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come a Fool When It Comes to My Daughter RAW novel - Chapter (456)
456화. 진짜 화난 연두
“연두가 너무 착해서요..”
무슨 일이 벌어진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축 처진 연두의 표정과, 평소와 달리 선생님 손을 잡고 있는 걸 보고.
쉽게 머릿속에 그려지지는 않지만 친구와 다투거나 한 게 아닐까 생각도 했다.
새 친구를 사귀기 어렵다는 얘기를 매일 들었으니까.
‘아니었어.’
예상과는 전혀 다른 말이 담임 김수희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너무 착하다니.
그에 더해 알 수 없는 황홀한 표정까지 짓고 있다.
처음 운동장에서 연두를 봤을 때도 잠깐이지만 저런 표정을 지었던 거 같은데.
“선생님.”
내 말에 김수희는 정신을 차린 듯 대답했다.
“아, 네!”
다시 한번 나는 물었다.
“학교에서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아, 그게……”
그렇게 나는 오늘 학교에서 벌어졌던 이야기를 들었다.
자연히 알 수 있었다.
왜 연두가 착하다는 말이 나온 건지.
“연두도 놀랐을 수 있으니 아버님께 얘기를 드려야 할 거 같아서요.”
“그렇군요.”
“그리고.. 죄송하다는 말씀도 드려야 할 거 같아서..”
그녀는 사과와 함께 말을 이었다.
“제가 잘 지도했어야 하는데, 하연이를 바로 보건실에 데려가느라 정신이 없었거든요.”
연두가 토를 치우게 만든 것에 대해서 하는 말인가.
사과할 일은 아닌 거 같은데.
세심한 성격이 드러나는 부분이었다.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당연한 얘기지만 이 일로 기분이 나쁘다거나 한 건 전혀 없었다.
오히려 그 반대였다.
비록 내 앞에서 일어난 상황은 아니었지만, 한 가지는 확실히 느껴졌으니까.
친구를 생각하는 연두의 따뜻한 마음이.
대견한 마음에 당장이라도 껴안아 주고 싶지만 가까스로 참아냈다.
자제력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아직 대화도 끝나지 않은 마당에 과하게 꽁냥거리는 건 좀 그렇지 않은가.
‘다른 이유도 있고.’
아직 걸리는 게 있었다.
먼저 그중 하나를 선생님을 향해 말했다.
“그래서.. 하연이는 지금은 괜찮은 건가요?”
아이들 앞에서 못 참고 구토를 했다는 건 상태가 많이 안 좋았다는 건데.
걱정이 됐다.
좀처럼 연두가 친해지는 데 애를 먹는다고 듣긴 했지만, 그와 별개로 처음부터 하연이는 마음이 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우리 엄마랑 이름이 같거든. 성은 다르긴 하지만.
“아, 네! 지금은 괜찮아요!”
“그런가요.”
“하연이 조퇴한 다음 어머님한테 문자 왔거든요. 병원에 갔는데 단순히 체한 거라고 하더라구요. 사실 3교시부터 아팠다고 하는데 참은 거라……”
말끝을 늘이며 짓는 표정을 보고 알았다.
자책하고 있네.
하연이의 상태를 진작에 알아채지 못한 본인 탓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이제 그녀가 어떤 성격인지 어느 정도는 알 거 같다.
“사실 그것보다는……”
“네.”
“친구들 앞에서 토를 해 버렸다는 것 때문에 더 힘들어하는 거 같더라구요.”
“그렇겠네요.”
물론 토를 한 게 부끄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나는 지금 얼굴을 들고 살 수 없을 거다.
관련된 여러 기억이 있으니까.
‘달라.’
하지만 초등학생의 경우는 달랐다.
화장실에 간다는 것만으로도 부끄러워서 꾹 참는 나이 아닌가.
더군다나 입학식 날 본 하연이는 무척 수줍음 많은 아이로 보였고.
그때였다.
잔뜩 처진 한 마디가 귀에 들어왔다.
“.. 연두 잘못이에요.”
***
나와 김수희가 동시에 놀란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어두운 연두의 표정.
사실 막 얘기를 꺼내려던 참이었다.
착한 일을 하고 칭찬까지 받았는데 이상하게 연두의 표정은 좋지 않았으니까.
쪼그려 앉아 눈높이를 맞추고 나는 말했다.
“연두야.”
“네에.”
“그게 무슨 말이야? 연두 잘못이라는 게.”
내 물음에 연두는 떨리는 목소리로 얘기했다.
“하연이는.. 하연이는 계속 괜찮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런데 연두는 하연이 아파 보여서.. 계속 물어봤어요. 열나는지 이마 만지려고 했어요… 연두가 안 그랬으면……”
뒤에 이어질 말은 듣지 않아도 알 거 같았다.
연두는 생각하는 거겠지.
그렇게 계속해서 말을 걸지 않았다면 하연이가 토를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뭐, 모르는 일이지.’
영향이 있었을지는 그 누구도 알 수 없다.
일어나지 않은 일이니까.
결국 연두는 외면하지 않는 걸 선택했고, 그에 따른 결과물이 나온 거다.
해 주고 싶은 말은 하나였다.
연두의 마지막 말을 그대로 받아서 나는 물었다.
“안 그랬으면?”
“.. 네?”
“연두가 안 그랬으면 어땠을 거 같아?”
나를 바라보는 연두를 향해 얘기했다.
“연두가 하연이가 아픈 걸 보고도 모른 척했으면 하연이는 혼자 끙끙 앓았을 거야. 토는 했을 수도 있고 안 했을 수도 있지. 어쩌면 연두 말대로 안 했을 수도 있어. 그런데 그러면.. 하연이는 괜찮았을까?”
“…”
“연두가 아픈 걸 보고도 못 본 척 했다면 더 속상했을 거야. 아빠는 그렇게 생각해.”
상기된 표정의 연두를 향해 미소를 띠며 물었다.
“아빠가 한 얘기 기억해?”
“어떤 얘기요..?”
“꼭 한 번에 친구가 되지 못해도 괜찮다고. 계속 연두가 진심으로 다가가면 하연이도, 다른 친구들도 분명히 마음을 열 거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연두는 말했다.
“.. 기억해요.”
“오늘 연두는.. 하연이한테 진심으로 다가간 거야.”
흠칫 몸을 떠는 연두를 향해 덧붙였다.
“모른 척하지 않았으니까.”
생각보다 말이 길어져 버렸네.
얘기하다 보니 조금 과하게 몰입해 버린 탓이다.
그도 그럴 게, 나는 원하지 않았다.
이런 따뜻한 일을 하고도 자책하는 연두의 모습을 보는 걸.
‘말해주고 싶었어.’
모든 선택에는 각기 다른 결과가 따른다.
그게 옳은 선택이든, 틀린 선택이든.
다른 사람은 몰라도 내가 보기에 연두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다는 걸.
아니, 옳았다는 걸 얘기해주고 싶었다.
“.. 아빠.”
“응, 연두야.”
“진짜.. 진짜 연두는 하연이한테 진심으로 다가간 거에요..?”
그 말에 나는 씩 웃으며 대답했다.
“당연하지. 연두도 잘 알고 있잖아.”
그제야 연두의 입가에 아주 옅은 미소가 떠오른다.
무심결에 고개를 돌리니 보이는 얼굴.
또 멍 때리고 있네, 이분은.
‘.. 혹시 지루했나?’
그럴 만도 했다.
선생님을 세워두고 할 얘기는 아니었는데 어쩌다 보니 그렇게 돼 버렸네.
또 스스로 정신을 차린 그녀는 말했다.
왠지 모르게 잔뜩 상기된 목소리로.
“아버님 말씀이 맞아, 연두야.”
“으응..?”
“이건 비밀이긴 한데……”
잠깐만. 착각인가?
방금 분명히 ‘비밀인데’도 아니고 ‘비밀이긴 한데’라고 한 거 같은데.
깊게 생각할 틈도 없이 말이 이어졌다.
“조퇴하기 전에 하연이가 선생님한테 한 말이 있어. 그게 뭔지 알아?”
“아니여..”
“아무 잘못 없다고.”
“네?”
“연두는 아무 잘못 없다고. 그렇게 얘기했어.”
정말 좋은 비밀이었다.
그 말을 듣고 확신할 수 있었으니까.
연두의 진심이 조금이나마 하연이에게 닿았다는 걸.
***
집에 돌아왔다.
한결 편안해진 표정으로 연두가 누렁이에게 달려간다.
“냐아!”
어느새 이 녀석도 네 살인가.
빙긋 웃으며 나는 옆으로 다가가 말했다.
“누렁아.”
대답 안 하네, 이 녀석.
연두가 가까이 갈 때는 그렇게나 반기더니.
애써 괘씸함을 감추며 나는 말했다.
“누렁이는 언니가 하연이랑 친해질 수 있을 거 같아?”
이번 질문에는 연두의 눈도 반짝였다.
누렁이의 생각이 궁금한 걸까.
놀랍게도 앞선 부름에는 침묵을 지키던 녀석이 힘차게 소리를 냈다.
“냐아!”
혼란스럽네.
이걸 센스 있다고 해야 할지, 버릇없다고 해야 할지.
연두가 들뜬 표정으로 나를 보며 묻는다.
“아빠! 누렁이가 뭐래요..?”
하는 수 없지.
누렁어 통역사로서 대답해주는 수밖에.
“친해질 수 있을 거 같다고 하네.”
“.. 진짜여?”
“응, 진짜.”
“헤헤.”
배시시 웃음 짓는 연두를 보니 그래도 이 녀석이 대답해줘서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절대 고맙다는 건 아니다.
언니랑 아빠랑 차별 대우를 하는 건 못 참으니까.
“아빠! 누렁이 간식 줘도 돼요..?”
“그래. 대신 하나만 줘야 한다?”
“.. 네!”
냉장고로 연두가 달려가니 누렁이가 곧장 따라간다.
눈치 빠른 녀석.
피식 웃으며 나는 방으로 이동했다.
달칵.
-연두튜브
어느새 연두부의 수는 1400만을 넘어간 상태.
최근 영상을 클릭하니 수많은 댓글이 눈에 들어온다.
-초록님. 입학식은 3월 2일인 걸로 아는데요? ㅎㅎ
┖설마 저희를 잊고 연두와 단둘이 알콩달콩 뉴 라이프를 즐기고 계신 건 아니겠죠?
┖에이, 설마요 ㅎㅎ 초록님이 어떤 분이신데
┖아악! 나도 보여줘! 초딩 연두! 책가방 멘 연두! 등교하는 연두!
┖ㅎㅎㅎㅎㅎㅎㅎㅎㅎ
여전히 히읗은 무섭네.
이런 댓글이 달리는 이유는 간단했다.
입학한 이후로 아직 초등학교와 관련된 영상을 올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모르고 있어.’
심지어 연두부는 아직 모르고 있었다.
연시레가 같은 반이 됐다는 것도.
그래서 알려줄 생각이었다. 이번 영상을 통해.
‘편집은 마쳤으니까.’
두 장면을 엮어서 만든 영상이었다.
반 편성을 확인하는 연시레의 모습과 입학식 날 연두의 모습을 브이로그 형식으로 담은 장면.
반 편성은 혹시 몰라 찍어뒀는데 잘한 선택이었다.
‘엄청 놀라겠지.’
아마 나 이상으로 놀라지 않을까.
연시레가 같은 반이 됐다는 소식을 접한다면.
예상되는 반응에 빙긋 웃으며 나는 영상을 업로드했다.
[연두의 입학식 브이로그!(feat. 연시레의 반 편성!?)]내가 봐도 훌륭한 어그로다.
사실 초등학교와 관련된 첫 영상인 만큼 제목은 어떻게 지어도 들어오겠지만.
안 누르고는 도저히 못 배기는 제목이니 말이다.
‘그건 그렇고.’
최근 들어 신경 쓰고 있는 두 가지가 있었다.
우선은 프로그램 섭외 요청.
최고의 한 끼에 출연한 이후로 연두는 어떤 방송에도 출연하지 않았다.
컨택은 계속해서 들어왔지만.
‘포기할 줄 알았는데.’
미안한 얘기지만 시간이 지나면 섭외를 포기할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여전히 PD님들은 주기적으로 연락해 오고 있었다.
‘게다가.’
한 번 ‘최고의 한 끼’에 출연한 게 워낙 레전드로 남았다 보니 연두부의 바람도 많았다.
뭐든 좋으니 예능에 나왔으면 좋겠다고.
따라서 출연에 대해 조금은 고민하고 있었다.
출연 여부도 그렇고, 만약에 나간다면 어떤 프로그램에 나가는 게 좋을지도.
또 하나는 다름 아닌 내 문제였다.
슬슬 새로운 일거리를 찾을 필요가 있었다.
확실히 개인 메일을 만드니 편했다.
원래는 유투브 쪽지로 확인하느라 힘들었는데, 이제는 일에 관련해서는 메일함을 보면 됐으니까.
‘가까워졌어.’
그동안 쉬지 않고 달려와서일까.
그리던 목표에 많이 가까워졌다는 걸 느꼈다.
허나 아직이었다.
좀 더 확신을 갖고 싶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몇 발자국 더 내디딜 필요가 있었다.
‘어디 볼까.’
멀리 갈 필요는 없었다.
그걸 가능케 하는 건 눈앞의 메일함 속에 있었으니까.
***
다음 날 아침.
어느 가정집에서는 울먹이는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싫어.. 안 갈래..”
“어허.”
“나 아직 아프단 말이야!”
그렇게 말하긴 했지만 말하는 딸과 엄마 둘 다 알고 있었다.
꾀병이라는 걸.
병원에 갔다 온 뒤로 몸은 완전히 괜찮아졌으니까.
괜찮지 않은 건 마음이었다.
“.. 가기 싫어. 학교 가기 싫다구……”
하연이는 무서웠다.
어제 일로 자신을 안 좋게 바라볼 친구들의 시선이.
토를 해버리고 나서 선생님을 따라 교실을 나갈 때만 해도 그랬다.
‘임하연 토했다!’
‘선생님! 하연이 토했어요!’
‘우웩!’
‘여, 연두한테 토 묻겠다..’
생각만 해도 눈이 질끈 감겼다.
오늘 학교에 간다면 같은 장면이 되풀이될 게 분명했다.
하지만 엄마는 단호했다.
“안 돼.”
“엄마..”
“엄마가 얘기했지. 토한 건 부끄러운 거 아니라고. 누구나 아프면 그럴 수 있어.”
아랫입술을 꾹 깨물고 하연이는 소리쳤다.
“연두 자리에 했단 말이야!”
“.. 뭐?”
“연두 자리에 했다구! 친구도 안 한다고 하고 화도 냈는데! 이젠 정말 나 미워할 거야.. 더럽다고 생각할 거야..”
그녀도 전해 듣지 못한 얘기였다.
딸이 수업 시간에 토를 했다는 건 들었지만 그 외의 이야기는 선생님으로부터 듣지 못했으니까.
간단한 문자만 주고받은 탓이었다.
자세한 이야기는 곧 있을 학부모 상담을 통해 하기로 했고.
‘연락해야겠네.’
연두의 부모님께는 따로 연락을 해야 할 거 같았다.
그녀는 딸을 향해 말했다.
“그렇지 않아.”
“.. 어?”
“누구나 실수할 수 있어. 그리고 하연이가 그랬잖아.”
딸에게 전해 들은 얘기가 있었다.
“연두 엄청 착하다고. 그렇게 실수했는데도 계속 착하게 대해줬다고.”
“그, 그건……”
“오늘 가서 진심으로 사과하면 분명히 괜찮다고 해 줄 거야.”
“…”
더는 고집 피울 수 없었다.
사실 하연이 스스로도 알고 있었으니까.
그동안의 일도 어제의 일도 연두에게 사과해야 한다는 건.
***
발걸음이 무거웠다.
학교가 가까워질수록 친구들의 표정이 아른거렸다.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어제 선생님과 함께 정문을 지나며 본 장면이 자꾸만 머릿속에 떠올랐다.
‘연두.’
스치듯 보긴 했지만 분명했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나던 연두의 모습이었다.
화가 났던 걸까?
‘.. 당연해.’
걱정해줬는데 되려 짜증을 낸 데다가 연두의 자리에 토를 하기까지 했으니.
화가 나지 않는 게 이상했다.
내가 미워졌을 거야. 없는 정도 다 떨어졌을 거야.
그렇게 생각하니 점점 더 학교에 가는 게 무서워졌다.
어느새 도착한 학교.
“그럼 들어가렴.”
“.. 엄마.”
“너무 걱정하지 말고. 잘할 수 있어, 우리 딸.”
그렇게 엄마는 계단 아래로 모습을 감췄다.
눈앞에는 교실이 있었다.
[1-5]5반 교실이었다.
양쪽 가방 줄을 손으로 꾹 잡고 하연이는 뒷문으로 향했다.
이제 돌이킬 수 없었다.
교실 문 앞까지 와 버렸고, 들어가는 것 외에 할 수 있는 건 없었으니까.
그때였다.
“맞아, 맞아!”
교실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
무심결에 손을 떨구고 하연이는 뒷문 앞에 멈춰섰다.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선명히 들려왔다.
친구들의 목소리가.
“완전 더러웠어.”
“나 진짜로 토 처음 봤다니까? 우엑.”
“야, 유석호! 거기 밟지 마! 임하연이 토한 자리야!”
“우앗!”
가방끈을 잡은 손이 떨렸다.
이어지는 말에는 그만 다리까지 풀려버릴 뻔했다.
“연두야, 너도 짜증 났지.”
“진짜 싫었겠다..”
“튀지 않았어?”
연두에게 건네는 말들이었다.
문이 닫혀있어서 보이지 않았지만 지금은 알 수 있었다.
이 이야기가 연두를 중심으로 오가고 있다는 걸.
핑 도는 눈물.
하연이가 발길을 돌렸다.
지금은 죽었다 깨어나도 들어갈 수 없었다.
그보다 더 힘든 건, 저 말들에 동조하는 연두의 말을 듣는 것이었다.
도망치고 싶었다. 이 자리에서 조금이라도 빨리.
“……!”
그때였다.
발길을 돌리자마자 외마디 외침이 하연이의 귓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그건, 분명히 연두의 목소리였다.
동시에 하연이는 알 수 있었다.
‘.. 아니었어.’
어제 스치듯 본 연두의 모습은 화가 난 게 아니었다.
그야, 들려왔으니까.
정말 화가 난 게 느껴지는 연두의 목소리가.
“…… 그만해!”
이른바, 진짜 화난 연두였다.