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ame the Tyrant of a Defense Game RAW novel - Chapter 770
◈ 770. [STAGE 48] 파죽지세 (6)
우리 쪽 자동 방어 포탑 일백 문이 일제히 적들을 노리고 포탄을 쏘아냄과 동시에,
선두에서 내달리던 백기사 무리의 대장이 수중의 대궁을 치켜들었다.
놈은 마치 하프의 현을 튕기듯, 우아하게 대궁의 시위를 당겼고…….
둥-!
활줄이 진동하자, 동시에 허공에 자욱한 백색 안개가 끼었다.
자동 방어 포탑이 토해낸 청록색 마탄 세례가 그 위에 퍼부어졌지만,
출렁……!
안개가 물결치듯 흔들리며, 포탄을 모조리 깔끔하게 삼켜냈다.
안개 속에 빠진 마탄들은 그대로 산산이 분해되어 사라졌다. 마치 사체가 썩고 분해되는 과정을 초고속 카메라로 돌린 것처럼.
동시에, 111기의 백기사 또한 응사 태세를 갖췄다. 놈들은 일제히 하늘로 활을 치켜들더니 화살을 발사했다.
쐐애애액-!
후두두두둑!
곡사(曲射)로 쏘아진 놈들의 화살 세례가 하늘 높이 치솟았다.
‘역병 화살!’
쏘아진 화살은 마치 로켓이 연기로 궤적을 남기듯, 시커먼 기운을 깃 뒤로 흩뿌리며 솟구쳤다.
타격지점에 광역으로 오염지대를 형성하는 역병 화살이다.
성벽 끄트머리에 발을 디디고 선 나는 가로로 깃발을 홱 펄럭였다.
“방어는 나도 자신 있다고-!”
촤르르르륵!
내 깃발이 펄럭인 궤적을 따라 허공에 새로이 마력의 성벽이 일어나며, 위에서 떨어져 내리는 역병 화살의 비를 모조리 막아냈다.
화살에 맞은 마력 성벽은 즉시 검게 썩어 문드러졌지만, 내가 그 썩은 마력 성벽을 회수하자 즉시 허공에서 정화되며 사라졌다.
내 주위에 펼쳐진 만독불침 영역에 들어오는 것만으로 역병 화살의 효과가 중화되는 것이다.
내가 이런 식으로 마력 성벽을 겹겹이 생성해 역병 화살을 막는 사이, 일백 문의 내 자동 포탑이 백기사들을 향해 한번 더 직사(直射)로 포격을 쏘아 갈겼다.
펑! 퍼버버벙!
그렇게 쏟아진 마탄 세례를 백기사 대장이 다시금 안개를 펼쳐 막아냈고.
후두두둑……!
백기사들이 쏘아낸 화살 세례는 내가 다시금 마력 성벽을 전개해 막아냈다.
양 진영의 포탑과 궁병이 서로를 공격하고, 서로의 대장이 그 공격을 방어해내는 구도.
이 사이에도 거리는 점차 좁혀지고 있었다.
어느새 가까워진 적들의 얼굴이 보였다.
흰 망토를 펄럭이는 켄타우로스들의 얼굴은 검게 썩은 채 꿈틀거리고 있었다.
“켈리베이!”
그 얼굴을 마주 노려보며, 나는 요새 안쪽의 켈리베이에게 소리쳤다.
“‘공사’ 부탁해요-!”
“맡겨둬!”
켈리베이는 준비해온 장비를 꺼내놓았다.
그것은 머리 부분에서 검붉은 기운을 흘리는 거대한 대못 다섯 개였다.
지옥견 군단장이었던 케르베로스, 그리고 그 부관이었던 올트로스. 이들에게서 채취한 지옥견 수문장 마력핵 다섯 개.
그것으로 만든 거대한 대못.
“마력핵 미사일보다 파괴력은 못하지만…….”
켈리베이가 그 대못을 차례로 공중에 놓자, 대못들은 허공에 둥둥 뜨며 제자리에 정렬했다.
“대신 이 녀석은 회수하면 재활용이 되고, 또 무엇보다.”
켈리베이는 망치를 들고 가볍게 몸을 회전시키더니-
“‘이 용도’로는 훨씬 최적화되어 있거든!”
깡! 깡! 깡! 깡! 깡-!
차례로 그 대못의 머리 부분을 쳐서, 하키채로 퍽을 쳐내듯 쏘아냈다.
푸푸푸푸푹-!
연달아 쏘아진 대못 다섯 개가 날아가서 우리와 백기사 부대 사이의 지면에 틀어박혔다.
그리고 다음 순간.
쿠과과과광!
대못이 꽂힌 지반이 박살 났다.
지면에 금이 쩍쩍 벌어지며 단숨에 땅이 아래로 무너져내렸다. 그리고 무너진 지반 틈새로 느닷없는 시뻘건 용암이 분출하며 사납게 솟구쳤다.
기세 좋게 달려오던 백기사 부대는 당황하며 자리에 멈춰 섰다.
이번 스테이지 상대가 이놈들, 멸망기사단으로 결정된 직후 급히 우선순위를 올려 제작한 장비다.
지옥견 수문장 마력핵으로 만든, 지옥견 놈들의 고향 풍경을 재현하는 지형파쇄 전문장비-
“[발걸음분쇄기]다!”
오직 지형 파쇄에만 성능을 몰아넣은 장비지만, 상대가 기병이라면 그 효과는 최강이다!
질풍처럼 내달리던 백기사들은 무너지는 지형 앞에서 당황하며 대열을 흐트러뜨렸고, 속도를 줄일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나의 자동 포탑들은 어떤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고, 정확하게 적들을 조준한 뒤-
자비 없이 마탄을 퍼부었다.
백기사 대장이 다급하게 안개를 퍼뜨렸으나, 무너지는 지형 앞에서 안개는 기병대를 완전히 보호하지 못했고…….
퍼버버버버벙!
넓게 쏟아진 탄막에 휩쓸린 백기사들이 시커멓게 오염된 피를 쏟아내며 일제히 쓰러졌다.
***
“후…….”
멀리서 들려오는 폭음을 들으며, 토르켈은 크게 숨을 들이켰다.
두두두두두-!
붉은 망토를 휘날리는, 거대한 대검을 틀어쥔 적기사들이 거침없이 제1 전진기지를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전화(戰火)와 살육의 화신.
놈들이 밟은 땅에는 긴 잉걸불이 생겨나 있었다.
“쏴라! 놈들을 접근시키지 마라-!”
토르켈의 호령대로 궁병과 포병들은 열심히 원거리 공격을 퍼부었으나.
적기사들은 대검으로 걷어내거나, 혹은 몸으로 두들겨 맞으면서도 터프하게 전진해왔다.
놈들은 적진을 향해 돌진하기 위해 만들어진 생명체 같았다. 기가 막히게 이쪽의 모든 요격을 걷어내고 흘려내며 집요하게 파고들어 왔다.
“큭……!”
어지간한 원거리 공격은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는 것을 알아채자마자 토르켈이 뒤쪽 하늘을 돌아보고 손을 휘저었다.
“데미안 님! 사격 지원을-!”
비공함 라 만차는 멀찍이 상공에 떠서 일대 전진기지의 상황을 살피고 있었다.
저렇게 먼 거리에서 과연 자신의 지원 요청을 제때 받아줄 수 있을까?
순간 토르켈은 걱정이 되었지만, 기우였다.
데미안은 아군의 지원 요청을 즉각 포착해내고, 바로 사격 시퀀스로 들어간 상태였다.
토르켈이 지원사격을 요청한 직후.
철컹……!
라 만차의 하단 해치가 열리더니,
투하악-!
마력핵 미사일이 발사되어 적기사들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사마귀 군단장, ‘신랑 포식자’의 마력핵으로 만든 이 미사일은 먼 거리를 정확하게 가로질러 적기사 부대의 중앙에 도달.
폭발했다.
퍼어어엉-!
어마어마한 폭발과 함께, 거친 칼날 같은 풍압이 일대를 휩쓸었다.
과연 마력핵 미사일은 단일 공격수단으로는 크로스로드에서도 손꼽힐 만한 파괴력을 가지고 있었다.
상대가 평범한 괴수 군단이었다면 이것 한 방으로 전멸시키고도 남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멸망유희도 끝자락.
그 끝자락에 출진한 아포칼립스 나이츠는 여느 악몽 군단장급 힘을 갖춘 막강한 군단이었다.
두두두두두-!
자욱한 폭연을 헤치고 적기사 부대가 튀어나왔다.
어마어마한 폭발과 뒤이은 칼날 같은 풍압 연쇄에 적지 않은 숫자가 죽었고, 살아남은 대부분도 부상을 입었으나, 적기사들은 멈추지 않았다.
“…….”
토르켈은 문득 적장과 시선이 마주쳤다.
온몸에 화살이 몇 개씩 박힌 상태로 기어코 전진기지의 앞에 도달한 적기사 대장은 불타고 있었다.
피처럼 붉은 망토를 등 뒤로 휘날리는 켄타우로스의 얼굴은 일렁이는 겁화(劫火)였다.
그 순간 토르켈은 깨달았다.
지금 이 전진기지에 준비된 수성 설비로는 놈들의 돌진을 저지할 수 없음을.
이대로는 놈들이 반드시 성벽을 넘고 전진기지 안으로 들어오고야 말 것임을.
얌전히 이곳에서 놈들을 맞았다간, 반드시 큰 피해를 볼 것이다. 이곳 전진기지 째로 저 전쟁의 화신들에게 도륙당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제가 나가서 시간을 끌겠습니다.”
“예?”
“준비해둔 대로 작전을 부탁드립니다. 그럼.”
“토르켈 경?!”
주위의 얼빠진 소리에도 불구하고 토르켈은 성벽 끄트머리에 서더니, 망설임 없이 바깥으로 뛰어내렸다.
쿵-!
묵직한 소리를 내며 지면에 내려선 토르켈이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얼굴을 가리는 챔피언 투구. 마치 바위와 같은 거대한 갑옷. 왼팔에 들린 성문 같은 크기의 대방패와, 오른손에 들린 거대한 철퇴.
토르켈의 모습은 이미 여느 신화 속 맹장의 그것과 다름없었다.
탕! 탕! 탕!
스스로의 방패를 철퇴로 두들긴 토르켈이 앞을 보았다.
“내 이름은 토르켈이다!”
자신이 일으킨 모래먼지를 헤치고 앞으로 느릿하게 걸으며 토르켈이 스스로를 소개했다.
“나병척살대의 대장이었으며, 세계수호전선의 백병부대 부대장이며, 애쉬 황태자 전하의 가장 큰 방패이며, 인세의 입구 크로스로드의 문지기다.”
홀로 전진기지 앞을 막아선 이 방패기사의 앞에서.
《…….》
적기사들은 거짓말처럼 점차 속도를 줄이더니, 이윽고 토르켈로부터 거리를 둔 위치에 모두 멈춰 섰다.
다그닥, 다그닥, 다그닥.
뒤이어 적기사들의 대장이 홀로 땅을 차고 앞으로 훌쩍 나와 토르켈의 앞에 섰다.
토르켈이 씩 웃으며 손에 들린 철퇴를 앞으로 세웠다.
“지휘관 사이의 결투를 신청한다. 받아주겠나?”
《…….》
대장 사이의 결투.
전장에서 낭만이 사라진 지금 시대에서는 대단히 시대착오적인 요청이었으나.
아포칼립스 나이츠는 모두 고대의 망령.
비록 괴수로 전락했다 할지라도, 이 시대착오적인 요청을 명예로 받아들이는 시대의 존재였다.
척……!
적기사 대장이 천천히 자신의 대검을 앞으로 세워 마주 토르켈을 겨누었다.
철퇴와 대검의 끝이 가볍게 서로를 두들겼고, 다음 순간.
“……!”
《……!》
거대한 덩치의 두 전사가 서로를 향해 거칠게 달려들었다.
불길에 휘감긴 대검을 휘두르는 켄타우로스 최강의 전사와, 태산 같은 갑옷을 입은 인류 최강의 퓨어 탱커가 충돌했다.
쿵-!
***
제2 전진기지.
에반젤린이 지휘관으로 있는 이곳.
두두두두두-!
접근해오는 것은 흑기사 부대.
“데미안 오빠! 지원사격 요청-!”
에반젤린이 포격을 요청했고, 데미안은 충실하게 응답했다.
투학-!
퍼어어어어엉!
매미 군단의 군단장 ‘날개 없는 매미 군주’ 마력핵 미사일이 날아와 작렬했다.
엄청난 폭발에 이어 우악스러운 음파가 사방을 휩쓸었다.
“나이스 샷! 와, 쩔었다!”
무지막지한 마력핵 미사일의 위력 앞에서 에반젤린은 입을 벌리고 감탄했지만, 이윽고 미간을 찌푸려야 했다.
두두두두-!
적잖은 수가 쓰러졌지만, 여전히 건재한 흑기사 부대가 폭발 속에서 튀어나와 질주해왔기 때문이었다.
흑기사들은 모두 손에 들린 저울을 하늘로 치켜든 채, 몸에 물로 이뤄진 방어막을 둘러쓴 상태였다.
이 모습을 보며 에반젤린이 혀를 찼다.
“살다 보니 저울을 무기로 쓰는 놈들도 보네…….”
아포칼립스 나이츠 네 부대 중에서 유일하게 마법이 주력인, 마법기병 부대.
그것이 이들 흑기사 부대였고, 이들이 사용하는 마도구가 바로 이 저울이었다.
그중 흑기사 대장은 특히나 거대한 쇠사슬로 이뤄진 저울을 들고 있었다. 어느새 요새 가까이 접근한 흑기사 대장의 얼굴이 에반젤린의 눈에 들어왔다.
소용돌이치는 검푸른 물로 얼굴이 뒤덮인 켄타우로스.
“와라…….”
준비한 작전을 복기하며 에반젤린이 숨을 삼키는 것과 동시에,
철그렁-
흑기사 대장이 갑자기 손에 들린 저울을 위로 홱 치켜들었다.
그리고 반대편 손으로 에반젤린을 가리켰다.
“……?”
의도를 알 수 없어서 에반젤린은 고개를 갸웃했다. 무슨 뜻이지?
촤르르륵!
다음 순간, 흑기사 대장의 저울 양편에 물로 이뤄진 형상이 맺혔다.
한쪽은 에반젤린을 그대로 본뜬 듯한 소녀기사의 형상이었고, 반대쪽은…….
“뭣.”
웬 통통한 돼지의 모습이었다.
잠시 좌우로 출렁이며 에반젤린과 돼지, 둘의 무게를 가늠하던 저울이 이윽고 한쪽으로 홱 기울었다.
……에반젤린 쪽이었다.
그러자 흑기사가 낄낄거리며 얼굴을 가리고 웃었다. 부하들도 일제히 낄낄거리며 에반젤린을 향해 삿대질했다.
“……뭐야, 뭔데.”
정확한 의도는 모르겠지만 어째선지 기분이 굉장히 나빠진 에반젤린이 꽥 소리쳤다.
“무슨 뜻인데, 그게?! 대체 왜 웃는 거야, 이 자식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