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53
153
“하지만 거인도 역시 마석은 없었습니다. 아까 제 검으로 일일이 훑어봤는데, 아무 반응이 없었죠.”
레오파라의 말에 프라비타가 추측했다.
“오크도 그랬고, 인간형 괴물은 마석이 없는 걸까요?”
“이성이 있고 없고의 차이일까?”
“글쎄, 저 거인보다는 호수 괴물이 더 똑똑해 보였는데.”
사도들이 이야기를 나누는 가운데, 나는 거대마석에게서 방금 만든 마석을 받아 냈다. 오크의 왕이나 거인 자체 내의 마석은 없어도, 거대 마석이 그놈들로 마석을 만들어 내긴 했다.
그 마석은 호박처럼 생겼는데, 갈색 줄무늬가 들어가 있었다. 제법 컸다. 나는 그 마석을 그대로 흙덩이에 박아 넣었다. 다시 골렘 주문을 외우면서.
“어쩌려는 거니?”
“글쎄? 될지 안 될지 모르겠어.”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흙덩이를 스태프로 골렘의 잔해 속에 심었다. 그리고 골렘의 주문을 영창했다.
다음 순간, 흙에서 다시 골렘이 일어섰다. 흙이 뭉쳐지고, 형상을 빚으며, 점점 커지다가 일어서듯 높아지는─
아까와 똑같은 과정인데, 어디까지 높아지는 거야?
모두 넋을 잃고 쳐다보는 가운데, 골렘의 키가 쑥쑥 커지더니, 아까의 거인처럼 솟아올랐다. 기겁한 엘라디안 누나의 사도들이 다시 무기를 들었다. 누나가 한 손을 들어 올리자 얼른 내리긴 했지만.
-와, 아까 그 거인처럼 커졌어!
렉스가 감탄했다.
“그런데… 날씬하네요… 옆이 너무 얇습니다. 옆 통이 두꺼워야 힘을 쓰는데, 저러면 영 못 쓰죠.”
아타울프의 말에 우리는 그의 곁으로 우르르 갔다. 정말 그랬다. 옆에서 보니, 앞에서는 커 보이던 골렘이 삐쩍 말라 있었다.
“몸매가 하늘하늘하네요. 춤은 잘 출지도 몰라요.”
프라비타가 킥킥거렸다. 그런 동지를 흘겨보며 레오파라가 권했다.
“키를 좀 줄이고, 그 질료를 옆 통에 붙여야 하지 않을까요.”
“그, 그래.”
스태프를 쳐들고, 나는 골렘의 몸을 다시 형성해 보았다. 솔직히 쉽지 않았다. 내가 조각가도 아니고.
“목이 너무 깁니다. 목덜미는 두꺼워야 힘을 잘 씁니다.”
“허벅지는 무조건 두꺼워야 합니다. 힘은 허벅지에서 나옵니다.”
“어깨 좀 넓게 해 주세요, 전 어깨 넓은 게 좋아요.”
“네 사도가 뭘 좀 아는구나. 어깨를 넓게 했으면, 허리는 상대적으로 가늘게 해라.”
다행인지 불행인지, 옆에서 떠들어 대는 넷의 끊임없는 조언으로 나처럼 실력 없는 조각가도 스태프를 끌 삼아 그럭저럭 만들어 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렇게까지 열심히 만들어야 하는 거야? 그냥 좀 대충 만들면 안 돼? 애가 힘 좀 못 쓰면 어때서, 귀여우면 됐지.
하지만 하다 보니, 어느새 나도 심혈을 기울여 골렘을 조각해 내고 있었다.
“좀 더 옆 통을 두껍게 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복근이 더 선명하게 나와야, 지방이 줄지요.”
“어깨가 넓은 건 좋은데 너무 올라가 있어요. 좀 더 각이 져야 보기 좋겠고요.”
“허리는 그냥 가느다란 게 아니라 탄탄하게 근육으로 조여진 느낌이어야지.”
“그 부분은 안 만드시나요? 이왕이면 역시 크게─”
“네가 만들어라!”
“네가 만들어!”
“무엄하다!”
“네, 죄송합니다…….”
묻지도, 궁금하지도 않은 제 취향을 내게 굳이 알려 주는 참견이 너무 많아서, 내 말은 할 새도 없었다.
내 취향은 어쩌고? 난 그냥 골렘이 처음 만들어졌을 때의 그 두루뭉술하니 아이가 쪼물쪼물 만든 듯한 그 소박한 느낌이 좋았다고!
“와, 우리 골렘 잘생겼네! 하하!”
프라비타가 손뼉까지 치며 좋아했다.
정말로 얼굴엔 대충 눈과 입만 새겼는데도, 몸매가 근사해서 보기 좋은 골렘이 탄생했다. 내게 재능은 없었지만, 스태프와 마법이 알아서 잘도 깎았다. 이렇게까지 잘할 필요는 없었는데.
다들 허벅지니, 복부니, 등이니 저마다 바라는 부위에 욕심내는 바람에, 전체적으로 울퉁불퉁하니, 세 보이긴 했다. 내 첫 골렘만큼 귀엽진 않아서 그렇지.
“엘라디안 누나, 꽃으로 장식해 봐.”
“기꺼이.”
꽃으로 장식해 봐도, 머리를 이끼로 덮고 꽃 한 송이 꽂아 봐도 마찬가지였다.
“이게 아니야. 그 느낌이 아닌데.”
“꽃으로 왜 감싸나요? 근육이 가려지잖아요. 모처럼 잘 만들었으면 내보여야죠.”
“아니, 반드시 감싸야 해. 엉덩이와 허벅지가 근육질이다 보니, 가랑이 사이로 시선이 가고 말아. 아무것도 없지만 꽃으로 가린 척하는 편이 자연스러워.”
-나쁘지 않지만, 난 반짝이는 게 좋아. 금박을 씌우면 어떨까? 금빛으로 반짝반짝 빛나면 더 잘생겨 보일 거야.
“렉스 말에 일리가 있습니다. 금박으로 씌운 후, 두 손을 가슴에 모으고 긴 칼 같은 거라도 하나 쥐여 주면, 그 부분도 가리면서 더 전사 같겠죠.”
“너희가 해라.”
“네, 알겠습니다!”
화나서 한 말인데, 프라비타가 명랑하게 대답하니 수상했지만, 더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골렘, 나를 봐라.”
온몸을 꽃으로 치장한 골렘이 나를 보는데, 처음의 그 소박하고 어설프니 귀여운 형상이 생각나서 어색했다. 그 애는 꽃도 잘 어울렸는데, 이놈은 꽃에 미친놈 같고.
아니지, 차별하면 안 되지.
“난 너의 테오파노 신이다. 만나서 반갑구나.”
골렘과 눈을 마주치며 인사하고, 사도들도 모두 인사시켰다. 골렘이 흙으로 돌아갔다가, 다시 일어설 때마다, 우리를 기억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우리도 그를 기억하는 마음으로.
-난 렉스야, 최초의 정령왕이지. 렉스 폐하라고 불러.
렉스는 인사하며, 골렘의 머리에 꽂힌 꽃에 이슬을 선사했다. 그러니 더 싱싱해 보였다.
“이제 돌아가야겠어. 두고 온 내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 거야.”
내가 엘라디안 누나에게 말하자, 누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이동할 때도 내가 누나와 힘을 합하자, 신전은 더 빠르게 이동하며, 더 빠르게 일어섰다.
“돌아오셨다!”
“두 분 신께서 돌아오셨다!”
기다리던 사람들이 우리를 반기며 일제히 환영했다.
우리는 신전 꼭대기의 옥좌에서 나란히 내려다보며 손을 흔들었다. 그 얼굴들이 얼마나 감격과 안도에 젖었는지. 잠시 자리를 비웠을 뿐인데, 이렇게 반가이 맞이하는구나.
사도들과 마리우스가 나가서 맞이했다. 골렘을 보고는 다들 놀랐지만, 사도들이 설명하자 신기해하며 둘러쌌다.
나만이 아니라 사도들도 많이 기다렸는지, 그들의 손을 잡으며 간곡하게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다, 내가 엘라디안 누나에게 말했다.
“이 마석은 여기 박은 채로 두고, 내가 주문을 새겨 넣을게. 그럼 내가 없어도 누나가 이 신전을 그때처럼 조종할 수 있을 거야.”
“신전을 가지고 싸우다니, 너의 영감이란 확실히 대단하구나.”
“마법 자체가 내게 영감의 원천이야. 또, 라스카라사 누나의 예술제를 보며 느낀 게 있었어. 우리 신들이 서로 영역만 내세우지 말고 서로에게서 배우면, 그거야말로 더 강해지는 일일 거야.”
숲과 사냥의 여신은 잠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다 말했다.
“나 역시 신전을 여러 방식으로 사용했었지만, 이렇게 직접 무기로 사용한 것은 처음이다. 이것은 확실히 네 도움이 크니, 나도 보답하고 싶다.”
잘됐다. 본래는 그냥 누나를 도와서 함께 괴물을 더 잘 물리치려 생각해 낸 일이지만, 막상 효과가 좋으니까 욕심이 났던 터였다. 생색 좀 내고 슬그머니 말해 볼 요량이었는데, 누나가 먼저 말해 오다니.
역시 착한 누나였다. 가끔 눈이 뒤집혀서 그렇지.
“아, 마침 누나에게 바라는 게 있었는데, 잘됐네.”
나는 싱글벙글 웃으면서 말했다.
“뭔데?”
“마리우스와 대화를 나눠 줘.”
내가 대답했다.
“사실을 밝힐 필요는 없어. 그냥, 단순한 이야기나 하면 돼. 기왕이면 좋은 사람이라고도 말해 주고.”
솔직히 마리우스는 속을 잘 모르겠다. 예지의 꿈에서 고결한 영웅이던 존재가… 실망까지는 아니지만. 하긴, 영웅도 감성이 질풍처럼 내달리고 노도처럼 밀려드는 시기가 있겠지. 나처럼 화나면 아무 때나 드러누워 잘 수 있던 신도 아니고.
하지만 꼭 마리우스를 위해서만이 아니라도, 누나를 위해서도 누나가 아들에게 그렇게 말해 줬으면 좋겠다.
죽은 라비크를 위해서도.
“…나는 네게 보답하겠다고 한 거다.”
“맞잖아. 이건, 내 조카에게도 내 동생에게도 내 누나에게도 좋은 일이고, 그러니 한 번에 세 명 모두 행복하게 한 내게 제일 좋은 일이지.”
나는 자신만만하게 말했다.
“이렇게 난 행복의 신이 되어 가는 거야.”
“하하!”
엘라디안 누나가 짧게 웃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누나 손잡고 다니던 시절은 다 갔지만, 엉겁결에 손을 잡았다.
“아─”
날카로운 통증이 일었다. 아파서 손을 빼려고 했지만, 누나는 더 꽉 잡았다.
아파서 저항도 할 수 없었다. 이건 마치 그때, 그 꿈의 마지막에서처럼…….
다음 순간, 그 통증은 온기와 빛으로 변했다. 맞닿은 손에서 빛이 일며, 온기도 몸 깊숙이까지 퍼져 나갔다. 눈앞이 아찔했지만, 넋을 잃을 정도로 황홀하기도 했다.
“이것은 숲의 자연력이다.”
숲과 사냥의 여신이 속삭였다.
“내 권능의 기반이지.”
“누나…….”
아, 이 누나 또 미쳤나 봐.
“널 하위 신으로 삼는 게 아니다. 이 힘은 전해 준들 마음대로 쓸 수 있는 권능도 아니고, 하위 신들이 내게서 받아 쓰는 힘도 아니니까. 나는 다만 자연력이라는 힘을 네 마법에 질료로 전해 줬을 뿐이다. 네가 잘 다루면 네 마법이 더 커지겠지만, 못 다루면 소용없지.”
나는 여전히 맞잡고 있는 우리의 손을 내려다보았다. 어렵겠지만 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들었다. 엘라디안 누나의 힘과 내 마법이 조화를 이루기도 했었고. 누나도 그렇게 생각해서 전해 줬겠지만.
“엘라디안 누나, 정말 고맙고, 대단히 큰 선물이야. 진짜로 고마워. 진심이야.”
“그런데?”
“…그럼 내가 부탁한 일은 거절이야?”
나는 좀 풀이 죽어서 말했다. 누나는 내 부탁을 거절하려고 큰 선물을 했는지도 모른다.
“그야 거절이지.”
누나는 태연하게도 말했다.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나는 그러려고 했으니까. 그러니까 네 부탁은 거절이다.”
나는 그만 누나를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누나… 진짜 세다. 그리고 능글맞아.”
“하하하하!”
누나의 웃음소리가 푸르른 하늘로 종달새처럼 솟아올랐다. 나도 함께 웃는 수밖에 없었다.
* * *
“테오가 없어졌다고?”
엘라디안 누나와 둘이서만 이야기를 나눈 후, 내려오자마자 뜻밖의 소리를 들었다.
“저희는 두 분이 가신 후, 식사를 하고 나서 모두 낮잠을 잤습니다. 어제 잤던 잠자리에서 그대로 말입니다.”
필립이 걱정스레 말했다.
잠자리 역시 엘라디안 여신의 성역이었다. 여신이 잔치를 베풀어 초대받은 손들이 잔치를 즐기고, 편안히 쉬는 곳.
신전이 여신과 함께 이동했더라도, 잔치와 그에 따른 잠자리는 신전의 확장된 일부라 할 수 있었다. 숲의 신전은 본질상 숲을 외부로 두지 않기 때문이다.
고로 그들은 안전했다. 그들에게 무슨 일이 생긴다면 여신과 내가 알 터였고, 우리가 때맞춰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성역이 그들을 보호했을 터였다.
“내 성역에는 아무도 침범하지 않았다.”
숲과 사냥의 여신이 말했다.
“그자는 제 발로 나간 것이 틀림없다.”
누나의 말이 옳았다. 테오는 별생각 없이 밖에 나갔다가, 길을 잃어버렸을지도 모른다. 그러지 말라고 주의를 주긴 했었지만, 테오는 기억력이 온전치 않으니, 말을 들었어도 잊어버렸을지 몰랐다.
“두 분이 말씀 나누시는 동안 렉스가 찾아보았지만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레오파라가 고했다. 나는 즉시 탐색 마법을 발동했다. 누나는 매를 비롯해 온갖 새를 날려 보냈고, 사슴들이며 토끼들이 재빠르게 달려 나갔으며, 뱀들이 땅을 일일이 훑었다.
그렇게 우리는 숲 전체를 뒤졌고, 몰래 숨어 들어와 올가미를 놓던 사내들과 약초를 따던 여자들을 발견했다. 멧돼지에 들이받혔지만, 방금 전 일인지 아직 온기가 식지 않은 시신조차 발견했고, 독사에 물린 시신도 발견했다. 우리는 그 모두를 거두었다.
하지만 테오는 끝내 찾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