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161
161
내 대답에 군중은 당황해서 웅성거렸다. 내가 그들의 왕자를 거절하기라도 한 것처럼 여기는 눈치였다.
걱정 마라, 이런 종교 문답은 다 각본이란다.
“나는 발라흐 왕국의 수호신으로서 발라흐 백성들의 대전사를 바라나니, 그중에서도 무고한 약자들의 대전사를 바라노라!”
“그렇다면 나, 마리우스는 발라흐 백성들의 대전사, 무고한 약자들의 대전사가 되겠습니다.”
그 순간, 마리우스가 너무 자랑스러워 북받치는 감정에, 잠시 숨을 들이마시며, 주변을 바라보았다. 라비크의 얼굴이 눈에 아른거렸다.
그러나, 바로 레오파라와 눈이 마주쳤고, 나는 그를 잠시 바라보았다. 내 사도가 내 마음을 알아주리라 믿으면서.
다시 고개 돌려, 나는 마리우스를 바라보았다.
“그렇다면, 마리우스여, 그대는 나와 함께 싸우는 사도일지라! 내가 그대의 투쟁을 수호하나니, 그대의 삶은 숭고하리라!”
예지의 꿈에서, 신인 나 자신을 돌아보게 만들었던 고결한 영웅. 내 조카이자 내 신도라는 사실이 아직도 믿기 어려운.
그렇게 마리우스를 축복한 순간, 거대 신상은 나로 변했다.
그러자, 그 무수한 사람들이 일제히 조용해졌다. 거대 신상 같은 견고한 물질이 살아 있는 존재로 변하는 건 언제 봐도 가슴 떨리니까.
드워프들이 만든 훌륭한 왕관을 내 앞에 무릎 꿇은 조카에게 손수 씌워 주었다. 내가 내리는 선물이었다.
라비크며, 엘라디안 누나 생각이 났다. 조카는 의젓한데, 내 손이 다 떨렸다.
그러나 조카는 휘황찬란한 왕관을 머리에 쓴 순간, 고개 들고 나를 보며 싱긋 웃었다.
나는 더 이상 떨지 않았고, 내 자랑스러운 조카를 일으켜 세워 끌어안았다.
“와아아아아!”
“마리우스 국왕 폐하 만세!”
“테오파노 신 만세!”
경탄이 침묵을 압도하며 함성으로 터져 나왔다.
나는 미소 지으며 조카의 손을 잡고 쳐들어 마법을 일으켰다. 우리 둘이 함께 쳐든 손이 이어서 아래를 가리키는 순간, 바닥에서 물이 솟아 나왔다.
사람들이 놀라서 물러서자, 물은 콸콸 솟아올라, 물줄기가 높이 치솟았다.
-나도 막내 사도에게 선물할래!
렉스는 신전에 언제나 맑은 물이 흘러나오는 샘을 선물했다. 이 샘의 물은 절대로 끊기지 않으리라면서. 성벽으로 둘러싸여야 하는 수도에 그런 샘이 있다는 것은, 참으로 좋은 선물이었다.
이번에는 내가 스태프로 그 샘을 가리켰다. 그러자, 드워프들이 미리 묻어 놓은 아름답고 커다란 대리석 분수가 올라왔다.
프라비타의 구상이었다.
-땅에 묻으면 흙이 묻어 있을 거 아냐?
-바람으로 털어 내면 되지, 그까짓 거!
-네가 테오파노 님의 흙바람 맛을 아직 안 봤구나? 미리 천으로 싸두고, 그 천이 사라지게 하자!
그래, 내 사도들이여, 너희가 마법을 안 쓴다고 쉬워 보이더냐?
-부양 마법을 걸어 놨다가, 펜나와 드라콘이 등에 지고 오게 하자. 안 무거울 테니까.
하지만 내 사도들이 아직도 엎드려 누워 내 무릎에 고개를 들이미는 그 어린 것들을 부려 먹을 생각까지 하자, 더는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작은 마법진에 주문을 더해서, 분수가 근사하고도 무탈하게 올라오게 했다.
사람들이 환호하는 순간, 나는 마리우스의 손을 잡고 분수 옆의 땅을 가리켰다.
마리우스는 분수의 물을 두 손에 받아 그 땅에 뿌린 후, 그곳에 입을 맞추었다. 이 나라의 땅과 물을 사랑하고 지키겠다는 뜻을 담아.
다음 순간, 내가 스태프로 가리키자, 새싹이 솟아났다. 그리고 점점 커져서, 아름답고 훤칠한 나무가 됐다. 엘라디안 누나가 사랑하는 나무였다.
물론 미리 씨앗을 심어 놓고, 생명력도 듬뿍 주고, 누나가 전해 준 자연력을 활용했다. 그래도 솔직히 자신 없었지만, 마리우스가 입을 맞추면 지켜 보고 있을 누나도 실패가 없게 해 주리라 여겼다. 내 예상은 들어맞았고 사람들은 흥분했다.
“기적이다! 기적!”
“이 땅이 저 나무처럼 성장해서 번영하리라는 기적!”
마리우스의 어머니인 엘라디안 누나의 자취를 그 아들의 대관식에 남기고 싶었다.
그의 부모가 그들 저마다의 선택을 내렸지만, 마리우스의 삶이 그 영향을 받았다. 그렇다면 앞으로는 상서롭기를.
나무가 우뚝 서서, 그 그늘을 대리석 분수 위로 드리우자, 그 자체로 평화의 표상이었다. 다음 순간, 하늘에서 나타난 매가 거대한 날개를 펴고 하늘을 맴돌았다.
사람들이 모두 그 매를 가리키며, 상서로운 길조라고 좋아했다.
그 매가 나무 아래 내려앉자, 환성이 울려 퍼졌다. 그 환성에 화답하듯, 이번에는 나무 아래서, 수사슴이 나타났다.
마리우스가 두 손을 내밀자, 왼손에는 매가 날아와 내려앉았고, 오른손은 다가온 수사슴이 핥았다.
“와아아아아!”
마리우스에게 복종할 영험한 동물들의 등장에,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다. 나도 가슴이 뭉클했다. 엘라디안 누나의 마음씀씀이가 기쁘다가도, 누나가 참석하지 않아서 아쉬웠다. 본래 국교 제정 날에는 그 신만이 현현하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수호신과 임금님이 엘라디안 여신의 성역에서 큰 위업을 달성했기 때문에, 여신께서도 이토록 큰 선물을 주신 거다!”
해석도 잘하는 내 새 신도들.
나는 다시 마법을 발현했다
이번에는 우리가 타고 온 배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배의 돛대가 솟아오르고, 용골이 평평해지더니, 전혀 다른 형상이 되었다. 바로 신전의 모형.
프라비타의 취향이었다.
-보세요. 이게 신전의 모형이거든요? 여기다 이걸 추가하고 저길 접어 넣으면, 이런 식으로 딱딱 맞춰서 배 모양이 얼추 만들어져요. 신기하죠?
-정말 신기하구나. 네 재주가 제일 신기하다.
-하하, 고맙습니다. 솔직히 좀 특이한 모양이긴 하지만, 그럭저럭 배 같죠. 강물이나 하늘에 떠 있을 때는 잘 안 보일 테고, 바닥에 내려 온 뒤에는 다들 거대 신상이나 테오파노 님의 실제 얼굴을 보기 바쁠 테니까요. 그러니까 그다음에 마법으로 이걸 원래대로 복구하시면, 도로 신전 모형으로 변하는 거죠.
-무슨 뜻인지 알겠지만 신전도 분수처럼 모형을 땅 아래 묻어 두면 훨씬 간단하지 않아?
-그건 그렇죠.
-그럼 뭐 하러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데?
-테오파노 님의 마법을 제 취향대로 과시할 수 있잖아요. 충족해 주세요.
물론 날 위한 일에 두 팔 벗고 나서는 사도들이 너무 고맙고, 이걸 해 달라건 저걸 하자건, 조금도 짜증 나지 않았다. 마법이면 다 되는 줄 아느냐고 소리친 적 한 번 없다.
다만, 내 사도들이 온갖 미친 상상으로 머리를 채우지 말고, 단순하게, 머리 비우고 편하게 좀 살았으면 싶을 뿐이다.
물론 사도들의 다양한 취향을 충족시켜 주다 보니, 마법이 점점 정교해지긴 했지만.
“아… 꿈꾸는 것 같아…….”
경외에 찬 탄성이 퍼져 나갔다.
나는 난쟁이들의 집을 만들었을 때처럼 공간 마법을 발현했고, 신전은 점점 커져 갔다. 솔직히, 작은 집들을 여러 개 하느니, 하나만 크게 확장하는 게 훨씬 쉬웠다.
사람들은 숨도 못 쉬고 고개 들어 바라만 보았다. 넋을 잃고 지켜보는 그들의 눈앞에서, 신전은 탑처럼 치솟아 오르고, 그들을 에워쌌다.
중심에는 같이 자라난 거대 신상이 있고, 그 앞에 마르지 않는 샘과 푸른 나무가 있는 그대로.
그 외 대리석 궁륭이며, 모자이크가 새겨진 바닥이며, 프라비타와 페룸을 중심으로 드워프들이 설계한 신전의 모든 호화로운 장식이 사람들의 눈앞에 펼쳐졌다.
모형일 뿐이니, 신전은 완공될 때까지 반투명한 형상이었고, 그 윤곽선은 허공 위에 반짝거렸다. 그러나 그래서 더 아름답고 환상적이었다.
“신전이 끝도 없어!”
“신전이 온 하늘을 뒤덮었어!”
전혀 아니었다. 신전에도 투영 마법을 걸었을 뿐이었다. 사람들이 본래의 신전에 더해 그들이 바라는, 보고 싶은 것 역시 볼 수 있도록.
그 마법은, 사람들의 믿음이 강할수록 더 잘 작용했다. 난쟁이들의 믿음 때문에 생겨난 마법이라 그런지도 몰랐다.
그런들 그들처럼 절실했던 이들이 아니니, 꼭 그렇게 잘 작용하리라곤 여기지 않았었다. 그러나 대관식을 맞아, 사람들의 믿음은 마리우스와 나를 향해 극대화했다.
그들은 그들의 왕이 축복받은 신전을 통해 나라의 미래를 보았다. 그리고 몇몇 사람이 하늘을 뒤덮은 반짝이는 신전을 보자,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보고 싶어 했고, 그 열망이 또한 신전을 확장했다.
지평선 끝까지 뻗어 나간 신전을 보자, 나도 가슴이 뛰었다.
“발라흐의 국왕 마리우스여! 나, 테오파노 신의 손을 잡고 국민들을 함께 축복하자.”
“영광입니다, 발라흐의 수호신 테오파노 신이시여!”
내가 그에게 손을 내밀자, 마리우스도 손을 맞잡았다.
그렇게 우리 둘은 하늘로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우리 임금님이 신과 함께 하늘을 나신다!”
-나와 하늘을 날고 싶다니, 미친 소리 마라.
이건 마리우스의 구상이었는데, 듣자마자 거절했다. 다른 사도들의 구상은 그래도 그들 자신에게 위험이 가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 말고 다른 이들을 날게 하는 건 쉽지 않다. 군중 앞에서 왕의 체면에 무릎 높이로 날고 싶니? 그렇다고 높이 올라갔다간 떨어져 죽을지도 모른다. 꿈도 꾸지 마라. 드라콘이나 펜나를 태워 주겠다.
-저도 다른 사도님들처럼 원하는 제 취향을 말했을 뿐입니다. 제 구상만 안 된다니 슬프군요. 아버지의 무덤에 가서 눈물로 큰아버님께 거절당한 아픔을 씻고 싶습니다.
왜 나는 사도들도 조카도 예민한 놈들 천지일까.
내게 마음을 솔직하게 열어 보여서 정말 기쁘지만, 가끔은 너무 적나라하게 그러진 말았으면 싶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 과묵했던 모습들이 그리울 때가 종종 있다.
-아니, 우리 마리우스 왕자님 기를 죽이시나요? 역시 우리 왕자님 취향이 참 고상한데요!
마리우스가 시무룩해하자, 아타울프가 나섰다.
-생각해 보세요. 우리 교를 국교로 정하면, 백성들 위를 신과 함께 손잡고 날아다닐 수 있다, 이 소문이 한번 퍼지면 혹하지 않을 왕족들 없을걸요!
아타울프 혼자 그렇게 생각하는 건 자유인데, 꼭 레오파라 앞에서 말해서 문제였다.
-아타울프가 드디어 인생 최초로 옳은 말을 했습니다. 반드시 들어줘야 합니다. 그래야 앞으로도 그럴 테니까요.
너무 사이가 좋아진 이놈들을 다시 한 침대에 재워 버리고 싶은 마음은, 신의 자비가 맞겠지.
-그러게요, 두 분이 손잡고 천천히 날고, 우리가 뒤에서 펜나랑 드라콘 타고 갈게요. 혹시 왕자님이 떨어지면, 잽싸게 받을 테니까요. 왕자님은, 떨어진 게 아니라 한번 드라콘도 타 보고 싶어서 탄다는 식으로 우아한 동작을 연습해 보면 되겠죠.
-게다가 우리에겐 드라콘과 펜나 말고도 끈끈이도 있잖아요?
파비안도 나서고, 프라비타도 말하고. 결국 그 말대로 되었다.
“와아아아!”
“마리우스 국왕 만세!”
너희의 국왕은 지금 손에 끈끈이가 붙은 채로 내 손을 잡고 하늘을 날고 있다! 정 같이 날겠다면 품에 안기거나 등에 업히라고 했는데도, 그건 체통 문제라며 거절한 너희의 국왕 때문이지!
“테오파노 신 만세!”
더 환호해라! 더 환호해! 그 신은 지금 죽은 동생이 남긴 조카를 떨어뜨릴까 봐 속으로 죽을 맛이니까!
드라콘, 펜나, 더 가까이 붙어! 마리우스, 손 좀 그만 흔들어! 나와 붙잡고 있는 손도 미세하게 흔들리잖아! 소통으로 호통치고 싶어도, 대관식 날 국왕의 기를 죽일 수도 없고!
이렇게 군중의 머리 위를 날아가는 우리 아래로는, 행진이 시작되고 있었다.
기사들이 햇빛에 무구를 번쩍이며 행진해 왔고, 관리들도 뒤를 따랐다. 각국에서 온 사절들 외에도 신들의 사절들이 뒤따랐다.
본래 신들은 다른 신이 수호신이 되건 말건 분노했으면 했지, 축하하지는 않았다. 애초에 그 신과 그 왕만이 주목받아야 하는 자리에 다른 신이 참석하는 것도 그리 좋지는 않으니까.
축하하면, 동맹인 경우였다. 내가 이 나라의 수호신이 되게 도와주면, 네가 저 나라의 수호신이 되게 도와주겠다는 식으로.
아버지야 한 나라쯤 잃어 봤자 두 나라가 더 생기기도 했던 분이다. 그리고 어떤 신이건 주신과 모신의 아래 있으니, 정확히 이편에서 보고하고 초청하는 형식이다.
그래서 다른 신들은 초청해도 협상에 따라 사절을 보내지만, 이 두 신은 반드시 보낸다.
그러니 부모 신에 브론테제 숙부, 엘라디안 누나, 나르본의 일로 고마워하는 라프트레이 형, 아레테에서 잘 지냈던 아민타스 형과 라스카라사 누나까지 계산하면, 처음 국교가 된 종교로선 상당한 성과였다.
그 정도면 됐다 싶어, 아예 협상하지 않았다. 해 봤자 진다. 이겨 봤자, 하루 기분 내서 뭐 하자고? 난 욕심도 허영심도 없는 신이니까.
그런데, 예상 밖의 결과가 나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