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146)
Chapter 145 – 145. 축제 준비
“그거면 됐나.”
아카데미 밖, 시내에 있는 디저트 가게. 포크를 사용하다가 개빡친다면서 손으로 집어 먹고 있는 핀덴아이를 향해 묻자 그녀는 심드렁하니 답한다.
“생각보다 별로인데?”
핀덴아이에게는 여러 재능이 있다.
전투는 말할 것도 없으며, 사람을 이끄는 통솔력, 혁명군을 휘어잡는 카리스마.
또한 그녀가 가진 짐승 같은 감각도 재능으로만 얻을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가장 큰 재능은 내 신경을 거슬리게 만드는 게 아닐까 싶었다.
“네가 지금 입에 쑤셔 넣은 케이크가 몇 개인지 아나?”
“모르지.”
“옆에 있는 접시를 봐라.”
수북하니 쌓여있는 접시들.
예전 회전초밥집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광경에 내가 따지듯 핀덴아이를 바라보자 그녀는 남은 초코케이크를 입에 넣더니 답한다.
“쓰읍, 그냥 고기나 구워 먹는 게 나랑은 어울리는 것 같아.”
“후우, 그래. 늑대에게 상식을 바란 내 부덕이군.”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나자 핀덴아이 역시 괜스레 쩝쩝거리며 뒤따른다.
한 끼 식사라고는 볼 수 없는 금액을 낸 후, 포장용 케이크를 챙기고 바깥으로 나오자 핀덴아이가 괜히 피식거리고 있다.
그녀에게 휩쓸리고 싶지 않았기에 다른 방향으로 말을 돌려본다.
“솔직히 놀랐다. 네가 디저트 같은 걸 먹고 싶어 할 줄은 몰랐으니까.”
“어? 사실 별로 먹고 싶진 않았는데?”
우뚝.
내 걸음이 멈추고, 핀덴아이를 바라보자 그녀 역시 나를 지그시 응시한다.
마리아스 대삼림에서 나 혼자만 있겠다고 떠나라고 했던 것 때문에 최근 심통을 부려서 기분이나 풀라고 원하는 걸 말하라니까 요구한 게 디저트면서.
실은 먹고 싶지 않았다?
얼마가 깨진 건지 아는 건가? 데이아가 알았으면 바로 근처 손에 잡히는 걸 아무거나 던지면서 미친놈이라고 쌍욕을 박았을 거다.
“그냥 내가 주인놈 지갑을 털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 뭔가 생각했던 것뿐이야.”
“…….”
“이야, 주인놈 그래도 나한테 그 정도나 써주고. 감동이야? 나도 뭐 해줄까?”
와서는 팔꿈치로 옆구리를 툭툭 찔러대는 핀덴아이.
그래, 원래 이런 여자였다.
아니, 그냥 짐승이라고 봐야겠지.
“그래, 부탁 하나 하지.”
“오? 뭔데? 쌓이셨나? 함 시원하게 빼줘?”
“그 아가리를 좀 다물어라.”
내가 으득 이빨을 물며 말하자 핀덴아이는 바로 입에 지퍼를 채우는 시늉을 하며 다문다.
그렇게 조금 조용해지니 마음이 살짝 편해졌다.
도중에 일루아니아가 머무는 호텔에 들러 디저트를 건네준 후, 바로 연구실로 돌아간다.
“와아! 감사합니다!”
“여, 여기 엄청 비싼 곳인데요?”
[……맛있겠네요.]오웬과 페르 교수에게도 먹으라고 나눠준 후, 남은 포장 하나를 챙겨든다.
“뭐야, 어디가?”
“줄 사람이 있다. 그리고 입 열지 말라고 했을 텐데.”
“쉬펄, 존나 쫌생이네.”
“…….”
“아, 예! 죄송합니다! 입에 뭐 재갈이라도 물까요? 듣기로는 그쪽 취향이시라던데.”
핀덴아이의 물음을 뒤로한 채로 나는 연구실 밖으로 나섰다. 내가 향한 곳은 에리카의 연구실이었다.
아무런 일도 없는데 온 건 당연히 아니었고, 따로 부탁할 일이 있었다.
노크 후, 안으로 들어가자 업무를 보고 있던 에리카의 어깨가 살짝 들썩인다.
괜스레 헛기침하며 주변 조교들에게 눈치를 줬고, 그들은 하고 있던 일도 내팽개치고 바로 밖으로 나갔다.
“실례합니다.”
“좋은 시간 보내세요.”
“부르시면 돌아오겠습니다.”
나가면서 한마디씩 하는 것에 이상한 배려가 담겨 있었지만 괘념치 않았다.
“어흠, 무슨 일이야?”
괜히 조교들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면서 덤덤하니 묻는 에리카.
나는 케이크가 담긴 작은 상자를 내밀어 그녀의 책상 위에 얹어둔다.
“괜찮아서 가져왔다.”
“아, 나한테?”
“……그럼 너 말고 여기 누가 있지.”
내가 이런 걸 가져올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지 당황해하는 에리카. 하지만 곧이어 살포시 미소를 지으며 받아 든다.
“고마워.”
갑자기 생긴 잠깐의 정적.
굳이 시간을 허비할 필요 없기에 나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간다.
“브라이트 가문과 척을 지게 되었다고 들었다.”
“……으, 으음.”
너무 중심으로 찌르고 들어간 걸까. 에리카는 어색하니 볼을 긁적이며 고개를 끄덕였다.
“기드온이랑 혼인하지 않겠다고 말하니까 바로 쫓겨났어. 하지만 괜찮아, 자립할 나이는 됐잖아?”
어깨를 으쓱거리면서 아무렇지 않다 답하는 에리카. 실제로 그녀는 이제 예전과는 다르게 당당하며, 주도적인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내가 알던 에리카 브라이트의 모습.
어깨를 펴고, 스스로 자신감 넘치는 눈동자는 실로 아름다웠다.
“그래, 하지만 제로니아 가문에서 이번에 무너지면서 가문 쪽에서도 입장이 바뀌었겠지.”
“…….”
세티마 주민들 학살로 인한 추모비와 기부금으로 금전적인 타격이 막심했으며, 이번 마리아스족이 세티마의 이름을 내걸고 쳐들어온지라 전선에 서기까지 했다.
듣기로는 내가 도착하기 전, 이미 제로니아 가문의 사병들은 전멸 직전까지 갔고, 기드온 제로니아는 부상으로 입원 중이었다.
“맞긴 해. 그리고 가문에서는 나를 잡으려고 애쓰고 있어. 며칠 전에도 편지가 왔었거든.”
서랍을 열더니 편지 한 통을 꺼내 드는 에리카. 브라이트 가문의 문장이 찍힌 것이었다.
“하지만 그건 진정으로 나를 필요로 해서 그런 게 아니야.”
원래부터 정치적인 용도로 사용되려던 딸이다. 제로니아 가문과의 혼인이라는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막아냈다는 것에 감사를 표하는 게 아니라.
“너랑 약혼 관계니까. 정확하게 말해서는 네가 필요하니까 그런 거야.”
위령사인 나의 입지는 이번 전쟁을 통해서 더욱 견고해졌다. 한 마디로 브라이트 가문은 위령사라는 줄을 잡고 싶어 하는 것이었다.
“그래.”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기에 나는 덤덤하니 답했다.
“시간을 잡아라, 같이 가마.”
“……어?”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했다는 표정으로 되묻는 에리카. 나는 굳이 그녀를 위해 한 번 더 말해준다.
“함께 브라이트 가문으로 가자. 나 역시 그들이 필요하다.”
“아, 아니. 잠깐만. 어? 진짜로?”
“그냥 가면 의심을 받겠지. 상견례 정도로 포장하도록 하지. 다리우스도 따로 부르겠다.”
차갑던 표정이 무너져 내리며 당혹감에 에리카의 양손이 가만히 있지를 못한다.
“그, 그럼 파혼서는 어떻게 할까?”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그녀.
“미안하지만 잠깐은 보류해줘야겠다. 하지만 다녀온 이후라면 언제든 주면 된다.”
“……아.”
차갑게 식어가는 에리카의 표정. 씁쓸함이 담긴 그녀의 얼굴을 굳이 읽지 못한 척 담담히 말했다.
“부탁하마.”
“그래, 알았어. 본가로 가는 건 썩 싫어하지만 그 양반들이 네 앞에서 기는 건 보고 싶네.”
그대로 간단히 인사하고 연구실 밖으로 나섰다. 풀 죽은 에리카의 모습이 미안하긴 했지만.
‘이번 생까지 그녀를 옭아매고 싶진 않다.’
아리아에게 들었을 때, 1회차의 나는 에리카와 혼인했다고 들었다.
그것도 사랑해서가 아니라 단순히 내가 에리카가 필요했기 때문에. 아픈 나를 위해 간병도 해주고, 혼인마저 해주었다.
이번만큼은 내가 뭔가를 해줄 수 있겠지.
물론, 단순히 에리카를 위해서 행동하는 건 아니었다.
‘단테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그들이 생각보다 이르게 사건을 벌이고 있다. 원래 게임이라면 지금 시간대에서는 단테라는 이름조차 나오지 않았을 무렵.
나의 존재 탓에 활발하니 활동하니, 나 역시 그에 맞춰서 최대한 대비를 해둘 생각이었다.
‘골치로군.’
단테 때문에 골머리를 썩이는 이유는 딱 하나였다.
그들의 최종계획이, 정말로 대륙을 구하는 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1회차의 아리아가 단테의 수장을 죽이면서 결국 대륙의 생과 사의 경계가 무너지는 걸 막아내지 못했으니까.
‘그들의 계획을 대체할 방법이 필요하다.’
그것을 찾아내기 전까진, 아직 단테라는 변수 덩어리의 존재들을 가만히 놔둘 수밖에 없었다.
그리 생각하며 연구실로 돌아가니 떠날 때와는 다르게 꽤나 소란스럽다.
핀덴아이와 페르 교수가 공고문으로 보이는 종이를 쥐고는 뭔가를 열심히 떠들고 있었고 오웬 역시 그 사이에 껴서는 자기 의견을 어필하고 있었다.
조금 뜻밖의 광경.
내가 오자 세 사람의 시선이 바로 나에게로 꽂혀 들어오며 우다다 달려든다.
“으읍으븝브븝!”
“…….”
“으브브브브븝!”
가장 먼저 달려든 건 핀덴아이였는데, 정말로 어디서 재갈을 가져왔는지 입에 물고 침을 흘리며 나한테 뭔가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하아, 풀어라.”
“푸하! 주인놈아! 이거 봐! 아카데미에서 축제를 한다는데?”
“데, 데이우스 교수님. 연구실당 가판 하나 혹은 성과를 전시할 수 있다고 해요!”
“위령사님! 연주회 같은 건 어떨까요?”
각자 자기 하고 싶은 말을 쏘아대는 세 사람. 손을 뻗어 핀덴아이가 들고 있는 공고문을 낚아채고 확인한다.
‘로베른 여름 축제’ 라고 떡하니 적혀 있는 종이. 이제 여름의 막바지.
생각해보니 게임에서도 축제 기간이 있었으며 그때마다 여러 이벤트와 능력치 혹은 아이템을 얻을 수 있던 걸로 기억한다.
“흠.”
각 교수의 연구실은 성과에 관한 출품작을 내거나 가판대를 설치하라는 공고. 이제 아리아를 용사로 키울 생각도 아닌지라 크게 흥미 없는 이벤트였지만, 다들 좀 다른 듯했다.
“결투장 같은 거 어때? 다 같이 한 곳에 들어가서 조지게 싸우는 거야!”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는 핀덴아이.
“제, 제 연구품을 보여줄 기회예요! 마침 의수가 정말 기가 막힌 게 나왔거든요? 찌르면 푸슝푸슝! 피도 나와요!”
학생들의 축제를 고어의 현장으로 만들려는 페르 페트라 교수.
“연주는, 안 될까요?”
은근히 무대 욕심을 부리고 있는 오웬까지.
그 얘기를 들으며 나는 한숨을 내쉬며 답했다.
“알아서 해라.”
내가 거기까지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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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145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