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52
152
“지금 자리를 비워선 안 돼!”
“우리 사도들이 알아서 할 거야!”
그렇게 말하며 나는 뒤에 타고 있는 마리우스 왕자의 어깨를 두드려 주고는, 드라콘에서 뛰어내렸다. 마리우스가 숨을 들이켰지만, 나는 날아서 근처의 신전 꼭대기로 이동했다. 내가 신전 꼭대기에 내려앉자, 누나의 옥좌에도 누나가 나타났다.
“어쩌려는 거야?”
“내 사도가 영감을 줬지 뭐야!”
나는 골렘 위 레오파라를 가리켰다.
드라콘과 펜나에 탄 마리우스와 프라비타, 아타울프가 위에서 공격하고, 땅에서는 엘라디안 누나의 사도들이 공격했다. 그 중간 위치에 골렘을 탄 레오파라가 있으니, 포위망이 아주 적절하게 형성되어 있었다.
“설마, 너!”
“어, 누나가 생각하는 그거 맞아!”
나는 큰 마석 하나를 꺼내 신전의 꼭대기에 박아 넣었다. 그 위에 스태프를 겨눈 후, 적당한 주문을 새겨 넣고 엘라디안 누나에게 손을 내밀었다.
“다시 한번 가는 거야! 그때처럼!”
“난 모르겠다. 내 신전은 골렘이 아냐!”
“내 마법만 따라와! 밀어내지 말고 누나의 신전에 흐르게 해!”
엘라디안 누나는 내 손을 잡았고, 내 마법을 따랐다.
그리고 나는 누나가 옥좌를 통해 신전을 이동시킨 그 힘에 마법을 불어넣었다.
“이건!”
신전은 움직이고 있었다. 단순히 무너졌다가 솟아오르며 공간을 이동했던 때와는 달리. 제 자리에 서서 무언가를 가두거나 내보냈던 때와도 달리.
신전은 움직였고, 이동했다. 제자리에서 앞으로, 저기서 미쳐 날뛰는 거인을 향해.
“믿을 수가 없구나!”
“우린 하고 있어! 해내고 있다고! 지금부턴 누나가 조종해야 해!”
누나는 옥좌에 앉은 채, 신전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나는 마법으로 그 연결을 공고히 한 후, 거인을 보았다. 우리의 사람들이 아주 잘 싸우고 있었다. 렉스도 거인의 머리에 워터볼을 떨어뜨려서, 거인이 머리를 붙잡고 신음했다.
그때를 겨누어 독을 쏘았지만, 거인은 놀라울 만큼 민첩하게 피했다. 본능적인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절삭력과 결합했던 그 독은 거인 옆의 나무에 명중하면서, 나무를 거인 위로 쓰러뜨렸다. 거인의 머리통에 맞아 아주 딱 울리는 소리를 냈다.
“크어어어!”
하지만 거인은 비명을 지르면서도, 분노에 차서 나무를 집어던졌다. 골렘에 탄 레오파라가 황급히 피했지만, 충분히 빠르지 못해서, 나무에 맞은 골렘이 반은 무너졌다.
나는 엘라디안 누나를 돌아보며, 이제 혼자 조종할 수 있을 테니 난 먼저 가겠다고 하려고 했다.
“꼭 붙잡아!”
하지만 누나는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아니, 달려가고 있었다…….
그 거대한 신전이 빠른 속도로 거침없이 질주하고 있었다.
입을 딱 벌리고 아래를 내려다보니, 통나무가 주르르 깔려 있고, 그 위에 맷돌 같은 둥근 바위들이 돌아가고 있었다. 그 위로 신전이 미친 듯이 굴러가고 있었다. 물론 누나는 신전을 마음대로 조종할 수 있고, 내 마법이 그 조종을 크게 향상시킨 게 분명하지만, 그래도 이건, 음, 이건 진짜, 너무 상상을 초월하는─ 어우, 멀미 나!
그렇게, 누나는 신전을 타고 말 그대로 질주했다. 나는 옥좌를 꼭 붙들었다. 날아오르는 편이 낫지만, 엘라디안 누나가 제정신이 아닌 게 분명해서 혼자 둘 수 없었다. 대체 뭘 어쩌려고!
“누나아아아!”
“그래, 가자!”
내가 하려던 말은 그게 아니야, 이 미친 여신아, 지금 눈앞에!
이미 늦었다. 우리는 눈앞의 거인에게 그대로 돌진했다. 신전 전체로 거인을 들이박았다.
아니다, 우리가 아니다. 내가 안 그랬다. 누나가 그랬지, 나는 무슨 죄로!
쿠쿠쿠쿵! 콰콰콰쾅!
그 충격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온몸이 흔들리고, 정신도 흔들리고, 넋도 흔들리고, 세상도 흔들렸다. 그다음으로는 모든 게, 날 포함한 세상이 산산조각 나려고 했다.
어떻게 보면, 그 충격이 하도 커서 떨어지지 않았다. 그대로 공중에 떠 있었으니까. 그 상태에서 날아가 버렸어야 했는데.
하지만 누나 때문에 나도 제정신이 아니었다. 나는 스태프를 앞으로 겨누며, 쐈다. 뭘 쐈는지도 모르겠다. 본능이었다. 그 여파로 더 날아갔다. 본능도 혹사당했는지 나처럼 제정신이 아니었다.
간신히 비행으로 균형을 잡는데 엘라디안 누나가 보이지 않았다. 불쌍한 우리 누나! 탄식하며 두리번거렸더니, 앞에 누나가 보였다. 뒷모습만.
누나는 수사슴을 타고 거인의 몸에 움푹 팬 상처로 뛰어들고 있었다. 진짜 누나 옷자락과 수사슴 꼬리만 보였다. 너무 화가 나서 누나에 대한 걱정이 싹 사라졌다.
“끄아아아아악!”
엘라디안 누나가 거인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몰라도, 거인은 두 무릎을 꿇고 주저앉으며, 비명을 질렀다. 그 소리에 아주 사방이 들썩거렸다.
근처를 날던 나도 비틀대다가 어딘가 내려앉았다. 내려앉고 보니 거인의 어깨였다. 당장 다시 날아오르려는데, 마리우스와 눈이 마주쳤다. 드라콘의 등에 탄 마리우스는 나와 눈이 마주친 순간, 칼을 휘둘렀다. 거인의 귓바퀴가 잘려 나가면서 피가 뿜어 나왔다. 드라콘이 그 자리에 대고 불을 뿜었다.
피에 젖은 마리우스가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네 엄마 아들 맞구나… 모자가 아주 잘하는 짓이다!
그런데 정말 모자가 아주 잘했다.
“피유우우우우…….”
거인이 힘없는 소리를 내며 모로 쓰러졌으니까.
쓰러지는 순간, 우리 모두 기우뚱하긴 했지만, 이번엔 정말 끝이었다. 무슨 공격을 맞건, 괴로워하다가도 안 죽고 더 날뛰거나 하지 않았다.
모자가 잘했다는 걸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화나니까 말로 하지 않을 뿐.
“너와 싸우긴 처음인데? 우리 진짜 호흡이 잘 맞는다!”
그때 괴물의 뒤에서 수사슴을 타고 날아올라, 신전에 다시 내려앉은 엘라디안 누나가 말했다. 웃는 얼굴이 너무 상쾌해 보여서 짜증이 치솟았다.
“안 맞아, 절대로 안 맞아, 누나, 착각하지 마, 우린 안 맞아!”
“네가 공격해서 낸 상처를 칼로 파고들어, 거인의 등으로 뚫고 나오는데, 기분이 끝내줬어.”
“자기 말만 하는 걸 보니, 누난 역시 스카텔란 형의 혈육 맞네. 애초에 신전으로 거인에게 왜 달려든 거야?”
“거인을 죽이려고 달려든 거지, 뭐 껴안으려고 한 줄 아니?”
“거짓말이야! 거짓말하지 마! 우린 그럴 필요 없었어. 누나가 하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신전 조종 같은 거 생각하지 말고, 그냥 파이어볼이나 착실하게 쓸 걸 그랬다. 놈도 갈수록 힘이 떨어지니 처음처럼 받아치지 못했으니까.
“더 빨리 죽이려고 그랬지. 그리고 네가 있을 때, 신전을 어디까지 조종할 수 있나 한계를 실험해 봐야 하지 않겠어?”
진짜 그 자리에서 화내고 싸우려다가, 우릴 뚫어지게 바라보는 마리우스 때문에 참았다.
마리우스와 엘라디안 누나가 친해지길 바라서 데려온 건데, 내가 조카 앞에서 누나와 싸우고 있구나. 어쩌다 이렇게 됐는지 모르겠지만, 알게 뭔지.
“다들 괜찮아?”
나는 엘라디안 누나에게서 눈길을 돌려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모두 괜찮아 보였는데, 골렘이─
“골렘이 막아 주지 않았으면 저도 위험했을 겁니다.”
레오파라가 부서진 골렘의 잔해 앞에 서서 말했다.
“아…….”
나는 골렘 앞에 섰다. 골렘을 곱게 장식했던 예쁜 꽃들도 다 떨어져 나가 있었다.
“저를 태우고 거인과 부딪칠 때도 많았지만, 잘 버텼습니다. 그러다가 결국 한계에 이르렀던 모양입니다.”
레오파라가 애석해 하며 말했다. 아타울프와 프라비타도 와서 말했다.
“테오파노 님께서 어떻게 만드셨는진 모르지만, 다시 만드실 수 있지 않을까요?”
“정신없어서 잘 보진 못했는데, 잘 싸웠어요. 처음엔 레오파라에게 드라콘을 보내려 했는데, 골렘이 생각보다 강해서 괜찮다고 하더군요.”
엘라디안 누나는 골렘을 보다 자기 신전을 가리켰다.
“내 신전은 어차피 좀 망가져도 다시 일으키면 되지만, 생각보다 잘 버텼다. 나도 다시 일으킬 것을 각오하고 한 일인데. 물론 내 신전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네가 마지막에 붙인 그 보석 때문이 아닐까?”
엘라디안 누나 말대로 신전은 절반 넘게 남아 있었고, 지금도 빠르게 복구 중이었다. 사방에서 전투 와중에 부서진 나무들이며, 쓰러진 바윗덩이들이 모여들어서 차곡차곡 쌓이고 있었다.
“그건 마석이야. 괴물의 핵이지. 골렘에게도 하나 심어 볼 걸 그랬네.”
“이건 테오파노 님이 새기신 건가요? 글씨가 또렷이 남아 있습니다.”
레오파라가 골렘의 잔해를 가리키며 말했다. 꽃잎이 떨어져서 드러난 아래, 내가 썼던 글자가 보였다.
“주문 때문에 그래도 잘 버텼던 게 분명합니다. 이번에야말로 무너지겠구나 싶을 때도 여러 번 있었지만 쓰러질 듯하면서도 버티더군요.”
나는 골렘의 잔해를 잠시 바라보다, 머릿속에서 생각을 정리해 보았다.
사도들 말대로 골렘을 다시 만들 수는 있었다. 하지만 누나와 함께 만든 것이어서, 나 혼자 할 때도 잘될지 의문이었다. 누나가 이동 신전을 내 도움 없이도 잘 움직일지 의문이듯.
혼자 만들 수 있어도, 너무 시간이 걸리면 전투 때는 활용하지 못할 터였다.
무엇보다, 애초에 흙이고 하니까 결국 흙으로 돌아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필요할 때마다 물건처럼 만들고 부수고 하기보다, 좀 더 가까운 관계를 맺고 싶었다. 누나가 함께 만든 꽃 인형에 정다운 이름을 붙였듯.
나는 일단 거대 마석을 소환해, 거인의 시체에 두었다.
“오, 괴물들의 시체를 네가 처리하니 다행이구나. 괴물의 시체는 태우면 재가 끔찍해서 공기가 나빠지고, 그 재를 파묻으면 그곳의 땅이 썩는 느낌이라서 처치 곤란이었거든.”
기뻐한 엘라디안 누나가 미간을 찌푸렸다.
“그렇다고 안 태울 수도 없지. 정말 크고 강했던 괴물의 시체를 파묻어 버리면, 거기서 작은 괴물이 태어나는 것 같아.”
“정말이야?”
“추측에 불과하지.”
숲과 사냥의 여신은 어깨를 으쓱했다.
“항상 그런 것도 아니고. 하지만 그런 의혹이 든 이래, 난 언제나 괴물의 시체를 꼭 불태워. 다른 신들에게도 경고했고.”
나는 고개를 끄덕인 후, 골렘의 잔해에 가서 그 흙을 긁어모았다.
“도와 드릴까요?”
“아니, 이렇게 하면서 생명력을 불어넣고 있다.”
내 주문이 남아 있는 부분을 골라 주먹 크기로 단단하게 뭉치려 했으나, 잘 되지 않았다.
“렉스, 도와줘.”
렉스는 스태프로 가리키는 날 흉내 내듯, 손가락으로 흙더미를 가리켰다. 물방울이 팡팡 터지더니, 곧 진흙이 되었다. 나는 그것을 주먹 크기로 뭉쳤다.
“흙장난이 재미있니?”
“그럼요. 누나처럼 박치기가 재미있는 것보단 낫습니다.”
시비 거는 누나에게 대꾸하며, 나는 흙덩이를 내밀었다.
“누나 성역의 흙이니까 가호를 내려 줘. 사랑을 듬뿍 담아서.”
엘라디안 누나는 피식 웃으면서도, 가호를 내려 주었다. 여신의 권능으로 흙덩이가 은은한 빛을 발하는 가운데, 나는 골렘 주문을 후광으로 새겨 넣었다.
그런 후, 심하게 다치진 않았지만, 그래도 지친 사도들에게 생명력을 불어넣어 주었다.
엘라디안 누나도 다친 누나의 사도들을 치료해 주었지만, 내 치료가 더 잘 들어서, 그들도 도와주었다.
“자신의 분야가 아닌 힘은 사도들에게 쓴다고 해도 쓰기 힘든데, 네 마법은 자유자재로 하는구나.”
“솔직히 쉽지는 않았어.”
“테오파노 신이시여, 고맙습니다!”
“테오파노 신께 감사드립니다!”
엘라디안 누나의 사도들에게 열렬한 감사 인사를 받은 후, 누나의 신전에 들어가 식사를 했다.
그새 복구된 신전 내부는 나무와 돌과 풀과 꽃과 이끼와 넝쿨과 각종 버섯으로 만들어진 실내 정원 같은 곳이었다. 아늑하고 쾌적하며 숲 냄새가 좋았다. 나뭇가지의 이파리 너머로 햇살이 부드럽게 스며들었다.
융숭한 대접을 받으며 식사하고 잠시 쉬고 나니, 거대 마석은 거인의 시체를 다 해치운 뒤였다.
-거대 마석이 커졌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