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4)
Chapter 3 – 3. 상처입은 여동생
“뭐 이렇게 밀려오냐.”
양호사 케런은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아무래도 검술과 마법을 함께 가르치는 아카데미이다 보니 부상자는 늘 많을 수밖에 없다.
그렇기에 양호실은 아카데미에서도 가장 평수가 크면서도 설비들도 늘 최신으로 맞춰두는 장소였다.
하지만 그런 양호실조차 꽉 차버릴 정도로, 오늘의 아카데미는 이상해도 너무 이상했다.
게다가 지금은 학기 중도 아니고 방학인데.
기숙사에 남아있는 아이들 대부분이 실려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양호실은 미어터졌다.
“도대체 뭐야?”
게다가 원인을 알 수 없는 실신이 대부분이다.
신입교수인 페릴이 입에 거품을 물고 자신의 연구실에 쓰러져있던 걸 시작으로.
대련장을 이용하던 아이들 중 몇몇이 어딘가 얻어맞은 듯한 자국을 남긴 채로 기절.
목격자들 말로는 갑자기 허공에 대고 뭐라 소리치면서 검을 휘둘렀단다.
뿐만 아니라 도서관, 식당, 복도, 교실 등.
가리지 않고 학생들이 쓰러지는 이상 사태가 발생하고 있다.
특히나 가장 많은 피해를 내고 있는 장소는.
“1층 중앙현관.”
하얀 가운에 손을 푹 찔러 넣으며 케런은 짙은 고민이 담긴 숨을 내쉰다.
오늘 교무지원팀을 방문하려고 1층으로 내려왔던 학생들은 대부분이 기절해서 실려 왔다.
“교무지원팀에 방문한 학생들 중에서 기절하지 않은 아이들은 전부 다른 계단을 이용했다.”
자체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중앙복도를 내려오거나 현관을 이용한 학생들만이 기절했음을 알아냈다.
“가봐야 하려나.”
아직 학기 시작 전이라서 지금 아카데미에 있는 학생들은 대부분이 방학 동안 기숙사에 머물던 아이들이다.
아카데미 밖으로 소문이 퍼질 일은 없다고 봐도 되었으나, 학기가 시작하고도 이런 상황이 펼쳐지면 곤란하다.
다른 교수들에게 부탁해도 되지만, 처리가 늦을 거다. 여기에 있는 것보다는 그냥 가서 처리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케런.
양호실에 있어봤자 학생들한테 딱히 해줄 수 있는 건 없다.
청진기와 주사기를 놓고, 케런은 곱게 붕대로 감아뒀던 자신의 검을 챙겨든다.
아군을 다치게 하는 적이 있다면, 그 적을 죽여서 아군을 보호한다.
그녀의 철학 중 하나였다.
“다들 가만히 있어라. 나 돌아오기 전까지 밖에 나가면 다 뒤져.”
덜컹.
머리끈으로 자신의 회색 머리카락을 한 곳에 모아 묶고, 콧날 위에 얹어진 도수 없는 안경을 앞주머니에 쏙 넣는다.
“진짜라고요! 1층 중앙현관에 언데드가 있었어요!”
“하, 하지만 이거 봐. 지금은 아무것도 없는데?”
중앙현관에 도착한 케런은 귀를 찌르는 목소리에 심드렁하니 다가간다.
방학 기간이라 최소한으로 남은 경비원들과 2학년 중에서도 입이 험한 천재로 유명한 메이린이었다.
“아 씨! 있었다니까요? 지금 양호실에 애들 다 실려가있는 거 몰라요?”
“알고는 있어서 우리도 몇 번이고 여기를 조사하고 있는데, 그런 거 없다니까?”
“있었다고!”
버럭 외치는 메이린을 보며 케런의 입 꼬리가 비틀리듯 올라간다.
싸가지 없는 학생은 굉장히 싫어하긴 했으나.
“잠깐 얘기 좀 할까?”
천재라는 이름값을 하는지, 그녀는 중앙계단을 내려온 사람들 중 유일하게 자신이 본 것을 기억하고 있는 존재였다.
*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식사를 마치자, 기다렸다는 듯이 식기를 치우러 온 하녀. 아무래도 나를 대하는 게 꽤나 껄끄러운 듯 했다.
곤란한 입장이긴 하겠지.
최대한 예의를 차리려고 하면서도, 내가 혹시라도 무리한 부탁이라도 할까 노심초사하고 있는 게 눈에 보였다.
다시금 혼자 남은 방안.
쓸쓸하다거나, 지루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애초에 나는 외롭다는 감정을 느끼기 굉장히 힘든 사람이다.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는 유령들은 어디서든 즐비해 있었으니까.
“어쩔 수 없지.”
무뚝뚝하니 내 책상 옆에 서 있는 노년의 남성. 죽은 사람이라고 보기 힘든 깔끔하게 정리된 외형과 옷차림이 인상적이다.
아주 먼 옛날 베르디 가문을 섬겨온 남자인지 아직까지도 그 역할을 다하고 있단다.
‘아카데미로 떠나기 전에는 본 적이 없는데.’
원래 유령들이야 여기저기서 튀어나오고, 숨어 있기도 하니까 그러려니 싶어 넘어간다.
저들의 모든 행동을 다 이해할 수는 없다.
“그래서 당신이 나를 도와줬으면 합니다.”
[제 도움이 필요하신 겁니까.]내 말에 잠시 목소리가 떨리는 남자. 무언가 감격한 듯 울먹이더니 천천히 한쪽 손을 어깨에 얹으며 깊게 숙인다.
[이미 유령이 되어버린 몸임에도 제가 이 저택을 떠나지 못하는 이유는 단 하나. 베르디 가문의 빚을 갚기 위함이었습니다.]“이름은?”
[제 이름은 스크알 마, 마침내 디트로스 베르디님께 150년 전 입은 은혜를 갚을 수 있게 해주시니 영광입니다.]“나는 현 가주의 말에 저항할 생각인데도 말인가?”
“…….”
잠시 입을 다물고 그를 내려다본다. 너무 수월하게 나를 따른다고 말하는 반응이 찝찝했으나.
‘어차피 지금 그가 없으면 나는 행동 자체를 할 수가 없다.’
창문 밖으로 뛰어내리고 싶어도 깔끔하게 작용하고 있는 보호라는 이름의 감금 마법에 얼굴도 밖으로 내밀 수 없다.
“그럼 스크알. 너는 지박령인가?”
[아뇨, 그렇지 않습니다. 너무 멀리까지는 다닐 수 없지만 노스웨든 내부에서는 움직일 수 있습니다.]“산맥은?”
[가능합니다.]“좋다. 그럼 노스웨든 산맥으로 가라. 지금 이민족과의 전투가 한창이라 들었으니 전황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받들겠습니다, 주인님.]그대로 벽을 통과해서 사라지는 스크알. 나는 차분히 앉아 방 전체에 나를 가두고 있는 마법을 해석하려 했으나.
쿵쿵쿵쿵.
밖에서 들려오는 억센 발걸음 소리가 집중을 방해한다.
찾아올 손님을 예견하고 하녀에게 부탁해서 가지고 온 다도용 주전자에 불을 붙여 물을 끓인다.
철컥.
방금까지 내가 아무리 문고리를 돌려도 미동조차 하지 않던 문이 너무나 부드럽게 열린다.
“그래, 결국 돌아왔구나?”
나와 똑같은 짙은 검은색 머리. 가벼운 와이셔츠 차림에 치마를 입고 있는 여인.
데이아 베르디.
내 여동생이자, 꽤나 나를 싫어하는 여인이었다.
큼지막한 눈으로 팔짱을 끼며 조소를 보내는 데이아.
“뭐였지? 악마숭배자 라고 불리면서 돌아왔다며? 그러게 같잖은 연기 같은 거 하지 말라니까?”
“후, 할 말이 그게 끝이냐?”
지긋지긋하다는 내 한 마디에 바로 혈관이 툭 튀어 오르는 데이아는 열린 문 틈사이로 세차게 들어오는 바람처럼 역정을 낸다.
“말투 그따위로 하지 말라고 했지? 사춘기가 아주 늦게도 오셨나? 예전 말투는 어디가고 그딴 식으로 굴고 있어.”
“……예전 말투가 그립다면 미안하다.”
하지만 이건 어쩔 수 없었다.
이제부터 내가 데이우스가 된 이상, 예전으로 말투를 돌릴 생각은 없었다.
그건 아주 경박했으니까.
“그립겠니? 여동생한테 심심하면 섹x거리던 새끼의 말투가 그립겠냐고?”
“…그건.”
그래, 데이우스 베르디는 아주 미친놈이었다. 이 외지의 땅 노스웨든에서조차 유흥과 향락을 즐기던.
심지어는 피가 이어진 여동생에게마저 심심치 않게 섹드립을 날리고, 실제로 밤일을 제안했던.
그야말로 미친놈 중의 미친놈.
호색한 중의 호색한.
여자를 밝히는 걸로 치자면 조조요, 술을 좋아하는 걸로 치자면 장비다.
그렇다고 무력이 강하지도 않고, 마법적 재능이 천부적인 것도 아닌.
변방의 가문을 등에 업고 우물에서 호랑이 노름이나 하는 게 바로 데이우스 베르디였다.
“미안하군.”
어쨌든 내가 가지게 된 몸의 주인이 원래했던 거니까.
사과는 해야 했다. 이미 몇 번이나 사과했으나 데이아는 코웃음 친다.
“지랄한다. 개 같은 연기 적당히 해. 어디서 시답지 않은 귀족 연기를 하고 있어.”
“…….”
“나는 네 본성을 알아. 이제 여색을 버리고 약혼녀에게만 마음을 쏟는다며 로베른 아카데미로 간다고 했을 때,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알아?”
내가 앉아 있는 소파를 발로 차는 데이아. 덕분에 그녀에게 주기 위해 끓였던 차가 넘쳐서 바닥에 쏟아진다.
“딱 한 달 안에 돌아오겠구나 싶었어. 네가 일주일에 여자를 몇 번 갈아치우는지 알고 있으니까. 약혼녀면 한 달 정도는 버틸 줄 알았지.”
“…….”
“그래도 3달이나 버텼네? 얼마나 지독하게 살았으면 악마숭배자라고 욕을 먹으면서 파면을 당하지?”
“그건 이유가 있다.”
“이유! 그래! 네가 x을 막 놀리는 것도 이유가 있겠지! 브라이트 가문에서 아직 파혼 요청은 안 한 걸 보니까 나름 약혼녀한테는 입을 잘 털었나봐?”
“하아.”
슬슬 머리가 아파온다.
그녀에게 있는 상처를 알고 있으니 이해는 하지만 이제 슬슬 범주를 넘어섰다.
“그만하지.”
“그만하지? 네가 그만하자고 하면 내가……!”
어두운 빛의 마나가 손끝에서 뿜어져 나온다. 그것은 데이아의 몸을 부드럽게 감싸 안아서는 문 밖으로 밀어냈다.
“너 말투 고쳐! 매일 와서는 광대마냥 깔깔거리고, 저질스런 농이나 날리던 너도 꼴 보기 싫은데! 네가 정상인인척 하려는 것도 역겨워!”
“…….”
“그냥 저택에서 나가! 나가 뒤져!”
쾅!
문이 닫히고 밖에서는 아직 분이 풀리지 않은 데이아의 목소리가 옹아리처럼 울려온다.
“후우.”
이 세상에 온지 이제 6달.
저택에서 세 달, 아카데미에서 세 달 지냈으나.
여전히 힘든 삶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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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