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110
◈ 110. [Side Story] 인센티브
저택으로 귀환한 뒤.
이번에 황금의 방에서 얻어 온 것들 중에서 아이템을 제하고, 금화와 보석은 파티원들에게 성과급으로 지급하기로 했다.
이만큼 고생하고 있는데 당연한 대가였다.
다들 고생하고 있지만, 특히 메인 파티가 산전수전공중전 아주 진땀을 빼고 있다.
나는 개별 주머니에 각자의 몫을 담아서 나눠 주었다.
“제게 주시기보다, 주군의 군자금으로 사용하시는 게…….”
“어우, 묵직하네. 선배님 통도 크셔.”
“황자님, 이렇게 많이 안 주셔도 되는데…….”
하자만 막상 나눠 주자 루카스와 에반젤린, 데미안 셋 모두 부담스러워했다.
나는 끌끌 혀를 차며 웃었다.
“충성의 대가가 돈뿐이어서도 안 되겠지만. 군주 된 자가 보수도 제대로 안 쳐 주면서 충성을 논할 수도 없는 노릇이지.”
나는 세 명의 어깨를 한 번씩 두들겼다.
“너희가 일한 만큼의 정당한 대가다. 편하게 받고 자유롭게 쓰도록.”
결국 셋 다 주머니를 받아 갔다.
쥬니어와 쥬피터에게도 전해 줘야겠지.
릴리도 그렇고. 그림자 부대와 디온 용병단에게도 좀 쳐 줘야 하고.
‘복무 중인 황혼병단이나 일반 병사들에게도, 다음 주급에 보너스 쳐서 지급하라 해야겠군.’
아무튼 고생한 세 사람을 해산시켰다. 오늘은 그 돈으로 뭐 맛있는 거라도 사먹으라고~.
***
그날 저녁.
나는 크로스로드 시내로 마차를 타고 나섰다.
기왕 보너스 지급한 김에 오늘 메인 파티원들에게 다 돌려 두고 싶었기 때문이다.
누군 받고 누군 안 받고 이러면 좀 그렇잖아.
먼저 연금술사 공방에 들러서 릴리에게 주었다. 릴리는 감사하게 받았지만 걱정스러운 얼굴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 저, 아직도 메인 파티 소속인 거예요……?”
“……예비대야, 예비대.”
전역했는데 재입대하라고 통보 받은 병장 같은 얼굴 하지 마렴.
그래도 국가가 부르면 예비군은 나와야 해요. 거지같아도 이 바닥이 원래 그래.
그렇게 릴리한테는 전달했고. 남은 건 쥬피터와 주니어인데.
‘쥬피터는 신전에 있으려나? 주니어는…….’
쥬니어는 도시 유일의 여관, ‘에티의 벌꿀’에 머무르고 있다고 들었다.
연금술사 공방에서는 여관이 더 가까웠다. 동선상 먼저 들리기로 했다.
‘마침 저녁때네. 같이 밥이나 먹자고 할까.’
다른 메인 파티원들과는 달리, 쥬니어와는 아직 서먹한 구석이 없잖아 있다.
친해질 만큼 시간을 많이 보내질 않았으니까.
이참에 친목을 좀 다져 두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모든 파티원들과 친해질 필요는 없어도,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파악해 두는 건 도움이 되니까.
그리하여 여관, ‘에티의 벌꿀’.
“오셨습니까, 황자 전하!”
“오셨습니까!”
“어…… 으응…….”
부담스럽게 접객하는 주인장과 크루들을 지나 나는 여관 안으로 들어섰다.
여전히 과한 융단과 샹들리에 따위가 보였다.
저번에 국영 호텔 느낌 낸답시고 고친 뒤로 계속 유지 중인가보다.
‘내가 지방도시의 푸근한 여관 하나를 영영 없애 버린 건가……?’
어째 죄책감(?)까지 느끼며 카운터로 와서 섰다.
주인장이 재빠르게 카운터 안으로 들어가서 부담스러운 미소를 지어 보였다. 으음.
“쥬피터 쥬니어라는 손님 있나? 내가 고용한 용병인데.”
“아, 그 마법사님 말씀이시군요. 어디 보자…… 3층 가장 안쪽 방을 쓰고 있습니다.”
“지금 방에 있나?”
“네. 오늘은 외출하지 않으셨네요.”
뒤이어 주인장이 고개를 갸웃했다.
“아니…… 요 며칠 방에 틀어박혀만 있는 것 같기도…….”
“…….”
불현듯, 며칠 전에 코피를 흘리며 휘청거리던 쥬니어의 모습이 떠올랐다.
어쩌면 그 뒤로 계속 앓은 건가?
혹시 아픈 거고 그걸 숨기고 싶어 한다면, 나 혼자 가는 게 낫겠다 싶었다. 나는 동행한 루카스를 돌아보았다.
“루카스, 1층에서 기다려 봐.”
“하지만.”
“쥬니어의 프라이버시와 관련이 있을지도 몰라서 그래.”
루카스는 마지못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주군. 하지만 무슨 일이 있다면 바로 불러 주십시오.”
무슨 일까지야 있겠느냐마는.
계단을 타고 나는 혼자 3층으로 올라갔다.
‘가장 안쪽 방이랬지. 여긴가?’
복도 가장 안쪽의 방 앞. 나는 조심스럽게 방문에 대고 노크를 했다. 똑똑.
“쥬니어? 안에 있나?”
하지만 대답은 없다. 외출한 건가?
그때였다. 방문 안에서 뭔가 소리가 들렸다. 나는 귀를 기울였다. 뭐지?
“쿨럭, 쿨럭! 하아, 으으…….”
명백하게 앓는 소리다.
“쥬니어? 괜찮나? 쥬니어?”
“쿨럭, 쿨럭…….”
나는 다급해졌다. 뭔가 비상 상황 같은데?
“쥬피터 쥬니어, 대답해! 대답도 못할 만큼 아프나?”
“하아, 아……? 전하?”
“지금 문을 열고 들어갈게! 가만히 있어 봐!”
“자, 잠시만요! 들어오시면 안-”
문에서 거리를 벌린 나는 한 번에 달려들며 어깨로 문을 들이받았다. 쾅!
문에 걸려 있던 얄팍한 사슬 잠금 장치가 박살 나 떨어졌고, 문이 훤히 열렸다.
나는 안으로 달려 들어서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쥬니어! 무슨 일이야! 좀 괜…… 찮…….”
……지 않았다.
쥬니어는 방의 개인 욕실 바닥에 앉아 있었는데, 평소와 달리 상당히 처참한 몰골이었다.
항상 왼쪽 얼굴을 가리고 있던 머리카락이 사방으로 헝클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것 때문에 왼쪽 얼굴이 훤히 드러나 있었다.
선명한 화상(火傷).
이마부터 왼쪽 뺨까지. 그녀의 얼굴에는 불에 탄 흔적이 남아 있었다. 이래서 머리카락으로 가리고 있었던 거구나.
‘아니, 지금 문제는 화상이 아니고!’
피다, 피!
욕실 세면대와 바닥은 그녀가 토해 낸 듯한 피로 범벅이었다. 그리고 지금도 코피를 흘리고 있었다.
“저, 전하? 여기는 어떻게?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녀는 허우적거리며 급히 손을 들어 자신의 왼쪽 얼굴을 가리려다가,
“쿨럭?!”
각혈했다.
안 그래도 피 범벅인 주위가 아주 시뻘겋게 물들었다. 나는 기겁해서 펄쩍 뛰었다.
“우아악! 괜찮아?!”
“어, 음…….”
잠시 망설인 뒤, 쥬니어는 흐릿하게 미소했다.
“아뇨.”
철푸덕!
직후 쥬니어는 욕실 바닥에 고꾸라졌다.
얼굴부터 바닥에 처박혔다. 그리고는 미동도 않았다.
“우아아아아아!”
나도 모르게 꽥 비명을 질렀다.
“여기 사람이 죽었어요, 사람이! 우아아아아! 아무나 빨리 좀 와 봐아아!”
***
천만다행히도.
쥬니어는 죽은 게 아니었다. 화상을 입은 얼굴을 내게 보이기 싫어서 바닥에 얼굴을 냅다 박은 것뿐.
‘얼굴 정리할 시간을 주세요.’라길래, 나는 벌벌 떨며 방문 밖에서 기다렸다.
20분 정도 기다렸을까? 온갖 불길한 생각이 머릿속에서 부글부글 끓어오르는데.
방문이 끽- 소리를 내며 열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고개를 내밀어 주위를 둘러보는 쥬니어와 내 눈이 마주쳤다.
“…….”
“…….”
쥬니어는 완전히 평소와 같았다.
삐죽한 샛노란 머리칼로 왼쪽 얼굴을 가렸고, 안색도 평온해 보였다. 얼굴이 좀 해쓱하긴 하다만.
“…….”
“…….”
어색한 침묵이 흐른 뒤에.
쥬니어가 내 눈치를 살피더니, 입을 열었다.
“……그, 저녁인데…… 식사는 하셨나요, 전하?”
그리하여 현재.
여관 1층. 식당.
뭘 먹을 기분은 아니어서 물컵만 앞에 두고 우리는 마주 앉았다. 루카스는 멀찍이서 지켜만 보고 있다.
머뭇거리던 쥬니어가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죄송해요, 전하.”
“어, 응? 뭐가?”
“못 볼 꼴을 보여드렸네요. 제가 조금 몸이 아파서.”
“아니, 조금 아픈 정도가 아닌데? 당장 죽을병 걸린 거 같던데? 괜찮은 거야?”
하도 피칠갑을 하고 있어서. 구울한테 물려서 좀비 비스무리한 뭐라도 됐나 싶었다니까.
‘좀비 아포칼립스 in 판타지 월드 뭐 그런 전개인 줄 알았다고.’
너 기다리는 20분간 온갖 생각이 다 들었다고. 황자님은 존나 무서웠어요.
“죽을병이라…….”
쓴웃음을 머금은 쥬니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동안 잘 감추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네. 정확하세요.”
“뭐?”
“시한부입니다. 앞으로 길어야 3년 정도 남았다네요.”
철렁, 하는 소리가 귓가로 울린 것 같았다.
나는 뭐라 반응해야 좋을지 몰라서 머뭇거렸다. 쥬니어는 가만히 물컵을 집고 삼키더니,
“쿨럭!”
요란하게 뱉어 냈다. 뭔짓이야?!
물이 묻은 턱을 닦아 내며 쥬니어가 헤헤 웃었다.
“이번 건 개그에요. 분위기가 너무 무거워진 것 같아서.”
“아니, 각혈을 개그로 쓰지 말라고!”
안 웃겨! 그냥 무섭단 말이야!
“에휴…….”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나는 물었다.
“왜 말하지 않았어?”
“뭘요?”
“병이 있다는 거.”
“말했으면, 고용하셨을 건가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쥬니어는 눈을 내리깔았다.
“언제 죽을지 모르는 병약한 마법사를요?”
“…….”
나는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고용이야…… 했겠지. 마법사는 귀한 인재니까.
하지만 메인 파티에 편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메인 파티는 장기적으로 이 게임을 캐리해 나갈 인원으로 채워야 하니까.
언제 죽을지 모르는 마법사는, 솔직히 말해서 넣지 않았을 것이다. 끽해야 서브 파티에 투입해서 운용했겠지.
“저는 돈이 필요해요, 전하. 먹여 살려야 할 가족들이 많거든요.”
쥬니어는 솔직하게 말했다.
“오랫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 온 할머니께서 편찮으시니, 저라도 돈을 벌어야죠.”
“…….”
“이런 상황인데 제 입으로 아픈 걸 밝힐 순 없었어요.”
나는 조심스레 물었다.
“몸이 안 좋은데 무리하게 일할 필요는 없잖아? 아무리 가족의 생계가 달려 있어도…….”
“어차피 오래 못 살아요.”
돌아온 것은 덤덤한 대답이었다.
“그럴 바엔 누군가에게 보탬이 되고 죽는 게 낫죠.”
“…….”
“걱정하지 마셔요. 몸이 이 모양 이 꼴이어도 전투에는 아무 지장 없을 테니까. 재능과 실력만은 자신이 있거든요.”
그런 걱정을 한 게 아니라고 말하려다가 멈췄다.
사실이었으므로.
무의식적으로 내가 가장 크게 걱정한 부분은, 전투 중에 쥬니어가 쓰러져서…… 전술이 어그러지고, 전선이 붕괴되는 상황이었으니까.
쥬니어라는 개인의 안위가 아니라, 광역 공격수의 부재가 불러올 전선의 안위를 나는 어쩔 수 없이 먼저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지휘관이니까.
그게 현실이었다.
“이번 방어전까지가 제 수습 기간이죠.”
쥬니어는 꼬리가 쳐진 눈을 들어 나를 마주보았다.
“제 건강 상태가 전투에 영향을 끼치는지 보시고, 만약 시원찮으면 그때 해고하시면 돼요.”
“…….”
“그리고 저는, 그러지 않을 자신이 있어요.”
나는 침묵했다. 그런 내게 쥬니어가 배시시 웃어 보였다.
“보너스 주셔서 감사해요, 전하. 찾아와 주셔서, 걱정해 주셔서 감사하고요. 그리고…….”
시선을 내리깐 쥬니어가 작은 목소리로 부탁했다.
“할머니한테는 제가 피 토한 거, 비밀로 좀 해 주세요.”
***
여관을 나오자 어둑한 시간이었다.
마지막으로 쥬피터에게 보너스를 지급하기 위해 들렀더니, 쥬피터는 신전에 없었다.
사제들에게 어디 갔는지 물어보자,
“밤만 되면 병실을 빠져나가 사라졌다가 아침에 돌아오셔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이 비행 할머니가! 얌전히 좀 쉴 것이지!
‘뭐, 어디 있을지 짐작은 가는군.’
그래서, 용병 길드.
끼익-
문을 열고 들어서자 아니나 다를까.
길드 안쪽의 바에 쥬피터가 앉아 있었다. 혼자 위스키를 홀짝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