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Necromancer Of The Academy RAW novel - Chapter (62)
Chapter 61 – 61. 오빠
“고기로 먹고 싶어. 노스웨든의 질긴 짐승 고기 말고 부드러운 걸로.”
“주문이 많군.”
“이 정도 가지고 뭔. 내 동갑내기 귀족 영애들 보면 얼마나 까탈스러운지 알아? 노스웨든의 여장부라서 그나마 이 정도인 거야.”
추운 북부에서 살아간다는 것에 묘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데이아가 당당하니 가슴을 내민다.
당연히 나는 이해하지 못할 감정이라 고개만 저으며 무시한 채로 거리를 걷는다.
그레이폰드는 확실히 번화가이며 대도시였다. 로베른 아카데미가 있는 로베른도 꽤나 큰 도시였으나, 비교하기엔 로베른이 좀 불쌍했다.
사람들의 무질서한 발걸음, 마차 굴러가는 바퀴소리와 흥정하는 상인들의 신경전 등등.
어디서나 들을 수 있는 백색소음이었으나 그것도 수가 지나치게 많아지니 거슬릴 지경이었다.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고 싶어도 데이아는 헤 하고 입을 벌린 채로 고개를 휙휙 돌린다.
24살이 될 때까지 노스웨든 같은 변방에 콕 박혀서 살았으니 신기한 것 투성이겠지.
쓰읍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더니 총총걸음으로 내 옆으로 와서 발걸음을 맞추며 키득거린다.
“나는 아무래도 태어날 곳을 잘못 고른 것 같아. 천성이 도시 여자야. 딱 공기부터가 마음에 들어.”
“……시내로 나온 지 10분도 안 지났다.”
“그러니까 더 확실한 거 아니야? 운명의 상대를 알아차린 느낌?”
“노스웨든의 여장부는 어디 갔지?”
“사람은 진화하는 법이지. 내 몸이 여기서 살아 숨 쉬는 걸 기뻐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손을 쫙 뻗고는 코로 깊게 숨을 마시는 데이아를 보며 한심하다 눈을 찌푸린다.
“24살까지 노처녀로 살았으면서 운명의 상대를 만난 느낌을 어떻게 아는 거냐.”
“이 개색…….”
입술을 꾹 깨물더니 주먹을 쥐고는 나를 노려본다. 그러더니 힘이 탁 풀린 듯 한숨을 내쉬며 답한다.
“후우, 내가 트라우마가 좀 있어서 안 한 거야.”
“……미안하군, 실언했다.”
마치 진짜 여동생의 투정을 받아주는 느낌이었기에 나도 모르게 말을 함부로 했다는 걸 인정하며 사과한다.
그녀가 타인을 향해 혐오를 가지게 된 이유가 바로 데이우스였으니까.
그런 나를 보며 데이아는 손을 휘젓는다.
“됐어, 진짜 그 새끼도 아니면서.”
“…….”
그 뒤 우리 사이에 딱히 대화는 없었다. 생각해보면 원래 이게 평소의 데이우스와 데이아였다.
그레이폰드라는 대도시가 잠깐 데이아를 소녀로 만들어줬지만 금방 냉담한 현실을 마주 본다.
타이밍 딱 맞게 음식점에 도착했다. 영업 중이라는 포근한 나무 팻말이 걸려 있는 메르센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어서 오세요!”
급사의 활발한 인사와 함께 들려오는 북적거리는 사람들의 대화 소리.
손님이 많은 걸 보며 데이아도 “오오.”하고 조금 기대감에 찬 눈으로 주변을 둘러본다.
“두 분이세요? 자리 안내해드릴게요!”
급사가 안내해준 곳은 꽤나 구석진 자리였다. 방금까지 손님이 있었는지 급하게 테이블을 정리한 모양새였다.
“메뉴 여기 있습니다! 주문 정하시면 불러주세요!”
널찍한 메뉴판을 건네주는 급사. 나는 그걸 받아 데이아에게 먼저 건넸다.
“먼저 봐라.”
“…….”
뭔가 탐탁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보면서 휙 메뉴판을 낚아챈 데이아.
하지만 그녀는 금세 메뉴판에 빠져들어 꽤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로스트비프인데 치즈퐁듀가 같이 나와? 와, 이거 뭐야?”
“…….”
“이쪽은 샐러드랑 같이 곁들여 먹기 좋겠는데? 건강식 느낌인가? 아스파라거스가 많이 들어갔을 것 같네.”
“…….”
“세트 메뉴를 시키면 열쇠고리를 주는 이벤트를 하고 있네. 와, 노스웨든에서는 상상도 못 할 일인데.”
거의 10분을 메뉴만 주구장창 보면서 혼자서 호들갑을 떠는 데이아를 묵묵하니 바라본다.
한참을 몰두하던 데이아는 메뉴판 너머의 나와 눈이 딱 마주치더니 괜히 부끄러워져 얼굴을 휙 내리깐다.
“나는 이거, 치즈퐁듀 로스트비프로 먹을래.”
“……그럼 세트로 시키지. B세트로 주문하겠다.”
“어?”
대충 메뉴판을 훑듯이 본 나는 바로 급사를 불러 주문했다. 따로 음료까지 간단히 시킨 나는 팔짱을 낀 채로 데이아를 바라본다.
그녀는 여전히 뚱한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메뉴를 너무 대충 고르는 거 아니야? B세트에 다른 메뉴가 뭔지도 모르잖아.”
“상관없다. 어차피 거기서 거기니.”
“…….”
그 뒤, 우리 사이에는 다시금 침묵이 내려앉았다. 전생이었으면 핸드폰이라도 할 수 있을 텐데.
하지만 볼 게 아예 없는 건 또 아니었다.
대도시라서 그런지 유령들이 아주 넘쳐난다. 해를 가할 수 있을 정도의 악령은 아니지만, 그래도 한을 가지고 떠돌아다니는 것들이 과히 많았다.
음식이 나오고 고소한 향기가 코를 통해 위장을 자극한다.
게임 내에서도 캐릭터들의 극찬이 쏟아졌던 음식점인지라 확실히 비주얼부터가 상당했다.
“여기 세트 열쇠고리요!”
음식과 함께 두고 간 열쇠고리. 작은 곰 인형이 달린 고리를 슬며시 데이아 쪽으로 밀어 넣었다.
“가져라.”
“…….”
“나는 필요 없다.”
함께 나온 샐러드를 묵묵히 먹기 시작한다. 안에 새우가 들어있어 꽤나 나쁘지 않았다.
그런 나를 멀뚱히 보던 데이아는 찜찜한 듯 열쇠고리를 받아 들더니 주머니에 넣는다.
“나 이거 가지라고 일부로 세트 메뉴 시킨 거 아니지?”
“아니다.”
“…….”
말은 그렇게 했어도 찝찝했는지 데이아는 힐끔힐끔 나를 봤으나.
치즈퐁듀에 고기를 한 번 푹 찍어 먹자, 정신이 팔려서는 먹어대기 시작했다.
식사를 끝마치고.
우리는 근처 카페에 들렀다.
소화를 위해 걷는 게 어떠냐고 물었으나, 데이아가 디저트를 먹고 싶다고 말했기에 그냥 카페에 다시 자리를 잡았다.
“와, 이게 그레이폰드? 고기 육즙이 미쳤던데.”
“맛있었다면 됐다.”
정신이 팔렸는지 칠칠맞게 입에 묻히고 먹던 걸 주의 주느라 이쪽은 꽤나 고생했지만.
“평소와는 다르군.”
턱을 괴며 말하자 커피를 마시던 데이아의 몸이 움찔거리며 슬며시 나를 바라본다.
말하지 않는 게 그녀가 바라던 것일 수도 있겠으나 그렇다고 이렇게 시간만 허비할 수는 없었다.
이제 내일이면 나는 왕의 마지막 시련을 받아야 하니까.
그렇기에 조금 단도직입적으로 말하자 데이아는 커피 안에 둥둥 떠 있는 얼음을 빨대로 톡톡 두드리며 속삭이듯 작게 답한다.
“그냥, 그레이폰드가 좋아서 들떠 그런 거라고 넘어갈 수는 없는 거야?”
“네가 원한다면, 그렇게 알겠다.”
데이아가 원치 않는다면 굳이 그 이상으로 파고들 생각은 없었다.
나 역시 덤덤히 커피를 마시자 데이아는 커피잔을 손가락으로 문지르더니 꽤나 결심한 표정으로 입을 뗀다.
“이름.”
“…….”
“원래 이름이 뭐야?”
그녀의 질문에 천천히 커피잔을 입에서 떼며 나는 담담히 답했다.
“김신우.”
“김, 신우?”
“그래, 여기서 듣기에는 독특한 이름이겠지만 내가 살던 곳에선 평범한 이름이었다.”
“김신우…….”
내 이름을 곱씹듯 중얼거린 데이아가 계속해서 물어온다.
“원래 나이는? 스물여덟이야?”
“스물다섯이다.”
“한 살 차이구나. 그래도 오빠네.”
조금 의외였다.
설마 데이아가 나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자세하게 물어올 줄 몰랐다.
흐름을 타기 시작했는지 데이아는 하나둘 계속해서 질문을 쏟아냈다.
잠그고 있던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기세였다.
“거기서도 사령술사였어?”
“비슷하다 해두지. 유령을 볼 수 있는 건 데이우스의 체질이 아니라 내 체질이다.”
“그렇구나.”
생각보다 대화는 길게 이어졌다. 말을 많이 해서 목이 아프면 커피를 다시 시켰고, 달콤한 케이크를 시켜 당을 보충했다.
그러면서도 데이아의 질문은 그치지 않았다.
“동생은 있었어?”
“외동이었다.”
“그래? 그럼 결혼은 했었어?”
“애인도 없었다.”
“그러면서 아까 나한테 노처녀 그딴 얘기를 한 거야?!”
굳이 답하진 않는다.
애인이 있었던 적은 없지만 인기가 없진 않았다.
입을 꾹 다물고 조용히 있는 모습의 어디에서 매력을 느꼈는지 종종 고백해오던 여자아이들은 있었으니까.
하지만 귀신이 보이던 나는 그런 고백을 함부로 받을 수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원한을 사기 딱 좋은 게 커플이었으니까.
“그럼.”
한참 질문을 이어가던 데이아는 잠시 뜸을 들이더니 다시금 말한다.
“데이우스도 지금 네 안에 있어?”
처음으로, 그녀의 질문에 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데이아도 그걸 눈치챘으나 눈동자는 내가 다른 답으로 도망치게 두지 않았고.
나 역시 거짓말을 할 생각은 없었다.
“데이우스 베르디는 이미 안식에 들어갔다.”
나와 함께 에밀리 사건을 해결했던 데이아인지라 그 말뜻이 무엇인지 모를 리는 없었다.
거기서부터 나는 차분하게 나와 데이우스의 이야기를 해주었다.
내가 이미 빙의를 했을 때, 데이우스는 죽은 상태였고.
그는 나를 죽이려고 했으며.
결국, 최후에는 나는 그와 대면하여 장례식을 치러줬다고.
“그는 불쌍한 사람이었으나, 동정받을 사람은 아니었다.”
“…….”
“그래도 최후에는 자신의 삶을 후회하면서 떠나갔다.”
용서를 바라거나, 그 역시 좋은 사람이었다는 말은 해주지 않는다.
데이아가 들어봤자 전혀 공감하지 않을 테니까.
다만, 그가 슬퍼했다는 것 정도.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행동을 해온 걸 후회한 정도는 말해줬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하지만 데이아는 이를 으득 갈며 답했다.
“그 새끼가 후회를 했든, 참회를 했든, 나한테 울면서 빌었든. 그건 중요하지 않아. 뒤졌다고? 차라리 잘 됐어. 나한테는 필요 없는 놈이었어.”
그 분노는 합당했기에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며 입을 다문다.
“그리고 정말 미안한데. 나한테는 당신도 똑같이 보여. 하지만 노스웨든에서 보여준 행동이랑, 오늘의 모습을 보면…… 당신은 분명 다른 사람이야.”
“…….”
“데이우스보다 몇 배, 몇십 배는 훨씬 멋진 사람이라는 걸 인정할게. 정말 이런 가족이 있었다면 싶은 마음이 들었으니까.”
하지만 하고 덧붙이는 데이아.
“그래도, 결국에는 데이우스잖아. 그 빌어먹을 면상이, 나한테는 일종의 트라우마처럼 남아 있어.”
“이해한다.”
아무리 다른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몸은 데이우스다.
데이아에게 이해해달라고 하는 것 자체가 지독할 정도로 이기적인 부탁이었다.
“틱틱거리는 건 미안해. 그 얼굴을 보면 나도 모르게 화가 나버려.”
“당연하다.”
그 역시 실로 당연한 반응이라 이해해주자, 데이아는 쓴웃음을 짓는다.
“진짜 오빠가 된 것처럼 말하네.”
“그렇게 되려 노력할 거다.”
“…….”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대답이었기 때문일까. 데이아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며 입을 벌린다.
“나의 가족은, 아주 어릴 적부터 망가져 있었다. 내가 뭔가를 해보기도 전에 부서져 있었지.”
유령을 보는 나를 혐오하는 어머니.
나에게 겁을 먹고 도망친 아버지.
그나마 할머니가 나를 위로해주셨으나, 군대에 가 있는 동안 돌아가셨다.
유령이 되어도 뵐 수 있지 않을까 했으나, 할머니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내게 가족은 이미 망가진 것이며, 절대로 가질 수 없는 것이었다.”
또한 언제나 부러워했던 것이기도 하다.
“너는 원치 않을 수도 있으나, 나는 네가 자랑스럽게 여길 오빠가 되기 위해 노력할 거다.”
그게 데이우스 베르디와의 마지막 약속이기도 했으니까.
그런 나를 멍하니 보던 데이아는 피식 웃으면서 창밖으로 눈을 돌린다.
그녀의 입가에는 여전히 쓰라린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우린 서로, 가족을 향한 상처와 동경이 있었네.”
“그렇군.”
고개를 끄덕이자 데이아는 조심스럽게 나와 눈을 맞춘다. 애써 웃어주려 파르르 떨리는 그녀의 입꼬리.
아직은 데이우스의 얼굴을 보며 환하게 웃을 수 없다는 뜻이었으나.
그럼에도 그녀는 어색한 미소와 함께 솔직한 심경으로 답해줬다.
“당신이, 진짜 내 오빠였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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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데미의 사령술사가 되었다-61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