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 respectable male god RAW novel - Chapter (50)
#50. 이래도 되나?
직업 전용 무기가 이런 화려한 지팡이라니. 직업도 그렇고 무기도 그렇고 대체 시스템은 자신을 어떤 존재로 만들고 싶은 것일까.
“무, 무기도 얻었으니 다시 탈출해 볼까?”
“컹컹.”
“그건 그냥 두자.”
“크르릉.”
왕관까지 쓸 엄두가 나지 않아 그냥 두고 가려는 그를 하찬이 막았다. 홀과 같이 있던 왕관까지 챙기라는 것 같았다.
‘이, 이래도 되나? 이거 한두 푼 하는 게 아닐 것 같은데?’
피해 보상이라고 생각하고 챙기기엔 너무 값나가는 물건이었다. 그렇게 생각했으나 재인은 왕관을 향해 뻗은 손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왕관 앞을 지키고 서서 빤히 올려다보는 하찬을 실망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직업 전용 무기를 획득했습니다.]무기? 왕관이? 보석으로 휘황찬란하게 장식된 왕관이 무기라는 시스템 메시지는 무언가 이상했다. 무기라기보단 장신구나 생활 소품이라고 하는 게 더 정확해 보였다. 시스템의 판별이 잘못된 게 아닌가 싶었다.
시스템에서 왜 무기라고 칭했는지는 시스템 메시지를 넘기고 아이템 설명을 확인한 후에야 알 수 있었다.
‘뭐라고? 세트 효과? 게임이야 뭐야?’
왕관, 홀, 도검, 보주. 오래전 왕정 시대의 왕권을 상징하는 네 가지 물건과 같은 것들이 미의 신 전용 무기였다.
무기는 한 가지만 착용했을 때는 신성 계열 스킬이 강해지는 효과뿐이었다. 그러나 무기를 한 개 이상 모았을 때는 이야기가 달랐다. 한 개 이상 모으면 무기에 각인된 특수 스킬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재인은 엉겁결이지만 그런 무기 두 가지를 손에 넣은 상태였다.
“세트 효과가 궁금하니까. 이걸 착용해야만 효과를 볼 수 있다니까. 그러니까 쓰는 거야.”
왕관과 홀을 착용하기 전 폐쇄 구역의 아무도 없는 창고에서, 곁에는 반려 몬스터인 하찬만 있는 상황인데도 재인은 주저리주저리 말이 많았다. 연극 무대 혹은 영화 촬영 중에나 착용할 법한 화려한 것들이라서 저도 모르게 변명이 튀어나왔다.
[전용 무기 스킬 >빛의 길>을 사용할 수 있습니다.]왕관과 홀을 착용한 뒤 출력된 시스템 메시지를 읽은 재인이 함박웃음을 지었다. 납치당한 처지나 이상한 아이템을 착용한 모습과 어울리지 않게 밝은 얼굴이었다.
‘현재 처한 상황에서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를 추천하는 스킬이라니.’
어떤 방식으로 선택지를 알려 주는지는 설명에 나와 있지 않았다. 그렇더라도 이상한 장소로 납치당한 지금 가장 좋은 선택지를 보여 준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좋은 스킬이었다.
-톡!
무엇보다 빛의 길은 스킬을 사용할 때 주문을 외운다거나, 이상한 액션을 하지 않아도 되었다. 그저 스킬을 쓰겠다고 생각한 뒤, 홀을 바닥에 가볍게 찍는 것으로 충분했다.
[지도에 탈출 경로가 표시됩니다.]재인은 거의 처음으로 시스템이 마음에 든 느낌이었다. 유용한 기능들 덕을 보는 것과 별개로 가끔 울컥하기 때문이었다. 아마도 처음 직업을 얻던 순간의 기억이 잊지 못할 만큼 강렬해서일 것이다.
‘내 입으로는 절대로 직업을 밝히지 않을 거야. 아니, 세상 누구도 모르게 해야지.’
지도에 표시된 황금색 길을 확인하면서 다시 한번 다짐했다.
지도에는 하찬이 지나오면서 밝혀진 부분 외에 다른 곳까지 전부 표시되어 있었다. 덕분에 그가 갇힌 공간이 무척 복잡한 미로나 다름없는 공간의 정중앙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나아가 스킬의 효과인지, 시스템의 서비스인지 공간의 용도까지 적혀 있었다.
‘연구소 이송 물품 창고? 연구소?’
자신을 납치한 게 연구소에 물품을 납품하는 사람들인가? 왕관과 홀이 있던 방과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연구소 이송 물품 창고가 있었다. 탈출 경로와 겹치지는 않지만, 납치범의 정체를 알아볼 기회였다. 놓치기엔 찜찜했다.
“가자, 하찬아.”
“컹!”
* * *
전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은지 조명이 깜빡이는 통로를 재인과 하찬은 빠르게 통과했다. 지금까진 아무런 방해도 받지 않았지만, 앞으로도 그럴 거라고는 장담할 수 없었다. 탈출 경로도 알게 된 이상 최대한 빨리 확인하고 벗어나는 게 상책이었다.
“하찬아. 부숴!”
“커헝!”
왕관과 홀을 들면 스킬의 효과가 높아진다는 설명 그대로였다. 격려 스킬을 받고도 몇 번은 후려쳐야 부서지던 문이 하찬의 앞발 원투 펀치에 부서졌다.
“종이컵? A4 용지?”
연구소로 보낼 물품을 확인한 재인이 얼떨떨한 얼굴이 되었다. 자신을 납치, 감금한 범인들이니 분명 불법적인 무언가를 쌓아 두었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아니었다. 박스에 적힌 물품명은 사무실에서 사용하는 소모품의 것이었다.
-킁킁!
재인이 박스에서 시선을 돌려 다른 특이한 점이 있나 둘러볼 때였다. 하찬이 개중 한 상자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하찬아, 왜? 그 상자가 이상해?”
“컹!”
상자는 다른 물품과 마찬가지로 은밀한 곳에 쌓아 둘 이유가 없는 것이었다. 유리 같은 깨지기 쉬운 물품을 포장할 때 사용하는 에어캡, 일명 뽁뽁이를 담아 둔 상자를 무슨 이유로 이런 곳에 보관할까. 의심스러웠다.
“헉! 이게 뭐야?”
“컹!”
뽁뽁이 상자 안에 뽁뽁이가 있긴 있었다. 단지 뽁뽁이뿐 아니라 그것에 싸인 나비를 닮은 생물도 같이 있던 게 예상과 달랐다.
‘던전 생물인가?’
손바닥보다 더 큰 나비나 납작한 플라스틱 통에 한 마리씩 들어 있었다. 플라스틱 통 속 나비는 살아 있었다. 다리와 날개만 겨우 움직이는 정도였지만, 살아 있는 게 평범한 나비로는 보이지 않았다.
‘그냥 풀어 주면 안 되겠지?’
여기서 풀어 줘도 괜찮을지 판단이 서지 않았다. 인간을 해치는 나비일 지도 모른다는 점도, 창고에서 풀어 준다고 제대로 밖으로 나갈 수 있을지도 걱정됐다.
-킁킁!
또? 재인이 나비를 두고 고민하는 사이 하찬이 다른 상자에 코를 박고 있었다. 상자 몇 개를 건너뛰고 넘어간 걸 보니 제법 특이한 게 있는 모양이었다.
“어! 이건…….”
“컹! 컹컹!”
상자의 내용물을 확인한 재인의 표정이 어이없게 변했다. 그런 그와 다르게 하찬은 신이 나는지 앞발을 상자에 걸치고 꼬리를 흔들었다.
“……잘, 잘 찾아냈네.”
“컹.”
탈출이 시급했다.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 갇혀 있는 이 순간에도 누군가는 그를 걱정할 수도 있었고, 누군가는 납치 사실을 알아차리고 신고하고 있을지도 몰랐다. 그래도…….
“맛있어?”
“컹!”
지금까지 수고한 하찬에 ‘갯과 몬스터 밸런스 영양 간식’ 몇 봉지 정도는 까 줄 수 있었다.
‘그림자 늑대 믹스라더니, 확실히 냄새를 잘 맡는구나.’
밥값을 하는 것도 모자라 제 밥까지 찾아낸 하찬이 기특해서 재인은 간식을 몇 봉지 더 열어 주었다.
-부스럭. 부스럭.
재인은 한쪽 어깨에 걸친 약초 망태기에 자꾸 신경이 쏠리는 걸 무시하고 걸음을 재촉했다.
“끼이잉.”
“……나중에 또 까 줄게. 지금은 빨리 가자.”
“끼잉.”
“그럼 하찬이는 앞에 벽 부수고 있어. 그 사이 형이 간식 까 둘게.”
“컹!”
원투 펀치로 순식간에 벽을 부수는 하찬의 뒤에서 재인도 빠르게 간식 봉지를 뜯었다.
공헌도 상점에서 처음으로 구매한 물품인 약초 망태기는 입고 있는 의상과 백만 년은 떨어진 스타일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간식을 포기하지 못하는 하찬을 달래려면 전부 챙겨야 했다.
‘이래도 되나? 어쩐지 납치 사건이 아니라 절도 사건이 될 것 같은데.’
사실 재인은 간식을 챙기면서 창고에 있던 다른 물건도 몇 가지 챙겼다. 플라스틱 통에 든 나비도 챙겼고, 잠금장치가 달린 보안 상자도 하나 챙겼다. 증거가 될 만한 물건을 약초 망태기 가득 챙겼다.
-콰앙!
지도에 표시된 길을 이동한 뒤 막힌 벽이나 문을 하찬이 부수고 재인이 간식을 먹이는 과정을 몇 번 반복했을까. 둘은 어느 순간 밖으로 나와 있었다. 어두침침한 폐공장 건물의 뒤편 벽을 뚫고 골목에 몸을 드러냈다.
“나왔다!”
“컹!”
“지도에 길 표시 아직 안 끝났어. 더 가 보자.”
“컹.”
지도에 표시된 길은 아직 더 남아 있었다. 가장 좋은 선택지를 알려 준다는 설명대로 밖으로 탈출할 방법을 알려 주었다. 그런 빛의 길 스킬에 따르면 목적지는 조금 더 가야 했다.
* * *
-쩌저적!
-쾅!
재현과 팀원들의 행태는 폐쇄 구역으로 들어선 뒤에도 여전했다. 김나은이 얼리고 재현이 그 부분을 부순다. 그렇게 그들은 전진하고 있었다.
“짜증 나! 무슨 통로가 이따위야!”
어느 순간 먹통이 되었던 장비들도 정상으로 돌아와 커맨더와 연락할 수 있게 되었지만, 다시 건물 입구로 올라가진 않았다. 그대로 재인을 찾아서 폐쇄 구역을 부수면서 가고 있었지만, 복잡한 구조 때문에 전진하기 쉽지 않았다.
“증축을 거듭한 모양입니다. 막다른 공간도 많고 쓸모없는 공간도 많습니다.”
“그걸 누가 몰라!”
“이재현! 회장님한테 짜증 부리지 마.”
“야!”
더딘 전진에 재현이 짜증을 부리자, 김태오가 달래듯 말을 걸었다. 물론 걱정으로 기분이 바닥이었던 그에겐 화를 부추기는 것처럼만 들렸다.
‘저게 진짜! 아까부터 계속 변호사 편만 들고 있어.’
김태오가 재인의 팬카페 회장이라는 걸 안 뒤로 김나은의 태도는 한결 친절해졌다. 경계심 따위는 전부 던져 버린 듯 착 붙어서 팬 카페에 관해 물었다.
목적이 있어서 그러는 것도 알고, 원래부터 자신에겐 그다지 친절하지 않은 동료라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묘하게 서운했다. 형을 못 찾아서 짜증이 나서 그런지 유독 거슬렸다.
“괜찮습니다. 그리고 나은 씨도 걱정하지 마십시오. 간부 승급은 돌아가면 바로 승인하겠습니다.”
“호, 호호. 아셨어요?”
“그렇게 노골적인데, 어떻게 모르냐?”
“이재현!”
재현은 훼방 놓자 도끼 눈을 뜨는 김나은을 모른 척하고 주위를 둘러봤다.
진행이 더뎠어도 이 정도면 형이든 전술 팀이든 누군가는 마주쳤어야 했다. 폐쇄 구역이 제법 넓고 건물 증축을 했다고 해도 애초부터 도시 안에 지어진 건물이었다. 넓이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 아무도 못 만나는 건 이상했다.
“전술 팀도 발견하지 못했다?”
“팀장?”
“이상해. 찾았어도 벌써 찾았어야 했는데. 혹시 다른 곳으로 옮겼나?”
“안 돼!”
“미안. 재인 씨를 옮기진 않았을 거야. 건물 밖에서 감시하는 사람도 있으니, 옮겼다면 발견하지 못했을 리 없어.”
재인은 어디에 있을까? 납치되고 벌써 몇 시간이나 흘렀는데, 그를 아무도 발견하지 못했다. 그들보다 먼저 폐쇄 구역으로 들어온 전술 팀도 건물을 감시 중인 다른 길드원들도 마찬가지였다.
“재현. 건물 피해는 무시해. 속도를 높인다.”
“어.”
지금까지는 건물이 무너질까 봐 부술 곳을 얼리면서 전진했다. 그러나 그런 식으로는 속도가 너무 느렸다. 검으로 벽을 베면서 나가는 게 빨랐다.
-콰콰쾅!
-퍽!
-콰아앙!
재현이 베어 낸 벽 조각을 사방으로 찼다. 칼로 치고 방패로도 튕겨 내며 동료들이 움직일 공간을 만들었다. 한편으론 요란한 소리를 듣고 형이든 납치범이든 누군가가 반응하길 바랐다.
-삐삐 삑!
상대가 다르긴 했지만, 원하는 대로 반응이 있긴 했다. 커맨드 센터에서 급하게 박연화를 찾는 신호였다.
-…….
“뭐라고요?”
-…….
“재인 씨가 지금 어디에 계신다고요?”
-…….
커맨드 센터와 연락을 마친 박연화의 표정이 당황으로 물들었다. 그녀는 다른 방향에서 폐쇄 구역을 뒤지고 있던 전술 팀도 같은 상태이리라 확신했다.
‘우린 대체 왜 여길 다 부수고 다닌 거지?’
말도 안 되는 얘기를 듣고 잠시 할 말을 잃은 사이 다른 사람들은 애가 탔다. 지금까지 한 팀으로 활동한 전력으로 힘겹게 참고 있었지만, 재인이 지금 어디에 있기에 항상 침착한 박연화가 당황한 건지 당장 캐묻고 싶었다.
“후우우.”
“팀장?”
“재인 씨가 인근 경찰서에 계신다네.”
“……경찰서?”
“알아서 탈출하셨다고.”
한시가 급한 사건이라 신고와 동시에 작전이 시작되었다. 경찰이나 키퍼 부대에서 지원을 받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겨우 지휘권자가 커맨드 센터에 합류한 정도였는데 그쪽으로 연락이 왔다. 재인이 무사히 탈출해서 경찰서에서 보호받고 있다고.
“크큭! 아하하하. 역시. 내 눈이 틀리지 않았습니다. 재인 씨는 정말 최곱니다.”
“푸하하. 회장님, 보는 눈이 있으시네요.”
“킥! 와, 진짜. 내 형이지만, 이건 놀랍다.”
“호호호. 일이 좀 커지긴 했지만, 그럴 수도 있죠. 재인 씨가 무사하시다니 그걸로 됐어요.”
예상 밖의 소식에 당황했던 팀원들은 김태오의 박장대소를 시작으로 한바탕 웃어 재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