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cult leader in the game RAW novel - Chapter 178
제178화 – 「기계식 미궁은 풍차의 제분 기계에서 출발했다. 동력인 바라에서 에너지를 얻어 밀가루를 빻는 그 간단한 장치……. 하지만 우리의 선조들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무언가 ‘저질렀고’ 그 기계 장치는 스스로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살아 숨 쉬는 생명처럼.」
노마 카르펜의 기록에 의하면 이 미궁의 설립자는 초대 카르펜이었다고 했다.
그가 만들어둔 간단한 미로였을 텐데, 후대로 이어져 내려오면서 이 미로는 저절로 변해갔다.
“이거, 길이 너무 복잡하군.”
브라이튼 박사가 랜턴을 꺼내서 주변을 훑었지만, 보이는 것은 끝없는 미로뿐이었다.
“길을 잃기 쉬울 것 같군. 가까이서 걷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이 미궁은 설립 초기부터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만들었다고 했다.
노마 카르펜의 일기장에서, 미궁을 뚫는 방법을 본 적이 있다.
「예전에 선조들이 기록해둔 미궁의 통로가 있었으나 미궁이 스스로 진화하면서 그 지도는 소용이 없게 되어버렸다. 대신 몇 가지 지침이 생겼다. 늘 빛이 있는 곳을 향해 걸어라. 어둠이 나타나면 눈을 감아라. 미로에는 끝이 있다.」
“노마 카르펜씨의 일기장에 따르면 빛을 따라서 걸으면 된다고 하더군요.”
샤를은 그렇게 말하면서 나머지 문구도 설명했다. 어둠이 나타나면 눈을 감는다. 미로에는 끝이 있다.
“별 것 아닌 경고로군.”
“…….”
셋은 계속해서 미로를 걸었다. 문구에 적힌 대로 미로에는 어느 방향에 계속 작은 불빛이 보였다. 희미해 보이는 불빛은 가까이 가서 보면 야광으로 빛나는 칠을 해둔 것 같다.
이 빛을 따라 걷다가, 어느 순간 빛이 사라지는 곳에 나타났다.
“어라? 빛이 없어졌어요.”
그리고 갑자기 어둠이 안개처럼 몰려오기 시작했다. 샤를의 눈으로도 간파할 수 없으니 이것은 일반적인 어둠이 아니라 마법적인 어둠이리라.
레나 카르펜은 화들짝 놀라면서 샤를의 옆에 붙었고 브라이튼 박사가 들고 있던 랜턴은 그 빛의 밝기가 줄었다.
“눈을 감으라고 했었지.”
그렇게 중얼거리면서 다들 눈을 꼭 감았다. 무언가 속삭이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속삭이는 소리는 마치 귓가를 스쳐서 지나가는 것처럼 커졌다가 작아지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샤를은 다시 눈을 떴다. 고요하다. 어둠은 사라졌고 다시 저 먼 곳에는 반짝이는 빛이 보인다.
“출발합시다.”
갑작스러운 고요함. 샤를은 주변을 둘러보았다.
“없어……?”
미리 주의하라고 경고한 턱에 다들 눈을 감았을 터. 금기를 어긴 것은 아니었을 텐데도 전혀 보이지 않는다.
‘이런 식으로 사람들을 떼어놓는 건가.’
전형적인 공포 영화식 연출이다. 아, 아직 공포 영화라는 것이 없겠군 생각해보니.
그런 의미에서 샤를에게는 진부할 지언정 떨어진 다른 사람들에게는 공포를 유발할 요소가 있을 것이다.
샤를은 다들 알아서 잘 견뎌내리라고 믿고 앞으로 걸었다.
미로를 조금 더 통과해나가자 안쪽에 큰 공간이 나왔다.
“뭐야? 회전목마?”
유원지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회전목마가 그곳에 덩그러니 놓여 있었다.
회전목마 앞에는 삐에로 하나가 풍선을 들고 있었다.
“어서 와요! 풍선 하나 받아가!”
샤를을 향해 풍선을 내미는 광대를 보면서 샤를이 물끄러미 그를 쳐다보았다.
“풍선 받아!”
“넌 뭐지……?”
“풍선 받아요오!”
“싫어.”
적대적인 샤를의 태도에 광대는 갑자기 고개를 바닥으로 떨궜다. 그리고는 조용히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풍선받아!풍선받아!풍선받아!풍선받아!풍선받아!풍선받아!풍선받아!”
기계처럼 중얼거리는 목소리가 마치 중첩되듯 동시에 들렸다.
놈이 다시 고개를 들었다. 이번에는 눈을 크게 부릅뜨고 입꼬리가 찢어질 때까지 웃고 있었다.
놈의 이빨은 마치 상어의 이빨처럼 날카로웠다.
“싫다고.”
“내 풍선을 안 받아? 그럼 받을 때까지 잡아먹어 주마!”
마지막 목소리는 마치 굵고 낮은 저음이었다. 놈의 턱이 쩍 벌어지더니 있을 수 없는 수준으로 확장되면서 안에서 가시투성이 목을 내보였다.
샤를은 리볼버를 꺼내서 그대로 놈의 미간에 총알을 박아넣었다.
벌어진 입이 순식간에 들어가면서 광대는 뒤로 풀썩 쓰러졌다.
“왜 이렇게 약해?”
방금 쏜 건 일반탄이었다. 근데 그 총알 한 방에 푹 쓰러지다니.
샤를은 놈의 시체를 조사하기 위해 가까이 갔다. 그러자 놈은 쓰러진 그 상태로 갑자기 네 발로 일어섰다.
“모냐, 그건 드라군이냐?”
미간이 꿰뚫린 광대는 거미처럼 스스스슥 벽면을 타더니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 드라군이 도망친다!”
샤를은 저 멀리 도망치는 광대를 몇 발 더 쏴버렸으나 죄다 빗나가고 말았다. 뭐, 맞췄어도 별 효력은 없었을 것 같다. 놈은 진짜가 아니니까.
샤를은 광대를 바라보면서 대체 이게 어떤 구조의 신비인지 이해할 수 있었다.
상대방이 겁에 질리면, 놈은 힘을 얻는다. 그래서 계속해서 상대방을 공포에 질리게끔 하는 연출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포를 잡아먹으며 그것을 힘으로 바꾸는 존재인가.
하지만 놈은 샤를이 전혀 겁을 먹지 않으니 그대로 후퇴한 것 같다.
‘좀 구시대적 연출이네.’
김연수이던 시절에도 그는 공포 영화 매니아였다. 링, 컨저링, 애나벨, 싸이코 같은 온갖 영화를 섭렵한 그에게 이 정도의 공포 연출은 하수의 것이었다.
“엄마 젖 좀 더 먹고 오너라 애송이.”
*
거대한 하적물이 가득 찬 부둣가. 그곳에서 레나 카르펜은 정신줄을 거의 놓다시피 하면서 달리고 있었다.
자신이 왜 부둣가에 있는지는 전혀 모르겠으나,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
웬만큼 담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조차도, 당연히 광대가 원형 톱을 들고 달려오면 두려울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꺄하하하하! 나랑 놀아줘! 레나양!”
“꺼, 꺼져!”
레나 카르펜은 뒤돌아서 권총을 몇 발 발사했으나 죄다 빗나가 버리고 말았다.
“으히히히히. 으히히히히!”
광대는 원형 톱을 이리저리 휘두르면서 눈이 풀려 있었다. 왼쪽 벽면,오른쪽 벽에 선명하게 난 톱날 자국은 레나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어떻게든 도망치려 화물들이 가득 쌓인 공간으로 달렸다. 나무 상자들 틈 사이로 몸을 숨긴 레나는 발사된 탄환을 침착하게 재장전하려 했으나 자꾸만 손가락이 떨려서 재장전하기가 힘들었다.
그리고 주변에 고요함이 느껴진다.
“가, 갔나?”
그때, 레나는 머리카락에 무언가 묻는 것이 느껴졌다. 만져보니 축축하다. 섬뜩한 느낌에 위를 올려다본다.
그곳에는 광대가 양 다리를 상자 사이에 걸치고 공중에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머리에 묻었던 액체는 광대의 입에서 뚝뚝 떨어지는 핏물이었다.
“꺄아아아아악!”
“으헤헤헤! 으헤헤헤헤헤헤!”
레나는 재빠르게 도망치면서 근처에서 도움이 될 만한 것을 살폈다.
뒤에 있는 광대에게 권총을 몇 발 갈겼다. 일반탄과는 차원이 다른 마탄을 발사했음에도 광대의 몸에는 구멍이 나는 것 정도에 그쳤다.
미치광이 살인마가 뒤에서 쫓아오는 동안 레나는 옆에 있는 운반용 트랙터를 보았다.
어떻게든 그곳에 올라타서 시동을 걸고는, 그대로 광대에게 달려 들었다. 원형 톱을 들고 있어도 트랙터에는 밀리는 듯, 놈은 그대로 벽면에 쳐박혔다.
“죽어어어!”
“아, 아프잖아! 레나양!”
광대는 입에서 내장을 뱉으면서, 상체가 두동강 난 채 움직였다. 트랙터 위로 기어올라와 운전석으로 향하려는 모습을 보고 레나는 기겁을 해서 다시 도망쳤으나 발이 걸려서 넘어졌다.
“으히히. 나랑 놀자아아.”
광대는 상체만 남은 몸뚱이를 팔의 힘만으로 움직이면서 그대로 미친 듯이 기어왔다.
“으아, 으아아아!”
그때, 멀리서 거대한 화염이 창으로 변해 날아왔다. 상체만 남은 광대의 몸뚱이에 적중한 불꽃이 엄청난 불길을 일으켰다.
“으아아아아아!”
“잘 타네.”
귀에 익은 목소리에 레나가 고개를 돌리자 샤를 헥센 교수가 그곳에 서 있었다.
“교, 교수니이임.”
“다친 곳은?”
“어, 없어요.”
샤를은 레나를 일으켜 세워주면서 말했다.
“적은 레나 양이 겁을 먹을수록 강해집니다.”
“그, 그럼.”
“두려워하지 마세요. 놈은 약합니다. 지금도 저렇게 잘 타고 있잖아요?”
그 말에 레나가 패닉에서 조금 벗어나 진정되자 광대의 모습이 그대로 보였다. 불에 활활 타고 있다.
“저건 가짜입니다.”
“가짜요?”
“우리를 겁주기 위한 거죠.”
“……”
아직도 멀쩡히 움직이고 있지만, 광대는 예전처럼 더는 두렵게 느껴지지 않았다.
그러자 광대는 스르르륵 어딘가로 숨어들 듯이 사라졌다. 이렇게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니…….
레나도 사실 두려워하면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과 실천은 다른 법이었다.
옆에서 샤를이 그녀를 진정시켜주지 않았더라면 아직도 두려워하고 있었을 것이다.
“고맙습니다. 교수님.”
“뭘. 혼자서 이 정도 버틴 거면 잘 한 겁니다.”
실제 샤를의 생각이었다. 공포 영화라는 걸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자란 사람이 이 정도로 견딘 건 담력이 강하다는 거다.
그리고 저항하지 않았으면 샤를이 오기 전에 이미 사건이 끝나 있었겠지.
“브라이튼 박사도 이 근처에 있을 것 같은데.”
그리고 샤를은 그 박사가 전혀 겁먹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 생각대로, 조금 더 미로를 돌자 브라이튼 박사가 나타났다.
“오, 여러분 무사하셨군요. 광대가 마구 나타나던데 말이에요.”
“교수님이 구해주셨거든요.”
“다행이에요.”
브라이튼 박사는 신기하다는 듯 샤를과 레나를 바라보면서 말했다.
“저는 표본 하나를 수집했습니다.”
“표본?”
“여기요.”
브라이튼 박사의 손에는 팔뚝만 한 유리병이 들려 있었다. 그리고 그 안에 크기가 작아진 광대가 갇혀 있었다.
“꺼내줘! 여기서 꺼내줘 이 개자식아!”
그 작은 광대는 작아진 덕분에 목소리도 높아진 모습이었다.
병 안에서 발버둥치는 광대를 본 레나가 묘하다는 듯 말했다.
“이렇게 보니 광대도 좀 귀엽네요.”
“그렇죠? 집에 데리고 가서 애완 실험체로 키울 거랍니다. 이렇게 작은 악마 녀석은 처음 봐요.”
샤를은 브라이튼 박사가 잡은 광대를 보면서, 이 인간의 정신세계에 대해 생각해보기로 했다.
‘하긴 악마학 전문가라고 했으니. 그 광대 놈을 잡아도 이상하진 않겠다만. 그걸 표본으로 삼다니.’
아무튼 광대는 아무도 두려워하지 않자 오히려 더 쪼그라들었다. 진짜로 사람의 감정에 영향을 받는 존재라니…….
“일단, 계속 들어가죠.”
“네.”
샤를의 말에 사람들은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조금 더 들어가자 끝이 없을 것 같던 미궁의 끝에 도달할 수 있었다.
끝에는 거대한 공동이 있었다. 중앙에 끝도 없이 자라는 나무가 보였는데 나무가 마치 광대 모자(제스터 캡)처럼 자라 있었다.
‘이걸 보고 그랬던 거군.’
노마 카르펜이 꺼림칙하게 여겨졌던 건 바로 이것 같다. 신기하게도 그런 모양으로 자라있는 나무다.
그 나무는 중세식 제분기와 마치 한 몸이라는 듯 결합되어 있었는데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였다.
제분기 근처에는 여러 제례 기구들이 보였다. 그것을 훑어보던 브라이튼 박사가 말했다.
“이건 봉인구들이군요. 하지만 상태가 안 좋군요.”
“그렇군. 누군가 이걸 부순 것 같은데.”
샤를은 누군가가 이 봉인을 풀어버린 것 같다고 생각했다. 느슨한 봉인. 그리고 새어 나오는 힘.
전부터 들던 의구심. 이 존재는 그다지 강력한 건 아닌 것 같다. 기록상 거지황제라는 이명을 가진 존재는 시간 전쟁에서 패배하기는 했어도 분명히 신이었다.
그러나 여기 봉인된 존재는 공포라는 힘이 없으면 존재하기도 어려운 것 같다.
‘브라이튼 박사가 이 존재를 악마라고 의심하는 것도 이해가 가. 신이라고 하기에는 너무 약해.’
분명히 무슨 우여곡절이 있을 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