력자, 각성자가 생긴 뒤로 증거 인멸은 쉽지 않았다. 사물이나 죽은 영의 기억을 읽어 내는 사람도 있고, 전자 기기에 손을 대는 것만으로 해킹이 가능한 사람도 있었다. 증거를 인멸하는 등의 범죄는 쉽지 않았다.
그래도 재현은 말이라도 도와주겠다는 김나은이 고마웠다.
“가자.”
박연화 팀의 자체 구출 작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