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213
213
헤르스탈이 나를 노리고 있었다.
봉인이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에서, 이 힘을 그에게도 중요했던 엑스키디움 전투 때 쓰지 않았다면, 자주 쓸 수 없는 힘이 분명했다. 지금이 마지막일지도.
그리고 그는 헬라네스를 쫓지 않았다.
봉인을 풀려면, 그 열쇠인 나를 파괴하는 게 먼저라고 생각했겠지.
하지만 사도들은 알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크흐흐흐흐!”
“캬아아악!”
마석 광맥에서 태어난 괴물들이 신전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신전의 보호 결계는 이미 위태로운 가운데서도 한동안 버텼다.
만일 신전이 땅 위로 치솟아 온 마석 광맥으로 포위당하지 않았다면, 나와 사도들은 밖으로 나가 괴물들을 해치웠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밖으로 치고 나갈 공간은 없는 가운데, 마석을 광맥에서 공급받는 괴물들은 지치지도 않았다.
그러니 공격군이 지쳐 나가떨어질 때까지 버티기만 할 수도 없었다. 보호 결계를 손쉽게 무력화하는 헤르스탈의 작전이었다.
내 존재가 결계를 더 강화하긴 했으나, 나와 사도들만 농성하는 것도 아니었다. 지켜야 할 신도들이 많았다. 계속 농성할 수는 없었다. 괴물을 모두 쓰러뜨려야 했다.
신전까지 포위한 마석 광맥이 괴물을 얼마나 만들어 내건 말건.
-이공간에 음식이 있지 않습니까?
-비상식량 정도다. 전시라 물자가 부족한데, 나 혼자 많은 식량을 독차지할 수도 없으니까.
그런 현실을 고려해서 나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렸다.
-그러나 신전 전체의 결계가 아니라면, 테오파노 님의 첫 번째 국교 신전이 무너질 수도 있습니다.
-신도를 보호하지 못하는 신전은 이미 무너진 것이나 다름없다.
발라흐의 국교 신전은 사도들이 제일 자랑스러워하는 신전이었고, 그만큼 제일 공들인 신전이기도 했다.
그들은 아쉬워하며 나를 설득하려 했으나, 종국에는 내 결정에 따랐다.
눈을 내리깔고 우리의 논의에 나서지 않았던 신관들은, 오히려 사도들보다 더 초연하게 받아들였다.
“테오파노 님께서 계신 곳이 곧 신전입니다.”
“설령 오크의 험난한 요새일지라도 말입니다.”
필립과 안네 신관이 말해 주어 고마울 뿐이었다.
나는 결계의 범위를 줄여, 신도들을 신전 안쪽에 몰아넣었다.
그들을 이공간에 보낼지도 심각하게 고려했다. 하지만 이공간에서 사람이 안전하게 생존하려면, 더 많은 연구가 필요했다. 무사 귀환도 물론이고.
무엇보다 헤르스탈이 나를 노리고 벌인 작전의 와중이었다. 내게 무슨 일이라도 생긴다면, 이공간에 갇힌 그들은 어찌 되는가.
안 그래도 나를 믿다가 농성전에 휘말렸는데.
그렇게 결계의 범위를 신도들에게만 한정 짓고, 나와 사도들이 그 밖에서 괴물들과 전투를 벌이기로 했다.
신관들이 미리 설명하며 다독거렸으나, 결계가 줄어들자마자, 괴물들이 신전을 파괴하기 시작했고, 신도들의 공포는 극에 달했다.
창 사이로 세 겹의 이빨이 번득이더니, 창틀을 물어뜯었다. 이어서 갈퀴 같은 발톱이 쑥 하고 들어왔다.
“아아아악!”
사람들이 비명을 질렀다.
프라비타가 그 발톱에 도끼를 휘둘렀다. 도끼날이 발톱에 떨어지자, 금속성 소리가 챙 하고 났다. 다음 순간, 놀라운 속도로 발톱 아래 살에 도끼를 박아 넣자, 괴물은 비명을 지르며 앞발을 빼려고 했다. 그러나 나의 사도가 도끼를 던져 앞발을 아예 잘라 버렸다.
“와아아아!”
비명이 함성으로 바뀌자, 이제 파비안이 신관들과 함께 신도들을 이끌었다.
“자, 여러분, 기도합시다! 우리의 수호신과 사도들에게 힘을 드립시다! 무서울 때는, 저 괴물의 앞잡이 놈을 때려 줍시다! 그럼 다 같이 외칠까요, 테오파노 신! 테오렌타! 성 루카!”
“테오파노 신! 테오렌타! 성 루카!”
신도들이 용기를 내고, 아트리타스를 두들겨 패고, 기도드리고, 아트리타스를 두들겨 팼다.
“여러분, 우리 테오파노 교의 유명한 물약은 순서를 지켜서 만듭니다. 지금도 그렇게 하면 됩니다.”
파비안은 신관들과 함께 신도들을 작은 단위로 나누고, 기도와 일, 아트리타스 감시, 휴식이라는 시간표를 짰다.
그래서 각 신관들이 지휘하는 각 조는 기도하다가 시간이 되면 전투하는 우리와 노약자들을 돌봤고, 시간이 되면 아트리타스를 감시하고 쉬었다.
신도들은 내게 기도하는 시간보다 아트리타스를 두들겨 패는 시간을 더 즐기는 게 명백했다.
서운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용서고 자비고 기꺼이 처벌받으며 진심으로 뉘우치는 자에게만 내려야 한다는 내 가르침을 잘 따르는 신도들이 자랑스러웠다.
맞서 싸우면서도, 우리는 현 상황을 파악하려 애썼다.
“발라흐의 수도는 아직 점령되지 않았습니다. 점령 시도가 있었다면 제가 진작 알았을 겁니다.”
젊은 국왕 마리우스가 원통해했다. 하긴 이런 식으로 수도 한복판의 국교 신전을 공격해 들어오면 누가 막을까. 그렇다고 발라흐 군대가 신인 나도 뚫는 데 시간이 걸렸던 마석 광맥을 뚫을 수 있을 리도 없었다.
“네 잘못이 아니다, 마리우스.”
나는 마리우스를 위로하려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러자 마리우스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보면서 이상한 소리를 했다.
“큰아버님의 잘못도 아닙니다.”
“…그렇게 부르지 말고, 이름 불러라.”
조카랑 친구하면서 젊게 살 거야. 시건방진 놈이 별소리를 다 하지만.
“파이어볼!”
다시 방어에 나서면서, 나는 나를 바라보는 사도들의 눈길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렇게, 발라흐의 수도 세렌에서 테오파노 국교 신전의 농성전이 시작되었다.
* * *
반쯤 허물어진 신전 내부, 괴물의 유해들이 산처럼 쌓여 있었다. 그 옆에는 목이 잘려 나간 테오파노 신의 거대한 신상이 쓰러져 있었다.
그 안쪽에는 골렘 방벽이 솟아 있었고, 그 골렘들 위로 테오파노 신과 사도들, 펜나와 기사들이 버티고 있었다.
방벽 안에는 사도 파비안과 신관들이 아주 작은 결계 외부에 서 있었다. 농성이 길어지며 점점 줄어든 결계였다.
결계 안에는 신도들이 모여서 끊임없이 기도하고 있었다. 그러나 지치고 굶주려 맥을 못 추는 노약자들도 많았다.
아트리타스를 때릴 힘도 없어, 그냥 결계 밖에 목을 매달아 놓았다. 다시 살아나는 순간, 다시 목이 졸려서 죽도록.
“악!”
괴물과 싸우던 아타울프가 그만 괴물이 휘두른 촉수에 부상을 입었다.
“내려와요, 아타울프!”
아래서 파비안이 애타게 불렀지만, 아타울프는 대답도 없이 이를 악물고 기어이 괴물의 숨통을 끊은 뒤에야 굴러떨어지듯 내려왔다. 대기하고 있던 파비안과 신관들이 그를 급히 부축했다.
그러자 그가 내려가서 빈 공백을, 테오파노 신의 방어막이 메웠다.
“난 괜찮아, 물약 아껴.”
파비안이 급히 물약을 내밀었지만 아타울프는 고개를 저었다.
작은 상처를 입지 않게 해 주고, 큰 상처는 빨리 낫게 해 주는 최고급 물약도, 그 효과도 떨어진 지 오래였다.
이제는 기본 진통과 영양 물약이 고작이었는데, 그마저도 바닥을 보이고 있었다.
“애들한테나 먹여.”
결계 안, 부모 품에 안겨 숨만 쌕쌕 쉬는 아이들을 가리키며 아타울프가 말했다. 이공간에 있었던 비상식량은 노약자 우선이었고, 노인들은 제 몫을 남겼다가 몰래 애들에게 먹이기도 했다.
그런들 농성이 길어지자 아이들은 이제 울지도 않았다. 퀭한 눈만 깜박이고 있을 뿐이었다.
물의 정령왕 렉스가 물의 정령들을 풀어, 물로나마 주린 배를 채워 주고, 청결을 유지하지 않았다면, 테오파노 신조차 고칠 수 없는 전염병이 돌았을 수도 있었다.
“지혈이 잘 안 돼요, 말 들어요.”
파비안이 억지로 물약을 입에 들이밀자, 딱 한 모금만 마시는 아타울프였다. 그리고는 억지로 몸을 일으켜 세웠다.
“조금이라도 먹어요.”
파비안이 입에 억지로 빵을 집어넣자, 아타울프는 깨무는 척하더니 반을 잘라 파비안의 입속에 욱여넣었다.
사실 파비안이 제일 못 먹고 있었다. 신도들과 신관들은 물론, 부상자들을 돌보는 유일한 사도로서.
“네가 쓰러지면, 후방은 누가 지키냐.”
“…조금이라도 쉬어야 해요.”
“좀이 쑤신걸.”
그러더니 아타울프는 말릴 새도 없이 다시 방벽으로 올라갔다.
더 지체하면, 그의 공백 동안 방어벽을 유지하는 테오파노 신에게 가는 부담이 크니까.
테오파노 신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 말 그대로 물만 마시면서 버텼다.
아무리 신이라고 해도, 끝없이 마법을 쓰며 괴물들과 전투를 벌이면서, 아무것도 먹지 않으니, 갈수록 말라갈 뿐이었다. 장밋빛으로 발그레하던 뺨은 창백하다 못해 혈관이 비쳐 보일 정도로 투명해졌고, 영원한 청춘의 상징처럼 싱그럽던 눈매에는 푸르스름한 그늘이 깃들었다.
-테오파노 님이 안 드시면 저도 먹지 않겠습니다.
-큰아버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사도들은 어떻게든 설득하려 했으나, 신은 요지부동이었다.
-나는 괴물에게 맞서 사람들을 지키는 신이다. 나는 반드시 승리하리니, 내 사도들은 나를 따르리라.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서라면 그 어떤 시련이건 무릅쓰리라고.
테오파노 신의 검은 눈이 신도들을 바라보았다. 달을 그대로 비춰 내는 맑고도 깊은 밤의 호수처럼.
-승리하겠습니다. 반드시 승리하겠습니다.
큰아버지와 그가 보호하는 신도들이자 자신의 백성들을 번갈아 바라본 마리우스가 맹세했다.
-저의 신께서 바라시는 대로 이루어 내겠습니다.
레오파라가 맹세했다.
-우리가 빨리 이기면, 테오파노 님도 빨리 쉬실 수 있겠죠.
파비안이.
-저, 프라비타, 테오파노 님의 사도입니다.
-테오파노 님과 함께 사람들을 구하겠습니다.
프라비타와 아타울프가.
-히히힝!
펜나가 투레질을 하며, 발굽으로 바닥을 쳤다.
그러자, 조용히 뜻을 밝혔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냉엄하기 짝이 없던 테오파노 신의 눈동자가 환히 빛났다.
신이 사람들의 믿음에 얼마나 기뻐하는지.
그로써 신이 그전까지 전혀 내색하지 않았던 불안과 동요를 비로소 감지하며, 가슴이 뭉클해지는 터였다.
신에 가장 가까운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신의 마음.
– 우리의 신이 우리 때문에 웃으셨다……. 그 눈물 나는 환희만 한 영광이 어디 있으랴.
훗날, 그들 중의 어느 교리서 저자는 그렇게 회고했다.
그 이래, 테오파노 신은 방벽에서 내려오지 않았다.
농성 초기, 테오파노 신은 다른 신들에게 도움을 청해야 한다는 사도들의 말에 응했다. 그러나 신들 모두 그들의 국교 신전이 공격받고 있었다.
동시 공격이었다. 테오파노 교처럼 집중 공격은 아니었지만, 역시 마법 장비의 교란이 일어나서 사람들의 피해가 컸다. 그들을 먼저 돌보는 것이 수호신의 임무기도 했다.
또한 신들이 직접 오지 않는 한, 구원군은 소용없었다. 당장 발라흐 기사들도 수도 신전에 갇히다시피 한 수호신과 국왕을 구해 내려 무모한 돌격을 감행하기까지 했으나, 큰 희생만 낼 뿐이었다. 결국 테오파노 신이 다른 신전의 신관들에게 계시를 내려, 공격을 포기하라는 국왕의 명령을 전해야 했다.
펜나를 통해 물자라도 운송할 수 있을지 가늠해 보았으나, 그리폰 같은 날개 달린 괴물들 때문에 포기해야 했다.
그리고 테오파노 신은 자신이 싸울 수 있는데, 다른 신들이 그들의 신도들을 버리고 오길 바라지 않았다.
이제 그는 전투에만 몰입했다. 레오파라와 마리우스가 양옆에서 그를 보좌했다.
무수한 괴물을 죽였으나, 끝이 없었고, 결계는 점점 줄어들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모두 누워서 잘 수 있던 크기였으나, 이제는 다들 몸을 웅크리고 서로 빽빽하게 붙으며 아이들을 몸에 올려놓아야 했다.
잠시 전투의 휴지기가 찾아왔다. 하지만 괴물들은 사람들처럼 휴식을 위해 물러가는 게 아니었다. 다음 공격을 준비하기 위해서일 뿐.
스렁, 스스렁… 땅속에서 뭐가 굴러가는 듯한 이상한 소리가 났다.
테오파노 신이 탐색 마법을 이용하더니 입술을 짓씹었다
-갈퀴 같은 앞발을 지닌 두더지 같은 괴물들이 땅속에서부터 골렘 방벽을 파고들고 있구나.
안 그래도 지금까지 골렘들은 그 어떤 공격이건 전면에서 감당해 냈지만, 점차 본래 형상을 잃어 갔다. 테오파노 신이 정성껏 조각했던 다듬어진 모습은 어디 가고, 갈수록 흐릿해져 가고 있었다. 힘이 소진되고 있는 게 분명했다.
골렘 방벽이 흔들리자, 그나마 제공권을 내주지 않고 싸우던 사도들의 발치가 위태로워졌다.
-테오파노 신…….
그때, 처음 듣는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