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46
◈ 046. [Side Story] 메인 파티 (2)
“에반젤린 아가씨를 파티로 영입하지 않으실 건가요?”
망설이는 내게 에이더가 한 번 더 물었다.
“에반젤린 아가씨는 아주 큰 전력이 될 텐데요오.”
“……그야 욕심이 안 난다면 거짓말이겠지.”
아니, 겁나 욕심난다. 영입하고 싶어서 미치겠다!
스테이지3 시점에서 SSR등급 전위 캐릭터가 둘? 게다가 그게 루카스와 에반젤린?
‘이 게임이 아무리 난이도로 장난을 쳐도, 그렇게만 된다면 편안~하게 깰 수 있어!’
하지만.
– 내 딸은 이 저주받은 땅에서 벗어나서, 이 저주받은 과업에서 벗어나서, 평화롭고 행복하게 살길 바라네.
나는 약속했다.
– 너는 부디 자유롭게…… 마음 가는 대로 살아가라고…….
죽은 변경백의 유언이었다.
자신의 딸이 가문의 과업에 얽매이지 않도록 해 달라는, 마지막 당부.
“약속은 지켜야지. 저 아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게 내버려둘 거야.”
“만약 놓친다면, 앞으로 내내 후회하실 텐데요오? 강제로라도 잡아두는 편이 낫지 않을까요오?”
“클리어를 위해서 사람으로서의 도리까지 어기고 싶진 않거든.”
에이더가 고개를 살짝 옆으로 젖혔다.
“지옥 철인을 클리어하실 수 있었던 건, 그 도리를 신경도 안 썼기 때문 아닙니까아?”
“그랬지.”
휘하의 캐릭터들을 사지로 집어넣고. 버림패로 쓰고.
서브 퀘스트를, 보물상자를, 도전과제를, 숱한 목숨과 교환했다.
효율을 위해 인명을 갈아 넣었다. 그렇게 해서 지옥 철인을 돌파해 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도 똑같이 그렇게 클리어하면, 발전이 없는 거잖아.”
나는 피식 웃어 보였다.
“나는 어제보단 나은 내가 되고 싶거든.”
그런 나를 에이더는 복잡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그 제약이 언젠가 영주님의 목을 죌 겁니다아.”
“상관없어.”
성인군자인 척 하려는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괴물도 되고 싶지 않다.
목숨이 깃털보다 가벼운 세상이라도 나는 사람이고 싶다.
단지 그뿐이다.
“어쨌든 에반젤린을 잘 돌봐줘, 에이더. 사춘기 어린애잖아. 마음이 복잡할 거야.”
“알겠습니다아, 영주님.”
내 말에 잠자코 고개를 숙여 보인 에이더가 아차! 하더니 말했다.
“그런데, 영주님.”
“응?”
“그, 엊그제 박살 내신 에반젤린 아가씨의 창이랑 방패 말입니다아.”
“어, 그거.”
내 777 펀치에 에반젤린의 장비가 둘 다 박살이 나 버렸지. 아직 말은 못했지만.
우물쭈물하던 에이더가 느릿하게 말했다.
“감정해 보니 창과 방패 둘 다 SSR등급의 아이템이었습니다아…….”
“…….”
“너무 망가져서 재료도 건지기 힘들 것 같고요. 이거 어떻게 변상하실 건지…….”
순간 정신이 아득해졌다.
SSR등급 템이었다고? 둘 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엄청 희귀하다는 뜻이다.
그걸 한 방에 부셔 버린 내 황자 펀치의 절륜한 위력에 감탄해야 할지.
“새, 새로 만들어 주면?”
“고급 장비를 새로 제조하려면 마력핵이 필요한데요오…….”
아차. 남은 마력핵은 전부 다 마총 제조에 부어 버렸지.
“내 럭키 스트라이크 주면 어떻게 무마 안 될까? 무, 무승부로 하지 않을래?”
“안 될 것 같은데요오…….”
“젠장!”
골치가 아파서 미간을 꾹 누르던 나는 한숨을 후, 내뱉고 말했다.
“파티 모아.”
어차피 던전 탐사 하러 갈 시간이었다.
나는 피곤한 두 눈을 부릅뜨고 의자에서 벌떡 일어섰다.
“마력핵 캐러 가자!”
장비 그까짓 거, 새로 만들어 주면 되잖아?!
***
그리하여, 몇 시간 뒤 저녁. 저택 뒤뜰.
“어쩐지 오랜만인 느낌이군.”
나는 내 앞에 소집된 파티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요 며칠 다들 잘 쉬었나?”
파티는 예의 그 멤버다. 나, 루카스, 데미안, 쥬피터. 그리고.
“왜 또 저인가요오옷!”
이제 진부한 반응을 보이는 릴리.
소집령이 내려지자마자 릴리는 도망치려 했지만, 그럴 줄 알고 미리 병사들을 연금술사 공방 주위에 쫙 깔아두었다.
릴리는 도망치다가 잡혀서 강제로 끌려온 상황이었다. 울상이 된 릴리가 필사적으로 외쳤다.
“이번에 신입들도 좀 들어왔다면서요! 걔네 데려가세요!”
그 말대로였다. 이번에 새로 용병 길드에서 영웅 캐릭터들을 몇 명 영입하긴 했다.
문제는 다 회색. N등급.
게다가 특별한 능력도 없다.
물론 앞으로의 전투에서 성장하면 좋은 전투원이 되어 주겠지만, 메인 파티에 넣기에는 부족한 게 사실이다.
서브 파티로 운용하는 게 최선이겠지.
그래서, 또 솎아내고 솎아낸 끝에…… R등급 화염 마법사 릴리는 다시 메인 파티의 부름을 받은 것이다.
게다가 릴리는 그동안의 전투로 20레벨을 넘겼고, 1차 전직을 마친 참이다.
새로운 스킬로 ‘파이어 캐논’을 익혔다.
단순히 위력만 강한 불공을 던지는 스킬이지만, 썩어도 준치라고 마법사다.
어지간한 어중이떠중이 용병보다는 확실한 위력을 보장한다.
“요번에 대장간에 발주하신 아이템들도! 전부 연금술사 공방이랑 협업해야 하는 거잖아요! 제가 빡시게 관리감독할게요! 네, 전하?!”
아예 내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애원하는 릴리.
“흐으으음…….”
나는 곤란한 신음을 흘렸다.
나도 언제까지고 릴리를 메인 파티에서 부려먹을 생각은 없다.
다리 부상으로 걷지도 못하는 친구를 저 위험한 던전에 데려가는 건 분명히 무리수다.
하지만 마땅한 대체인원이 없는 것도 현실이다.
‘쓸 만한 R등급, 아니 N등급이라도 릴리를 대체할 만큼 괜찮은 영웅 캐릭터가 영입된다면 바로 교체해 주겠는데…….’
영웅 캐릭터 수급이 느리다.
용병 길드로 찾아오는 신입들의 수가 아직 적다. 오는 대로 다 뽑고는 있는데.
‘던전에서 괜찮은 NPC 만나서 영입이라도 하면 좋겠다만, 그건 완전히 운빨이고…….’
나는 턱을 괴고 으으으음 고민했다.
‘어쩐다……?’
“저언하아아! 통촉하여 주시옵소서어어어!”
이제 릴리는 궁중식 존대어까지 사용하며 내게 빌고 있다. 어지간히도 필사적이군…….
그때였다.
“어디 가는 건데요?”
어린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렸다. 모두 그쪽을 보았다.
에반젤린이 뚱한 표정으로 저택 쪽에서 쫑쫑 걸어왔다.
무장까지 없으니, 계속 이런 말하기 뭐하지만, 진짜 쬐끄맣다…….
“하앗?!”
에반젤린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SSR등급의 기운을 감지했는지, 두 눈을 번뜩인 릴리가 내게 다급히 물었다.
“전하! 이 분은?!”
“……처음 보는 사람도 있겠군. 다들 인사해.”
나는 어쩔 수 없이 소개해 주었다.
“크로스 변경백의 외동딸, 에반젤린 크로스다.”
변경백의 영애라는 이야기에 놀란 릴리와 데미안이 급히 허리를 숙였다.
담뱃불을 끈 쥬피터가 똑 부러지는 경례를 해 보였다.
“아버님의 일은 유감입니다, 에반젤린 님.”
에반젤린 역시 흠결 하나 없는 경례를 마주해 보였다. 사관생도 아니랄까봐 아주 각이 환상적이군.
“신경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하지만 괜찮아요.”
뒤이어 에반젤린이 나를 보았다.
“그래서, 어디 가는 건데요?”
영 안 내켰지만 솔직히 대답했다.
“던전.”
“던전요? 이 도시 주위에 그런 게 어디…….”
말을 멈춘 에반젤린이 뜨악한 시선으로 나를 보았다.
“설마, 호수 아래 던전 말이에요?!”
“어라. 너도 알고 있었구나?”
“호수는 그냥 괴물들이 기어 나오는 지옥의 아가리일 뿐이에요. 그 아래 던전이 있다는 건 허황된 옛날이야기일 뿐이고.”
에반젤린은 팔짱을 끼고 어깨를 으쓱였다.
“가끔 보물을 노리고 멍청한 모험가들이 호수로 몰려가곤 했지만, 아무도 못 돌아왔다구요.”
“아무도는 아니야. 우린 이미 다녀왔거든.”
못 믿겠다는 듯 에반젤린은 뾰족한 눈을 치켜떴다. 나도 마주 어깨를 으쓱여 주었다.
“앞으로도 다녀올 거고.”
“……그러니까, 지금 황자님 말씀은.”
에반젤린은 손가락을 치켜들고 따졌다.
“이곳을 수 대째 다스려온 저희 크로스 가문도 모르는 던전이 있고, 황자님께서는 거기를 다녀오셨다. 이렇게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말 중에서 후자는 맞는데, 전자는 아니야. 에반젤린.”
나는 히죽 웃었다.
“너희 가문은 알고 있었을지도 모르지. 너만 모르는 것뿐일지도.”
“……!”
에반젤린은 입술을 꾹 깨물었다.
크로스 가문의 후계자로서 받아야 할 수업을 그녀는 받지 않았다.
대신 황실 아카데미에서 엘리트 장교로서의 코스를 밟았다.
만에 하나 크로스 가문에서 호수 아래 던전 같은 비밀이 전승되었다 해도, 그녀로서는 알 길이 없는 것이다.
“안 믿어도 상관없어. 우리는 다녀올 거니까.”
네 무기 깨먹은 거 변상해 주려면 다녀와야 한단 말이다.
내가 훠이훠이 손을 내젓자, 에반젤린이 한 걸음 앞으로 나섰다.
“저도 갈래요!”
“뭣이?”
“이래봬도 황실 아카데미 수석 졸업생이거든요? 전투에서는 누구보다 도움이 될 거라고 자부해요. ‘선배님’.”
에반젤린은 굳이 선배님이라는 호칭에 힘을 주었다.
‘나도 네가 다닌 학교 나왔다. 나도 한 사람 몫을 할 수 있다’는 어필인가보다.
으음. 나는 신음을 흘렸다.
“아니, 그건 아는데요, 후배님. 하지만.”
“저도 데려가 줘요. 진짜 호수 아래에 뭔가가 있다면, 제 눈으로 확인할래요.”
“으으음…….”
“저는 크로스 가문의 한명 뿐인 계승권자고, 부모님 두 분 모두 호수에서 나온 괴물들에게 돌아가셨어요. 따라갈 정도의 권리는 있다고 생각하는데요.”
나는 입을 다물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호수 아래의 괴물들과 싸우는 일에서 너를 떼어놓으려 한 건데.
‘그게 네 아버지의 바람이었는데…….’
말을 삼킨 나는 턱짓했다.
“몸은? 좀 괜찮아?”
에반젤린은 대답 대신 팔에 감긴 붕대를 풀어 보였다.
자잘한 생채기와 타박상은 어느새 깨끗이 아물어 있었다. 역시 SSR등급 탱커다운 회복력이다.
“마음은?”
“네?”
“좀 진정됐나?”
“…….”
불과 몇 시간 전에 아버지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여전히 마음이 어지러울 텐데.
“가만히 있는 게 더 뒤숭숭해요. 몸이라도 움직이는 게 낫지.”
헝클어진 뒷머리를 고쳐 묶으며 에반젤린은 뾰족한 눈을 바로 떴다.
“그래서, 어때요. 데려가줄 거죠? 네?”
“……좋아.”
더 이상 거절할 명분도 없다.
나는 고개를 옆으로 돌렸다. 무섭게 눈을 반짝거리는 릴리가 보였다.
“그럼 릴리. 너는 크로스로드에 남아.”
“앗싸~!”
릴리는 아예 대놓고 양팔을 흔들며 춤을 추기 시작했다. 정말 기뻐 보이네…….
“그런데 제 창이랑 방패 혹시 못 보셨어요?”
에반젤린은 나머지 파티원들이 모두 무장이 완료된 것을 보고 물었다.
“어제 정신 잃기 전만 해도 분명히 저한테 있었는데…….”
“크, 크흠! 크흐흠! 그게, 조금 망가져서 대장간에 수리를 맡겨두었어.”
나는 급히 에이더에게 손짓했다. 에이더는 부리나케 창고로 달려갔다.
“일단 남은 장비를 대여해 줄 테니 그거라도 쓰렴.”
“뭐어…… 상관없지만요.”
에이더는 몇 분 지나지 않아 창고에서 창과 방패를 하나씩 수레에 담아 가져왔다.
“헥헥헥! 일단 보이는 걸 아무거나 가져왔습니다아……!”
역시나 커다란 기병창과 방패였다. 둘 다 에반젤린이 원래 쓰던 것보단 작았지만, 그래도 사이즈가 크다.
에반젤린은 반가워하며 그 두 장비를 착용했다.
“어릴 때 쓰던 장비잖아. 완전 오랜만이네.”
붕! 부우웅!
거대한 기병창을 무슨 펜대 돌리듯 가볍게 회전시킨 에반젤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쓰기에는 너무 가볍지만…… 어떻게 쓸 만은 한 것 같네요.”
아무리 그래도 쇳덩이로 보이는뎁쇼. 그게 가벼워?
‘아참. 얘 근력 수치 35지.’
내가 다섯 명 있어도 얘랑 팔씨름하면 질 거야, 아마…….
“좋아. 준비 완료네요.”
랜스에 가죽끈을 매달아 허리에 착용한 에반젤린이 내게 굳이 한 번 더 확인했다.
“파티에 받아주시는 거죠?”
“그래, 그래. 후배님 말씀인데 들어야지.”
나는 시스템 창을 켜고, 릴리를 제외하고 에반젤린을 투입했다.
[메인 파티 (5/5)]– 애쉬(EX) Lv.11
– 루카스(SSR) Lv.31
– 쥬피터(SR) Lv.37
– 데미안(N) Lv.24
– 에반젤린(SSR) Lv.35
띠링!
새로운 파티 시너지가 적용되었다.
지휘관1. 기사2. 힐러1. 마법사1의 구성이니까.
[활성 파티 시너지]> (지휘관1) 전장 친위대 : 이 파티는 사기가 저하되지 않습니다.
> (기사2) 듀얼 나이츠 : 파티원 전원의 물리 방어력이 20퍼센트 증가합니다.
기사 쪽 시너지가 활성화되었다. 꽤 튼튼한 파티가 되었구만.
“…….”
“? 왜 그렇게 봐요?”
“아니, 아무 것도 아냐.”
의아해하는 에반젤린에게 나는 대충 얼버무렸다.
내 품에서 죽어가던 변경백이 생각나서 마음 한 구석이 불편했지만, 솔직히 SSR 탱커가 파티에 투입되니 든든하긴 하다.
나는 씩 웃었다.
“잘 부탁해. 에반젤린 후배님.”
그러자 에반젤린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그나저나, 언제까지 후배라고 부르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