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obsessed tyrant and a sleeping cat every night RAW novel - Chapter (14)
Chapter 14
킬리언은 간지러운지 헛웃음을 지으며 어깨에 있던 나를 손바닥에 가져갔다.
“왜?”
그가 눈을 마주치며 묻자, 심장이 쿵쾅거리며 뛰기 시작했다.
이걸 어떻게 말하지?
“미야……!”
나는 입을 벌리려다 아차 싶어 다물었다.
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말을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는가!
하지만……?
혹시나 하는 생각이 스쳐 발을 내려다봤다.
쓸 수 있을지도 몰라!
나는 내가 짚고 있는 그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이 몸에 갑자기 들어오게 됐는데요.’
열심히 써 보려 했지만 발이 말을 듣지 않았다.
‘나는 네 미래를 조금은 알고 있다.’
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뭐지. 글자는 읽을 수 있지만 쓸 수는 없는 걸까?
아니면.
나는 이번엔 그의 운명에 관한 게 아닌 나에 대한 걸 써 보기로 했다.
‘글자를 읽을 수 있어.’
드디어 발에 힘이 들어간다!
내가 느리게 그의 손바닥에 글자를 쓰자, 킬리언이 눈매를 가늘게 한 채 자신의 손바닥을 내려다봤다.
그저 간질거리기만 한지 피식 웃을 뿐이었다.
어우, 답답해!
글자라 생각지 못한 게 분명했다.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켠 후 다시 한번 천천히, 그리고 크게, 그의 손바닥에 글자를 그렸다.
‘나……글……자……를…….’
내 발을 지그시 눈으로 지켜보던 킬리언의 눈빛에 점차 균열이 일기 시작했다.
‘읽……을……수……있……어.’
그의 어깨가 잠시 경직된 것처럼 보였다.
“…….”
굳게 다문 입술이 매섭게 내려앉은 눈빛만큼 꽉 잠겨 있었다.
“글자를……읽을 수 있다고.”
손바닥을 내려다보던 킬리언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물었다.
어딘지 모르게 날카로운 기색이 감도는 것 의아했지만 그가 잠자코 내가 반응하길 기다리고 있어 고개를 끄덕거렸다.
“기억이…….”
“먀……?”
“돌아온 건가.”
기억? 별안간 기억에 대해 묻는 킬리언의 말이 무슨 뜻인가 싶었다.
아. 킬리언은 내가 기억상실증일 거라 생각할 수밖에 없었으니 글을 읽을 수 있다고 하면 당연히 기억이 돌아왔다 여길 수도 있었다.
내가 기억을 되찾으면 뭔가 도움이 될 만한 게 생길까 싶어 물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이 몸의 원래 주인이 가지고 있을 기억이 내겐 없었다.
나는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었다.
“이름은.”
“므아?”
“기억나……?”
그럴 리가. 나는 더욱 시무룩해져 절레절레 가로저었다.
“다른 건, 기억 나는 게 있어?”
서늘해진 킬리언의 적안이 나를 집요하게 주시하며 차분하게 물었다.
이 세계에 관련된 내 기억이야 원작에 관한 내용뿐인데, 그걸 쓰려고만 하면 발이 전혀 움직여지질 않았다.
미래에 벌어질 일을 내가 미리 언급하거나, 내가 이 세계와 이질적인 존재라는 걸 들키면 안 되는 것 같았다.
일단 더 확인하거나 알려 줄 방법이 없어, 고개를 저어 보였다.
“기억이 안 난다는 거지.”
“에오.”
재차 확인하는 그의 긴 눈매에 고개를 끄덕이는 내가 비쳤다.
“하.”
그의 긴 속눈썹이 주춤 내려앉았다 올라가더니, 안도한 사람처럼 가볍게 한숨을 뱉어 냈다.
삽시간에 차오른 사나움이 착각이었나 싶을 만큼 사라지고, 평소처럼 무심하고 담담한 눈빛으로 날 보고 있었다.
분명 방금 뭔가 언짢아 한 거 아니었어?
“신기하네. 그렇지?”
킬리언이 선선히 웃으며 내 이마를 엄지로 가볍게 문질렀다.
착각이었나 싶을 만큼 내 털을 천천히 스치고 지나는 손길이 담백했다.
내가 예민했나.
그도 내가 글을 읽는다는 게 퍽 반가운 얼굴인 것 같았다.
“아오오옴.”
나는 글까지 읽을 수 있다는 걸 알게 되니, 내가 정말 언젠가 인간이 될 방법을 찾을 것만 같아 가슴이 뛰었다.
킬리언이 곧 책들을 내려놓고 그대로 바닥에 앉았다.
비교적 눈에 덜 띄는 책꽂이 사이였다.
그러고 보니 나는 그가 왜 사서들에게 아무도 들이지 말라 명령하지 않는지 궁금했다.
편하게 자료를 찾아보기 위해선 누구도 도서관에 출입하지 말라 명하는 게 유리할 텐데 말이다.
– 황태자 전하께서 이곳에 오셨다 보고 올려놓고 오게.
오, 이럴 땐 고양이의 귀가 고도로 발달한 게 꽤 쓸만하다.
출입구 너머로 사서들이 대화하는 게 다 들렸다.
그렇지, 원작에서 황태자 시절에 그의 동선 전부가 아버지에게 낱낱이 보고됐다고 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킬리언의 아버지 아돌프 황제는 자식들 중 누군가가 모략을 꾸며 자신을 끌어내릴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늘 열어 뒀기에, 황태자부터 다른 자식들의 행동거지를 다 알아냈다고 했다.
만일 킬리언이 누구도 들이지 말라 명했다면 은밀히 진행하는 뭔가가 있다 짐작했을 테니 오히려 더 큰 감시를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
글로 읽을 땐 잘 몰랐는데 곁에서 겪어 보니 숨이 다 턱턱 막혔다.
킬리언이 광기 가득한 폭군이 된 걸 완벽히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이런 비정상적 환경이 한몫했다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을 수가 없다.
“에오.”
난 그의 어깨에 엎드린 채 머리를 숙여 그가 보는 책들을 함께 읽으려 애썼다.
황태자는 대체 이것들로 다 뭘 하려는 건지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이상하지. 신은 너를 가호하여 지금까지의 대가 이어지게 했다는데. 그런 신이 고양이들을 죽이라는 신탁을 내렸다……라.”
아. 그는 지금 신탁에 대해 알아보려는 걸까? 하지만 이 책들로 어떻게?
물론 나도 킬리언의 말에는 동의했다.
신탁은 고양이들을 몰살시키지 않으면 제국이 멸망할 것이라 했지만, 고양이는 몇백 년이 흐른 지금까지 신의 가호로 명맥을 이어 오고 있었다.
더군다나 고양이가 버젓이 살아 있음에도 제국은 멸망은커녕 번영을 거듭한 채 말이다.
“신탁 원본이 훼손됐으니, 신탁에 대한 당시의 기록들을 찾아보는 수밖에. 제국이 건국된 지 얼마 안 됐을 때, 세력 간에 권력을 잡으려 혈안이 되다 보니 책을 만든 집단의 시점에 따라 사건 기록을 다르게 기술했다고 하더군. 그걸 바로잡느라 개정판들이 나왔고, 현재까지 모두가 그걸로 배워 왔지.”
그렇다면 이 책들에서 신탁이 내려온 시점에 각기 다른 시점으로 기록된 사건들을 찾아보겠다는 뜻일까.
기록에 관한 것이야 보지 못해 알 순 없지만, 그의 말을 듣고 보니 세력 간 다툼은 있을 법했다.
마법사들과 이종족들이 황권 강화를 위해 제거 대상으로 낙인찍혀 대거 사라지거나 몰락해 버린 현재를 보면, 어쩌면 개국 시기에 여러 세력 간의 진통이 있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였다.
“널 발견하지 못했다면. 신탁에 대한 의심은 감히 품지도 않았겠지만…….”
킬리언이 무성의한 듯하면서도 묘하게 웃음기가 스민 어조로 말했다.
“한 번 의심이 들기 시작하니 이런 생각이 드는 거지.”
그가 비스듬히 고개를 기울인 채 권태로운 낯빛으로 나를 내려다봤다.
“그게 과연 신의 뜻이었을까.”
아름다운 얼굴에 스산한 미소가 깃들었다.
오랫동안 제국이 굳게 믿고 지켜 온 해석을 의심하는 무서운 발언을 해 놓고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기다려 온 사냥감을 포착한 맹수처럼 느른하고 즐거워 보이는 쪽이었다.
“음…….”
킬리언의 손길이 습관처럼 내 얼굴을 매만진 후 표지를 넘겼다.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킬리언은 지금 신탁이 조작됐으리란 데에 높은 확률을 걸고 단서를 찾으려 하고 있었다.
단지 해석이 조작되었다는 증거를 찾아 배후를 척살하고 자신이 더 강한 황제가 되기 위해서일까?
하지만 원작에서 그는 자신의 즉위식에서 모두를 죽여 악명 높은 절대 황권을 이룩했었다.
어찌 보면 그 방식이 그에겐 훨씬 빠르고 쉬운 방식일 터였다.
고양이인 나를 발견했다는 이유로, 굳이 마법사 듀흐센 가문을 찾아가 결탁을 제안하고, 자신의 오러를 드러내는 모험을 감행했다?
그건 킬리언의 성향과 맞지 않았다.
킬리언 귄터 라인하르트는 본디 치밀하게 계획하고 효율적으로 움직이는 걸 선호한다 했었다.
그의 길을 막으려 했던 귀족들과 그들에게 딸린 식솔들까지 남김없이 처단하기 전, 그들이 죽어 마땅한 죄목을 모두 만들어 놓고 즉위식에서 반발할 겨를 없이 모두의 목을 쳐 내던 젊은 황제였다.
새 시대의 시작을 알리는 즉위식에 신의 걸작이라 불리던 황제가 자신의 광기를 유감없이 드러낸 것이다.
물론 그런 그의 성정을 전에 없이 뒤흔들어 놓는 건 당연히 여주의 등장이었다,
그렇다면 킬리언이 신탁에 대해 찾아서 종국에 이뤄 내려는 건 뭘까.
“신탁 해석본 반포 시기부터 찾아볼까.”
느긋해 보이는 킬리언이 먼저 위페르의 역사서 개국편에서 신탁이 내려온 날과 해석본이 반포된 시기를 찾았다.
그러곤 내각구성편을 열어 그 시기의 황실 재직자과 권력 있는 가문들을 확인했다.
사회현상에 대해 간략하게 기술된 부분도 찾아냈다.
“……뀩.”
나도 모르게 고개를 빼고 집중해서 보다 킬리언의 어깨에서 책 위로 톡 떨어졌다.
“!”
정신을 차려보니 기괴한 그림에 얼굴을 박고 있어 잔털이 쭈뼛 섰다.
킬리언이 다시 나를 들어 올리자 나는 그 그림이 무엇을 뜻하는지 본능처럼 알아차릴 수 있었다.
매섭게 치켜뜬 눈과 기이할 정도로 내려온 날카로운 송곳니.
갈퀴처럼 사납게 휜 발톱.
살기 등등한 눈매.
제국을 떠들썩하게 들쑤신 고양이의 만행이 담긴 페이지였다.
「제국력 11~16년. 영아 사망사건.」
; 수도, 브르세를 시작으로 메네타나, 하데논, 파세앙 등 제국 전역의 영아 사망사건이 급증한 사건.
영아 사망사건이라니!
간략한 설명 아래에는 흑백으로 악마와 고양이의 그림이 양쪽에 커다랗게 인쇄돼 있었다.
악몽 속 괴기스러운 모습을 한 고양이가 어린아이의 영혼을 빼내 악마에게 넘기는 그림이었다.
킬리언이 그의 어깨에서 내려와 책을 들여다보고 있는 나를 책에서 떼어 내 바닥에 내려놓으려 했지만, 나는 그의 손을 급한 대로 콱 깨물고 그가 책장을 넘기지 못하게 뒷발로 책을 눌렀다.
그 아래엔 그림 속 의자에 앉아 있는 어른 남녀가 자신의 자식이 죽은 줄도 모르고 깊은 잠에 빠진 사람들처럼 눈을 감고 축 늘어져 있었다.
영혼을 물고 가며 으스스하게 웃고 있는 고양이 그림이 몹시도 섬뜩해 보였다.
그림의 아래에는 작은 글씨로 이렇게 나와 있었다.
「고양이들은 인간들의 무릎에 앉아 천사 같은 얼굴로 조용히 노래를 불러 그들을 잠들게 한 뒤, 그들의 자식을 질식시켜 생명을 빼앗았다. 악마는 갓 태어난 고귀한 영혼을 좋아했으므로, 아기의 영혼을 판 고양이들은 그 대가로 자신들의 수명을 늘렸다. 고양이의 목숨이 아홉 개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역에 국한된 특수사건으로 조사했으나, 뒤늦게 제국 전역 동시다발로 발생한 사건이라는 게 밝혀지게 됐는데, 이 일은 인구 통계 파악 중 제국력 11년을 기점으로 매년 영아 출생률보다 사망률이 앞서나가는 기현상을 발견, 추적 조사했기 때문이었다.
피해 가정의 공통점은 고양이를 직접 집에서 키우거나, 간접적으로 길고양이들을 돌본 것으로 나타났다.」
고양이들이 악마와 거래를 하고 영혼을 넘겨주기 위해 어린아이들을 죽였다고?
그것도 5년이 넘는 그 긴 시간 동안?
그게 말이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