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God of Magic RAW novel - Chapter 71
71
두 사도가 브론테제 숙부가 하사한 침대를 두고 혼자 자겠다고 싸우는 바람에 나는 멀쩡한 침대 하나를 둘로 나누어 줘야 했었다.
“…저놈… 우리 충실한 사도가 코를 고니까요.”
“우리 선량한 사도가 발로 차니까요.”
“제 마음의 형제가 개처럼 오줌을 쌉니다.”
“제 영혼의 가족이 돼지처럼─”
“둘 다 더 말할 필요 없다. 그러면 오늘은 어떻게 하려고? 방을 셋 빌려야 하나?”
“아니, 테오파노 님이 혼자 주무실 때, 괴물이 습격하기라도 하면 어떡합니까?”
레오파라가 화들짝 놀라 물었다.
“응? 때려잡으면 되지.”
“하지만 전 아직 혼자서 괴물을 때려잡지 못하니까, 테오파노 님께서 같은 방을 쓰며 절 지켜 주시죠.”
아타울프가 그렇게 말하자, 레오파라가 노려보았다.
“약한 척 개수작 마라!”
“물론 우리 첫 번째 사도님은 괴물쯤은 몸소 때려잡게 강건하시니까 혼자 재워도 되겠네요. 완두콩 공주님처럼 예민하신 분이니까, 침대도 혼자 쓰시고.”
우리는 셋이 한 방에서 자기로 했다.
“테오파노 님이 침대에서 저와 레오파라를 분리해 주십시오. 제가 정말 코를 고는 오줌싸개인지 증인이 되어 주시고, 첫 번째 사도가 저를 잠결인 척 걷어찰 때마다 막아 주십시오.”
“아타울프가 원한, 문에서 제일 먼 자리는 보통 미혼인 큰딸의 자리죠. 그 옆에 어머니와 아버지가 누워 외간 남자와 떨어뜨려 놓으니까요. 우리 두 번째 사도가 테오파노 님을 아버지처럼 여기다니, 참으로 기특합니다. 테오파노 님도 우리 순결한 아타울프를 딸처럼 귀애해 주십시오.”
“정작 나는 아버지가 아니라 칼이 된 기분이구나. 트리스탄과 이졸데만 해도, 숲으로 도망가서도 둘 사이에 칼을 놓고 잠자니, 둘을 발견한 왕이 불륜을 범한 죄인들을 죽이려다가도 용서하지 않았니. 내가 너희 사이, 그 칼이 된 기분이다.”
나는 아타울프와 레오파라의 불화조차 사랑으로 변모할 가능성을 사랑의 전설을 통해 가르치고 싶었다.
“어차피 외숙모인 왕비와 도망까지 가 놓고, 왜 사이에 칼을 두고 잤을까요? 그럴거면 도망가지를 말든가. 왕족들 생각은 알 수가 없네요.”
“그냥 칼을 치우고 죽이면 되지 않나요? 할 거 다 하고서 숙부이자 남편인 왕을 속이려는 수작인데 또 속다니 답답하네요.”
하지만 내 사도들은 아무 감흥도 없었다. 역시, 남의 사도들에 얽힌 전설로 내 사도들을 가르치기란 무리였구나.
식당으로 내려오는데, 여관 문간에서 외치는 소리가 났다.
“우리를 먹이시면, 테오파노 신이 기뻐하십니다!”
“우리가 굶주리면 테오파노 신이 슬퍼하십니다!”
거지들이었다. 그들이 동냥 그릇을 내며 일제히 말하자, 여관 주인은 미간을 찌푸리면서도 죽을 한 국자씩 퍼 주었다.
“테오파노 신의 축복이 내리시길!”
“테오파노 신의 가호가 있기를!”
거지들은 내 이름을 외치며 열심히 인사했다. 레오파라와 아타울프가 흐뭇하게 지켜보더니, 거지들에게 적선도 넉넉히 해 주었다. 몹시 기뻐한 그들은 연신 절하며 감사를 표했다. 그러고는 다시 한번 내 이름을 외치며 사라져 갔다.
“주인의 인심이 좋군.”
아타울프가 주인에게 말하자, 그는 코를 찡긋거렸다.
“적어도 예전처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와서 매달리거나, 손님들을 귀찮게 하는 대신 질서가 좀 잡혔으니까요.”
“매일 동냥을 주나?”
“거지한테 퍼 주는 죽으로 신한테 바치는 제물을 대신할 수 있다니 싸게 먹히잖아요? 매일 그럴 필요도 없이 이집 저집 돌아가면서 하면, 거지들도 평소에 귀찮게 안 합니다.”
“다른 곳에서도 그렇게들 하나?”
“물론이죠. 싼 맛에 제물을 바칠 수 있는데 안 하면 바보지!”
내 물음에 주인이 즉시 대답했다.
“무엇보다 거지들의 질서를 잡기도 좋지요. 본래 우리 나르본은 손님들처럼 딱 봐도 부유한 여행객들이 많이 들락거리는 곳이라, 거지들 관리를 엄격하게 합니다. 거지 면허도 우리 도시에서 최초로 만들었죠.”
여관 주인이 신이 나서 떠벌였다.
거지 면허는 구걸해도 된다는 합법 허가라고 아타울프가 설명했다.
“거지 면허증도 불구자나 나병 환자, 애들 딸린 과부, 딱 세 부류만 줍니다. 그거 없이 구걸하거나 정해진 시간 외에 구걸하면 두들겨 패서 추방하죠. 안 그러면 놈들이 도시 입구서부터 손님들 옷자락을 붙들고 늘어지니까요. 그렇게 해도 말썽이 많았는데, 이렇게 밥은 딱딱 먹여 주니까, 놈들도 많이 나아졌습니다.”
“그럼 모두에게 좋은 제도군.”
레오파라가 지적했지만, 여관 주인은 피식 웃었다.
“글쎄, 테오파노 신에게도 그럴까요? 내가 보기에, 그 신은 신전을 경영할 줄 몰라요. 경험이 없으니까 싸구려 제물을 받는 거죠. 쯧쯧.”
또 아무 조짐도 없이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려는 레오파라를 내가 막았다.
-괜찮다.
-하지만!
-신성이 흘러들어 오고 있다. 저자는 어쨌건 거지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거지들은 배를 채웠다. 지금 이 순간, 의식이 곳곳에서 이루어지고 있고, 나는 제물을 받고 있다.
두 사도가 놀라서 나를 바라보았다. 실제로 그랬다.
그전에도 테오페렌 성을 떠나 나르본까지 여행하면서, 신성이 예전보다 빠른 속도로 늘어난다고 느꼈다. 세 번째 원도 빨리 생겨났었고. 마법이 발달할수록 신성도 증가하나 싶기도 했었는데, 그렇기도 하겠지만, 오늘 그 직접 원인을 내 눈으로 목도하였다.
구걸을 거절당하지 않는다는 안도감. 굶주리지 않아 감사하는 마음.
물밀듯이 밀려오는 신성과 함께 밀려온 신자들의 감정이 참으로 뭉클했다.
“하지만 어쩌겠어요? 테오파노 신은 우리 라프트레이 신이 아끼는 막내 동생이니 우리 나르본 사람들이 그 신도들을 푸대접할 순 없죠. 비록 거지들이라도. 우리 라프트레이 신은 스카텔란 신과 달리 너그럽고 우애가 깊으신 분이니까요.”
여관 주인은 자부심에 차서 말했다.
나는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딱 봐도 평범한 사람이었다. 장단점이 있고, 착할 때도 나쁠 때도 있는, 가장 흔한 사람.
세상을 이루는 가장 많은 사람이, 내 방식을 택하고 있었다. 편하고 싸고 유용하니까.
“하하, 그래, 잘했다. 그 신도 기뻐하리라.”
내가 웃으며 말하자, 주인도 같이 웃으며 술을 내왔다.
“자, 내가 빚은 가장 좋은 술입니다. 최고의 향과 맛을 자랑하죠.”
실제로 좋은 술이었다.
“이 술은─”
“그렇죠. 나르본의 명주로 손꼽히는 라프트레 술이죠. 바로 알아보시네.”
한 모금 마신 아타울프가 눈을 가늘게 뜨자, 주인이 씩 웃었다.
“이 술을 만들어 낸 사람들에게 직접 배웠죠. 하도 뛰어난 술이다 보니, 라프트레이 신께서도 이 술을 맛보고 감동하신 나머지, 금주령을 철폐하셨단 전설이 있지 않습니까.”
…사람들은 신들이 다 이야기해 주지 않아도, 그들끼리 알아서 이야기의 공백을 채워 가는구나… 그 편이 실제보다 더 훈훈하긴 하네.
나는 술을 쭉 들이켰다.
음식도 맛있었다. 우리는 흥겹게 먹고 마셨다.
“렉스도 여기 있었으면 좋겠구나. 그만 고생을 시키네.”
“물의 정령에게 술을 주면, 취하긴 할까요?”
“사람보다 더 취하겠지. 술에서 수분 말고 진액만 들이켜는 거 아냐?”
“그편이 맛있겠네.”
그렇게 실없는 소리를 하며 거나해졌을 때였다.
문이 열리고, 학생들이 들어왔다. 본래 여기 있던 학생들과 달리 음침한 표정이었다.
“아까 술을 얻는 데 실패한 아카데미 소속일까요.”
아타울프의 추측이 그럴싸했지만, 지금까지 봤던 모든 까마귀도 똑같은 표정이었지.
“여기서 파는 가장 좋은 술.”
“왕족에게도 내놓을 술.”
“신전에서 신에게 제주로 바쳐도 부끄럽지 않은 술.”
그들은 아타울프처럼 거만하게 주문했다. 그러나 주인은 아타울프와 달리 그들을 무시했다.
그들은 그들대로 자리를 차지하자마자 심각한 대화를 나누느라 정신없었다.
-저들을 좀 지켜보다 접근해서 아트리타스에 대한 정보를 빼내는 게 어떨까요.
-마침 대학 신분제에서 아트리타스보다 바로 아래니까, 적나라하게 이야기할 테죠.
레오파라와 아타울프가 말했고,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그들은 후원자에 대해 말하고 있었다. 대학 사람들의 영구한 화제.
“학위를 딸 연구를 계속하려면, 후원자를 빨리 만나야 하는데.”
“나도 급해. 이대로라면 책상 빼게 생겼다고.”
-책상 빼면 좋은 거 아닌가요?
대화를 듣던 아타울프가 놀라서 물었다.
-책상 없으니까 공부 안 해도 되고, 방에 침대도 더 큰 거 놓을 텐데요.
-그러게 책상에 집착하는구나. 그까짓 거 없이 살아도 아무 불편 없는데.
-뭘 어떻게 살면 침대보다 책상을 더 좋아하게 됐을까요. 안쓰럽군요.
이렇게 우리 교가 한마음 한뜻이 될 때는, 내 사도들이 날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도들은 부인했지만 아버지 신이 된 느낌도 들고.
“연구 자금이 걱정돼서 공부에 집중도 안 돼. 제일 좋아하는 동상 옆에서 공부하면 좀 낫지만, 내 자리를 빼앗으려는 재학생 놈들을 쫓아내기 귀찮아.”
“그 무식한 애송이들에게 자정이 되면 동상의 눈이 붉게 빛난다는 이야기를 해 주면 돼.”
“난 동상 앞 좋은 자리를 차지하고도 밤을 새지 않으면, 밤에 동상이 청동 팔로 머리를 내리쳐서 백치가 된다고 말해 줘.”
그 세 학생들은 이런 미친 소리를 하며 진심으로 즐거워했다. 하지만 곧 한숨 쉬었다.
“라프레아의 왕은 나르본에 큰돈을 썼는데, 죽다니 아쉬워. 그는 여기 테클란의 왕보다 더 인심이 후했지. 그런 왕이 갑자기 병으로 죽을 줄이야.”
-그 왕이 우리가 나르본에 오자마자 들었던 조종의 주인공이군요.
레오파라가 생각에 잠겨 말하자, 아타울프가 추측했다.
-저렇게 말한 대학생은 억양을 보니 발라흐 인 같습니다.
“라프레아는 라프트레이 신의 출생지니, 우리 나르본과도 인연이 있지.”
“게다가 라프레아에는 이만한 학문의 성지가 없으니까, 학문의 수호자로 이름을 날리려면 그 왕도 우리에게 투자하는 수밖에 없었지.”
“그런들 이제 좋았던 시절은 갔어. 앞으론 더할지도 몰라. 라프레아의 왕위를 주장하고 나선 이들이 왕위 계승전을 벌이면 우리한테 올 돈이 전쟁 자금이 되겠지.”
그 말을 한 학생이 한숨을 쉬자, 아타울프도 말했다.
-하긴 여러 왕실이 다 정략결혼으로 엮여 있으니, 누구 하나 죽으면 왕위 계승전은 기본이죠. 혈통이 좀 멀어도 주먹으로 거리를 좁히면 가까워지니까요.
-특히 노왕이면 기침만 해도 용병 길드에 문의가 쏟아집니다. 사돈의 팔촌 같은 분들한테서도 옵니다. 혹시 모른다는 희망에 차서 들썩거리죠. 그런데, 그 왕은 아직 노인은 아니었죠. 젊었을 때는 용맹으로 이름도 날렸었고요.
그렇게 말한 레오파라가 조용히 물었다.
-…암살일까요?
가능한 추측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왕이라도 허무하게 죽곤 한다. 신이라도 계약자를 지켜 줄 수 없을 지경으로.
-그 많은 전쟁에 승리해 놓고, 겨우 술병으로 죽는단 말이냐! 세기의 영웅이란 놈이!
스카텔란 형도 분통을 터뜨렸었고.
그렇다고 내 사람들에게 사람은 너무 허무하게 죽는다고 말하기도 싫었다. 그들 역시 알고 있다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도 있겠지.
얼버무리며 나는 학생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였다.
“하긴, 테클란의 왕자도 발라흐의 왕자도 라프레아의 왕위에 간섭하겠지.”
“하지만 라프레아의 사스키아 왕비가 낳은 왕자가 엄연히 있잖아.”
“코흘리개가 상대나 되겠어? 계승자가 외국의 침략자에게 밀려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그러고 보니 라프레아의 사스키아 왕비는 죽은 왕과 재혼 전엔 본래 발라흐의 왕비였지. 발라흐의 맏왕자는 그녀의 소생이잖아.”
“이부형제 간 싸움이 되겠군.”
그렇게 말한 학생이 휘파람을 불었다.
“사스키아 왕비는 대단한 여자네. 두 번 결혼했는데, 남편끼리 적이더니, 이젠 자식들끼리도 적이 될 판이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