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an obsessed tyrant and a sleeping cat every night RAW novel - Chapter (3)
Chapter 3
“왜 그러세요?”
기젤라 부인은 아직 한 술도 뜨지 않은 킬리언의 행동에 억지로 미소를 머금고 물었다.
그녀의 눈은 킬리언의 허공에 멈춘 손을 주시하고 있었다.
황후의 자리를 그녀가 탐한다 여기며 날을 세우는 황태자지만 음식 안에 든 흑마법약에 천천히 중독되다 보면 저도 어쩔 도리가 없이 머릿속이 마비되고 객관적 판단이 흐려질 것이다.
아돌프 황제는 이미 극심한 중독으로 환각과 환청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는 이 사실을 들키기 싫어 두려움에 시달리고 있었고 이를 유일하게 눈치채 준 그녀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자신이 어떻게 중독되었는지 꿈에도 모른 채 말이다!
킬리언도 먼 훗날, 차차 그렇게 될 것이다.
차기 황제가 될 킬리언을 그녀의 휘하에 두고 뜻대로 휘두르기 위해선 하루에 한 번은 꼭 흑마법약이 든 음식을 먹여 중독시켜야만 한다.
안쪽 어금니를 사리문 채 그의 손을 바라보는 기젤라 부인의 눈동자가 불길처럼 활활 타올랐다.
“전하의 말씀대로, 드시는 걸 보면 즉시 가겠습니다.”
그녀는 따뜻한 미소를 그리며 그의 손이 움직이길 기다렸다.
몸에 안 좋은 음식이 맛있는 것처럼 흑마법약이 든 그 요리는 혀에 감미롭게 감길 것이다.
한 술만 떠. 한 술만!
“……!”
고지가 코앞이라 생각하며 숨죽인 찰나, 킬리언이 식기를 무심히 내려놓았다.
“전하……?”
“그만 가 봐.”
킬리언이 무심히 시선을 마주치며 말하곤 곁에 놓인 와인을 한 모금 마셨다.
얼어붙은 기젤라 부인이 아직 손도 대지 않은 자신의 음식과 킬리언의 괘씸한 태도를 다시 일별했다.
“전하, 하나 이 요리는…….”
“부인이 정성 들여 한 것은 충분히 알겠지만, 먹어야 할 의무가 내겐 없을 텐데.”
“물론 그렇지만 폐하께서…….”
“아바마마께선 내 끼니를 참견하실 분이 아닌 걸로 알고 있고.”
거짓말을 들킨 기젤라 부인의 눈꺼풀이 주춤 내려갔다.
“……전하. 내키지 않으시더라도.”
“그대가 했으니, 먹어야 한다는 뜻인가?”
전선에 뛰어든 장군도 더는 공격할 엄두를 낼 수 없게 만드는 사늘한 미소가 황태자의 입가에 드리워졌다.
환심을 사기 어려운 인사라는 건 진작부터 알았기에 오히려 성가시게 하여 그녀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려 했건만.
“무슨 말씀인지 잘 알겠습니다, 전하.”
애써 의연하게 서 있던 기젤라 부인이 이를 사리문 채 드레스 자락을 집고 홱 돌아섰다.
그녀의 방식이 통하지 않는다면 황제를 이용하는 수밖에.
* * *
“……보여?”
킬리언이 나에게 손등을 보이며 물었다.
그가 바깥에서 나를 다독이다 결국에 주머니에 손을 넣어 나를 잡아 진정시키려 했지만 마음이 다급해진 나는 있는 힘을 다해 그의 손을 깨물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손톱으로 매달려 있길 수십 초.
아기 고양이라 이빨이 약한 줄 알았는데…….
그의 손등과 손가락 마디에 핏방울들이 맺힌 채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그게요. 제가 물려고 문 게 아니구요. 도와드리려고 그런 거거든요.
“미야…….”
나는 너무 심하게 물었던 게 미안해져 그의 상처에 손으로 어루……, 아니 앞발로 어루만졌다.
한 손으로 고개를 비스듬히 괸 채 나를 무감하게 내려다보는 킬리언의 눈빛은 여전히 속내를 짐작하기 어려웠다.
하긴 고양이가 사과한다고 해서, 그가 이걸 사과라 알아들을 리가 있나.
고양이 자체를 처음 보는 인간일 텐데.
그냥 그거 먹게 놔두고 좀 더 살 궁리를 해야 했을까?
에이, 아니다. 그래도 사람이 그런 무서운 약에 중독되는 걸 그냥 두고 볼 수는 없지.
앞으로도 계속해서 기젤라 부인의 음식을 먹지 말아야 할 텐데.
하지만 황태자가 매의 눈이나 개 코를 가진 것도 아니고, 매일 올라오는 정찬 중 기젤라 부인의 것만 어떻게 골라 안 먹을 수 있겠는가?
원작에선 황제인 그가 이미 그녀의 흑마법약에 중독된 상태로 나왔었는데.
흐음.
“…….”
나는 슬쩍 고개를 들어, 다시 보아도 비현실적으로 잘생긴 킬리언을 올려다보았다.
어차피 나는 전국에 수배령이 떨어진 범죄자나 다름없는 고양이이고, 여기 킬리언의 곁을 벗어난다고 해도 다른 이들에게 발각되는 즉시 살해당할 가능성이 농후했다.
저 돈 많은 황태자의 곁이라면 먹고사는 건 응당 보장될 테고.
문제는 내가 그냥 고양이인 건지, 고양이의 탈을 쓴 인간에 빙의한 건지를 모르겠단 말이야.
그렇다면 당분간은 차라리 영리한 고양이 책사처럼 굴면서 살아남아, 내 존재에 대한 단서를 찾고, 도망칠 궁리를 하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여주가 나타나면 남주는 앞뒤 가릴 것 없이 다 내팽개치고 빠져드는 인간이니까 내 살길은 내가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에옴.”
그렇다고 너무 깊게 알은체를 했다간 외려 더 불길하거나 재수 없는 걸로 간주될 수도 있으니 일단 분위기를 보며 노선을 정하자.
계획을 정리하며 마음을 다잡는 순간, 킬리언의 다른 한 손이 허공에 올라갔다.
깜짝 놀라 본능적으로 몸이 움츠러드는데, 그의 손이 내 머리에 내려앉았다.
그러곤 턱을 톡 건드렸다.
예사의 느긋하고 어딘지 모르게 고요한 느낌이었다.
“갑자기 주머니에 넣어 놀라 그런 건가.”
그는 내가 자신의 손을 깨문 나름의 해석을 내리며, 접시들이 놓인 곳으로 무의식중에 손을 뻗었다.
저편에서 아까처럼 먹음직스러운 향내가 솔솔 풍기던 이전의 음식들 사이에서 차원이 다른, 엄청난 허기를 불러일으키는 냄새가 느껴졌다.
잠깐만, 저거 혹시!
“와앙!”
나는 곧바로 그의 팔에 냅다 매달렸다.
그가 멈칫하더니 나를 내려다봤다.
“먀먀!”
젖 먹던 힘을 다해 고개를 흔들며 허공에 뜬 다리를 버둥거렸다.
“뭐 하는 거지?”
한쪽 눈썹을 휘어 올리던 그가 뻗은 팔에 매달려 있는 나를 떼어 냈다.
나는 곧장 아찔할 만큼 군침이 돌게 만드는 냄새를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없던 식욕도 불러일으킬 만한 고소하고 달큼한 냄새였다.
화려한 식기들 사이에서 풍겨 나오는 향기 중 강렬한 것을 좇아 식기들을 요리조리 피해 달려갔다.
저거다!
볼이 깊고 넓은 접시 앞에 다다른 나는 접시 끄트머리를 앞발로 디디고 고개를 내밀어 요리를 내다봤다.
아까 그녀의 설명대로 큐브 형태로 썰린 양고기들이 나를 맞이하고 있었다.
“므아아아.”
와아, 비주얼도 끝내주지만 냄새는 그냥 정신을 놓고 츄릅, 맛보고 싶게 만드는 요리였다.
“미야앙!”
나는 접시 앞에 도로 선 후 단호하게 소리 내며 킬리언을 올려다봤다.
그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미간을 좁히는 게 보였다.
“먀먀먀먀!”
내가 더욱 강경하게 소리 내며 앞발로 두드리자 킬리언이 더욱 눈살을 찡그리며 나와 음식을 차례로 일별했다.
아후, 이거 먹으면 안 된다는 말을 어떻게 전해야 하지?
인간의 언어로 표현할 수 없어 답답한 나는 하는 수 없이 바닥을 긁기 시작했다.
“애오오오오옹!”
최후의 수단이었다.
나는 있는 힘껏 발톱을 세우고 질색한다는 듯 테이블을 마구 긁기 시작했다.
내 행동을 보던 그가 기이한 것을 맞닥뜨린 사람처럼 굳는 게 보였다.
이거다!
나는 더더욱 더러운 것을 묻어 버리는 고양이처럼 열심히 앞발로 테이블을 파듯이 긁었다.
동상처럼 굳어 나를 지켜보던 킬리언이 여상한 눈빛을 거두며 난감한 듯 입을 달싹였다.
“그걸……먹지 말라고.”
그렇지! 허공에 울리는 킬리언의 음성에 나는 퍼뜩 고개를 들고 끄덕거렸다.
“먕!”
“……먹으면 안 된다고.”
“먕!”
나는 완전히 파묻어 버려야 할 음식이라는 뜻으로 뒷발로 차 버리는 시늉까지 해 보였다.
나를 물끄러미 내려다보던 그가 일순 이마를 짚으며 말도 안 된다는 표정을 지었다.
“……지금 내 머리가 좀 이상해진 것 같은데.”
한참을 가만히 숨만 내쉬던 그가 다시 나를 쳐다봤다.
“먹지 말아야 할 걸 가리켜 봐. 할 수 있겠어?”
나는 그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기젤라 부인이 가져온 접시에 가까스로 한쪽 앞발을 톡 올렸다 내렸다.
킬리언이 말문이 막힌 얼굴로 나를 보다, 의자에서 일어나 나를 들어 올렸다.
“이 음식이 먹으면 안 될 음식이라는 거지.”
“먕!”
“왜.”
어……. 왜냐고 물으신다면……. 제가 참 당황스러운데요.
킬리언도 아차 싶었는지 관자놀이 부근을 꾹꾹 누르기 시작했다.
“……미치겠네.”
킬리언이 한숨을 내쉬며 나를 응시했다.
“이걸 먹으면 내가 어떻게 된다…… 이건가?”
그가 지금 자신이 내게 말을 건넨다는 걸 인정하고 싶지 않다는 듯 굳은 안색으로 물었다.
“므아므아.”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그의 손을 앞발로 두드려 내게 집중하게 만들었다.
“찹찹찹.”
내가 음식을 먹는 시늉을 하자 그는 마치 육식하는 코끼리를 발견한 것처럼 나를 쳐다봤다.
“캬악!”
나는 목이 막힌 소리를 낸 후.
“피유우.”
마지막으로 그의 손안에서 몸을 축 늘어뜨려 먹으면 죽게 되리란 메시지를 마쳤다.
동시에 그의 경직된 눈빛이 움찔했다.
알아들었을까?
슬그머니 그를 올려다보니, 킬리언의 붉은 입술 사이로 헛웃음이 흘러나왔다.
“먹으면.”
“먕.”
“쓰러진다. 아프게 된다. 뭐 그런 건가. 그러니까, 마치, 독처럼.”
내가 고개를 끄덕이며 눈을 크게 뜨자 킬리언이 기가 찬 듯 이마를 짚었다.
“이건 말이 안 되는데.”
그가 실소를 내뱉으며 나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그는 내 머리를 쓰다듬은 후 마저 우유를 마시라는 듯 접시를 가까이 가져다줬다.
그러곤 손끝으로 내 등을 스치며 퍽 흥미롭다는 기색을 띠었다.
“설마 고양이라 가능한 일인가.”
그럴 리가. 그것보단 고양이 탈을 쓴 인간이라 그런 거지.
그러나 킬리언의 느릿한 손길에 저절로 눈이 가늘게 감기기 시작해 하마터면 골골 소리를 낼 뻔해 나는 퍼뜩 입을 꾹 다물고 정신을 바짝 차려야만 했다.
나 정말 고양이인 거 아니야?
인간이 될 가능성이 없는 고양이이면 어쩌지?
불길한 예감이 밀려들었지만 그래도 정보를 습득하기 전까진 희망을 버리지 않고. 살아남는 데에 치중하기로 했다.
“아오옴…….”
나는 왠지 킬리언에게 낸 상처가 신경 쓰이는 고양이처럼 조심스레 다가갔다.
하얗고 보송보송한 아기 고양이의 귀여움에는 장사 없으니까, 환심부터 사 보는 거야.
그의 붉은 눈동자가 내 행적을 따라 움직이자 나는 그의 손에 남은 상처 부근에 앞발을 얹고, 주변만 살살 매만졌다.
상처를 만지면 세균이 들어갈 테니 말이다.
고양이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위로를 건네며 그를 슬쩍 올려다봤다.
그의 눈치를 살피는데, 그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 같았다.
“먀아앙.”
내가 한 번 더 킬리언의 손등을 어루만지고 그를 향해 고개를 쭉 내밀어 살짝 기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올려다봤다.
여상한 눈길로 나를 보던 그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웃기네, 이거.”
오, 웃었다.
어느새 킬리언의 한쪽 입가가 비스듬히 올라가 있는 게 보였다.
따분한 와중에 하찮고 이상한 게 눈에 들어와 실소를 터뜨리고야 마는 얼굴.
얼핏 비어져 나오는 미소가 선선해 조금 놀라울 지경이었다.
그렇다면……. 나쁘지 않은 것 같은데.
“먹어.”
킬리언이 다시 우유가 든 접시를 내 앞에 밀어 주었다.
나는 순순히 그의 말을 따라 우유를 마시며 다시 머리를 굴렸다.
그래, 우선은 내가 사람이 될 수 있는지 아닌지는 차차 정보를 탐색해 확인해 보자.
인간이 되면 복잡한 사건에 휘말리기 전에 곧바로 이 제국에서 도망치고, 그대로 고양이로 있다면 황태자의 비위도 잘 맞추고, 앞날에 도움이 되도록 적당히 치고 빠지면서 마찬가지로 외국으로 나갈 방법을 찾는 거다.
찹찹찹찹!
나는 의지를 불태우듯 우유를 열심히 마시다 고개를 들었다.
먼 곳에서부터 발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만찬 룸 앞에 있을 문지기가 무어라 대답하는 게 들렸다.
“쉬잇.”
어느새 킬리언도 감지했는지, 나를 주머니에 집어넣었다.
이번엔 하이힐보다 더 느리고 묵직한 소리였다.
이내 걸음이 그치고 잠깐의 침묵이 찾아왔다.
“황태자 전하.”
웬 남자의 음성이다.
“황제 폐하께서 속히 제2 서재로 들라 명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