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102
◈ 102. [자유탐사] 한걸음부터
“……어떻게 아신 거죠?”
침묵하던 쥬피터 쥬니어가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제가…… 실력을 숨기고 있다는 걸.”
“…….”
“어떤 마법사도…… 심지어 제 할머니도 눈치채지 못한 건데.”
“내가 그런 쪽 감이 좋거든.”
이런 시스템 보정이라도 있어야 이 개 같은 난이도 게임 헤쳐 나갈 수 있지 않겠냐.
다리를 꼬고 앉은 나는 쥬니어에게 턱짓했다.
“실력을 다 오픈해, 쥬니어. 그러면 나도 합당한 대가를 치러 줄 테니.”
“…….”
입술을 꾹 다물고 있던 쥬니어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나는 빙그레 웃어 주었다.
“돈, 많이 벌고 싶지 않아?”
***
그리하여 밝혀진 쥬피터 쥬니어의 진짜 스탯은 다음과 같다.
[쥬피터 쥬니어(SSR)]– 레벨 : 35
– 칭호 : 없음
– 직업 : 상급 원소술사
– 근력 15 민첩 17 지력 35 체력 13 마력 35
[보유 스킬]> 패시브 : 원소의 조율자
> 스킬1 : 원소 작렬
> 스킬2 : 원소 융합
> 궁극기 : ??? (3차 전직 이후 개방)
실제로는 2차 전직을 끝낸 35레벨이었다. 2스킬도 개방되어 있었고. 아니, 이걸 대체 왜 감추니?
2스킬 [원소 융합]은 자신이 사용할 수 있는 속성 원소들을 조합해서 광역 대미지를 주는 스킬이었다.
애타게 찾던 광역 마법 스킬이다. 만만세!
‘아직도 뭔가 더 숨기고 있는 듯하지만.’
나는 고용 계약서에 사인 중인 쥬니어를 지그시 바라보았다.
쥬니어는 내 시선을 모르는 척 계약서에만 집중하고 있다.
뭐, 이렇게까지 하는데도 감출 정도의 능력이면 내버려두는 게 낫겠지.
본인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도 아직 모르고.
“수습 기간인 4주간은 주급으로 지급. 이후 수습 기간이 끝나면 11개월분을 일시지급.”
서명을 끝낸 계약서를 내게 돌려주며 쥬니어가 확인했다.
“제가 이해한 게 맞나요, 전하?”
“정확하다.”
할머니 닮아서 돈 관련해서는 눈에 불을 켠다. 협상 막판까지 한 푼이라도 더 올려 받으려고 해서 고생했다.
‘마법사 한 명 고용할 때마다 돈이 뭉텅뭉텅 날아가는군.’
하지만 마법사의 전술 가치는 현대로 따지면 전투기의 그것과 흡사하다.
이 정도 지출은 납득할 만한 선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계약서에 날인을 마쳤다.
“이걸로 계약은 완료되었고…… 조금 늦은 감은 있지만, 하나 묻지.”
“네?”
“쥬니어. 마법으로 사람을 쏘아 본 적 있나?”
쥬니어가 멈칫했다.
“음…… 전하? 질문하시는 의도를 모르겠는걸요.”
“네 과거를 추궁하려는 건 아니야.”
나는 손을 내저었다.
“이곳은 괴수전선이지만, 당장 이번에 상대해야 할 적은 인간이기 때문에. 이것을 묻는 거다.”
당장 상대해야 할 적- 즉, 베이스캠프를 점령 중인 나이트크롤러 부대.
우리는 PVP를 하러, 인간과 싸우러 떠나야 한다.
쥬니어가 혹여나 인간을 향해 마법을 쏘는 데에 거부감이 있으면 어쩌나 싶어서 물은 것이었다.
“아니요, 아니요, 전하. 제 말뜻은 그게 아니라…….”
하지만 쥬니어의 대답은 내 예상과는 조금 달랐다.
“마법은 보통 사람에게 쏘는 것 아닌가요?”
“……!”
“검도, 창도, 활도, 모두 그렇지요. 인간의 무기는 대부분 같은 인간을 노리기 위해 만들어져 있습니다.”
그렇다.
어쩌면, 이것이 정론.
“마법으로 사람을 쏘아 본 적 있느냐고요? 당연하죠. 마법 또한 그러기 위해 만들어졌으니까요.”
“…….”
“괴수와 싸우는 전선에서 첫 임무가 사람 죽이는 일이라니. 조금 아이러니하지만.”
품에 계약서를 쏙 집어넣은 쥬니어가 가느다랗게 눈웃음을 쳤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자신 있어요.”
“……그렇군.”
그제야 새삼스레 깨닫는다.
이곳은 내가 살던 세계가 아니다.
전쟁과 죽음이 즐비한, 가혹하기 짝이 없는…… 지구와는 완전히 다른 세계다.
사람을 죽이는 것에 대한 윤리관 또한 나의 얄팍한 그것과는 다르겠지.
하지만-
“…….”
데미안을 떠올린다.
사람을 쏘는 것을 망설이는 그 아이의 겁먹은 눈동자를 기억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도 나는 생각하는 것이다.
이런 세계라고 해서, 누군가를 죽이는 일이 기꺼울 리가 없다고.
‘나는 사람을 지키기 위해 괴물을 죽인다.’
어디까지가 내가 지켜야 할 사람이고, 어디까지가 내가 죽여야 할 괴물인가.
이것에 대한 고민을 놓아서는 안 된다.
‘다만.’
눈을 꾹 감았다가 떴다.
나이트크롤러 부대.
내 공략을 방해하고, 쥬피터를 마력폭주 상태에 빠지게 한, 명백한 우리의 적.
그놈들은- 설혹 죽여서라도 길을 터 낼 수밖에 없다.
살인이 1옵션은 아니다. 하지만 정당방위라면 망설일 이유도 없다.
‘필요하다면, 쏜다.’
마음을 굳히고 나는 쥬니어를 마주보았다.
“네가 이번에 상대해야 할 적들에 대해 알려주마.”
나는 나이트크롤러 부대의 편제와, 놈들 중 마법사의 숫자. 속성. 그리고 예상 레벨에 대해 알려주었다.
“긴장하는 게 좋을 거야. 놈들의 마법사가 네 할머니를 저렇게 다치게 만들었거든.”
“그거 안타깝네요.”
할머니를 부상 입힌 장본인들이라는 말에 쥬니어의 눈이 살벌하게 번뜩였다.
“그 자리에 제가 있었다면, 역으로 끝장내줬을 텐데.”
“…….”
“염려 놓으셔요, 전하.”
쥬니어는 손 안에서 곰방대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착 낚아챘다.
“할머니의 몫까지 제가 놈들을 해치울게요.”
SSR등급 마법사여서가 아니라, 쥬피터의 손녀이기 때문에.
그래서 믿음이 갔다. 나는 무겁게 마주 고개를 끄덕였다.
***
다음날.
자유탐사 3구역. [외성 북쪽].
메인 파티 5인과, 갓핸드를 제외한 나머지 그림자부대원, 총 9명이 이곳에 탐사를 왔다.
여러 목적을 겸한 3구역 재탐사였는데, 그중 첫째 목적은 쥬피터 쥬니어의 실전 테스트였다.
번쩍-!
그리고 쥬니어의 실력은 흠잡을 데 없었다.
펑! 퍼버버벙!
물, 바람, 벼락의 3속성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데다가, 출력의 절대량 자체가 무척 크다.
역시 SSR등급 마법사답다고 할지.
쥬니어가 곰방대를 든 손을 가볍게 휘저을 때마다 물보라가 쏟아지고, 돌풍이 몰아치고, 벼락이 내리쳤다.
그어…….
그어어어!
호수왕국의 북쪽 외성을 따라 달려들던 구울 떼는 마법에 휩쓸려 산산조각이 났다.
‘어우, 징그러.’
실제로 본 구울은 상당히…… 섬뜩했다.
그동안의 몬스터들은 완연히 이형(異形)의 존재였다. 하지만 구울은 명백하게 인간과 흡사한 생김새였다.
그런 놈들이 괴성을 내뿜으며 떼를 이루어 몰려드니 상당히 보기 괴로웠다.
좀비 아포칼립스에 휩쓸리면 이런 느낌일까?
콰과과광!
물론 이놈들 모두, 유능한 마법사의 일방적인 마력 폭격 앞에서 접근조차 못 해 박살 나고 있긴 했지만.
그어어어어-!
개중에는 특수 강화된 개체도 섞여 있었다.
근육이 과도하게 발달된 탱커 개체나, 날렵하게 달려드는 민첩한 개체, 주위 구울들에게 광역 광포화 버프를 거는 버퍼 개체 등등.
푸슛! 푸슛!
후두두둑-!
하지만 그런 특수 개체가 눈에 띌 때마다, 데미안과 그림자 부대의 궁수진이 저격해 거꾸러뜨렸다.
‘많이 데려오니 편하구만.’
인원이 아홉 명이나 되다 보니 한결 여유롭다. 경험치야 나눠 먹겠지만. 안전하긴 해.
“어떠세요, 전하?”
잠시 뒤, 어렵잖게 몬스터 웨이브가 끝나자 쥬니어가 빙긋 웃으며 나를 돌아보았다.
“이 정도면 제 능력에 대한 검증은 되었을까요?”
“충분하다. 메인 파티의 마법 공격수 역할을 맡기기에 부족함이 없군.”
절대적인 파괴력에서는 쥬피터에게 약간 밀리지만.
다른 대부분의 요소에서는 쥬니어에게 이점이 있었다.
1스킬 2스킬 모두 단일 대상기로도, 광역 범위기로도 사용할 수 있는 데다, 속성까지 다채롭다.
‘좋은 카드를 얻었어.’
나는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걸로 이번 탐사의 첫 번째 목적은 달성이다.
‘그리고 두 번째 목적은 구울의 종류 파악.’
나는 산더미처럼 쌓인 구울의 시체들에게 다가갔다.
‘로드가 누구냐에 따라서 구울의 특징이 정해진다.’
괴물들에게서는 썩은 내가 진동을 했다.
굳이 손으로 헤집어 가며 살필 필요는 없었다. 시스템 창으로 이놈들 이름은 확인한 뒤였으니까.
‘프로스트 구울.’
무슨 구울에까지 속성을 붙이나 싶지만. 아무튼 빙결 속성 구울이다.
그리고 흡혈귀 로드 중에서 빙결 속성을 가진 이는 단 한 명뿐.
‘셀렌디온…….’
틀림없다.
아무래도 흡혈귀들의 왕이 직접 나설 모양이다. 나는 질근 입술을 깨물었다.
‘난적이지만, 정보가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지.’
스테이지 시작 전까지 착실하게 공략법을 정립하면 된다.
그보다 지금은 베이스캠프 탈환이 먼저다.
“전하!”
그때 다른 방향에 정찰을 보냈던 바디백이 돌아왔다.
바디백은 염동술사인지라 공중 정찰이 가능했다.
허공에 둥둥 떠 있던 바디백은 내 앞에 탁, 소리를 내며 내려앉았다.
내게 허리를 꾸벅 숙여 보인 바디백이 보고했다.
“이곳 일대의 지형 파악은 대강 끝났어요.”
“어때, 내가 지시한 사항대로 가능할 것 같나?”
“네. 충분히 가능할 것 같아요.”
“좋아.”
이번 자유탐사는 앞으로 시행할 작전을 위한 지형 정찰 목적도 있었다.
‘베이스캠프 탈환 작전.’
다행히 정찰 결과 지형 조건은 무사히 클리어.
내가 입안해 둔 작전을 시행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내심 안도했다.
이로써 이번 자유탐사의 목적 세 가지 모두 달성했다.
“자, 다들 고생했다! 슬슬 돌아가자!”
베이스캠프는 사용할 수 없으니, 3구역 시작부의 텔레포트 게이트로 돌아가서 퇴각해야 한다.
나는 앞장서 발걸음을 옮겼고, 파티원들이 그런 나를 우르르 뒤따랐다.
“…….”
북쪽 외성의 성벽을 따라 걷다가, 문득 아래를 보았다.
어둠에 덮여 있는 도시의 광장이 보였다. 그 뒤의 골목에는 적들이 점령 중인 베이스캠프가 숨겨져 있겠지.
나이트크롤러 부대.
그리고 피리 부는 사나이, 크라운.
‘조금만 기다려라. 곧 빼앗으러 와 줄 테니.’
그리고 너희가 나에게 엿을 먹인 만큼, 네놈들에게도 엿을 먹여 주마.
새삼스럽게 다짐하며 걸음을 옮겼다.
놈들과 한판 붙을 순간이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
[자유탐사 종료!] [레벨업 캐릭터]>메인 파티
– 루카스(SSR) Lv.38 (↑1)
– 쥬피터 쥬니어(SSR) Lv.36 (↑1)
– 데미안(N) Lv.33 (↑1)
>서브 파티1
– 올드걸(R) Lv.30 (↑1)
– 스컬(N) Lv.27 (↑1)
– 번아웃(SR) Lv.26 (↑2)
[획득 아이템]– 중급 마력 포션 : 2개
– 돌풍 인챈트 스크롤 : 1개
– 하급 혈족 마석 : 65개
***
“콜록!”
탐사가 끝나고, 지상으로 귀환하기 직전.
쥬피터 쥬니어는 입가를 가리고 기침을 했다.
“콜록, 콜록!”
입가에서 손을 떼자, 손바닥에 핏물이 조금 묻어 나왔다.
“…….”
가만히 손을 내려다보다가 쥬피터 쥬니어는 주먹을 꽉 쥐었다.
그리고 아무 일도 없던 것처럼, 텔레포트 게이트에 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