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258
◈ 258. [STAGE 10] 만월의 밤 (5)
조금 전, 서문.
쥬니어가 막 서문 방어에 합류한 시점.
성벽 위에 올라선 쥬니어는 자신의 눈에 들어온 광경을 보며 당황했다.
“이게, 무슨…….”
서문 밖에는 몇 명의 병사들이 웨어울프에게 사로잡혀 있었다.
웨어울프들은 병사들을 방패처럼 앞으로 세우고 전진해 오고 있었고, 성벽 위의 병사들은 그런 괴물들에게 활을 겨눈 채 덜덜 떨었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이에요?”
“처음에 쳐들어온 웨어울프 놈들이 도주하기에…… 서문 수비대장 한스가 추격을 나섰는데.”
쥬니어의 질문에 활을 겨눈 병사 중 하나가 대답해 주었다.
“함정이었습니다. 웨어울프 놈들이 수십 마리 더 나타나서…… 추격대가 모조리 붙잡혔습니다.”
“이 바보들! 수성만 하면 되는데 추격은 왜!”
“놈들의 첫 공격에 수비대원 중 절반이 죽었습니다.”
성벽 위에 어지러이 쓰러진 병사들이 보였다. 설명해 주던 병사가 이를 악물었다.
“한스는 도망치는 놈들을 이대로 보낼 수 없다며 추격을 감행한 겁니다.”
“아무리 그래도……!”
그때 사로잡힌 병사들 중 가장 젊고 어린 남자- 수비대장 한스가 고래고래 소리쳤다.
“뭣들 하는 거야! 쏴!”
“……!”
“우리 때문에 성벽 안의 모두를 위험하게 만들 셈이야?! 어서 쏘라고!”
한스가 쥬니어 옆의 병사를 향해 고함쳤다.
“쏘라고, 밀러! 어서!”
“큭……!”
하지만 병사, 밀러는 울먹이며 천천히 활을 내렸다.
“모, 못 쏘겠습니다.”
밀러는 쥬니어에게 떨리는 목소리로 변명 아닌 변명을 뱉었다.
“한스 저 녀석은 제 친구입니다. 어릴 때부터 함께 자란 형제 같은 친구라고요. 어떻게…… 어떻게 제 손으로 죽이란 말입니까?!”
성벽 밖에서 한스가 악을 썼다.
“수비대장 명령이다, 등신 새끼들아! 어서 쏴아아아!”
명령이라는 말에, 덜덜 떨던 병사들 중 몇이 화살이 매겨져 있던 활시위를 놓았다.
후두두둑!
푹! 푸푹!
화살이 쏟아졌다. 그리고 웨어울프들은 태연하게 인간 방패를 들어 그 화살들을 막아 냈다.
“악! 아아아악!”
“끄아아아! 아파! 아프다고!”
화살에 꿰인 병사들이 고통에 가득 찬 비명을 뱉었다. 배와 무릎에 화살이 박힌 한스도 참지 못하고 신음을 토해 냈다.
웨어울프들이 낄낄 웃으며 성벽을 향해 거리를 좁혀 왔다.
성벽 위 병사들의 얼굴이 허옇게 질렸다.
수비부대의 전의(戰意)가 급격히 꺾여 나가는 것을 온몸으로 느끼며, 쥬니어는 앞으로 나섰다.
‘내가 막아야 해.’
마법을 캐스팅하며 쥬니어는 냉정하게 판단하려 했다.
‘이미 웨어울프들에게 붙잡힌 이상, 저 병사들은 모두 죽은 목숨이야. 인정사정 봐줄 때가 아니야. 광역 마법으로 웨어울프들을 한 번에 쓸어버려야……!’
그러나.
머리로는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벼락과 바람의 원소를 끌어올리던 쥬니어의 뇌리에 불현듯 어린 시절의 날들이 스쳐갔다.
인간방패로 쓰이며 비명을 지르는 병사들과, 어린 시절 자신의 마을에서 벼락과 바람에 죽어 가던 사람들이 겹쳐 보였다.
‘아니, 아니야! 그날과는 다르잖아!’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보다 중한 대의(大義)를 위한, 어쩔 수 없는 희생…….
‘그 대의는 누가 판단하는데?’
쥬니어는 멈칫했다.
목숨의 무게를 재고, 덧셈과 뺄셈을 해내고, 필요하다면 아군의 목숨까지도 기꺼이 버려 내는 일.
그 일을 해낼 지도자로서의 역량이 쥬니어에게는 없었다.
쥬니어는 인질을 향해 마법을 쏘아 내지 못하고 굳어 버렸다. 그리고 이 순간, 서문의 명운이 결정되었다.
타앗-!
충분히 거리를 좁혔다 판단한 웨어울프들이 일제히 땅을 박차고 내달려오기 시작했다.
쥬니어는 다급히 마법 원소를 물로 바꾸고 거대한 물보라를 쏘아 냈지만,
늦었다.
촤아아악!
채찍처럼 뻗어 나간 물보라에 휩쓸린 웨어울프 수십 마리가 그대로 나자빠졌다.
그러나 선두의 몇 마리는 기어코 물보라를 뚫어 내고 성문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타앗-!
그중 가장 앞의 거대한 흰색 늑대인간이 땅을 박차더니, 믿을 수 없이 날렵한 속도로 성벽을 타고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화이트 웨어울프.
웨어울프 군단에서 단 4체뿐인, 늑대왕 다음가는 최고 정예 괴수.
쥬니어가 연달아 쏘아 낸 물폭탄들을 솜씨 좋게 피해 낸 화이트 웨어울프가 기어코 성벽 위에 올라서더니, 쥬니어에게 들러붙어 발톱을 휘둘렀다.
“크윽!”
거대한 백랑(白狼)과 육박전을 벌이며 쥬니어가 병사들을 향해 고함을 질렀다.
“이 괴수는 제가 상대할 테니까, 여러분은 나머지 늑대를 막아요!”
“하, 하지만…….”
“막아요!”
지팡이로 늑대의 이빨을 막아 내며 쥬니어가 비명 비슷한 고함을 내질렀다.
“막아아-!”
정신을 차린 병사들이 하나 둘 바깥 전장으로 다시 활을 쏘아 내기 시작했다.
하지만 대응이 늦었다.
이미 웨어울프 수십 마리는 모조리 성벽에 들러붙어 도성을 시작했다.
인원을 잔뜩 잃은 데다 대장까지 잡혀가 사기까지 끝장난 수비대로서는 성공적으로 놈들을 저지할 여력이 없었다.
결국,
크르르…….
크르르르!
하나 둘 웨어울프들이 성벽 위로 올라섰다.
타앙! 타앙-!
남쪽 성벽에서 데미안이 다급하게 지원 사격을 시작했지만 역부족이었다. 삽시간에 성벽 위의 늑대인간들이 불어났다.
푸확! 푸칵-!
“크아악!”
“살려, 살려 줘어어!”
괴물들의 발톱과 이빨이 성벽 위 수비대를 유린하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방패이자 인질로 쓸모를 다한 병사들은 성벽 위에 쓰레기처럼 내던져 버려졌다.
아군의 화살에 두들겨 맞고 늑대에게 등을 찔린 한스는 성벽 구석에 쓰러져서 피를 토해 냈다.
“…….”
완전히 전의를 상실한 밀러가 그런 한스의 앞에 천천히 무릎 꿇고 앉았다. 한스가 쿨럭거리며 중얼거렸다.
“등신, 새끼…….”
밀러가 초췌하게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푸학!
달려든 늑대인간의 발톱이 밀러의 목을 쳐냈다. 그 모습을 멍하니 보던 한스의 눈에서도 서서히 빛이 사그라졌다.
성벽 위가 완전히 점거 당했고, 몇 분 지나지 않아.
덜컹- 쿠르르르!
성벽 안으로 들어선 늑대들의 손에 의해 성문이 열렸다.
서문 함락은 이토록 허무하고 간단하게 이루어졌다.
아우우우우!
아우우우우-!
하울링을 내뱉은 웨어울프들은 도시의 안쪽으로 내달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쥬니어를 포위한 십여 마리만을 남겨 두고서.
“하아, 하아, 하아……!”
쥬니어는 빈틈없이 자신을 포위한 웨어울프들을 둘러보며 눈을 굴렸다.
그녀는 마법사다.
막대한 화력과 임기응변 능력을 갖추었지만, 결국은 클래식한 타입의 전형적인 마법사다.
근접전에 취약하고, 방어력이 형편없으며, 캐스팅해 둔 마법이 없으면 한없이 약해지는.
전위를 맡아 줄 파티원이 없으면 손쉽게 망가지는 유리대포.
그런 그녀에게 근접전 특화라 할 수 있는 웨어울프 10여 마리가 들러붙었고, 심지어 그중 하나는 최정예인 화이트 웨어울프인 상황.
쥬니어는 이들 중 절반 이상은 길동무로 삼을 자신이 있었지만, 자신의 목숨 또한 부지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쥬니어는 이를 꽉 깨물었다. 이런 곳에서……!
그때,
투학! 투학! 투학-!
바람의 탄환이 날아들더니, 웨어울프들의 목을 꿰뚫었다.
놀란 웨어울프들이 그쪽을 바라보자, 더욱 맹렬한 칼날 같은 돌풍이 날아들어 웨어울프들을 후려쳤다.
“도시가 소란스럽다 싶어 나와 봤더니…….”
바람 마법을 타고 성벽 위로 사뿐히 날아 올라온 것은 레이나였다.
“늑대놈들이 활개를 치는군.”
환자복 위에 제국군 코트를 걸친 채, 입에는 담배를 꼬나물고.
레이나가 앞으로 검지를 내밀고 아무렇게나 바람의 탄환을 쏘아 냈다.
투학-!
강맹한 바람이 날아들었다. 동시에 타이밍에 맞춰 쥬니어도 사방으로 물보라를 뿜어냈다.
크르르륵!
다른 강력한 마법사가 등장하고 두 마법사가 연계를 시작하자, 화이트 웨어울프는 부하들을 이끌고 즉시 몸을 돌려 내빼기 시작했다.
쥬니어와 레이나가 그런 괴물의 등에 대고 연달아 바람과 벼락을 쏘아 냈지만, 다른 웨어울프들이 퍽퍽 죽어 나가는 중에도 화이트 웨어울프는 기어코 화망을 뚫어 내고 도주하는 데에 성공했다.
“하아, 하아……!”
거칠게 숨을 고르는 쥬니어의 옆으로 레이나가 지팡이를 짚고 절뚝거리며 다가왔다.
“괜찮아, 쥬피터 딸?”
“제가…….”
쥬니어는 휑하니 열린 성문을 내려다보며 눈을 질끈 감았다.
“제가 실수했어요.”
“…….”
“제가 그냥 마법을 사용했다면! 괴수들이 인질을 잡든 말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다 같이 불태워버렸다면……! 그러면 다른 병사 분들이 죽는 것도 막았을 거고, 성문이 열리지도 않았을 텐데…….”
“그래. 그랬다면 너는 훌륭한 마법사였겠지.”
레이나는 차갑지도 부드럽지도 않은 건조한 어투로 담담하게 말했다.
“하지만 그런 일을 태연하게 해내는 순간, 너도 멀쩡한 인간은 아닐 거다.”
자책하는 쥬니어의 옆에 선 레이나가 성문 안쪽을 턱짓했다.
“고개 들어, 애송이. 성문이 열린 것뿐이야. 아직 세상은 끝나지 않았어.”
“…….”
“벌어진 일은 벌어진 일이고, 얼른 수습해야지.”
레이나가 입가를 틀어올려 웃었다.
“쏟아진 물을 항아리에 도로 넣을 수 있는 게 바로 마법사잖아?”
“…….”
그 말에 정신을 차린 쥬니어는 재빨리 마른세수를 하고는, 두 눈을 부릅떴다.
두 마법사는 동시에 성벽 아래로 훌쩍 뛰어내렸다.
도시 안으로 파고든 바퀴벌레 같은 늑대 괴수들을 모조리 잡아 죽이기 위해서.
***
크로스로드 외곽에는 여러 곳에 감옥이 마련되어 있지만. 그중 사형수 카뮈가 수감된 감옥은 서쪽에 있었다.
“……음?”
차가운 옥실 구석의 침대에 틀어박힌 채 잠을 청하던 카뮈는 흐릿하게 눈을 떴다.
“괴수들이 도시 안으로 들어왔다!”
“막으러 가야 해, 우리도 어서!”
아까부터 바깥이 소란스럽더니, 감옥의 경비병들이 다급하게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죄수들을 감시하는 게 우리의 본임무…….”
“이런 씨발! 지금 이 새끼들이 문제야? 괴수들이 도시 안쪽까지 파고들면 시민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고!”
“무기 챙겨! 수비군에 가담한다!”
경비들이 우르르 감옥 밖으로 빠져나가는 모습이 보였다.
카뮈는 멍하니 그 모습을 보다가, 다시 이불 속으로 파고들었다.
어차피 곧 사형당할 몸.
이제 바깥세상이 어떻게 되든 알 바 아니었다. 빨리 이 지루한 시간이 지나고 죽기만을 바랄 뿐…….
그때였다.
쿠당탕! 챙그랑-!
크르르르!
“아으아악! 아아아아악!”
“잘못했어요! 저희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 주아아아아악!”
경비병들이 나가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도로 감옥 안으로 튕겨 들어왔다.
끔찍한 철판 휘어지는 소리, 뼈가 부서지는 소리, 그리고 늑대 괴수가 으르렁대는 소리가 울렸다.
‘……뭐야.’
잠이 달아난 카뮈가 이불을 젖히고 몸을 일으켰을 때.
쇠창살 밖에서 경비병 두 명을 잘근잘근 깨물어 씹고 있는 늑대 괴물의 모습이 보였다.
이게 무슨 상황인지 카뮈가 이해하려 노력하는 순간, 웨어울프가 카뮈가 갇힌 옥실의 쇠창살을 두 팔로 부여잡고 강제로 열어젖히더니 안으로 들어왔다.
크르르! 크르르르!
짐승의 시뻘건 두 눈이 살의로 번들거렸다.
그리고 다음 순간. 카뮈는 바닥에 너부러진 경비병의 시체로 몸을 날리고 있었다.
카뮈의 손이 경비병의 허리춤 검집에 닿았다.
스릉-!
능숙하게 검을 뽑아낸 카뮈는 위에서 내려찍어지는 웨어울프의 발톱을 가뿐하게 피해 낸 다음, 몸을 빙글 돌리며 검을 늑대의 목에 박아 넣었다.
푸욱!
SR등급 영웅 캐릭터의 능숙한 검격이었다. 방심한 웨어울프의 목숨을 단숨에 앗고도 충분한 위력이었다.
크르…… 크르르…….
피를 꿀럭꿀럭 토해 내던 웨어울프가 힘없이 바닥에 너부러졌다. 카뮈가 짧게 혀를 찼다.
“내가 받을 형벌은 교수형이다. 너희 괴물 밥이 되는 게 아니라.”
아우우-
아우우우-
감옥 바깥에서 연신 괴수들의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카뮈는 눈살을 찌푸리며 바깥을 노려보았다.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거야?”
하지만 아무래도 좋은 일이었다. 어차피 그는 죄수고, 감옥 밖으로 나가서는 안 되니까.
카뮈는 다시 자신의 침대에 틀어박혀 잠이나 청하려 했다.
하지만 자신이 해치운 웨어울프의 시체가 옥실 안의 침대를 박살 내고 더운 피를 쏟아내 놓은 것을 발견했다.
“……후우.”
카뮈는 길고 피로한 한숨을 뱉어냈다.
“얌전히 죽기도 힘들구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