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366)
366화. 마지막 댓글
덜컥.
내 손을 잡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연두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책상 위를 바라봤다.
그럴 만도 했다.
너무 대놓고 카메라가 세팅되어 있었으니까.
“아빠..”
“응.”
“연두 연두튜브 찌거요..?”
초롱초롱한 눈망울로 물어보는 모습에 웃음이 번졌다.
이제는 연두도 눈치가 상당히 빨라졌다.
카메라만 보고 촬영할 거라는 걸 알아채는 걸 보면.
“맞아.”
“어떤 거 찌거요? 연두으 룩북..?”
“하하, 아니.”
예고하고 찍는 경우는 많지 않다 보니 또 룩북 영상을 촬영하는 게 아닐까 생각한 모양이다.
궁금해하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이번에는 다른 촬영을 해 볼 거야.”
“어떤 차령이요..?”
“연두부 댓글 읽기.”
또 연두의 표정에 의아함이 번진다.
“댓글 읽기 차령이요..?”
“응.”
어찌 보면 당연한 반응이었다.
나랑 연두부의 댓글을 읽은 게 불과 며칠 전이었으니까.
그 외에도 주기적으로 연두와 함께 댓글을 보곤 했고.
‘하지만.’
그 모습을 제대로 촬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더군다나 항상 최신 영상의 댓글을 본 거지, 따로 댓글을 엄선해서 본 적 역시 존재하지 않았다.
굳이 그럴 이유가 없었으니 말이다.
댓글을 읽는 게 콘텐츠가 될 수 있을 거란 생각 자체를 못 했으니까.
어린이날 방송을 통해 알게 됐다.
수많은 연두부가 그 콘텐츠를 원한다는 걸.
진행하기로 결정한 뒤에 여러모로 고민이 있긴 했다.
‘어떤 방식으로 해야 할지.’
경우의 수는 두 가지였다.
스트리밍을 켜 놓고 하거나 카메라를 설치해 두고 연두와 둘이 진행하거나.
고민 끝에 결정한 건 후자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더 적합한 방식이란 생각이 들어서.’
나는 고래와 같은 프로 방송인이 아니었다.
댓글창 민심을 계속해서 확인하며 콘텐츠까지 원활하게 진행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한 차례 경험이 있었던 게임 방송의 경우도 쉽지는 않았으니까.
‘아마.’
고래가 도와주지 않았다면 무척 헤맸을 거다.
따라서 결정했다.
이번에는 마음 편히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도록 카메라만 켜 두고 진행하기로.
사실 콘텐츠라 해 봐야 특별한 건 없었다.
“아빠가 연두부가 쓴 이런저런 댓글을 잔뜩 모아뒀거든.”
“네.”
“연두는 그걸 아빠랑 같이 읽기만 하면 돼.”
콘텐츠는 다르지만 저번과 마찬가지였다.
최고의 한 끼를 본방사수하는 리액션 영상을 촬영해서 올렸을 때랑.
그때 탄생했지.
담요킥을 포함한 많은 재미있는 장면들이.
‘분명히.’
오늘도 재미있는 장면이 잔뜩 탄생할 터였다.
촬영을 별개로 두고 생각해도 무척 기대가 됐으니까.
연두와 함께할 시간이.
틱.
의자에 연두와 나란히 앉아서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돌아가기 시작한 카메라.
댓글 읽기 콘텐츠의 시작이었다.
***
“연두야.”
“네, 아빠.”
“먼저 인사할까? 카메라 너머에 있는 우리.. 연두부한테.”
좋아. 이 정도면 선방이다.
내 성격상 어색함을 100% 감추는 건 불가능했다.
스트리밍을 진행하는 것도 아닌데 화면을 보고 인사하는 것 자체가 낯간지러운 일이었으니까.
‘그래도.’
당장은 아니지만 조만간 이 영상을 보게 될 연두부였다.
최대한 친근하게 인사할 필요가 있었다.
물론 내가 문제지, 연두의 걱정은 불필요했다.
“안녕하세요, 연두부님들..!”
인사할 때마다 조금씩 바뀐다.
어떨 때는 연두부님이라 했다가 어떨 때는 연두부 여러분이라 했다가.
한 번은 반말로 인사한 적도 있지.
‘연두부들 안녕! 헤헤..’
보기 드문 장면이었다.
내 기억상 그때 연두가 무척 신이 났던 걸로 기억한다.
잘 모르겠다. 기분과 연관 관계가 있는 건지는.
‘지금도 잔뜩 신난 상태인데.’
촬영한다는 말에 지금도 텐션이 잔뜩 오른 연두였다.
만약 연관성이 있는 거라면.
댓글 읽기가 끝날 때 즈음은 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두가 반말로 인사하는 모습을.
“잘했어, 연두야.”
배시시 웃는 연두.
머리를 쓰다듬고는 나도 화면을 향해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연두 아빠 초록..입니다. 오늘은 많은 연두부분들이 요청하신 댓글 읽기 콘텐츠를 진행해보려 합니다.”
“진행해보려 합니다..!”
나한테 배운 건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뒷말 따라 하기 화법을 구사하는 연두였다.
나는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연두 몰래 연두부가 그동안 쓴 댓글을 모아 봤는데요.”
“연두 몰래요..?”
“응.”
잠깐. 이거 너무 편한데.
멘트를 칠 때마다 옆에서 리액션이 따라 나오니 이보다 편할 수가 없다.
이런 걸 요즘 말로 티키랑 타카가 맞는다고 하던데.
‘말해 뭐해.’
굳이 말해야 입만 아픈 문제였다.
나와 연두의 케미는.
괜히 뿌듯함을 느끼며 나는 연두를 향해 말을 이었다.
“그럼 바로 시작해 볼까요?”
“네, 아빠..!”
달칵.
마우스를 클릭하는 동시에 떠오른 첫 화면.
댓글이 떠올라 있었다.
순서 배치에 따라 연두튜브의 초창기 영상에 달린 댓글이었다.
‘아니.’
초창기라는 말보다도 첫 영상이라 하는 편이 더 정확하겠네.
2분가량의 길이로 올린 첫 영상.
알다시피 첫 영상 하면 떼어놓을 수 없는 단어가 있었다.
나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연두가 한번 읽어볼래?”
“네에.”
화면을 바라보며 연두가 입을 뗐다.
“흐아.. 리얼 꿀마시라고 발..음 하는 거 바.. 기여워서 심장 떠러질 뻔.. 하트.”
그렇다.
연두튜브 대표 유행어 중 하나로 꼽히며 아직까지 회자되는 단어.
바로 ‘리얼 꿀마시’였다.
‘연두티콘에도 등장했고.’
사실 첫 영상의 댓글창은 ‘리얼 꿀마시’가 잠식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했다.
막상 댓글을 읽고선 볼이 빨개진 연두.
귀엽다는 말이 연두의 수줍음 버튼을 누른 모양이다.
나는 웃으며 말했다.
“연두야.”
“네에.”
“이 날 기억해? 할머니 집 가는 기차에서 먹은 거.”
연두는 당연하다는 듯 반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기어캐요..”
“그래?”
“네. 살믄 계란하고.. 사이다!”
역시 정확히 기억하고 있네.
연두는 추억에 잠긴 듯하더니 입꼬리를 말아 올리고선 중얼거렸다.
“진짜..”
“응?
“진짜진짜 리얼 꿀마시였는데…”
오랜만에 입 밖에 내는 그 단어.
표정에서 진심이 느껴져서 나 역시 웃음이 번졌다.
그나저나 이 기분은 뭐지.
뭉클한 기분.
이제 막 댓글을 읽기 시작했는데 벌써부터 그런 기분이 든다.
댓글을 보니 그 당시의 기억과 감정이 되살아난다고 해야 하나.
한편 연두가 읽은 댓글 말고도 여러 댓글이 더 있었다.
“이게 전부 연두가 리얼 꿀마시 먹는 영상을 보고 연두부가 단 댓글이야.”
“연두부가요..?”
“응.”
물론 그 당시에는 연두부라는 말이 없긴 했지만.
그때 댓글을 단 사람이라면 아마 지금쯤 모두 연두부가 되어있지 않을까.
그렇기에 당당히 말할 수 있었다.
연두부가 단 댓글이라고.
“이번엔 아빠가 하나 읽어볼까?”
“네.”
엄선한 댓글이라 하나같이 좋은 댓글이다.
허나 그중에서도 제일 먼저 내 눈에 들어오는 댓글이 있었다.
내 마음을 가장 잘 대변하는 느낌이라 해야 하나.
“저런 딸 있다면 진짜 하루하루가 행복할 듯. 부럽다, 흑흑.”
‘ㅠㅠ’는 ‘흑흑’으로 대체해서 읽었다.
그런 뒤에 빤히 나를 바라보는 연두를 향해 말했다.
“아빠가 왜 이 댓글 읽은 줄 알아, 연두야?”
고개를 젓는 연두.
나는 빙긋 웃으며 얘기했다.
“마음을 들킨 거 같아서.”
“으응..?”
“연두부 말대로, 아빠는 연두가 있어서 하루하루가 행복하니까.”
이유를 설명해주자 연두의 입가에 살며시 번지는 미소.
뒤이어 자그마한 목소리가 귀에 들어온다.
“연두도요..”
“응?”
“아빠가 이써서.. 연두도 하루하루가 행보캐요…”
잠깐이지만 이성을 잃고 연두를 꼭 끌어안을 뻔했다.
그래서는 안 된다.
댓글 읽기를 진행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콘텐츠 대신 과한 꽁냥거림을 보여줄 수는 없으니까.
‘아니, 좋아하려나?’
연두부라면 오히려 좋아할지도 모르겠다.
아냐. 아무리 그래도 너무 빨라.
최대한 인내하고 콘텐츠에 집중하기로 하자. 오래는 못 버틸 거 같지만.
나머지 댓글은 비교적 빠른 속도로 같이 읽었다.
“후우..”
심호흡을 통해 정신을 가다듬고 다음 페이지로 넘어갔다.
이번 댓글에 해당되는 영상은 바로 연두튜브 채널아트 그리기였다.
손수 그린 채널아트를 연두에게 건네는 장면이 담긴 영상.
시간이 지난 지금도 생각날 때마다 돌려보는 영상이기도 했다.
다시 보고 싶어서였다.
그림을 받았을 때 연두가 짓는 행복을 머금은 표정을.
‘아무래도.’
그림을 그린 게 나다 보니 나에 대한 칭찬이 상당수를 차지했다.
그래서일까.
연두는 그야말로 물 만난 물고기였다.
“색.. 감 장난 아니다! 그림 진짜 이쁘다.. 히히.”
신나서 댓글을 읽느라 정신이 없다. 허나 그 흐름이 쭉 이어지지는 않았다.
내가 슬쩍 끼워 넣은 함정(?)이 하나 있었으니까.
역시나 연두의 눈이 동그래진다.
“혹시.. 뻥 아니.. 냐? 아빠가 그려따는 거…”
당시에는 유투브 초짜이다 보니 그리는 장면을 찍을 생각을 못 했다.
따라서 완성된 그림을 건네는 장면만 업로드했고.
그런 탓에 의심하는 소수의 댓글이 존재했다.
‘바로 풀리긴 했지만.’
차후에 올린 영상에서 모두 풀리긴 했지만 말이다.
이 댓글을 넣은 이유는 간단했다.
개인적으로 궁금했다. 연두가 이 댓글을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
“…”
급격하게 울적해진 연두의 표정.
“.. 아닌데.”
“연두야?”
“뻥 아닌데.. 아빠가 연두한테 그려준 건데.. 연두 아빠 거짓말 안 하는데…”
가라앉은 텐션으로 내뱉는 3연타.
아무래도 헷갈린 듯하다.
지금 읽는 게 상당한 기간을 거슬러 올라가 가져온 댓글이라는 걸.
‘그만큼 싫은 거구나.’
그 정도로 아빠가 오해받는 게 싫은 모양이다.
나는 미소를 띠며 말했다.
“당연하지, 연두야.”
“네..?”
“걱정하지 마. 이제는 아빠가 그렸다는 거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
“진짜요?”
“그럼.”
“휴우우..”
진심 어린 안도의 한숨을 내뱉는 연두였다.
***
계속해서 이어지는 댓글 읽기.
생각한 것 이상으로 긴 시간이 소요됐다.
그리 많은 분량은 아니라 생각했는데, 댓글 수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너무 많아.’
할 얘기가 너무 많았다.
댓글의 대다수가 추억과 관련되어 있다 보니.
물론 그게 전부는 아니다.
연두튜브 하면 떼어놓을 수 없는 주접 댓글도 여기저기 포진되어 있었다.
-연두야. 너는 치과에서 일해야 할 거 같아. 널 보면 입을 다물 수가 없으니까…
-하.. 연두 진짜 별로다. 내 마음속의 별로… ★
-연두 기다리느라 일주일이 6일이 됐다.. ‘목’이 빠져버렸자나 ㅠㅠㅠ
한 번씩 모습을 드러내는 주접 멘트들.
허나 부작용이 있었다.
“으응..?”
대부분은 연두가 이해를 하지 못했다.
특히나 별로라는 댓글이 나올 때는 진짜 마상(마음의 상처)을 입은 표정이었다.
이러려고 준비한 게 아닌데.
“연두야. 오해야. 그러니까 여기서 별로라는 말은……”
결국 설명해주는 데 상당한 시간을 들여야 했다.
그래도 괜찮았다.
“아! 흐흣..”
깨닫고 나서는 쿡쿡 웃음 짓곤 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시간을 들일 만한 가치가 있었다.
계속해서 읽어내려가다 보니 등장한 가장 최근에 나온 주접.
-나 어떡해? 연두가 너무 귀여워서 매일같이 벽 치다 보니 방 네 개짜리 집이 원룸이 돼버림…
이것도 연두가 이해하기에는 다소 어려운 주접이었다.
당시에는 없었던 재미있는 답 댓글이 달려있길래 함께 가져왔다.
┖뭐, 그 정도면 양호하네.
┖왜요?
┖나는 원룸 되고 나서도 못 참고 계속 쳐서 옆집 벽까지 부숴서 옆집 식구들한테 인사드림.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이지 신기할 따름이다.
이런 신박한 발상은 어떻게 하는 건지.
연두는 마냥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린다.
“안 대는데.. 벽 뿌서지면…”
“흐흐.”
벌써부터 걱정이었다.
이걸 한 편으로 압축해서 편집하는 게 가능할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댓글을 읽다 보니 어느새 도달한 마지막 페이지.
달칵.
마지막인 게 아쉽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무척 기다리던 시간이기도 했다.
그 댓글이 나올 차례니까.
이 시간에 읽으려고 며칠 전 밤에 일부러 연두에게 보여주지 않고 넘어간 댓글.
‘궁금해.’
특히나 무척 궁금했다.
연두가 이 댓글을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이 댓글은.. 연두가 읽어줄래?”
“네, 아빠!”
마지막 댓글을 읽을 차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